[차한잔] 발코니에 된장물이 꽉차서 역류했던 사건, 그리고 층간소음
아래 어느 분의 글을 읽다보니 예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당했던 일이 생각나네요.
1층에 살았는데 대략 밤 10시 즈음에 갑자기 거실에 발코니 쪽에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겁니다.
발코니에 된장 건더기랑 물을 몽땅 내려보내서 배수구가 막히고 그 바람에 역류해서 발코니에 물이 꽉차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발코니 한쪽에는 거실 뒤에 창고가 있는 구조였는데 여기까지 된장물이 들어가서
보관해 높은 물건들까지 스며들었고 거실에도 계속 물이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이미 막힌 상태라 물을 일일히 바가지로 퍼내는 방법밖에는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참사였습니다.
관리소 직원분이랑 위에서 부터 방문을 해봤는데 4층 위부터는 냄새도 안나고
3층에 가보니 발코니를 깨끗하게 정리해 놓았고 화분을 잔뜩 놓았는데
그날 김장을 한 흔적이랑 텅빈 항아리도 보이는 겁니다.
그런데 60대 여주인이 딱 잡아떼는데
관리소 직원분이랑 저는 여러가지 정황상 그집이 확실한 것 같다는 결론을 냈었습니다.
2층도 확인했구요.
다른 집 사시는 분들은 일단 무슨 얘긴지 잘 모르는 것같은 반응인데
3층 이 분은 설명을 자세히도 하기도 전에 '들어와서 봐라' 등등 증거인멸 후 자신있어 하는 것같은
행동을 과하게 보이는 것이 좀 유난스러웠습니다.
거실까지 들어온 물을 닦고 젖어 버린 물건들을 치우느라 아내랑 밤을 새우는데
너무 기가 막혀 둘이 주저앉아 한참을 울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역류해서 난리가 난 사진과 메모를 인쇄해서 엘리베이터에 붙였습니다.
'치우느라 밤을 샜고, 둘이서 울었습니다. 이웃이면 사과라도 해주면 좋겠습니다'
며칠 동안 붙여 놓았지만, 아무도 연락이 없었습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습니다만 그 뒤로 이 분이 예전과 달리 눈을 잘 못마주치는 걸 보면서
심증은 더욱 굳어졌습니다.
그 트라우마 때문에 한동안 그리 좋아하는 된장을 입에도 대지 못했습니다.
한참이 지난 후 근처 성당에 다녀볼까 하고 가족들이 처음 가게 되었는데
며칠 있다가 구역장인가 하는 분이 방문할 거라 하더군요.
어느날 집에 들어가려는데 마침 이분이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혼자 온 것이 아니고 비슷한 연배의 여자분과 함께요.
잊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저희 집에 이것 말고 볼일 있으셔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하니
쭈뼛쭈뼛하면서 대답을 못하더군요.
결국 문전박대해 버렸습니다.
상황은 다르지만 '밀양' 영화의 전도연 같은 기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자기는 성당가서 기도하고 용서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바람에
성당 가는 것도 그만둬 버렸습니다.
아파트에 살면 층간소음을 비롯해서 늘 가해자이면서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조심스럽고 웬만하면 이해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사실 저 때 1층에 살았던 이유도 층간소음이었습니다.
바로 직전에 다른 동 9층에 살기 사작한지 얼마 안되어 엘리베이터에 8층 사람이 탔는데요.
저희 두 아이를 보면서 '에고 이 녀석들이 범인이구나' 하는 겁니다.
기분나쁘게도 아니고 '죄송하다'는 말에도 아니라고 정말 좋게 대답을 했지만
그 날부터 아이들 뛰는 것을 단속하게 되더군요.
아직 미취학 상태인 어린 사내녀석들인데 거의 머무는 집에서조차 뛰지도 못하는 상황에
늘 스트레스를 주고받는 것이 영 아니다싶어, 결국 단지내 1층 집을 사서 이사하게 되었고
10년 가까이 살게 되었습니다.
물론 홈씨어터를 한참 즐기고 있던 것도 이사하는 이유로 한몫했습니다.
이사하던 날 아이들한테 한 얘기가 기억납니다.
'얘들아, 오늘부터 맘껏 뛰어놀아라'
이 때도 2층에서 아이들 뛰는 소리를 포함해서 소음이 종종 들리곤 했지만,
한 번도 그 집에 얘기를 한 적이 없었습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솔직히 참기 어려울 때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9시에서 10시 넘어서까지 런닝머신 때문에 집이 온통 진동이 있습니다.
그래도 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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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째 사는집에 이사오는날 윗집 간난아기가 있길래...
우리애들도 키우면서 못뛰게 하는게 힘들었다 어느정도 이해한다 했더니...
지금은 커서 가끔 티비소리가 안들릴때도...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되더군요...
아직도 별말 안하긴 하는데 11시~12시까지 뛸때는 좀 스트레스 많이 받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