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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MBC특별기획 드라마 분노의 왕국(1992) 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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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25 00: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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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왕국]

방영 : 1992년 4월 6일~5월 26일

원작,극본 : 문영남

연출 : 이관희

출연 : 변영훈, 김희애, 이정길, 고두심, 김무생, 임채무, 오현경, 송승환, 김소이 등

 

1992년 MBC특별기획 16부작 미니시리즈 [분노의 왕국] 제2부이다.

 

주일 한국대사관. 1부 끝에서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된 상황이다. 한국의 고질적인 생방송 드라마답게 [분노의 왕국]도 본 방영 두달여에 앞서 미리 찍어 놓은 초반 회차의 전개 속도는 빠르고 편집과 리듬감도 훌륭하다.

 

"일본은 지금 경제대국에서 정치대국으로 도약하려고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이번 일로 일본 위상에 먹칠을 할 필요가 없다는게 일본측의 입장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입장은 뭐죠?"

 

1부 끝에서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이 실은 남편 이하연이 일본 도쿄에서 경매사기죄로 잡혀 들어간게 아니라 1990년 11월 12일 일왕 암살 미수범으로 체포된 것이라고 밝혀서 충격을 받은 민재경. 그녀는 남편과 면회는 커녕 어디로 잡혀 들어갔는지도 모르는 상태인데 주일 한국대사관 측에선 민재경에게 일본을 떠나라고 강요한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남한과 북한을 놓고서 교묘하게 이중 외교를 벌여 우리 정부를 긴장시켜 왔어요. 이번 사건은 한일관계에 도움이 되질 못합니다. 이하연씨가 저지른 일은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높습니다."     

 

일왕 암살 미수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이유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선 일본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의 생사가 확인되지도 않았고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출국할 수 없다고 완강히 버티는 민재경. 남편의 구호를 위해 그녀가 생면부지의 일본 도쿄 땅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대사관 직원을 들들 볶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주일 한국대사관은 이하연과 면회조차도 시켜주지 않고 투옥된 장소도 알려주지 않으면서 대체 미국에 있던 민재경을 왜 일본으로 불러들였을까. 타국에 있는 이하연의 아내를 일본으로 불러 들였으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기껏 미국에 있던 민재경을 속여서 오게 해놓고 한다는 소리가 실은 이하연은 일왕 암살 미수범으로 체포된 것이고 면회는 커녕 투옥된 장소도 알려주지 않겠다는 것인데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 

 

주일 한국대사관 측이 민재경을 부른 목적은 유도 질문을 통해 감옥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이하연의 일왕 암살 이유를 조금이라도 파헤치기 위해서인데 문제는 대사관 사무실에 민재경이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대사관 직원이 질문 몇개를 하다가 바로 진실을 불어 버렸다는 것이다.

 

일본 측은 국제사회의 이목이 부담스러워 이하연의 일왕 암살 미수 사건을 덮으려고 하고 보안에 철저하다. 이 사건은 외부에 전혀 유출되지 않았다. 이하연은 가족들과의 면회도 금지된데다 투옥 장소도 비밀이다. 상황이 이 정도로 심각하고 비밀스럽게 진행되고 있는데 대사관 직원은 이하연의 아내인 민재경을 불러 들여서는 유도 질문 몇개를 던지다가 실패한듯 싶자 바로 사실을 말해버린다. 민재경이 도쿄에 온 상황과 사건 전개의 맥락이 부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더군다나 민재경은 유학파 출신의 수재이며 현 뉴욕타임즈 기자이기까지 하다. 

 

일본 측이 이하연 사건을 이 정도로 비밀리에 진행시키고 싶었다면 뉴욕타임즈 기자이며 일어까지 능통한 민재경을 그렇게 쉽게 불러들여서는 안됐다.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도 입이 너무 가볍다. 민재경이 일본 측의 감시를 받아가며 남편 이하연의 구호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계기에서 설득력이 떨어지며 민재경이 쓰는 탄원서를 통해 이하연의 생애를 짚어내는 방식도 억지스럽다. 설정에 맞는 그림이 입혀져야 하는데 설정 따로, 전개 따로다. 문영남의 극본은 개연성이 부족하다.  

 

입이 싼 주일 한국대사관 담당 직원은 급기야 민재경에게 이하연이 일왕 암살에 실패하자 현장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가 저지당했고 그나마 애꿎은 경호원 한명만 희생했다는 사실까지 전한다. 절망하는 민재경. 말이나 안 하면 모르겠는데 대사관 직원은 민재경한테 기밀을 다 말해놓고는 그냥 돌아가라고 하니 환장할 지경이다.

 

그때 대사관 직원이 민재경 담당 직원한테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며 신문을 가져다 준다.  

