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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최근에 구매한 책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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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8 00:45:08

 

 금요일에 올리다가 사진이 누락되어 빠진 책들과 토요일에 받은 책들을 포함해서 하나 더 올립니다.

 

 SF 무크지 <오늘의 SF>에 소개된 글을 보고 호기심에 구매한 책입니다. "도나 해러웨이 - 사이보그, 그리고 SF적 상상력의 유토피아적 모멘톰"라는 칼럼이 실렸는데, 거기서 해러웨이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 이노센스>에 등장한다는 말에 홀려서 구매했습니다. 그 칼럼을 쓴 저자가 이 책의 번역자였습니다. 웬지 낚인 것 같은 기분. ^^

 

 https://www.youtube.com/watch?v=A_2SDa8ABdM

 https://www.youtube.com/watch?v=VxEO871bUU8

“나는 여신보다는 사이보그가 되겠다”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페미니즘 이론가인 도나 해러웨이가
인류에게 영원한 영감을 선사하는 기념비적 고전!


《해러웨이 선언문》은 저명한 페미니즘 이론가 도나 해러웨이가 발표한 <사이보그 선언>(1985), <반려종 선언>(2003)과 라이스 대학 영문과 교수 캐리 울프와의 대담을 한데 모아 엮은 저작선이다. 해러웨이는 세계적인 생물학자이자 문화 비평가, 과학 및 테크놀로지 역사가이기도 하다. <사이보그 선언>은 서구 전통 이성중심주의에 따른 여러 이분법적 경계들이 와해되는 시대를 분석하면서, 여성을 인간과 동물과 기계와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사이보그라는 은유로 코드화한다. <반려종 선언>은 해러웨이가 함께 살고 있는 카옌 페퍼라는 개와의 관계를 바탕에 두고, 종과 종의 경계에서 작동하는 ‘공진화(coevolution)’에 근거해 생명정치의 새로운 상을 제시한다. <반려자들의 대화>에서는 인터뷰 형식을 빌려 해러웨이가 두 선언문을 쓰게 된 동기와 그것에 영향을 준 당대의 지적·제도적·정치적 배경 등을 살펴본다. 저자 도나 해러웨이는 간학문적·다학문적 연구의 선구자로서, 《해러웨이 선언문》에서 여러 분야를 종횡으로 오가며 융복합적 글쓰기를 시도한다. 그런 만큼 이 책은 철학적·인류학적·문명사적 차원에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대담한 문제제기와 선구적 혜안을 담고 있다. 페미니즘과 과학사 분야의 고전의 경지를 넘어, 인간과 동물과 사이보그에 관한 전복적 사유를 통해 인류에게 영원한 영감을 주는 저작이다.

사이보그가 더는 괴기스럽지 않은 시대, 그리고 반려동물 천만 시대
인간과 기계, 인간과 동물의 경계는 어디까지일 것이며
인류의 다음은 무엇이 될 것인가?

 


< 사이보그 선언>은 처음 발표된 1985년보다 오늘날에 더 첨예한 이슈다. “사이보그가 되겠다”는 구호가 무색하게 스마트폰은 무한한 네트워크 세계를 연결하며 우리 손처럼 24시간 들려 있고, 인터넷과 내비게이션은 우리 뇌처럼 상당 기능을 담당하며 일상을 함께한다. 그뿐 아니라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이 가능하고, 인공지능을 탑재한 새로운 종이 의료·예술 등 인간 고유 영역이라 여겼던 분야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리라 기대되며, 복제인간처럼 인간과 유사한 새로운 종이 우주 정복을 위한 노예로 그려지기도 한다. 이렇듯 오늘날 인간과 함께 혹은 인간과 결합하여 살아가는 존재, 인간의 새로운 친족이라고 할만한 존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오늘날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급증함에 따라 이른바 ‘펫코노미’로 일컬어지는 동물 사료나 의료, 각종 서비스 산업 규모가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에 관한 관심과 연구가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지구의 생태계가 급격히 무너지면서 지구 곳곳에서 광범위한 종의 멸종과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해러웨이는 바로 이 지점에서 인간과 동물, 기계 등 이 땅의 여러 존재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지에 주목한다. 2003년에 쓰인 <반려종 선언>은 현재 인류가 가장 시급하게 답해야 할 절박한 문제들을 고찰한다.

“압도적이고, 매혹적이고, 실제적이다”_정희진(여성학 연구자)
‘인간’이라는 이데올로기 혹은 신화에서 벗어나
개, 사이보그 등 다양한 친족들과 반려종으로서 살아가라!

 
해러웨이가 <사이보그 선언>을 썼을 당시, 미국과 소련의 핵무기 경쟁이 시작되면서, 기술은 파괴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해러웨이는 이런 핵전쟁의 위협이 팽배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오히려 페미니스트 사이보그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이보그 페미니즘을 주장하는 것은 자연과 과학의 잡종인 사이보그를 내세움으로써 과학이나 자연 중 어느 하나의 우위성을 고집하는 무지를 비판하는 것이다. 나아가 기존 서구 이성중심주의에 따른 여러 이분법적 구조, 즉 남성/여성, 인간/동물, 생명/기계, 백인/유색인, 제작자/생산물 등을 해체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사이보그라는 하나의 메타포를 통해 젠더와 계급, 인종 면에서 억압당하는 모든 주체를 대변하고 그 억압의 기제를 무력화시키려는 것이다. 이후 소련이 붕괴하고 과학기술 개발이 활발하던 21세기 초, 해러웨이는 “반려종”이라는 개념을 창안한다. 반려종은 전에 없던 생물학적 분류로서의 종으로, 진화생물학적 세포를 나누어 갖는 친족관계이며 상호구성적인 역사를 구성하며 진화해온 존재들을 가리킨다. 인간은 이미 오랜 기간 기계, 동물 등과 역사 및 문화를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기술 및 생명과학의 발달에 따라 새로운 친족이 계속 추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들과 함께 이 땅에서 살아남고 번성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정치적·윤리적 문제는 오늘날 우리가 핵전쟁이나 냉전보다 절박하게 당면하고 있는 사안이다. 《해러웨이 선언문》에 실린 두 선언의 주제인 ‘사이보그’와 ‘반려종’은 표면적으로는 독립되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은 인간과 함께 묶인 존재들일 뿐만 아니라, 전통적 휴머니즘에 배태된 경계와 차별을 넘어 존중과 공존을 지향하는 창조적 관계로 안내한다는 점에서 일관적이다. 독자들은 《해러웨이 선언문》을 통해 어렵기로 정평이 난 해러웨이의 사상적 지형을 좀 더 면밀히 탐색함으로써 세계를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희열을 경험할 수 있다.

 

 

 엘러리 퀸의 비극 4부작의 합본호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비극4부작 중 <드루리 레인의 최후의 사건>이 빠지고 비극이란 제목이 붙은 xyz의 비극, 3편만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초회판으로 나온책은 위에 보시는 봐와 같이 올블랙으로 이루어져 블랙에디션이라 부르는데 현재 블랙에디션은 절판이고 저는 운좋게 중고로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판형은 기존 엘러리 퀸 컬렉션 모다 휄씬 크고 세편이 포함되어 있다보니 꽤 무게감이 있습니다.

 

 엘러리 퀸의 시리즈는 국명 시리즈와 위의 드루리 레인이 탐정으로 등장하는 비극 시리즈, 그리고 미스테리 팬들 외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라이츠빌 시리즈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작품은 비극 시리즈의 두번째 작품 <Y의 비극>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모 작품이 이 작품을 표절했다는 얘기도 있지요. 국내 모 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은 표지가 스포일러라서 화재가 되기도 했구요.

 

  https://www.youtube.com/watch?v=DtqibuaMOlY

 https://www.youtube.com/watch?v=116q4PGv5KI

 https://www.youtube.com/watch?v=7Op1WDZk850

 https://www.youtube.com/watch?v=xEBFHhT4ivM

 https://www.youtube.com/watch?v=FUG5SjlG1_s


‘세계 3대 미스터리’로 칭송받는 《Y의 비극》을 비롯,
황금기 미스터리의 절대 걸작 《X의 비극》 《Z의 비극》을
한 권에 담은 유일무이 애장판!

엘러리 퀸의 비극 시리즈: 바너비 로스 명의의 작품들

‘국명 시리즈’의 성공으로 추리소설의 대가로 인정받고 있던 엘러리 퀸이 바너비 로스라는 필명으로 정체를 숨기고 드루리 레인을 창조했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이는 더 넓은 층의 독자와 만나기 위해 새로운 탐정의 필요했으며 무엇보다 재기가 번득이던 젊은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시도였다. 바너비 로스의 작품 역시 인기를 얻자 두 사촌형제는 ‘2인 2역’이라는 미스터리 역사상 초유의 일을 벌였다. 사촌형제 중 만프레드 리는 ‘엘러리 퀸’의 역할을 맡고 ‘프레더릭 다네이’는 ‘바너비 로스’의 역할을 맡아 둘은 공동 강연을 펼치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독자와 평단을 감쪽같이 속인 이 행각은 무려 9년 가까이 계속됐으며 미스터리 작가의 기이한 일화로 전 세계에 잘 알려져 있다.

