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샵 시연회나 동호인 방문을 통해 얻는 것
지난주 토요일에는, (DP 이벤트 게시판에도 올라온대로 이번주 토요일까지 진행되는)모 샵의 시연회에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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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샵은 필자 입장에선 시연 공간과 시연 기기들이 익숙하고 & 이번 시연회에 사용된 컨텐츠들의 경우엔 타이틀 리뷰를 했다든지 혹은 개인적으로도 시스템 가늠 용도로 애용한다든지 해서, 대단히 친숙하기까지 합니다.
단지 이러면 보통은 시연을 할 필요성이 없다든가 시연을 해도 지루하기만 할 거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에는 (예전에 같은 공간에서 다른 시스템으로 들었을 때와 마찬가지로)꽤 흥미진진했습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정도를 꼽고 싶네요.
a. 공간 체적은 변하지 않지만, 기기 선택 및 활용과 배치를 통해 계속 발전하는 사운드를 들려준다는 점
b. 판매/구매 관계로 한정된 게 아니라, 같은 마니아끼리 자극받고 갈고닦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드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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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연회에서도 그런 점은 변함이 없었고, 그 결과 지금까지 이 샵에서 들었던 사운드 중에서 가장 좋은 사운드를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평가 항목에 입각하자면, 사운드의 공간감과 디테일 표현/ 각 채널 간의 이동감과 방향성의 명확한 체감 모두 그러했고요.
또한 특히 인상깊었던 것은 전후좌우에 배치한 서브 우퍼(JL 오디오 f113v2: 13.5인치 싱글 유닛/ 60kg) 4발이 해당 시연 공간에서 유기적으로 작용하면서, AV 사운드로서 저역의 양과 세기뿐 아니라 깊이와 디테일까지 아울러 표현해 줬다는 점이었네요.
구체적으로 짚자면 이 섭은 외형 사이즈는 아담(가로 42cm/ 높이 49cm/ 깊이 49cm)하지만, 넷이 함께 구현한 그 저역은 a. 좋은 저역이 구현되었을 때 나타나는, (물리 공간 이상의)체감 사운드 스케일을 부여하고 b. 동시에 전체 멀티 채널 사운드에 힘을 부여한다는 느낌을 주었고요. 그래서 마치 (시연회에 참석하신 다른 분의 표현을 빌리자면) '작은 거인'스러운 섭이었다 봅니다.
3.
다만 이 섭은 소리만 작은 거인이 아니라 가격도 거한(JL 오디오라도 귀여운 10인치짜리 막내는 다른 형제들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이고, 섭(x4) 포함해서 이 시연회에 사용된 기기들이 만인에게 적당한 가격으로 다가온다고 말하긴 어렵기도 합니다. 각 잡고 전용 룸을 꾸민다 해도 이 정도면, 퀄리티는 (물리 배치 + 소프트웨어상의 세팅 노하우 포함할 때)어지간해선 보장하되 vs 비용도 큰맘 먹고 가는 끝판에 가깝다 봐도 무방할 정도로요.
대신 그래서 지레 포기하고 이런 시연회는 참석하지 않는 게 좋냐면, 그건 또 아니라고도 봅니다. 이런 시연회 혹은 (서로 다른 환경/ 시스템 상황이라도)동호인 방문을 통해서 얻는 것은, 개인적으론 아래 요소들이 크다고 보니까요.
a. 본인과 다른 공간 사운드에 대한 실제 이미징과, 거기에 들어 간 세팅 노하우에 대한 정보 교환
b. 본인의 지금 공간에 적합한 제품 혹은 세팅에 대한 가상 이미징과, 거기에 도움이 될 경험의 교환
4.
일단 3-b의 경우 측정 및 EQ 구사법을 글로 접한 다음, 가진 장비 하에서 요모조모 도모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하겠지만 vs 이것조차 글로 배우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뿐더러, 본격적인 적용은 실제 본인의 환경과 장비로 해보기 전엔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도 합니다.
더구나 EQ만으로 소리를 만드는 건 언제나 한계가 있으며, 기본은 물리적인 공간 빌드(조음재를 비롯한 공간 리폼 + 스피커 배치 등을 비롯한 기기 리폼)가 선행된 다음 > 도저히 어쩔 수 없겠다 싶은 부분을 EQ로 추가 보정을 할까말까를 고민하는 게 최종 사운드상 최선이기도 하고요. 바로 이 '어쩔 수 없겠다' 싶은 수준의 판단이라든지 심적 결단을, 샵 시연회나 다른 동호인들 공간 체험 및 경험 교환에 따라 얻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한편 3-a의 경우 지금 쓰는 익숙한 공간과 다른 '새로운(그리고 보통 더 좋은)' 공간을 만들고 거기서 사운드를 빌드하겠다는 것은, 말하자면 지도 없이 나서는 던전 탐사 비슷한 것입니다. 그래서 저 '지도'에 해당하는 것을 먼저 체험한 다른 이들에게 빌리는 것이 편하고, 개중에서도 여러 공간과 시스템에 대한 경험이 있는 지도 제작자일 수록 더 자세한 예상도를 그려줄 수 있겠지요.(아래 링크에서도 별도로 자세히 언급했듯이, 업자는 이럴 때 쓰라고 있는 존재이기도 하고)
https://dprime.kr/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78087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필자 개인적인 지론 역시, 공간 빌드에 따른 최종 사운드 퀄리티는 > 시스템(개개의 기기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로지 그것만이라기)보다 결국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라는 쪽입니다.
말하자면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좋은 공간/ 좋은 기기들을 만들더라도 쓰는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운드를 빌드해낸 것이 결국 종착점이라는 것이고요. 그리고 그렇게 만든 사운드가
a. '자신(만)이 좋아하는 사운드'냐,
b. 아니면 '자신이 듣기에나 다른 사람이 듣기에나, 고평가할 구석이 있는(= 모든 사람이 모든 채점 항목에서 최고점은 아니라도, 최소한 좋게 평가할 항목이 많이 겹치는) 사운드냐
< 어느 쪽인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기기/ 세팅/ 사용에 대한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 점에서 특히 자신과 성향 혹은 지향점을 같이하는 동호인 혹은 업자를 찾는 것은, 윤택한 사운드 라이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샵 시연이든 다른 동호인 룸을 찾는 것은 이를 위한 하나의 중요한 과정이니, 모두모두 더 효율적으로 즐거운 사운드를 즐기기 위해 시연회를- 특히 열의가 있는 공간과 사람이 있는- 다녀보시는 것도 좋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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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연 경험은 시험에 좋은 주관식 답안을 보는 것 같달까요.
특히나 홈시어터는 단순한 주관식도 아니고 딱 정해진 답이 있는게 아닌 서술형 주관식에 가깝다는 느낌이죠.
그래서 좋은 문제풀이를 경험한 것과 못해본 것은 차이가 좀 크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자신의 시스템과 비교해서 좀 더 좋은 세팅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얻을 수 있겠죠.
다만 단점으로는 엄청난 뽐뿌에 몸부림치게 된다는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