 

신문에는 경매사기죄에 연루되어 야쿠자한테 목숨을 읽은 최불암의 부고 기사가 나와 있다.

 

"50대 재일 한국인, 알콜 중독에 절도 전과만 자그만치 17범인데 강변에서 변사체로 발견됐습니다."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과 말이 안 통하자 만나도 소용이 없을 거라는 대사를 직접 만나러 가는 민재경. 화려한 허리띠가 눈에 띈다. 민재경은 반지도 대여섯개씩 끼우고 다니는 멋쟁이.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이 경고한 것처럼 대사는 만날 수 없었다. 대사관 직원은 매일 찾아오는 민재경에게 대사는 부재중이라는 말만 전한다. 대사관 직원 모두 민재경을 외면한다.

 

 

밤늦은 시각, 다시 담당 직원을 찾아가서 항의하는 민재경 

 

민재경이 하도 몰아가자 짜증이 난 대사관 직원은 남의 나라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의 뒤치다꺼리나 하는게 대사관 일이 아니라며 애초에 왜 그런 일을 저질렀냐고 비난하다가 결국 민재경한테 싸다구를 맞는다.

 

어떻게 해도 이하연을 구할 방법은 커녕 만날 수도 없을거라고 할거면 대체 왜 민재경한테 진실을 말해줬냐고! 멍청이 대사관 직원 때문에 일이 꼬일 조짐이 보이는데.

 

2부 시작 8분 37초만에 제2부 안내가 나오는 [분노의 왕국]. 2부에서부터 연석원의 사운드트랙이 효과적으로 쓰인다. 음악이 굉장히 좋다는걸 느낄 수 있다. 편집 호흡도 깔끔해서 영화를 보는 것 같다.   

 

  

더 화려해진 복장으로 자신이 소속된 뉴욕타임즈의 일본 도쿄 지국을 찾는 민재경. 그녀는 모두가 외면한 이하연 일왕 암살 미수 사건을 기자 신분을 이용하여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민재경의 노력과 바람과 달리 뉴욕타임즈 도쿄 지국도 이하연 사건이 너무 민감하고 외교 관계를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민재경의 제보를 보도할 수 없다고 한다. 때는 1990년, 일본 버블 경제기의 위상을 실감시킬 수 있는 설정이 많다. 미국도, 일본도, 한국도 외교관계 문제로 일본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외로운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절망하는 민재경. 비오는 도쿄 공원을 쓸쓸히 걷는다. 음악과 조화되어 아름답게 처리됐다.

 

초반엔 이런 식으로 대사없이 음악만 깔린 상태에서 수려한 영상미로 절제한 장면을 많이 볼 수 있다. 연석원의 음악은 초반에 특히 효과적으로 쓰였다. 상황과 인물의 심리 변화에 주목을 한 영화적인 연출 기법이 돋보인다.

 

본 방송 당시 화제의 1회 소식을 듣고 이 작품을 챙겨보려고 했고 첫 기억으로 남은 장면이 바바리코트 입은 김희애가 비오는 날 우산 쓰고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이었다.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본 장면이었는데 이게 2회에 등장했는지는 이번에 알았다. 본 방송 때는 주인공의 유년 시절이 나오는 초반 회차만 챙겨 보다가 시청을 중단했던 것 같다. 성년 시절은 나중에 유선 방송으로 재방송 할 때부터 제대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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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즈 본사는 민재경에게 복직하라는 내용과 함께 이하연 사건을 보도할 수 없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낸다. 팩스를 보낸 날짜가 1990년 11월 9일인건 옥에 티. 드라마에서 이하연의 일왕 암살 미수는 1990년 11월 12일에 일어난다.    

 

  

팩스 뒷면을 활용하여 사직서를 제출한 민재경. 미국에서 민재경에게 보낸 팩스의 날짜는 1990년 11월 9일인데 도쿄 지국에서 민재경이 사직서 맡기고 나온 날짜는 1990년 12월 1일이다. 어쨌든 이하연의 일왕 암살 시도가 이루어진 날에서 19일이 경과됐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  

 

대책없이 뉴욕타임즈 도쿄 지국을 통해 기자직을 그만두고 나온 민재경 

 

 

주일 한국대사관 대사는 민재경 담당 직원한테 이하연 사건이 요약된 서류를 태워버리라고 지시한다. 대사는 경제 대국인 일본과의 외교 문제에 걸림돌이 되는 이하연 사건이 귀찮을 뿐이다.   