엘러리 퀸의 1기에 속하는 ‘비극 시리즈’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연역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해결에 이르기 직전까지 모든 단서가 독자에게 제공되며, 독자는 전지전능한 탐정을 보며 감탄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공정한 단서를 통해 탐정과 지혜를 겨룰 수 있다. ‘비극 시리즈’ 모두 미스터리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손꼽히지만, 특히 《Y의 비극》은 ‘세계 3대 추리소설’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을 만큼 80여 년이라는 세월 동안 정상을 지켜온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엘러리 퀸의 대표작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을
한 권에 담은 유일무이 애장판 《XYZ의 비극》

‘비극 시리즈’는 《X의 비극》 《Y의 비극》 《Z의 비극》 《드루리 레인 최후의 사건》 총 4편의 작품을 일컫는다. 하지만 비극 시리즈 애장판인 《XYZ의 비극》에는 앞선 세 편의 작품만이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 드루리 레인과 주요 인물들을 소개하는 도입부인 동시에 사건 해결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레인의 가치관이 드러나는 《X의 비극》, 어둡고 병적인 한 가문과 고통의 굴레에 갇힌 사람들에 대한 묘사에서 시작, 제목 그대로 비극의 전형을 보여주는 명실 공히 시리즈의 최고작 《Y의 비극》,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느닷없이 밝고 명랑한 1인칭 화자에 의해 진행되는 《Z의 비극》이 그것이다.

총 2천 페이지에 육박하는 네 편의 작품을 한 권에 담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자와 평론가 사이에서 최고의 작품으로 거론되는 세 작품을 한 권에 담아 애장판의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XYZ의 비극》에는 기출간된 단행본들에 수록된 엘러리 퀸이 직접 쓴 서문과 탐정 드루리 레인의 성장 배경이 동일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또한 전 시리즈를 아우르는 해설이 새로이 추가되어 소장 가치를 더했다.

드루리 레인: 무대에서 걸어 나온 듯한 완벽한 탐정이자 엘러리 퀸의 또 다른 자아
드루리 레인은 <햄릿>의 최장 공연 기록을 보유한 셰익스피어 연극의 명배우로 명예로운 은퇴 이후 뉴욕 허드슨 강 부근에 고풍스러운 대저택을 짓고 옛 동료들과 함께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중이다. 그는 청력을 완전히 상실했으나 독순술을 익혀 전화 통화를 제외한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오히려 사색에 잠겨야 할 때는 눈을 감고 소리 없는 세계로 빠져든다. 어깨까지 늘어뜨린 은발과 늘씬하고 탄탄한 체격, 사람을 매료시키는 목소리 등 드루리 레인의 외모는 고전극 배우 그 자체다. 그는 망토를 두르고 자두나무 지팡이를 손에 쥔 채 리무진을 타고 사건 현장으로 향하곤 한다.

드루리 레인은 완벽히 이상화된 인간이다. 최고의 셰익스피어 배우라는 경력과 빼어난 외모, 비현실적인 중세풍의 대저택, 그를 섬기는 충성스러운 하인들, 독학으로 쌓아올린 대단한 지성과 지식, 여전히 강인하고 유연한 육체, 천재적인 추리력 등은 백가쟁명의 명탐정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질 정도다.
어떻게 보면 드루리 레인은 탐정 엘러리 퀸과 대조적인 인물이다. 엘러리 퀸은 근본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지녔고 인생의 즐거움과 선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 밝음의 영역에 있는 존재다. 범죄 해결에 순수한 연역적인 추리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보면 둘은 비슷하지만, 젊고 패기가 넘치는 엘러리 퀸에 비해 《X의 비극》에서 이미 예순의 나이였던 드루리 레인은 신중하면서도 여유롭다. 청년과 노인, 학문과 예술, 밝음과 어둠 등 대비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대척점으로 창조했다고 평가된다. 이렇게 상반된 인물이 같은 작가에 의해 탄생되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한편 ‘비극 시리즈’에서 작가는 또 다른 대표작 ‘국명 시리즈’와 달리 중심 사건 외의 ‘곁가지’ 같은 이야기에 상당한 지면과 노력을 할애했다. ‘국명 시리즈’에서는 피해자의 유족이나 피해자 자신에 대한 묘사가 다소 피상적인 데 반해 ‘비극 시리즈’에서는 이들의 슬픔과 좌절, 고통을 매우 인상적으로 그렸다. 《X의 비극》에서 드위트의 사망을 접한 이들의 반응, 《Y의 비극》에서 루이자의 증언, 《Z의 비극》에서 사형집행 장면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곁가지’야말로 비극 시리즈를 걸작의 반열에 오르게 한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엘러리 퀸: 20세기 최후의 미스터리 거장
미국미스터리작가협회(MWA)의 창립자이자, 세계적인 미스터리 컨벤션 ‘부셰콘’과 ‘앤서니 상’의 기원이 된 평론가 앤서니 부셰는 엘러리 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 바 있다. “엘러리 퀸은 미국의 탐정 소설 그 자체이다.”
엘러리 퀸은 만프레드 리와 프레더릭 다네이 이 두 사촌 형제가 사용한 공동 필명으로, 미스터리 걸작들을 수없이 탄생시킨 저명한 작가이자 셜록 홈스에 버금가는 명탐정의 이름이다. 또한 아서 코넌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등의 영국 미스터리에 답하는 미국의 자존심이며, 더 나아가 20세기 ‘미스터리’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작가 엘러리 퀸은 공식적인 활동에 종언을 고했던 1971년까지, 오로지 미스터리에 천착했고 그 발전을 앞장서서 이끌었다. 순수한 논리에 탐닉하는 초기작부터 인간의 본성을 직시하는 후기작까지 셀 수 없는 걸작들을 탄생시켰고, 그 속에 담긴 기법과 아이디어는 모두 후대 작가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작품 활동 외에도 엘러리 퀸은 미스터리의 모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방대한 개인 도서관을 소유한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장서가였기에 비평서는 물론 실제 범죄 사건을 다룬 논픽션까지 그의 저술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또 영화와 라디오 드라마의 대본을 써서 MWA 베스트 라디오 드라마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편집자와 기획자로 수십 권에 달하는 보석 같은 앤솔러지를 발간했다. 현재까지 발간되는 《EQMM(엘러리 퀸 미스터리 매거진)》(1941년부터 발간)은 방대한 엘러리 퀸의 활동 중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데, 《EQMM》을 통해 재능 있는 수많은 작가들이 등단했고 놀라운 단편들이 독자들에게 소개됐다. 한마디로 20세기 미스터리는 엘러리 퀸 이전과 엘러리 퀸 이후로 나뉜다고 볼 수 있다. 앤서니 부셰가 말했던 ‘탐정 소설 그 자체’라는 말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우리가 아이를 갖는 데
이제 남자는 필요 없어.”

두 어머니 사이에서 딸아이 출산이 가능해졌다!
세계 최초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임상시술에 참여하게 된 로지와 줄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소용돌이

<가디언> 선정 2018년 최고의 책
<스타일리스트> 선정 2018 최고의 페미니즘 소설

만약 생식 과정에서 더 이상 남성이 필요하지 않게 된다면?
논쟁적이고 도발적인 소재가 ‘사회학적 과학소설’의 형태로 태어나다!

1978년 처음으로 인공수정을 통해 루이즈 브라운이라는 여성이 태어난 지도 벌써 40년이 흘렀다. 그사이 인공수정은 보편적인 난임 시술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 외 인간 배아에 대한 연구는 논쟁만 분분한 채 투자도, 법규도 머뭇거리고 있는 분위기이다. 어쩌면 세상은 과학의 발전보다 사회의 발전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인지 생명과학을 다룬 소설과 영화들도 과학 자체보다는 그것이 가져올 사회적 결과에 더 주목할 때가 많다.
영국에서 출간된 장편소설 『XX』 또한 간단해 보이는 생명과학 신기술에 대한 인간 사회의 대응을 상상한다. 두 명의 여성에게서 추출한 난자를 서로 결합시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기술이 가능해졌을 때, 현실은 어떻게 소용돌이치기 시작할까? 역사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까? 남자 없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이라는 논쟁적이고 페미니즘적인 소재가 ‘사회학적 과학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다각도로 예리하게 형상화된다.

