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샷] UHD-BD 리뷰 소개 - 분노의 역류(Backdraft)
외국 제작 영화 중에서 제목이 멋스럽게 번안된 작품들은 묘하게도 내용 역시 인상적인 경우가 많고, 그래서 더욱 고금에 걸쳐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에 소개하는 '분노의 역류(원제: Backdraft)'도 그런 영화에 해당된다고 생각하고요.
이 영화는 (화재를 진압하는)소방관을 주인공으로 그린 흔치 않은 영화이고, 여기에 배우, 연기, 연출에다 음악까지 나무랄 데 없었던 멋진 작품입니다. 비록 개봉한 해에는 '터미네이터 2'라는 너무나 엄청난 영화가 함께 나오는 바람에 산소 부족 불완전 연소 같은 흥행에 그치고 말았지만, 좋은 영화라는 입소문과 함께 2차 매체 시장에선 영화 제목대로 순간 (재)발화! 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분노의 역류'가 개봉한지 28년 만에 4K UltraHD Blu-ray(이하 UBD)로 재등장했습니다. 발매되기 전부터 기대한 분들도 많았고 저도 그 중 하나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정식 발매도 된 이 UBD, 완전 연소시켜 보겠습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듀얼 레이어(66G), 2160/24P(HEVC), 화면비 2.35:1, HDR10
최고 품질 사운드: DTS:X (영어)
* 5월 16일 국내 정식 발매
* 북미판 UBD에 한국어 자막 없음
- 서플 사항
분노의 역류 UBD의 모든 서플은 패키지에 동봉된 BD에만 들어 있습니다. 서플 수록 사항은 2011년 발매된 BD와 동일하며, 국내 정식 발매판의 모든 서플에는 한국어 자막이 지원됩니다.
- Intro by Ron Howard(2:50)
- Deleted Scenes(43:12)
- Igniting the Story(14:58)
- Bringing Together The Team(19:06)
- The Explosive Stunts(14:39)
- Creating the Villian:The Fire(12:49)
- Real Life Firemen, Real Life Stories(8:56)
- 영상 퀄리티 평가
분노의 역류는 Arriflex35 카메라로 찍은 전형적인 슈퍼 35mm 영화입니다. UBD는 이 원판 필름을 가지고 4K 리마스터 과정을 거쳐 제작한 소위 'Real 4K'이며 비트레이트는 hevc코덱으로 50Mbps 가량.
일단 해상감 증가는 괜찮은 느낌. 엄청나게 선명하게 살아나는 건 아니지만, 과거 좀 흐릿했던 게 더 잘 보이는 정도는 나옵니다. 이 감각은 그러니까... 시력 1.0인 사람이 안과 검진표의 1.2짜리를 보는 것(BD)과 1.1짜리를 보는 것(UBD)의 차이 정도? 터미네이터 2 UBD마냥 그레인을 싹 밀어내 버리고 뭔가 (좋은 의미에서나 나쁜 의미에서나)다른 세상의 영상 같이 만들어 버린 건 아니고, 선을 넘지 않은 수준에서 리마스터했다... 이런 감상이 들게 합니다.
이렇게 애매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건 진짜로 해상감이 애매하기 때문으로, 어떤 장면에선 마치 (순수 해상감 측면에서만 보면)업스케일처럼 윤곽선이 이중에 가깝게 보이거나 해서 HDR에 따른 명암차 외에는 BD(+ 업스케일)와 비교해서 별 느낌이 없습니다. 물론 HDR 덕분에 덩달아 디테일 캐치가 좀 더 잘 되는 건 있지만 그것마저도 주로 암부 쪽에 무게가 실려서...
HDR 그레이딩의 고질적인 문제인 필름 그레인의 노이즈화 역시, 주로 암부에서 사람에 따라 상당히 거슬리는 편. BD에선 암부의 그레인을 인위적으로 뭉개놔서 디테일까지 함께 뭉개졌는데, UBD에선 그런 시도는 없거나 약하게나 보이지만 대신 그 노이즈화 그레인이 디테일을 잡아먹는 부분이 여럿 보입니다. 그래서 윤곽 선예감은 BD(+ 업스케일)보다 좀 더 잘 보일지 몰라도 표면 질감 등의 디테일은, 특히 쨍한 UBD를 기대하는 분들께는 그리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네요.
그래도 HDR 그레이딩의 순 기능이 없는 것은 아니라서, 전술한대로 암부 디테일이 조금이나마 더 잘 보이는 것도 있으며 계조도 BD 당시보다 훨씬 정갈합니다. 특히 화마가 일렁이는 클라이막스 시퀀스에선 광색역으로 한층 무서워진 불꽃의 벌건 색이 + 명암 확장과 함께 더 생생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BD 당시 좀 칙칙한 잿빛 불꽃에 비해 훨씬 현장감이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당초엔 적색 계통이 광색역 + HDR을 잘못 만나면 마치 애니메이션틱해지는 그 느낌(매드 맥스: 퓨리 로드 UBD 등에서 지적되는 문제)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분노의 역류 UBD는 그런 느낌은 거의 없습니다. 제작 담당들이 여러모로 너무 나대지 않게 조심스런 스탠스를 유지한 듯, 필요한 부분에 적당한 만큼만 명암과 컬러 확장이 이루어져서 자연스런 그림이 유지되는 것이 장점.
