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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What if...?"는 현실을 바꿀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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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20:48:11

디피 게시판을 사용할 연배 정도가 되시는 분들은, 최소한 인생에 있어서 '산전'은 겪으셨을 분들이라 사료됩니다.

산전 수전 공중전 사이버전... 겪다보면, 참 여러가지 선택을 하며 살아오게 되지요.

 

'그때 그 처자 / 남정네랑 잘 맺어졌다면 어땠을까? 서로간에 호감도 상당히 깊었는데...'

 

우리가 세상에서 가장 흔히 하는 What if의 가정이 아닐까 합니다.

특히 부부 싸움이라도 한 날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겠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혼 서류를 들이밀고 배우자와 갈라선 후, 과거 그 사람을 찾아가 '사실 난...!'이라고 역사의 물줄기를 되돌리려고 한들, 이미 시간선은 그때의 그 상황이 아니지요.

 

설령 과거의 사람이 여전히 솔로라던가, 혹은 마찬가지로 가정불화를 겪고 있었는데 이 일을 계기로 마찬가지로 갈라서고 자신과 평생을 해후하기로 다짐했다고 한들...

 

과거에 호감이 깊었던 시점에서 서로 이어져서, 현재에 다다른 역사와는 결코 궤를 동일시 할 수가 없는 것임은 너무나도 명명백백하지요. 물론 심경상 '역사(?)를 내가 바로잡았다!'라는 쾌감에 잠시나마 휩싸일 수는 있겠지만 말입니다.

 

거기서 만들어진 것은, 과거를 바로잡은 것이 아닌, 미래로 이어질 현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행위인 것이지요.

 

사실 가정은 아주 흥미진진한 소재입니다. 마치 손에 넣을 수 없기에 너무나도 사고 싶어지는, 지름의 대상과도 유사하지 않을까 싶으면서도, 그보다도 더더욱 난이도가 높은, 아니 불가능한 것이기에 그 흥미로움은 마치 마약처럼 사람을 매료시키지 않나, 싶습니다.

 

- 카이사르가 브루투스를 용서하지 않았다면?

- 유비가 이릉대전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 세종대왕이 왕이 되지 못했다면?

- 오다 노부나가가 혼노지에서 타죽지 않았다면?

- 테오도어 모렐이 아닌 제대로 된 명의가 히틀러의 주치의였다면?

 

일견 세종대왕이...란 명제 이외에는 한국인으로 태어난 우리와는 별반 관계가 없어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지요.

역사의 가느다란 물줄기 한가지만 다른 곳으로 흐르더라도, 2022년 현실은 지금과는 크게 다른 무엇인가가 되어있을 것입니다. 

결코 클레이튼 협곡이 클린트우드 협곡으로 바뀌는 정도로 끝나질 않지요.

 

저는 그래서 역사를 가정하는 것 자체는 상당히 재미있어하면서도, 만약 과거로 돌아가 역사를 바꿀 힘이 나에게 주어진다면, 과연 그것을 사용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때, 엄청나게 섬찟한 기분을 경험하곤 했습니다.

 

그 행위가, 바로 그 가정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를 말살시키는 행위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당장 부모님이 변함없이 서로간에 맺어졌다 하더라도, 부모님이 겪어오신 연애의 여정 자체가 조금만 어긋나더라도 나란 존재는 세상에 없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논리지요.

하물며, 사람들이 서로간에 유기적으로 얽혀가는 관계성 자체가 존재의 소멸, 존속등에 의해 크게 갈리는 전쟁, 국가의 흥망성쇄 등의 역사가 바뀐다면...?

 

인류 문명 발전의 방향성이나, 심하게는 현재 존속여부에 이르기까지 크게 (현재인의 관점에서는) 위협받을 수 있는 일이겠지요.

 

6.25는 객관적으로 보면 비극적인 동족상잔의 전쟁이고, 한국인으로서 보면 국가에 있어서 크게 불행한 역사임은 틀림없습니다만, 약 1951년 4월 이후 출생한 분들에게 있어서는 이 일이 없었다면, 과연 현재 자신이 존재하고는 있을까, 란 존재에 관련된 (=아이러니하게도, 비극이지만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선 일어나야만 했던...) 역사이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애시당초 바꿀 수도 없고, 설령 바꿀 수 있다 하더라도 과거로 돌아가서 그것을 바꾸는 행위는 행해서는 안된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럼 모든것을 포기하고 운명에 수긍하고 살란 말이냐?

 

그건 아니죠.

 

과거의 일에 집착하는 'What if'가 현실을 바꿀 수 없음은, 이미 위에서 말한 바입니다.

하지만 'What if'는, 미래를 바꿀 수는 있습니다.

 

지금 실시간으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에 대해 사고하고, 판단하여, 결론을 내리는 것.

그를 위해, 이러한 선택을 했을때 미래에 일어날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계산해보는 것.

 

이조차도 지금의 현실을 당장 바꾸어주진 못하지만, 자신이 살아갈 미래를 바꾸기 위한 What if,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과거를 바꾸는 것과는 달리,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 자체는 자신에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당연히 해나가야 할 일이기에... 설령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는 모르더라도,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도전해나가야 할 것이 아닐까? 생각해보곤 하네요.

 

과거에 얽매여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할 여력이 있다면,

미래가 나빠지는 일을 막는 것에 더 힘을 쏟는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해보곤 합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서명
"이 비도 반드시 그칠거야! 그러면 푸른 하늘이 펼쳐질거야! 지금도 이 비를 뿌리고 있는 구름 저편에는, 한없이 푸른 하늘이 펼쳐져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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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1-23 20:56:44

      Event Horizon ~          

WR
2022-01-24 14:42:17
Updated at 2022-01-24 05:50:15

과거에 얽매여 바꿀 수 없는 현실을 개탄할 여력이 있다면,
미래가 나빠지는 일을 막는 것에 더 힘을 쏟는게 좋지 않을까...

===> 정말 멋진말씀이십니다.
지나간일보다 지금의 최선을 선택하는것이 올바른 미래로 가는 한걸음의 시작일것입니다.

WR
2022-01-24 14:43:09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지금 선택할 수 있는 최선(혹은 차악)을 바탕으로, 최선의 미래를 지향해야겠지요...

2022-01-23 21:41:33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씀이네요.
순간의 미움과 선택으로 장담할 수 없는 미래 보단 상식적이고 더 멀리 내다보는 현안을 볼 수 있는 깨어있는 미래 바꿀 수 있다 생각합니다.

WR
2022-01-24 14:44:40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한순간 끓어오르는 감정을 제어하지 않고 한 선택(...지름?!)은, 대개 큰 후회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과거를, 현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는 여전히 바꿔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좀 더 현명하고도 신중한 선택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2022-01-24 12: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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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
2022-01-24 14:46:45

정말 그렇습니다.

말씀해주신 영화는 보지 못했습니다만, 그 장면은 미루어 짐작이 가고도 남습니다. 

조금만 역사가 삐끗했다면, 지금 제 곁에 있는 자식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겠지요.

설령 다른 자식이 있을 수 있었다 손 치더라도... 지금의 기억을 가진 채 그러한 선택을 할 수는 없겠고, 그리고 자식이 맞이할 최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힘들더라도 최선의 선택을 매일 매일 해나가야 하지 않나...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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