세계 최초로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임상시술에 참여하게 된 로지와 줄스
이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바로 지금’의 현실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다

레즈비언 커플인 줄스와 로지는 세계 최초의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임상시도에 자원하고, 로지가 임신에 성공한다. 다른 커플들처럼 제3자(정자 기증자나 입양아의 친부모 같은)의 개입 없이 둘만의 사이에서 아이를 가지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기자로 일하고 있어 언론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줄스는 자원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가족에게도 비밀을 지켜 달라 당부한다. 하지만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둘은 그날부터 언론과 대중의 과도한 관심과 비난, 협박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주인공 줄스처럼 기자 출신인 저자는 사생활을 침해하며 보도 경쟁에 열을 올리는 언론의 행태, 레즈비언인 척 속이고 난난 시술에 지원한 기자의 잠입 사건, 아무도 검증하지 않는 가짜 뉴스의 범람,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비난과 협박들을 발췌나 삽입의 형식으로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그려낸다. 보수적 종교 단체의 조직적 반대 운동과 남성우월주의자들의 분노 표출, 이 사건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이용하는 우파 정치인의 등장, 난난 수정으로 태어난 아기를 입국 금지하겠다는 조치 등도 무척이나 있을 법한 일들로 느껴진다. 이는 난자와 난자 수정으로 아이 탄생이 가능해진다는 전제 외에는 모든 스토리가 바로 지금의 현실을 탄탄히 바탕에 깔고 전개되기 때문이다. 출산과 육아 때문에 딸의 커리어가 망쳐질까 걱정하는 줄스의 아버지, 겉으로는 티내지 않지만 딸이 동성애자가 아니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하는 로지의 어머니 등 주변 인물들의 입체적 묘사, 동성애자라 참아내야만 하는 일들과 직장에서 겪는 성차별 등 현대 여성의 삶이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묘사되어 이야기는 개연성과 설득력을 얻는다.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이를 갖는 것뿐인데, 그게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인 거야?”
이슈 중심의 시의성 강한 소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머니즘 가족드라마

『XX』 는 과학기술의 진보를 가모장제 사회의 도래를 알리는 기회 같은 것으로 상정하지 않는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며 독자에게 바로 지금을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한다. 로지와 줄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는 대중의 비이성적 공포와 기득권의 분노에 끈기 있게 대처하면서 조금씩 인류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또한 시의성 강한 소설의 경우 등한시되기 쉬운 ‘이야기로서의 재미’도 잃지 않도록 세심하게 신경 썼다. 신원을 제보한 사람을 추적하는 과정은 글에 미스터리 요소를 더해 흥미를 유발하고, 쉴 새 없이 사건이 벌어지며 국면이 전환되고 로지와 줄스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 전개는 스토리에 드라마틱한 재미를 더해 끝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만든다. 또한 여러 이슈를 다루면서도 이야기의 중심은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사랑과 가족을 이루고자 하는 열망이다. ‘특정 아이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아이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보여주는 마무리는 독자에게 인간적인 감동을 안겨준다. 이슈를 선도하는 시의적절한 작품이면서도 한 편의 감동적인 이야기인 『XX』 는 지적인 사유를 원하는 독자뿐 아니라 감동적인 스토리를 원하는 독자에게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영미권 독자 반응(굿리즈, 아마존)
-무척이나 시의적절하며 완벽한 구성을 갖춘 소설. 탁월한 인물 설정은 사회적·정치적·윤리적 문제들을 탐구하기에 효과적이었으며, 이야기의 핵심에서는 가장 인간적인 감동을 놓치지 않는다.
-사회의 어떤 진보도 반동적인 정치 문제와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는 슬픈 사실을 보여주는, 생생한 개인적 투쟁의 이야기.
-기술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몇 년 후쯤 정말로 일어날 법한 미래를 보여준다. 성별과 과학에 대한 많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채드윅은 ‘난자 대 난자’ 인공수정 시술이라는 소재 하나로 여성 혐오, 의료 윤리, 언론 침해 대 공익, 성차별, 불평등, 동성애 혐오, 소셜 미디어, 배신, 계급 격차 등 ‘지금 이곳’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들을 모두 엮어낸다.
-놀랍도록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책. 이슈 중심의 이야기이지만 소설적 재미도 놓치지 않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WyYBjWnGvwI

 https://www.youtube.com/watch?v=eaGpdhienMk

전 세계 30개 언어로 번역, 150만 부 이상 판매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출간
유리열쇠상, 마르틴 베크상, 노르웨이 북셀러상, 리베르톤상을 휩쓴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대표작


비수기의 여름 별장에서 시체가 발견된다. 빌리암 비스팅 형사는 곧바로 현장에 출동하지만 수수께끼의 괴한에게 공격받고 차를 빼앗긴다. 탁월한 직관과 신문 능력으로 노르웨이 최고의 형사가 된 빌리암 비스팅은 대담함과 총명함으로 뭉친 딸 리네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사건의 흔적을 쫓는다.

유리열쇠상, 마르틴 베크상, 노르웨이 북셀러상, 리베르톤상을 휩쓴 노르웨이의 대표 경찰소설 작가 예른 리르 호르스트의 대표작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 첫 번째 작품 『추락하는 새』가 엘릭시르에서 출간되었다. 『추락하는 새』는 작가가 실제로 경찰에서 수사관으로 근무했던 경험을 토대로 씌어 사건 수사 현장의 긴장감과 속도감을 그대로 가져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직업에 찌들어 우울한 삶을 사는 북유럽 형사의 틀을 깬 이 작품은 활기찬 수사 현장의 에너지를 생생하게 담고 있다. 엘릭시르의 『추락하는 새』에는 낯선 나라 노르웨이와의 거리감을 줄여주는 지도가 실려 있어 한층 생생한 독서를 보장한다.

● “우리는 항상 하던 일을 해야지, 수사 말이야.”
주인공 빌리암 비스팅은 노르웨이 라르비크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경찰관이다. 북유럽 경찰소설 주인공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었던 우울감이나 회의감 대신, 명쾌한 노련함과 활력을 가진 색다른 주인공이다. 비스팅의 세계는 고통스러운 삶과 범죄가 들끓는 사회에 대한 고뇌보다는 현장에서 경찰들과 함께 수사를 펼쳐나가는 듯한 생생함으로 가득하다. 자동차 추적 장면에서는 연달아 터져 나오는 경찰 무전을 함께 듣는 듯한 긴박함이 있고, 클라이막스의 체포 작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수사관들의 전문가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에 출간되는 『추락하는 새』에서는 수사를 지휘하는 비스팅의 빼어난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한편, 그의 딸 리네가 협력자로서 시리즈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여 작품에 한결 빛깔을 더한다.
『추락하는 새』는 강렬한 도입부로 시작한다. 때는 늦가을, 텅 빈 여름 별장에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신고를 받고 빌리암 비스팅이 출동한다. 비스팅의 자동차 앞유리창에 죽은 새가 툭 떨어진 직후 수수께끼의 괴한이 습격해 온다. 노르웨이 최고의 수사관에게 시작부터 닥친 고난을, 그는 과연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비스팅의 무기는 어떤 돌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이다. 베테랑 수사관으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비스팅은 독자를 실망시키는 법 없이 침착하고 믿음직스러운 모습으로 위기를 빠져나온다. 살인 사건에 대한 수사는 점차로 절도와 마약 사건으로 확장되는데, 이때 리네는 신문기자로서 비스팅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을 포착하여 수사에 활력을 보태는 등 톡톡히 활약한다. 침착한 아버지와 겁 없는 딸로 이루어진 이 부녀의 활약을 지켜보는 것은 『추락하는 새』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작가 호르스트가 경찰로 근무했던 베스트폴 주의 실제 장소들이 작품 속에 세세하게 등장하여 현장감을 높여주고 있다.

● 총을 펜으로 바꾸다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의 작가 예른 리르 호르스트는 오슬로 경찰대학을 졸업하고 십 년 넘게 수사관으로 근무했다. 이 시기에 범죄학, 철학, 심리학을 공부하면서도 수사 책임자로서 범죄 현장을 종횡무진 누볐다. 범죄자 혹은 피해자와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호르스트는 사람들 각각의 잔인한 운명에 대해, 무엇보다 갑작스럽게 화를 입은 피해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결심했고, 2004년에 지금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빌리암 비스팅’ 시리즈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경찰이 어떻게 일하고 생각하는지를 실제적이고 구체적으로 보여준 이 시리즈는 호르스트의 경찰 후배들에게 교재에서 찾을 수 없는 시각을 제공한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범죄 현장을 어떤 식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신문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와 더불어, 피해자 앞에서 경찰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까지도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전달할 수 있는 생동감과 리드미컬하면서도 명료한 문장을 가진 호르스트는 새로운 경찰소설을 찾는 독자들에게 믿음직스럽고 색다른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이번에 엘릭시르에서 출간하는 『추락하는 새』부터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해, 호르스트는 2011년 노르웨이 북셀러상을 수상했고 2013년에는 노르웨이 최고의 범죄소설에 수여하는 리베르톤상, 북유럽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에게 수여하는 유리열쇠상, 스웨덴 범죄소설 작가 아카데미에서 수여하는 마르틴 베크상을 수상했다. 2013년 호르스트는 십구 년간의 긴 경찰 생활을 정리하고 전업 작가로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인기 범죄 드라마 <베라> 원작소설, 미스터리 소설의 현존 최고 여성 작가 앤 클리브스의 대표작
냉소적이지만 정의로운 노섬벌랜드의 형사가 펼치는 직관력의 수사,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현재 시즌 9를 종영하고 2020년 시즌 10을 준비 중인 영국 itv의 인기 범죄 드라마 <베라>, 역시 시즌 5를 방영을 마친 BBC One의 <셰틀랜드>, 영국 특유의 색이 묻어나는 인기 범죄 드라마의 원작자는 모두 30여 년간 30여 편의 범죄소설을 발표하며 현존 최고의 여성 미스터리 작가로 불리는 앤 클리브스다. 1986년 발표한 데뷔작 《A Bird in the Hand》(팔머 존스 시리즈)를 필두로 형사 램지 시리즈, 2006년 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골드 대거 상을 받은 《레이븐 블랙》(‘셰틀랜드’ 시리즈의 첫 편, 현재 8편까지 발표)을 비롯, 여형사 베라 스탠호프의 활약을 그린 8편의 베라 시리즈 등을 발표하며 형사 캐릭터 창조에 탁월한 재능을 보여온 앤 클리브스는 2017년 영국추리작가협회의 평생공로상인 다이아몬드 대거 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1999년 앤 클리브스는 형사 베라 스탠호프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1편 《The Crow Trap》을 발표했다. 한 살인사건과 세 여성의 심리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애당초 시리즈를 염두에 두지 않은 탓에 베라 스탠호프의 비중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나 중반부터 등장한 베라의 강렬한 존재감과 독특한 캐릭터는 독자의 뇌리에 강렬하게 남았고 1편 발표 6년 후인 2005년 마침내 2편 《Telling Tales》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시리즈로 거듭나게 되었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2011년부터 영국의 연기파 배우 브렌다 블레신 주연의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2020년 시즌 10까지 제작 확정되었음은 물론이다. 여기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앤 클리브스는 다음과 같이 밝히며 베라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나는 범죄 소설 분야에서 강하고 그럴듯한 여주인공이 드물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현실적이고 진짜 살아 움직이는 여성 캐릭터를 원했고 그래서 베라 스탠호프를 만들었습니다.”

