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게] 디스크에 대한 흥미가 점차 떨어져 가는 시대
1.
어제(7월 1일) DP 리뷰 게시판에 Blu-ray 리뷰를 게재한 [ 기동전사 건담 쿠쿠르스 도안의 섬 ]에는, 마 쿠베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이 양반은 79년 방영된 원작 TVA [ 기동전사 건담 ]과 01년부터 연재된 리메이크 코믹스 [ 기동전사 건담 The Origin ] 이 두 작품 사이에서, 서로 전혀 다른 인물상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 기동전사 건담 쿠쿠르스 도안의 섬 ]은 The Origin의 설정을 베이스로 만들어졌기에 여기에 나오는 마 쿠베 역시 후자의 모습이기도 하고요.
두 작품 간 서로 달라진 인물상만큼 당연히 언행도 많이 달라졌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후자(The Origin)의 마 쿠베를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군인이라 속해있는 단체('지온'이라 불리는 세력)의 룰에 따를 수밖에 없긴 하지만, 우주에 거점을 둔 세력의 군인이면서 특이하게 지구의 문화를 사랑하는 호방한 사람이었다보니.
그 마 쿠베가 The Origin에서 남긴 대사 중에 이런 게 있습니다.
흠,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가.
지온에서 제일가는 '문명의 이해자'인 나도 결국, 이 세상에선...
2.
필자는 DP의 공식 디스크 리뷰어라 기본적으로 모든 디스크 리뷰는 DP를 기점으로 게재합니다. 다만 종종 리뷰 미디어와 관련이 있다 싶은 다른 사이트에도 DP 리뷰 링크를 통해 동시에 링크식 게재하기도 했고, 이는 대개 A 사이트에서 게재했지만 가끔 A와 B 사이트 두 군데에서 게재하기도 했습니다.
헌데 개중 A 사이트에서는 얼마 전부터 '블루레이' 카테고리가 없어지고 '굿즈' 카테고리로 통합되어서, 필자가 리뷰를 게재하기가 심정적으로 좀 거시기해졌습니다. 필자는 블루레이를 비롯한 디스크 미디어를, 컨텐츠 관련 굿즈와는 별개로 보기 때문이고요. 어떤 식으로 왜 다르게 보는가, 에 대해서는 적어도 DP 블게에서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으리라 보니 생략합니다.
그리고 B 사이트에는 이전까지는 아무 문제 없이 게재되고 그곳 회원들도 받아들이던 디스크 리뷰가, 이번 [ 쿠쿠르스 도안의 섬 ] BD 리뷰부터는 비추 및 무통보 삭제 대상으로 바뀌더군요. 그 사이트에서 내건 게재 조건에 딱히 안 들어맞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이전에 다른 디스크의 리뷰가 동일한 곳에 게재된 이력이 있음에도 말이지요.
3.
생각해보면 오래 전, VHS와 LD 시절엔 미디어 리뷰 하나하나가 귀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어떤 리뷰가 나오건 스크랩해서 모으거나 복사하거나 하는 식으로 관리하기까지 했지요. 언젠가는, 저걸 사서든 빌려서든 보고 말 거야 하면서.
지금은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더이상 가위나 복사기를 수고롭게 할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런 지금도 방법만 달라졌을 뿐 리뷰를 모으는 곳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조사들이 매년 새로 발매하는 TV들/ 아니면 휴대전화들, 혹은 하다못해 그래픽 카드나 게임기 리뷰까지도 나오는 족족 관련있고 관심있는 온 사이트와 회원들에게 퍼집니다.
단지 이것도 시시콜콜 따지고 들면 특히 한국내 리뷰보다는 해외 리뷰를 더 선호하는 현상이 보이지만- 예를 들어 해외 것은 개인 SNS의 사용자 리뷰나 하다못해 공용 게시판의 관련 언급 두어 줄만 나와도 화제가 되기 쉽지만, 국내에선 공신력 있는 게재처의 리뷰도 무시되기 일쑤 같은-, 하여간 리뷰에 대한 선호 자체가 살아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4.
