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지정헌혈을 하게 된 계기
안녕하세요
오늘 프차에 헌혈 이야기가 조금 있어 글 한번 올려봅니다. DP 포인트도 무려 2점이나 얻은 기념으로다가^^
우선, 저는 한달 전부터 2주마다 지정헌혈을 하고 있습니다. 계기가 조금 있었네요.
연락을 오랫동안 안하던 소꿉친구가 얼마전 갑자기 전화가 왔습니다. 7~8년전 결혼식 때 보고 못본 친구인데, 캐나다로 이민갔다고 전해듣기만 했었거든요. 반갑게 전화받았는데 대뜸 하는 말이 "나 이제 살 날 얼마 안남은 것 같다고, 마지막 인사 하러 전화했다고.." 순간 식은땀이 나더군요.
캐나다로 이민갔다가 자궁경부암 발견되어 한국들어왔는데, 뇌까지 전이된 상태라 제 정신있을 때 전화했다는데 눈물이 났습니다. 위로의 말을 해줘야 하는지, 힘내라는 희망의 말을 해줘야 하는지 지금 생각해봐도 답이 없네요.
전화를 끊고, 한 동네 살던 친구와 통화를 하고 XX이가 국립암센터에 있고 많이 안 좋은 상황이다, 코로나로 면회도 안되는데 우리가 해줄 게 뭐가 있을까 서로 얘기하다가 단톡방을 만들어 옛날 살던 동네를 찾아가 지금은 폐가가 되버린 옛 집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주고 추억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혈소판 수치가 떨어져서 수혈을 해야하는데 피가 없어 이틀이나 수혈을 못 받았다는 얘기를 듣는데, 마음이 아팠습니다. 당장 헌혈하겠다고 했죠. 친구는 A형이고 저는 B형이라 주위에 있는 A형 친구들을 수소문해서 혈소판 지정헌혈을 시켰습니다. 그래도 모자랄 것 같아 찾아보니 "지정헌혈" 앱이 있고, 앱 내에 "서로 교환하기" 기능이 있더라구요. 앱에 사연을 올리고, 친구에게 A형 수혈을 해주면, 내가 B형으로 반드시 갚겠다고 올렸더니 많은 분들이 헌혈에 참여해주셨습니다.
그러던 중, 한 분(닉네임 : 생명나눔천사)께서 제가 올려놓은 연락처로 문자를 주셨습니다. 본인은 헌혈봉사회에 소속되어 있다고, 필요할 때마다 연락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헌혈은 곧 저의 행복이자 기쁨이기에 부담갖지 마시라"는 말과 함께 266번째 헌혈을 친구분 위해 하셨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말씀듣고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헌혈 몇 번 하고, 군대에서 헌혈하면 피박이라고 하루 외박줘서 좀 하고 여태 총 9번했었는데, 사회생활시작하며고 해외다니면서 한 번도 못했거든요. 사실 헌혈 할 생각을 못해봤는데, 이 때 다짐했습니다. 언제 다시 해외나가서 헌혈 못 할 수도 있으니, 할 수 있을 때 많이 해둬야겠다. 그래서 그 이후로 2주마다 혈소판/혈장 헌혈만 하고 있습니다. 전혈하면 2달동안 못하거든요. 1년에 24번할 수 있으니, 100회는 꼭 채워봐야겠다고 다짐했네요.
다행히 친구는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갑자기 건강이 호전되어 지금은 요양병원으로 옮겨 암치료와 재활을 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도 마음의 준비하라고 했는데,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일은 출산, 그리고 장기이식과 헌혈처럼 자신의 생명을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헌혈의 집에 가보면 늘 피가 모자란다고 간호사분들도 헌혈을 많이 하시더라구요. DP회원분들께서도 헌혈에 많이 동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꼭 100회 채워서 인증해보고 싶습니다.
PS1. 서울에 있는 헌혈의 집 중에 광화문점이 2시간 주차가 됩니다. 대부분 역세권에 있어 주차할 수 있는 헌혈의 집이 거의 없더라구요.
PS2. "레드컨넥트" 앱 설치하시면 예약(당일은 안됩니다)과 전자문진으로 시간을 아끼실 수 있습니다.
PS3. 헌혈증이 스티커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근 10년 만에 한 헌혈이라 오래 전에 바뀌었을 수도 있겠네요. 마지막 헌혈증은 수기로 되어 있는데, 당일 헌혈의 집 인터넷이 안되어 간호사분께서 수기로 적어주셨습니다^^;
DP회원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이 없으면 될 일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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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하셨습니다. 저도 비슷한 이유로 저번주에 혈소판 혈장 헌혈했는데 1시간 걸리는 줄 모르고 예약 안 하고 갔다가 하루 일정이 다 꼬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