나방을 매개로 모인 두 피해자와 우아하고 소름 끼치는 ‘은퇴한 쾌락주의자 클럽’
어두운 비밀로 뒤덮인 밸리 팜에서 각양각색의 인물들이 펼치는 정통 영국식 미스터리

아름답고 평화롭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영국 노섬벌랜드의 계곡에서 한 노인이 젊은 남자의 시체를 발견한다. 관리직에 가까운 경감 역할에 지루해하던 형사 베라 스탠호프는 신속하게 사건 현장에 도착하고, 피해자가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저택을 돌보는 하우스시터 패트릭 랜들임을 알아낸다. 하지만 피해자의 거주지를 방문했을 때 발견된 신원미상의 또 다른 시체에 베라와 형사들은 당황하고 한참 후에야 그가 컴퓨터 전문가인 마틴 벤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두 피해자 사이의 연관성은 나방에 대한 관심사. 또한 베라는 이 평화로운 곳에서 목가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자칭 ‘은퇴한 쾌락주의자 클럽’에 속한 세 부부의 거짓과 그들이 가진 남모를 비밀이 사건과 연관이 있을 거라 직감한다.

큰 덩치에 친절하지도 않고 먹는 것과 맥주를 좋아하는 미혼의 중년 여자, 그러나 사냥개 같은 근성과 타고난 수사 능력, 그리고 놀라운 통찰력으로 살인 사건들을 해결하고 남자들을 호령하는 강인하고 힘센 형사, 그리고 냉소적인 태도 안에 인간들을 향한 따뜻함을 감추고 있는 믿음직한 캐릭터. 베라 스탠호프 형사는 현실성이라는 바탕 위에 여느 남성 형사 캐릭터 못지않은 매력과 강한 존재감까지 갖춘 보기 드문 주인공이다. 꽉 짜인 작은 커뮤니티 안에서 촘촘하게 얽히고설킨 마을 사람들의 인간관계와 심리를 다루는 데 탁월한 장기가 있는 작가 앤 클리브스는 베라 스탠호프라는 압도적인 캐릭터가 이끌어가는 강렬한 수사선하에 놓인 용의자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미스터리를 펼친다. 거대한 권력으로 인해 벌어지는 음모보다는 작은 공동체나 가정 안의 일그러진 심리를 주로 표현해온 전작들처럼 이번 작품도 섬세하게 묘사된 캐릭터들과 켜켜이 쌓인 사건들에 집중하는 작품이다. 발로 뛰는 형사들의 탐문조사와 용의자들의 알라바이, 세세한 수사 수첩을 읽는 듯한 증언들로 독자들은 베라와 함께 수사하는 생생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반전과 속도감을 중시하는 스릴러보다는 뼈대를 점차 붙여나가며 천천히 사건의 전체를 보여주는 정통 미스터리 소설로서 애거서 크리스티 스타일의 치밀한 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나방 사냥꾼》은 2015년에 영국에서 출간된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 7편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시리즈 최신작인 8편 《The Seagull》은 2017년에 출간되었다. 구픽에서는 《The Seagull》 출간 후 베라 스탠호프 시리즈를 1편부터 차례로 국내에 소개하여 시리즈 전체를 완간할 예정이다.

 

갈망과 상실 사이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에서 만난
인생의 진짜 얼굴과 그 속에서 빛나는 위트!


131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를 관통하는 정서는 쓸쓸함이다. 브라우티건은 일본 도쿄와 미국 몬태나를 끊임없이 오가며 자유주의 정신을 잃은 미국과 그 대안인 일본 간에 존재하는 문화적 차이를 통찰하다가 공허한 인간관계와 나이 들어감의 슬픔 그리고 죽음을 의식한다.
1960년대의 자유주의 정신을 대표했던 브라우티건에게 이를 상징하던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은 큰 충격이었다. <390장의 크리스마스트리 사진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에서 그는 케네디가 암살된 해인 1963년에 대해 “12월은 미국의 모든 국기가 조기(弔旗)로 내걸렸고, 슬픔의 터널 같았다”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했다. 1976년의 일본행은 자유주의 정신을 잃은 미국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여정이었다. 그는 동서양의 차이를 통찰하고 그 면면을 특유의 위트로 유쾌하게 풀어냈다. <일본의 눈(眼)>에서는 자기가 집안의 사자(Lion)라고 거들먹거리는 일본인 남자를 보고 아내가 미국 여자였다면 저 남자의 고환을 찼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새로운 세계이자 일종의 대안으로 여겨졌던 일본행은, 그러나 낯선 외국 생활에 따른 공허한 인간관계로 이어졌다. <미지의 친구의 무덤>에서 화자는 낯선 사람에게 친밀감을 느끼지만 말없이 스쳐지나가 버린다. <내 마음속에서 끓고 있는 어떤 것>에서는 술집에서 만난 여자와 재회를 약속하지만 다음 날 장소가 기억나지 않아 인연을 놓친다. 이처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인간관계는 삶의 덧없음으로 확장된다. <마이 페어 도쿄 레이디>에서 순식간에 변하는 연극 무대와 노인으로 분장한 배우의 얼굴에서 작가는 삶의 허망함과 노년의 쓸쓸함을 상기한다. <루디 게른라이히에게 바치는 헌사 / 1965년>에서는 병사들이 죽은 애완동물을 묻는 가상의 공동묘지가 등장하는데, 한 묘비에 쓰인 “다 끝났다”라는 글귀가 삶을 바라보는 그의 인식을 짐작케 한다. 그럼에도 작가는 시종일관 특유의 위트를 잃지 않는다.
결국 브라우티건이 도쿄와 몬태나를 오가는 특급열차를 타고 가고자 했던 곳은 상실과 갈망 사이의 중간지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특급열차처럼 순식간에 지나가버리는 삶은 깊은 허망함 또한 남겼다. 그래서 그의 위트는 풍자하고 냉소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런 허망한 삶을 ‘견디는’ 행위였다. 131편의 글을 찬찬히 곱씹어보면, 문득 그 기저에 짙게 깔려 있는 죽음의 정서가 느껴지는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삶을 응축한,
한 편의 시 같은 소설


1935년 미국에서 태어난 브라우티건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던 그는 차라리 교도소에 들어가서라도 배불리 먹고 싶어 경찰서 유치장에 돌을 던졌다가 체포되어 정신병원에서 전기충격치료를 받았다. 이후 틈틈이 쓴 시를 출판사에 투고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고, 겨우 낸 첫 시집은 무관심 속에 잊혔다. 1961년 완성한 첫 소설 《미국의 송어낚시》는 출판하려는 곳이 없었다. 결국 1965년 완성한 《빅서에서 온 남부 장군》이 데뷔작이 되었다. 다행히 1967년 선배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눈에 띄어 《미국의 송어낚시》가 출판되었고, 미국에 불어닥친 반문화 운동의 바람을 타고 미국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심지어 한 신혼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미국의 송어낚시(Trout Fishing in America)’로 지을 정도였다. 그리고 한 차례 붐이 지나간 1970년대에 그는 해외, 특히 일본에서 주목받는다. 《미국의 송어낚시》 일본어판이 출간되면서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서 호평을 받은 것이다. 그 영향인지,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에서 드러나 있듯 그는 이 시기에 도쿄에서 살다시피 했고, 1977년에는 도쿄에서 만난 여성 요시무라 아키코와 재혼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함께 몬태나로 건너와 정착했지만 1980년 이혼한다. 이렇듯 작가로서 크게 성공했음에도 오랫동안 앓은 알코올의존증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 출간 사 년 후인 1984년, 브라우티건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의 나이 49세. 아무도 찾지 않는 곳에서 권총으로 자살한 그는 행방을 찾던 출판사에서 고용한 사립탐정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정확한 사망일조차 알 수 없다.
브라우티건은 떠났지만, 그의 문화적 성취는 여전히 살아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해 수많은 작가들이 지금도 그를 언급하고 그에게서 영향을 받아 글을 쓴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의 사망 이듬해인 1985년에 태어난 작가 박솔뫼는 소설 《머리부터 천천히》의 작가의 말에서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워터멜론 슈가에서》는 나를 위한 것 같다”고 쓰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미국의 송어낚시’로 바꿨던 미국 소년은 지금 일본 와세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브라우티건은 “우리 모두는 역사에서 각자 맡고 있는 역할이 있다. 내 역할은 구름이다”라고 썼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타문화를 이해하려던 그의 ‘도쿄 몬태나 특급열차’는 하늘의 흰 구름이 되어 지금도 도쿄와 몬태나를 쉼 없이 오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RkH_701__k0

 https://www.youtube.com/watch?v=jd_NPM6GRoM

https://www.youtube.com/watch?v=tOSIbS8k-wg

외아들과 함께 셋이서 평화롭게 살고 있는 구리하라가(家)에
어느 날 아침 걸려온 한 통의 전화.
전화를 건 여성은 자신을 가타쿠라 히카리라고 밝히며
‘아이를 돌려달라’고 말한다.