그런데 디스크 미디어에 한하자면 글쎄, 세월이 흐르고 이제 주위를 둘러보니 디스크 미디어 리뷰는 DP 외에는 아무도 찾지 않게 되었네요. 누구 말마따나 이제는 '세상에 받아들여지지 않는' 대상이 된 게지요.
사실 VHS - LD까지 갈 것 없이 DVD 시절까지만 해도 분명 리뷰에 대한 수요가 많았고, 당시부터 디스크 미디어 관련해선 가장 공신력 있던 DP의 경우: DP 리뷰 게시판에 한 달에도 십여 타이틀씩 리뷰가 올라오느라 내용이 소홀해 질 수 있다고, 영자분이 부득이하게 사과하신 적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이후, 대략 스트리밍 채널이 늘어나면서부터 BD든 뭐든 디스크 리뷰는 세간의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이때부터는 이미 컨텐츠는 한 번 보고 버리는 게 당연해져서인지, 아니면 이미 디스크는 하나의 미디어가 아니라 그냥 굿즈로 뭉뚱그려 취급되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옥석에 관계없이 무조건 의미없는 시대가 된 것인지 그것까진 필자가 알 수 없지만서도.
5.
필자도 디스크 관련해선 국내에선 사실상 유일하게 공신력이 있는 이곳에서, 공식 디스크 리뷰를 올리는 입장입니다만... 가끔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는 있습니다. 특히 한국 내에서, 디스크 리뷰와 디스크 자체에 대한 관심들이 점점 멀어져 가는 세태를 떠올리면 말이지요.
하기는 디스크 비트레이트 수치를 따지고, 차트를 찍고, 수록 포맷을 해설하고, 서플리먼트에 대해 논하고... 이런 것들 모두 어쩌면 이미 요즘 같은 시대에 의미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a. 공신력 있는 객관적인 정보라 해도 의미 자체가 떨어지면 소용이 없는 것처럼,
b. 제작사 오피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고 간혹 신뢰할 수 있는 측정자를 통한 리뷰에서만 밝혀지는 정보들- 예를 들면 일본판 아키라 4K UltraHD Blu-ray의 사운드 포맷 열화 사태 같은- 이라 해도...
c. 애초에 그 디스크에 대한 관심이 그냥 기념품 같은 레벨이면 별무상관일테지요.
단지 그래도 이미 디스크 미디어에 대해 공신력 있게 논할 곳이 한국에선 사실상 여기밖에 없고, 그런 이곳에선 아직 이해해 주시는 분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니 다른 곳이야 무슨 상관이겠는가 < 라고 생각하곤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알아줄 필요는 없지만, 소중한 사람들끼리만이라도 알아주면 마음 따뜻해지는 것처럼.
6.
물론 아시는 분은 아시듯 마 쿠베 씨는 1에서 언급한 대사를 한 이후에 느긋하게 지옥행을 받아들이지만, 필자는 핵미사일로 사람 잡으려 한 적도 없고 죽고 죽이라는 명령 같은 것도 내려본 적이 없는 그저 리뷰 필자일 뿐이라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앞으로도 DP에는 디스크 리뷰를 계속 종종 게재할 생각일 따름입니다. 하기는 DP도 언젠가는 DVD 프라임이 아니라 OTT 프라임으로 바뀔 날이 올 지는 모르겠으나- 20세기 폭스가 21세기에도 20세기 폭스이듯 이름은 안 바뀔지 몰라도, 그 내용물은 OTT 전문 동호회로 바뀔 수 있으니까- 그땐 또 옛날 디스크를 되짚어 보든가 그때쯤엔 한창 발전했을 OTT와 비교하며 논해 보든가... 작성할 소재는 얼마든지 있을 것입니다. 아무튼 글쟁이는 언제 어디서나 소재를 발견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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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것중에 궁금한 부분이 생겨 들어오면 조지마님의 글로 상세히 알고 가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언제나 감사할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