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 FHD로 복원된 풀잎처럼 눕다(1983) 화질 비교
박범신의 동명 장편소설을 영화화 한 1983년작 [풀잎처럼 눕다]가 11월 FHD로 복원되었다. 이 작품은 11월 초까지만 해도 비디오 변환 파일로 일부 파일 공유 사이트에서 제한적으로 제휴 서비스 되던 작품이었는데 11월 말 들어서 슬그머니 FHD의 2.35:1 화면비로 복원, 교체되었다. 기존 비디오 변환 파일을 11월 4일에 씨네폭스에서 합법 경로로 1400원에 내려 받았는데 26일이 지난 11월 30일 새벽에 네이버시리즈를 검색하다가 복원판으로 교체된 사실을 알게 됐다.
현재 네이버시리즈에선 1400원에 판매되고 있다. 1500원에 합법 파일을 판매하는 메가파일도 FHD 복원판으로 파일을 교체했다. [풀잎처럼 눕다]는 37년 만에 화면비도 되찾고 FHD로 복원되면서 네이버시리즈에도 등록됐다. 비디오 변환 파일로 제휴 서비스 될 때는 네이버시리즈에는 없었던 작품이다.
불과 4주 전에 받은 제휴 파일이 화면비 살린 고화질로 깨끗하게 복원되어 약은 오르지만 드디어 본래 화면비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주저하지 않고 1400원을 추가 지불했다. 네이버시리즈 3분 미리보기로 재생해 보니 4주 전에 씨네폭스에서 받은 비디오 변환 파일과는 비교조차 될 수 없는 수준으로 향상된 화질을 드러냈다.
무엇보다도 이번 복원의 가치는 화면비다. 1986년 비디오 출시 이후 스탠다드 비율로 밖에 접할 수 없었던 작품이었는데 드디어 2.35:1의 본 화면비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 받았던 비디오 변환 파일은 이제 쓸모가 없다. 비디오 변환 파일을 윈도우 휴지통에 버리기 전 비디오 변환 파일과 FHD 복원판의 화질을 비교해 보겠다. 상영 길이는 107분으로 동일하다.
▲ 박범신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영화 [풀잎처럼 눕다]는 1983년 8월 13일 개봉하였다.
원작은 1979년 3월 12일부터 1년간 중앙일보에 연재되었고 1980년 금화출판사에서 단행본이 출간됐다.
▲ 비디오 2종. 비디오가 두 군데서 나왔나 보다. 표지가 다르다. 남도 판은 1986년 12월 25일자로 출시됐다.
▼ 그럼 비디오판과 FHD 복원판의 화질을 비교해 보겠다. 각각 20장을 캡쳐했다. 위가 비디오, 아래가 FHD 복원판이다. 2020년 11월에 디지털 복원됐다. 복원되면서 스코프 비율의 화면비도 살아났다. 1986년 비디오 이후 스코프 비율로는 접하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 2020년 11월 초까지만 해도 [풀잎처럼 눕다]는 비디오 변환 파일로 제휴 서비스 됐던 작품이다. 비디오 변환 제휴 파일 도입부 안내문.
▲ 2020년 11월 FHD로 복원된 파일로 제휴 파일이 교체되면서 안내 문구도 바뀌었다.
[풀잎처럼 눕다]는 2.35:1 비율의 작품이다. 비디오 때는 도입부 제작진 표기를 살리느라 도입부만 당시 텔레비전의 스탠다드 규격에 맞춰 화면의 위아래를 늘렸다. 그 바람에 제목까지 상하로 늘어났다. FHD 복원판은 비디오에서 잘린 좌우 화면비가 전부 복원되었다. 좌우로 안 보인 장면들이 장면마다 나온다.
[풀잎처럼 눕다]의 복원판을 보면 4:3 비율에 맞춘 비디오가 본래 화면비를 얼마나 많이 잘라먹었는지 알 수 있다. 본래 의도한 색감을 복구시킨 화질도 만족스럽지만 화면의 3분의 1이 살아나서 다른 작품을 보는 것만 같다. 선명한 화질에 심봉사 광명 찾은 기분이고 화면비에도 감격했다. 초반부 구멍가게에서 안성기와 진유영이 고기 구워 먹는 장면이 저런 구도로 찍혔는지는 이번 복원판을 보고 처음 알았다.
비디오 시절 국내에서 [공동경비구역 JSA] 이전까지 왜 그렇게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기피했는지 알만하다. 기껏 화면비 고심해서 찍어봤자 극장에서 내려가면 비디오부터는 가차없이 화면 좌우가 잘려나가고 텔레비전 방영도 다를게 없었으니 스코프 비율의 의도가 무력해지는 것이다.
그나마 비스타 비율은 스탠다드 비율로 훼손해도 감상에 큰 지장은 없지만 스코프 비율은 [풀잎처럼 눕다]의 경우처럼 화면에서 등장인물이 사라지는 경우가 무수히 발생한다. 비디오 시절 스코프 비율 작품들은 화면비에서 너무 많은 손해를 봤다. 2000년대 들어 텔레비전 크기가 커져서 다행이다.
스코프 비율의 장점을 잘 살린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와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 당시 화면비로 주목 받으면서 비디오에서도 화면비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그 무렵에 가정집 텔레비전의 평균 크기도 커지면서 그전까지 우선순위로 여겨진 화면을 꽉 채우는 것보다 본래 화면비로 보는 것에 무게가 쏠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극장에서 크레딧을 다 볼 수 있고 2차 시장에서 본래 화면비를 누릴 수 있게 된 것이 20년 정도 밖에 안 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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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표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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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 가끔 한국영화 복원판이 올라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