어느 날 아침 '아이를 돌려달라'는 전화가 걸려온다. 아사토는 구리하라 부부가 입양한 아이였다. 오랜 난임 치료 끝에 몸도 마음도 지친 이들 부부는 난임 치료를 포기한다. 그로부터 1년 후 우연히 TV에서 본 '특별양자결연'이라는 입양 프로그램을 통해 아사토를 입양한 것이다. 구리하라 부부는 자신을 아사토의 생모 가타쿠라 히카리라고 밝힌 여성과 집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여성은 아이를 미끼로 돈을 요구한다. 과거 아사토를 입양하던 날 중학생인 히카리와 직접 대면했지만, 돈을 요구한 그 여성은 아사토를 위해 매일 배를 쓰다듬고 다정한 말을 건네던 히카리가 아니었다.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오랜 난임 치료에 몸도 마음도 지쳐 버린 구리하라 부부.
열다섯 살 나이에 아이를 낳고 방황을 되풀이하는 소녀 히카리.

그러나
아침이 왔다.
끝없이 이어지는 밤의 밑바닥을 걸어,
빛 하나 없는 터널을 빠져나왔다.


중학생 가타쿠라 히카리는 언니와 함께 엄격한 교사 부모 밑에서 자랐다. 반항심에 남자친구를 사귀고 그만 임신을 하고 만다. 그 사실을 뒤늦게 안 부모님은 아이를 낳아 입양을 보낼 수 있는 '특별양자결연' 프로그램을 찾아내고, 히카리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히로시마까지 가서 출산을 준비한다. 히카리는 드디어 아기를 낳아 구리하라 부부에게 입양을 보낸다. 다시 학교로 돌아간 히카리는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가출한다. 출산 준비를 했던 히로시마를 찾아간 히카리는 그곳에서도 방황을 거듭하며 계속해서 위기를 맞게 되는데…….

연이어 화제작을 발표한 나오키 상 수상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가 이번엔 사회파·가족 미스터리라는 새로운 경지에 도달했다. 아이를 낳지 못한 여자와 아이를 낳았으나 놓아야 했던 여자. 완전히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인생과 갈등의 이야기가 작가의 섬세하고 잔인하리만치 세밀한 묘사로 그려진다. 작가가 펼쳐 놓는 두 여성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코끝이 찡해지며,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내내 끌려가다 보면 결국 마지막에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감동의 미스터리다.

여성들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필력을 자랑하는 츠지무라 미즈키가 부부의 고통스러운 난임 치료 과정과 그 속에서의 부부의 심리를 묘사하는 부분은 단연 압권이다. 병원에서 의사로부터 난임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남편 기요카즈의 모습과, 그런 남편을 안타까워하는 사토코의 모습이 애처로울 정도로 잘 묘사되어 있다. 난임 치료에 있는 힘껏 노력하지만 그만큼의 대가는 돌아오지 않는다. 두 사람의 생활에서는 이미 생기가 사라진 지 오래다. 다시 난임 치료를 받으러 먼 오카야마까지 가려고 공항에 간 두 사람. 부부만 알 수 있는, 힘겨운 나날을 함께 보낸 부부만 알 수 있는 공기 속에서 한 사람이 먼저 결론을 낸다. 서로 차마 할 수 없었던 말을 먼저 꺼낸다.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치료를 포기하자’는 말을 문득 생각해 낸다. 아이에 대한 희망을 놔버린 장면을 읽은 순간, 그동안 읽었던 부부의 힘겨운 장면이 떠오르며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또한 입양이라는 사회적이면서도 지극히 가족적인 소재에 막장이 아닌 미스터리를 접목한 저자의 역량이 놀랍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난임 치료 끝에 아이를 입양한 가정을 취재하고 자료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뜻밖에도 입양 사실을 유치원 교사나 이웃 등에 알리는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또 아이를 입양한 엄마가, 자신은 치료를 거쳤음에도 아이를 갖지 못했기에 아이의 생모를 질투하겠거니 짐작했지만, 실제로는 그 생모가 아이를 낳아준 덕분에 자신이 입양을 할 수 있었다며 생모까지 포함해서 자신들의 가족으로 여기는 가정이 의외로 많았다고 한다. 독자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입양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에서 벗어나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입양 가정의 사연을 성실히 그리면서도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해 재미를 더한 작품이다.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우리에겐 미국판 자연인이라고 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출판사 관계자가 TV를 잘 안보나 봅니다.

“『월든』을 쓴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진정한 은둔자’가 아닙니다.” 나이트가 말했다.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 크리스토퍼 나이트,
수줍음 많고 똑똑했던 스무 살 청년이
숲으로 잠적한 까닭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만 않았을 뿐, 세상에 존재하기를 중단하다!”

고독과 야생에 대한 명상이자,
자기 방식대로 살기 위해 벌인 분투기!

전설적인 숲속의 은둔자를 찾고자 하는,
메인 주민들의 기상천외한 전쟁이 시작됐다!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자기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던, 한 인간의 역사


세상에 존재하지 않길 바라나, 죽음보다는 은둔을 택한 사나이
그가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은?


지난 2013년 4월 4일, 이른바 ‘미국판 로빈슨 크루소’라 불리는 크리스토퍼 나이트가 체포됐다. 그는 무려 27년 동안 미국 메인 주의 노드 숲속에서 은둔 생활을 하면서 인근 야영장에 내려가 사람들의 물건을 훔치는 등 1,080건의 절도 행각을 저질러왔다.
(한국관련기사_http://news.mt.co.kr/mtview.php?no=2013041115321563551&outlink=1&ref=https%3A%2F%2Fsearch.naver.com 참조)
1986년 컴퓨터 기술자를 꿈꾸던 얼리어답터, 번듯한 직업도 있고 똑똑했던 스무 살 청년이 갑자기 아무런 이유 없이 바깥세상과 연락을 끊고는 숲속에 들어가 혼자 생활하기 시작한 까닭은 무엇일까? 오직 길을 잃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는 생존을 위해 한 해에 40회에 걸쳐 식료품을 훔쳤다. 캠프장의 물건이 사라지면서 오랫동안 인근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근처 연못의 이름을 따서 ‘노스 폰드(North Pond)의 은둔자’라는 인물에 대한 괴담이 떠돌았다. 지역사회에 불안을 심어주는 인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마침내 나이트의 기나긴 절도 행각은 캠프장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로 인해 덜미를 잡히고 만다.

캠핑과 독서는 인생의 큰 즐거움… 은둔자,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었으니, 얼마나 근사한 삶이었을까?


이러한 기사를 접한 기자 마이클 핀클은 크리스토퍼 나이트에 대해 호기심이 발동했다. 자신과 연배도 비슷한데다 숲과 야영을 좋아하고, 독서를 즐겨하는 자신의 성향과 비슷한 나이트를 동경하게 된 것이다. 이에 핀클은 나이트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했고, 그에게서 「답신」을 받으면서 관계가 형성된다. 핀클은 나이트를 취재하기 위해 감옥에서의 면담은 물론, 재판정 취재, 노스 폰드에 있는 그의 야영장을 수차례 답사했다. 뿐만 아니라, 야영장 인근 주민, 나이트를 상담한 정신과 의사, 변호사, 경찰, 가족에 이르기까지 총 14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일을 넘어,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 우정을 나누게 된다. 숲에 있어야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혼자 있는 것이 가장 편한 나이트. 그런 그를 지역사회와 법원에서는 정신병자 취급을 하며 억지로 가정과 사회로 섞이게 하려 했으니, 무리한 요구였다.
그리하여 나이트는 자신이 제자리에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해준 지구상 유일한 장소인 숲으로 돌아가고자 했다. 하지만 그러자면 감옥에서 7년을 보내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소망인 자연으로 사라지는 게 불가능해지자, 스스로 세상에 녹아들어 없어지기를 바랐다. 마침내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던 핀클과의 교제도 거부하고 만다. 결국 마지막 나이트의「편지」에서 삶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를 본 핀클은 그를 그대로 놔두기로 한다.