요약하면 '리얼 4K!'란 단어에서 상상하는 끝내주는 생생함은 아니지만, 구작치곤 노력했다... 정도는 말할 수 있는 그런 그림입니다. 과거에 발매된 BD가 VC-1 코덱이었던 것도 이 UBD의 화질 채점에 좀 더 유리하게 작용하고. 그래서 필름 그레인이 질색인 분들은 좀 떨떠름하실지도 모르겠으나, 그렇다 해도 작품을 좋아하는 분께는 권할만한 UBD라 생각합니다.
- 음성 퀄리티 평가
분노의 역류 UBD는 DTS:X로 리마스터한 사운드를 들고 등장했습니다. 그리고 이게 강렬한 한 방.
BD에 수록된 DTS-HD MA 5.1ch 음질도 발매 당시 나쁘지 않긴 했지만, 이번 UBD의 DTS:X 사운드는 저음을 더 깊고 강력하게 때려 주면서 좌중을 압도하는 맛이 있어 훨씬 좋습니다. 서브우퍼를 갖추고 잘 활용할 수 있는 홈씨어터라면, 단번에 와닿는 그런 수준.
더불어 전 대역에 걸쳐 음이 강렬하게 뻗어나가는 것도 확실히 와닿습니다. 과거 BD에선 볼륨을 올리면 음이 좀 밀도감 없이 벙벙대는 맛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런 것도 없이 강렬하고 묵직합니다. 각종 효과음은 물론이고 한스 짐머 씨의 멋진 스코어들도 덕분에 장중하면서도 쾌감 있게 살아나는 것이 참 마음에 드네요.
음의 디테일 면에서도 BD에 비해 좀 더 예리하게 살아나 있고, 잔향 처리 같은 것도 더 생생합니다. 물론 요즘 최신 녹음된 그런 것과 동등한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영상의 선명도 개선 폭에 비하면 음성의 그것이 더 살아난다는 느낌도 받기 쉽고요. 그래서 대사 같은 것도 예전보다 한 꺼풀 벗겨진 듯한 소리로 들리는 것 역시 장점.
여기에 구작의 DTS:X 리믹싱임에도 클라이막스 신 등에서 천장 스피커를 곧잘 써주고 + 그 덕에 공간감을 잡아 분위기도 잘 조성되어서 = 애써 오버헤드 시스템을 구현한 사용자도 충분히 멋지게 즐길 수 있습니다. 빈도가 아주 잦은 거야 아니지만 할 땐 잘 하는, 말하자면 평소엔 묵묵히 훈련으로 지새도 일이 터지면 확실하게 달려가는 소방관의 모습 같다 싶고.
전체적으로 보면 바로 이 사운드감 때문에 UBD를 권하고 싶은 마음이 좀 더 강해진다 이런 수준. 다만 되도록이면 서브우퍼와 볼륨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이 좋습니다. 전보다 힘이 세진 황소라도 좁은 우리에 가둬두면, 약할 때랑 큰 차이를 못 느끼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섬세함 면에서 살아나는 맛은 있지만 그정도론 좀 부족하다 여길 공산도 크니, 사운드바 시스템이라도 서브우퍼가 갖춰진 제품으로 즐기는 쪽이 이 UBD의 진가를 알기 쉽습니다.
- 첨언
앞서도 자세하게 언급했지만 바쁜 현대인을 위해 결론에서 짧게 요약하면, 분노의 역류 UBD는 조건을 갖춘 분이거나 조건을 갖출 예정인 분이라면 BD를 갖고 있더라도 또 살만합니다.
• HDR 기능이 있고, 암부가 잘 가라앉는 디스플레이
• 서브우퍼가 있고, 원하는대로 볼륨을 키울 수 있는 환경
이런 환경에서 볼 때도 영상에선 무슨 대단한 기대를 하고 보면 (사람에 따라)실망할 수도 있지만, 음성에선 좀 기대하셔도 괜찮습니다. 좀 투박하더라도 호방하게 뻗어나오는 음성이 취향인 분이라거나 그런 스피커 시스템을 쓰는 분이면 많이 기대하셔도 좋고요. 기존 서라운드 시스템(에서 DTS-HD MA 7.1ch로 재생된다고 해)도 이런 매칭만 좋으면 (정발 기준)4.4만원 들인 값 한다고 느낄만 합니다.
제 개인적으론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소방관이 되겠단 생각까진 못해도(불이 무서워서), 소방관분들께 잘 대해드려야겠다는 생각 정돈 들긴 했습니다. 이번에 UBD로 다시 보면서, UBD로 처음 봤다면 더 잘 대해드려야겠다 라고 생각했을 것 같긴 하네요. 그러니 자녀들에게 보여주셔도... 좋겠지만 이 영화는 청불이므로 그 점은 주의하시길.
글쓰기 |
아...안돼요... BD사놓고 봉지도 안 뜯어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