속세를 떠나 숲으로 들어간 은자, 지혜의 원천으로 여겨져
『월든』의 저자 소로, 파티 열며 도시인과 어울렸으므로 진정한 은둔자 아냐


예로부터 은둔자는 ‘인생의 위대한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지혜의 원천’으로 여겨졌다. 예수, 싯다르타, 무함마드, 다윈, 에디슨, 에밀리 브론테, 반 고흐, 플래너리 오코너, 멜빌, 소로 등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 중 은둔자인 동시에 작가, 화가, 철학자, 과학자였던 이들의 이름은 끝도 없다. 이들은 한결같이 ‘절대적으로 홀로 있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대한 업적을 남기자면 고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관계장애를 겪으면서도 공적으로 이루어낸 업적은 많은 것이다.
최근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 등 사회성이 부족해 가족을 등지고, 학교나 회사도 그만두는 사람이 늘고 있다. 즉 혼자 있는 것이 편한 것이다. 도시의 소음이나 정신없는 일상에 염증을 느껴 자발적인 고립을 스스로 선택해 세상을 등지는 경우도 많다. 주말마다 캠핑을 즐기는 경우도 여기에 해당된다. 오죽하면 ‘멍 때리기 대회’라는 것도 개최되겠는가? 소음에 피로해 적막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이다.
이 책은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고립된 은둔자에 대한 단순한 취재기가 아니다. 고독, 야생, 생존에 대한 명상기이자, 과연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있다. 오직 자신만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감동의 메시지를 담은 책이다. 내향적인 성격이라 관계에 지쳐 있는 현대인이라면 늘 동경하는 숲속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방법 제시에서부터 두 남자의 진솔한 정신적 교류에 이르기까지, 일상에서 일탈하고자 하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삶을 성찰할 기회로 읽어볼 만하다.
바야흐로 캠핑하기 좋은 계절 가을, 진정한 은둔자 크리스토퍼 나이트의 발자취를 찾아 독서의 세계로 흠뻑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도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환경에 관해 다룬 책입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비둘기. 달팽이, 은행나무 등도 있고 터키 콘도르? 라고 물음표가 붇는 항목들도 있습니다. 서양 사람들도 은행을 먹는가 궁금해서 그 항목만 잠깐 읽어봤는데 그렇게 익숙한 일은 아닌모양입니다.

 

멀리 떠나지 않고도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매일 마주치던 길목에서 새롭게 만나는 자연 이야기


어린이집에서 걸어오는 길, 아이는 보이는 모든 것의 이름을 묻는다. 아이의 질문에 그냥 “나무”와 “또 다른 나무”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던 아버지는 결심한다. 아이에게 나무의 이름을 제대로 가르쳐주겠다고. 이 결심은 우리 곁의 동식물을 조사하는 프로젝트로 발전하고, 그렇게 이 책이 시작된다.
멀리 떨어져 있으며 추상적인 자연은 이상화되기 쉽다. 그래서 자연을 생각할 때 우리는 좋은 면만 보거나 반대로 나쁜 면만 보곤 한다. 그런데 자연과 더욱 조화로운 관계를 맺고 싶다면, 자연을 속속들이 봐야 한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동시에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성가시기도 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비둘기나 개미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는 어디에나 흔히 존재해 눈에 띄지 않는 야생 생물에 대해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하며, 아이처럼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은 기대 이상의 기쁨과 의미로 가득 찰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몰랐던 도시》를 읽는 동안 독자들은 작고 낮은 달팽이의 시각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된다. 반대로 높은 하늘을 나는 터키콘도르의 시야도 경험할 수 있다. 늘 곁에 있지만 눈치채지 못했던 비둘기와 개미의 위대함을, 까마귀의 놀라운 지능과 문화를 알고 놀라게 된다. 또한 이 이야기는 흥미진진한 다람쥐의 생활을 엿보게 해주고, 은행나무와 함께 먼 과거를 들여다보게 해주며, 잡초와 같이 보잘것없는 것들의 유용함을 전해준다.
당신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 사는 도시, 국가, 대륙이 어디든 관계없다. 당신이 매일 거니는 그 길에는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생물들은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어디서나 우리는 자연 속에 살고 있다고, 새로운 눈을 뜨고 우리를 둘러싼 자연을 볼 수 있다면 이전과 다른 일상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이러한 인식 변화는 우리의 삶에 엄청난 가치를 더해줄 수 있고 어쩌면 세계를 구하는 첫걸음이 될지도 모른다. 자, 이제 저자의 안내를 따라 산책을 시작하자.

“자연은 이미 우리에게 적응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감각!


아이와 거닐다 보면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게 된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우리 주변 세계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 딸 덕분에 매일 지나치던 나무에 작고 노란 꽃이 피어난 것을 알아차리고, 이전에는 그저 ‘나무’였던 것의 이름도 알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도시(Unseen City)”라는 제목이 와 닿는 이유다.
도시는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졌고, 인간의 쓸모에 맞춰 계속해서 변하는 장소이다. 그런데 인간이 살기 편하자고 도시를 만들었지만, 이곳에서도 생명은 솟아나고 번성한다. 물, 비료, 심지어 흙이 없는 곳에서도 뿌리를 내리는 잡초를 보라. 뜨거운 여름이든 추운 겨울이든 잘 견디고 번성하는 은행나무를 보라. 풀밭이든 콘크리트 바닥이든 어디서나 발견되는 개미를 보라. 저자는 말한다. “자연은 이미 우리에게 적응했다.” 인간과 자연은 함께 살 수 없을까? 도시를 떠나야만 자연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책을 읽고 답할 수 있다. “인간은 어디에서나 자연과 함께 살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새로운 감각이다. 아이의 질문에 귀 기울여보자. 아이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세상이 온통 경이로 가득 차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가 우리를 둘러싼 것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나무와 새들이 다른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땅이 우리에게 속하기 전에 우리가 이 땅에 속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땅에 속할 수 있다.”


인간의 도시에 적응한 생물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매력을 탐구하다


“내가 이 책에서 다룬 생물 종들은 기껏해야 눈에 잘 띄지 않고 최악의 경우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와 가장 가까이 있는 자연을 가장 존중하지 않는다. 험프리스는 《슈퍼비둘기》에서 이렇게 밝힌다. “우리는 서식지를 조성하고 파괴하며, 게놈을 만들어내고, 다른 종들의 전 세계적인 이동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나 식물과 동물이 인간의 변화에 적응해 번성하는 식으로 응하면 실망하고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
우리가 지나간 자리에서 갑자기 나타난 생물은 인간의 환경 파괴와 관련을 맺고 있기 때문에 자연이 변질된 결과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반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오히려 이런 종들이 가장 필수적이고 창의적인 자연을 보여준다는 생각이 든다.”

*비둘기는 어쩌다 혐오의 대상이 되었나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고 싶다면 비둘기야말로 아주 좋은 출발점이다. 우리와 가장 가깝게 살면서도 혐오를 넘어 공포의 대상이 된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비둘기에 대한 혐오감이 호기심으로 바뀌고, 미안함으로 바뀌며, 감탄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비둘기는 사실 평화의 상징이었다. 짝을 찾으면 평생을 함께하기 때문에 부부 금실의 상징이기도 했다. 비둘기는 헌신적인 부모이고, 평등한 육아 분담의 모범이다. 그런데 인간이 ‘닭둘기’, ‘쥐둘기’라 불리는 지금의 비둘기를 만들었다. 인간은 비둘기를 도시로 데려와서 풀었고, 음식물 쓰레기를 먹고 자라게 했다. 인간이 주는 먹이를 먹고 비둘기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특히 비둘기에게 정기적으로 먹이 주는 이들은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로 밝혀졌는데, 그들을 소외시킨 것 또한 인간이다. 이렇게 온갖 방식으로 비둘기를 사육하는 인간들은 그에 따른 책임은 회피하며 비둘기를 미워하고 있다. 어쩌면 비둘기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기에 그들을 불편해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람쥐에 대해 알지 못했던 사실

지금의 다람쥐는 최초의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에 발을 디디기도 전에 생겨난 종이라고 한다. 이 고대의 동물은 다른 수많은 생물 종이 멸종되는 와중에 인간의 도시에서 번성하고 있다. 사실 다람쥐는 인간에 의해 도시로 강제 이주를 당한 거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야생 동물을 도시의 문명 속에 편입시키려는 마음으로 도시에 다람쥐를 풀어놓고 먹이와 둥지상자를 제공했다. 센트럴파크를 디자인한 옴스테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다람쥐의 도시화에 일조한 셈이 되었는데, 가로수와 전깃줄이 다람쥐에게 훌륭한 쉼터와 이동수단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다람쥐는 도토리를 맺는 참나무와 특별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보인다. 배고프지 않을 때의 다람쥐는 도토리의 가장 맛 좋은 부분만 먹고 나머지는 버린다. 그런데 배아는 다람쥐가 먹지 않는 부분에 있다. 나무는 도토리의 절반을 내어주면서도 중요한 부분은 보호하고, 다람쥐는 식량을 얻고 나무의 씨앗을 퍼뜨리며 협력 중이다.
다람쥐가 멍청해서 열매를 묻고는 잊어버린다는 뜬소문도 있는데 말 그대로 뜬소문이다. 다람쥐는 기억력이 매우 좋다. 그들은 인간과 대결할 정도로 똑똑하고 재미있는 동물이다.

* 제대로 놀고 싶다면 까마귀에게 배우라

까마귀는 비둘기만큼이나 많은 오해를 받는 것 같다. 인간들은 까마귀를 불길한 징조를 나타내는 새로 여긴다. 그러나 그들은 굉장히 익살스럽고, 매우 똑똑하다. 까마귀는 인간의 얼굴을 구분할 수 있어서, 자기를 화나게 한 인간을 괴롭히고 도와준 인간에게는 보답한다. 그 때문에 까마귀를 꺼림칙한 새로 생각하게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에 나오는 까마귀의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절로 웃음이 나고 까마귀를 좋아하게 될 것이다.
까마귀는 창의적인 동물로,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심지어 만들기까지 한다. 그들은 인간이 조성한 도시 환경을 잘 이용한다. 도로에 견과를 떨어뜨리고 신호를 기다렸다가 보행자들과 같이 걸어가 부서진 견과류 알맹이를 먹는 모습도 종종 발견된다. 까마귀의 지능은 영장류와 맞먹는다. 심지어 자손과 동료에게 그 교훈을 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놀고 장난치고 앙심을 품는 까마귀 집단이나 까마귀 장례식 이야기를 읽다 보면 우리는 까마귀에게도 문화가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까마귀는 정말 놀이를 좋아한다. 까마귀는 플라스틱 조각을 사용해 눈 덮인 지붕에서 썰매를 타듯 내려오기도 하고, 축구 경기장 위에서 종이 공으로 경기를 하듯 놀기도 한다. 까마귀가 놀이할 때면 인간과 마찬가지로 뇌에서 엔도르핀으로 알려진 화학물질이 분비된다고 한다.


도시 생활자에게 산책을 권하다


우리 중 대다수는 도시를 떠나야만 자연을 느끼지만, 출퇴근길 지하철역까지 걷는 것도 숲을 산책하는 것만큼 매혹적일 수 있다. 저자의 목표는 독자들이 책을 손에서 내려놓고 동네를 거니는 것이다. “자연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책이다. 이 책이 당신을 문밖으로 나서게 하고, 그 후로도 계속 밖으로 나설 수 있도록 흥미를 일깨우면 좋겠다.” 이를 위해 저자는 관찰 일지 적기, 먹기 좋은 식물 찾기,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관계 맺기 등 도시의 출퇴근길에서도 자연의 경이를 느끼는 데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의 부록에서는 한국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과학 프로젝트도 담았다.

“당신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엄청나게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아침에 버스를 기다리거나 점심을 먹거나 저녁에 집까지 걸어오는 동안에도 당신은 자연 속에 있을 수 있다. 경이로움은 장관을 이루는 어딘가로 차를 몰고 가서 외부에서 만날 수 있는 게 아니다. 경이로움은 내부에서부터 온다. 자연 세계와 경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서는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약간의 노력만으로도 만족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시각이든 청각이든 상관없다.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을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아이의 눈을 갖게 될 것이다. 출퇴근이 반복되는 삶에 질린 당신에게,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생활에 지친 당신에게, 도시에 사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CPmrIpX30BA

https://www.youtube.com/watch?v=GIQn8pab8Vc

유례가 없을 만큼 방대하고 세세한 정보와 고증은 이 책의 흥미 요소이다. 데이비드 매컬로는 국회도서관, 스미소니언 연구소, 데이턴 소재 항공 유물 국립공원 등 여러 곳에서 수집한 라이트 형제에 관한 자료들을 모아, 한 편의 서사시를 만들었다. 풍부한 도판 자료는 매컬로의 글과 어울려 한층 더 현실감을 더해준다. 저자는 라이트 형제의 인간적인 측면을 잘 보여주는 것은 물론, 당시 미국의 시대적 분위기, 항공학 분야 등을 폭넓게 보여줌으로써, 비행기의 발명을 개인의 문제를 넘어 역사적인 사건으로 다룬다.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발명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들이 어디에서 어떤 실험을 했는지, 누구의 영향을 받으며 교류를 했는지, 해당 시대에 항공학은 어디까지 발전해 있었는지를 자료를 통해 엄밀하게 보여준다. 이런 자료들을 통해 저자는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을 단순히 휴머니즘적인 요소들로 채우는 게 아닌, 역사적이고 학술적으로 접근한다. 그들이 비행기를 발명했다는 단순한 사실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업적을 이루기까지의 과정을, 그들이 나눈 편지, 그들이 읽은 책, 수많은 실험들, 토론 등을 통해 보여준다. 이를 통해 우리는 비행기의 아버지라는 모습으로 우상화된 라이트 형제가 아닌, 다분히 인간적인 라이트 형제의 삶을 엿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X_vDyMyHMY

 https://www.youtube.com/watch?v=x_YL1l8Bg6s

“어떤 사람은 체포되고, 어떤 사람은 살해되고,
어떤 사람은 떠나고, 또 어떤 사람은 들어오지.”
다양한 인생이 마주치는 곳, 그랜드 호텔

문학으로 바이마르 시대 독일 사회를 해부한
비키 바움의 대표작 최초 완역


1차대전 패전 이후, 독일의 대중문화가 꽃을 피운 바이마르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 작가 비키 바움Vicki Baum(1888~1960)의 장편소설 『그랜드 호텔Menschen im Hotel』(대산세계문학총서145)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27년간 성실히 일했으나 늘 궁핍하고, 애정 없는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크링엘라인은 죽음이 임박하자 모은 돈을 다 써버리기로 작정한다. 그는 자기 회사 사장이 이용한다는 베를린의 최고급 호텔, ‘그랜드 호텔’을 찾는다. 밤마다 발레가 공연되고 술집에는 노름꾼들이 모여들어 일확천금을 꿈꾸는 이 도시에서, 가난한 귀족은 호텔의 매니저 혹은 도둑이 되고, 내리막을 걷고 있는 발레리나는 자살을 생각한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한쪽 얼굴을 잃은 의사는 모르핀에 빠져들고,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돈을 위해 자기 자신을 거래하며, 속임수로 합병을 추진하던 방직공장 사장은 비서와 바람을 피우다 범죄에 휘말린다.
『그랜드 호텔』은 최고급 호텔에 묵는 여러 인간 군상을 통해,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피폐하고 불안한 패전 이후의 대도시 베를린의 삶을 보여준다. 로맨스와 범죄가 섞인 이 소설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 정도로 대중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이자, 패전과 정치적 대변혁으로 가치관이 변화하고, 여성주의 물결 속에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며, 대중문화에 열광하던 바이마르 공화국의 모습을 담은 사회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중문화의 황금기 바이마르 시대 + 여성해방운동
-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의 등장


독일에서 여성 문학은 중세 수녀원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오랫동안 상류층 여성의 전유물이었다. 이들의 글은 주로 신앙 고백, 결혼 이야기, 가정사, 여행기 등, 여성적 미덕을 강조하는 계몽적이며 교육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패전과 함께 봉건 왕정이 무너지고 1919년 바이마르공화국이 출범한 뒤부터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바이마르 공화국은 비록 14년밖에 존속하지 못했지만, 이때만큼 엄청난 도약과 변화를 겪은 시대는 독일 역사상 찾아볼 수 없다. 수도 베를린은 일자리를 찾아서 모여든 사람들로 넘쳐났고, 여성들에게도 자기 계발과 발전의 가능성이 활짝 열렸다. 여성들은 이른바 3K(Küche, Kirche, Kinder/ 부엌, 교회, 아이들)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여성 공간에서 나와 사회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으며 베스트셀러 여성 작가들이 등장했는데, 비키 바움도 그중 하나이다. 이 시대의 수혜자이자 개척자인 비키 바움은 잡지사와 출판사에서 일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는데, 특히 대형 출판사의 집중적인 후원하에서 인기 작가로 부상했다.
독일의 저명한 출판사인 울슈타인 출판사의 주간지 『베를리너 일루스트리어테 차이퉁』에 연재되었던『그랜드 호텔』은 1929년 출간되어 1931년까지 약 6만 부가 판매되었고, 20여 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독일과 미국에서 연극과 영화로 제작되고 아카데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는 등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대형 출판사의 마케팅까지 가세해 바움은 과거 어느 여성 작가도 누리지 못한 부를 누렸다.

문화의 변곡점, 20세기 초 베를린을 짜 넣은 사회소설

『그랜드 호텔』은 주간지 연재소설로, 대중의 사랑을 받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흔히 이야기하는 대중/오락소설과는 거리가 있다. 이 작품은 대중/오락소설이 갖는 일반적인 특징, 예컨대 감상성, 관능성, 상투적인 인물 설정, 현실 도피를 따르지 않는다. 감상성을 거부하고 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서술과 비판을 담았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일종의 시대/사회소설로 볼 수 있다.
20세기 초반 독일의 수도 베를린. 대극장에선 발레가 공연되지만 관객이 없다. 젊은이들은 영화에 빠져 있고, 밤이면 사교춤, 도박, 자동차 경주가 열리고, 호텔 로비에는 기업가들이 모여서 불법적인 사업 확장을 의논한다. 호텔방에서는 전쟁터의 부상자가 모르핀을 주사하고, 매스미디어에 밀려 한물 간 발레리나는 자살을 시도한다. 배우 지망생인 아름다운 젊은 여성은 임시 속기사로, 부자들의 여행 파트너로 돈을 번다.
이 작품을 쓰기 위해 비키 바움은 호텔 메이드 생활을 경험했으며, 도둑질하기 위해 호텔의 벽을 올라간 남작의 이야기나 비서와 바람을 피우다 범죄에 휘말린 중소기업 사장 이야기는 당시 신문에 보도되었던 사건에서 힌트를 얻었다. 『그랜드 호텔』은 1차대전 패전 후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에 실제로 존재했던 베를린 중심가와 유흥가를 묘사하며 화려한 외양과는 달리 피폐하고 불안한 당시 베를린의 삶을 보여준다.

자본가와 노동자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는 인간 군상극인 이 작품에서도 주된 이야기는 두 개의 커다란 줄기를 따라 진행된다. 하나는 발레리나 그루진스카야와 빈털터리 가이거른 남작의 범죄가 은폐된 사랑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회장 프라이징과 말단 직원 크링엘라인 간의, 즉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충돌이다.
27년간 성실히 일했으나 기운 멜빵과 고양이털을 덧댄 옷을 입어야 하고, 선물받은 과학 잡지마저 읽지 못하고 폐지로 팔아야 하며, 20년 넘게 일한 회사에서 한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 방직회사 말단 직원 크링엘라인은 죽음이 임박하자 삶이 억울하다. 진정한 삶을 살지 못했다고 느낀 크링엘라인은 평생 모은 재산을 가지고 자신의 회사 회장 프라이징이 이용한다는 ‘그랜드 호텔’을 찾지만, 초라한 행색에 문전박대 당한다. 그는 “어떻게 총회장이 묵을 방은 있고, 내가 묵을 방은 없다는 겁니까!” “나도 최고 호텔에 투숙 좀 해봅시다”라며 따지고, 자신을 홀대하는 프라이징에게 “프라이징 씨, 세상이 당신 것입니까? 당신이 나하고 다른 게 뭡니까! 우리 같은 인생은 살 권리도 없습니까” “내가 쓰레기라면 프라이징 회장님, 당신은 더 형편없는 쓰레기”라며 분노한다.
이러한 프라이징 회장과 크링엘라인의 대결 구도는 자본에 의해, 술수와 착취에 의해 소수가 부를 독식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속품처럼 취급당하고, 전 인생을 바쳐도 가난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노동자의 억울한 심경을 대변하여 독자들의 호응을 얻어냈다.

페미니즘
이 작품은 여성주의적인 주제나 주장을 전면에 드러내지는 않는다. 비키 바움은 성적 결정권을 가진 주체적인 여성에 관심이 많았는데, 바움이 활동하던 당시는 자신을 희생하여 남성을 구원하는 가부장적 성 질서를 무너뜨리고 자유로운 삶을 모색하는 여성, ‘해방된’ 여성상이 대두되던 시기였다.
프라이징 회장의 속기사 겸 배우 지망생 플램헨은 “사무실에서 근무하기에는 넘치는 외모 때문에” 헐값으로 광고 사진 모델도 하고 부자들의 여행 파트너가 되기도 한다. 그녀는 자신의 성적 매력을 활용하여 주체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독립적인 여성으로, 자신의 삶의 방식에 대한 도덕적인 갈등 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녀의 태도는 1970년대 페미니스트들의 ‘내 몸은 나의 것’이라는 슬로건을 상기시킨다.
1세기 전 활동한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상황상 사고의 한계가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 플램헨은 여성 자신의 육체, 섹슈얼리티를 발견하고 자신의 뜻에 따라 자신의 삶을 개척하는, 연재 당시 여성 독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최첨단의 캐릭터였다.

 

 민음사에서 나왔다가 현재는 절판된 <티보가의 사람들> 전집을 괜찮은 가격에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회색노트>, <소년원>, <아름다운 계절>, <진찰>, <라 소렐리나>, <아버지의 죽음>, <1914년 여름>, <에필로그>로 이어지는 8부작의 이야기를 다섯권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마지막 별권인 회상은 본편과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는 긴 후기 혹은 짧은 회고록입니다.

 

 현재 <티보가의 사람들> 전편이 모두 수록된 판본은 동서문화사 판본 뿐입니다.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책들이 세간의 평이 안좋기로 유명해서 더 싸게 구할 수 있었지만 중고로 이 판본을 구입했습니다.  시리즈 중 1부인 <회색노트>는 여런 출판사에서 나와있고 민음사에서도 같은 번역본을 이용해 쏜살문고의 하나로 출간했습니다. 같은 번역자의 작품이지만 번역의 미묘한 차이가 있어 참고하시라고 앞부분을

올렸습니다. 

 

전집판 번역

 

 보지자르 가() 모퉁이에 이르러 두 사람이 어느덧 학교 건물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 오는 동안 아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았던 티보 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 이번만은, 앙투안느, 정말이지 이번만은 정도가 지나쳐!” 청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학교는 문이 답혀 있었다. 일요일인 데다가 밤 아홉시였다. 수위가 작은 문을 반쯤 열어주었다.

 

 제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하고 앙투안느가 고함치듯 말했다. 수위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티보 씨는 발을 굴렀다.

 

 비노 신부를 불러주시오.”

 

 수위는 앞장서서 응접실까지 가서는 호주머니에서 작은 양초를 꺼내어 촛대에 꽂고 불을 켰다.

문고판 번역

 

 두 사람이 보지자르 가() 모퉁이에 이르러 어느덧 학교 건물을 따라 걷기 시작했을 때, 오는 동안 아들에게 말 한마디 건네지 않던 티보 씨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 이번은, 앙투안, 정말 이번은 정도가 지나치구나!” 청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학교는 문이 닫혀 있었다. 일요일인 데다가 밤 9시였다. 수위가 작은 문을 반쯤 열어 주었다.

 

 혹시 제 동생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하고 앙투안이 고함치듯 말했다. 수위는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티보 씨는 발을 굴렀다.

 

 비노 신부를 불러 주시오.”

 

 수위는 앞장서서 응접실까지 가서는 호주머니에서 작은 양초를 꺼내어 촛대에 꽂고 불을 켰다.

 

모두 2천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에 알베르 까뮈로부터 "최초의 앙가주망(engagement, 예술가들의 사회참여)소설"이라는 평을 받았던 마르탱 뒤 가르의 연작소설. 에필로그까지 합쳐서 총 8부로 이루어져 있고, 그중 7부에 해당하는 '1914년 여름'은 1937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다.

소설은 티보가의 두 아들인 앙투안느와 자크 티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여러모로 상이한 두 티보 - 형은 현실적이고 보수적이며 성실하나 동생은 시적이고 반항적이며 자유롭다 - , 거기다가 자크의 둘도 없는 친구로 우아하지만 절망에 빠진 예술가 다니엘, 봉건적인 아버지 티보, 두 형제에게 사랑과 인생과 기타 등등의 것들을 가르쳐주는 여인들이 합세한다.

1부 '회색 노트'부터 6부 '아버지의 죽음'까지는 주로 두 티보의 성숙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천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것은, 이야기가 시간을 따라가며 서술되지 않고 가장 인상적인 어느 한 순간만을 압축해 묘사하기 때문이다.

그 순간들이란 자크와 다니엘의 가출('회색 노트'), 소년원에 보내진 자크와 그를 안타까워하는 앙투안느의 방문('소년원'),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한 자크의 내적 성장과 앙투안느의 성숙한 사랑('아름다운 계절'), 앙투안느가 의사로서 의무를 깨쳐가는 과정('진찰'), 또다시 가출을 하여 혁명가적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한 자크와 그가 쓴 단편소설을 앙투안느가 읽게 되는 일('라 소렐리나')이다.

각각의 순간은 사실주의에 입각한 작가의 시선에 의해 세심하게 그려져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은 압축돼 있고 불연속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읽는이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으면서도 두 티보가 서서히 변해가는 과정을 상상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1914년 여름'은 이제까지의 가정사에서 탈피해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상을 반영한다. 제1차 세계대전을 대하는 두 티보의 서로 다른 태도(앙투안느는 조용한 일상을 계속 지켜나가는 시민으로 남고, 자크는 반전론자이자 혁명적 사회주의자로 활동한다)를 통해 전란의 혼란스러움을 묘사한다.

스웨덴 한림원이 밝힌 노벨문학상 선정이유 역시 '인간의 투쟁과 현대 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날카롭게 묘사한 힘찬 사실주의를 높이 평가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완역되는 이 '잊혀진' 대작은 정지영 교수의 10여년의 번역끝에 선보이는 것. 이 번역의 부산물로 <프라임 불한 사전>을 얻었다고 말할 정도다. 각 권마다 각 부에 대한 작품해설이 딸려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jU6ZjrQulc

 

상자안의 글들은 인터넷 서점에서 퍼온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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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19-12-09 13:45:05

 덕분에 좋은 책들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틈틈이 찾아봐야겠습니다.

WR
2019-12-09 16:26:01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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