 

 

직장을 때려치우고 일본에서 청순한 표정으로 방황하는 민재경. 젊은 시절의 김희애는 미녀는 아니지만 동년배 배우 중에선 연기력이 월등한 연기파로 기억되는데 이렇게 세월이 지나서 20대 시절 작품을 다시 보니 머리숱도 되게 많고 제법 아름다웠다. 결혼 전 김희애는 지성미와 더불어 연기파로 승부했지 패셔너블한 미녀 스타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 당시만 해도 김희애는 연기는 잘 하지만 별로 예쁘지는 않은 여배우였다. 별로 예쁘지 않은 배우가 미남 스타들을 상대로 거듭 멜로 연기를 하고 있다는 시청자들의 불만도 있었다. 그만큼 이때는 미녀 배우가 많았던 시절이다. 미혼 시절의 김희애는 패셔니스타 동안 미녀로 추앙 받는 요즘과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승부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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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연 사건 서류를 상관의 지시로 태우면서 죄책감이 든 대사관 직원. 의지할데라곤 자신 밖에 없어서 다시 찾아온 민재경에게 연민을 느낀다.  

 

 

 

저녁을 굶은 민재경한테 우동을 사주는 대사관 직원. 절박한 상황에 눈물이 절로 나오는 민재경. 김밥 도둑 맞고 부엌에서 쭈구리고 앉아서 식어버린 남은 김밥 먹다가 서러움이 폭발하는 [아들과 딸]의 후남이가 떠오르는 김희애의 궁상맞게 우는 연기.

 

 

민재경이 안타까운 대사관 직원은 민재경을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하연이 갇혀 있는 감옥에 민재경을 데리고 간다.  

 

 

 

 

민재경은 면회를 기대하고 이하연이 심문 받고 있는 감옥에 가지만 서로 볼 수가 없는 특수한 형태의 감옥이었다. 교도소 측은 이하연에게 민재경이 왔다고만 알려줄 뿐 보지는 못하게 한다. 서로를 그리워하는 김희애와 변영훈의 연기가 가슴을 저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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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만 보게 해줄 뿐 면회를 시켜주지 않는 것에 분개하여 난동을 부리가 쫓겨나는 민재경   

 

"...탄원서를 쓰는 겁니다. 사건이 터지고 일본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을 때, 맨 처음 떠오른 느낌은 아차, 일 났구나 였고 두번째는 야릇한 통쾌함이었어요. 일본인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은 피부로 느끼면서도 가슴 속 깊이 출렁이는 일본에 대한 불쾌감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나 봅니다. 서글픈 일이지만 그게 우리 민족의 공감대인걸 어쩌겠어요. 한국 사람 치고 일본에 대한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 드무니까 말이죠. 바로 그런 민족 감정에 불을 붙이고자 하는 겁니다."   

 

이 당시만 해도 일본인은 검소하고 친절하며 예의가 바르다는 평이 많았던 시절이었고 이에 반전을 가한 작품이 [일본은 없다]같은 밀리언셀러 표절 에세이였다. 배울점이 많은 일본인이라는 대사는 당시 일본을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을 반영시킨 것이다.

 

대사관 직원은 곧 재판을 받게 될 이하연을 구호할 방법으로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를 탄원서를 작성하면 좋을 것이라고 민재경에게 조언해준다.  

 

이 작품의 묘미는 극중 대사관 직원의 말처럼 일왕 암살 설정에서 촉발되는 통쾌감이다. 구멍이 많은 서사에 개연성도 상당히 떨어지고 중반 이후엔 급조된 설정으로 끼워맞추기에 역력하지만 반일 감정에서 생기는 한국인의 가려운 부분을 효과적으로 긁어주었다. 폭주하는 막장 설정으로 쾌감을 주는 막장드라마 전문 작가 문영남은 데뷔작부터 막장의 남다른 싹을 보였던 것이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뒷수습이긴 해도 왕족 혈통을 말라붙게 한 죄명으로 그 후손이 민족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 실제 일왕을 저격한다는 현대극의 위사극 설정은 얼마나 짜릿한 일인가.  

 

 

그전에 민재경은 이하연이 자동응답기에 남겨 놓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일본 도쿄역을 찾는다. 일본에 온지 최소 19일은 된 상황인데 그제서야 남편이 부탁한 사물함 임무가 생각난 민재경.  

 

 

 

이하연이 말한대로 사물함 위쪽을 더듬어 보니 사물함 열쇠가 나왔다. 야쿠자는 최불암이 관여된 경매사기극은 알고 있으면서도 최불암이 도쿄역 사물함에 증표를 숨겼 놓았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나 보다. 하수인에 불과한 최불암이 목숨을 잃으면서까지 증표가 있는 장소를 밝히지 않았다는 것도 이상하고 19일 이상을 도쿄역 사물함 위에 열쇠를 올려놓고 사물함을 이용한건데도 어떻게 열쇠나 증표가 안전하게 보관될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극중 도쿄역 사물함은 김희애 키 정도로 4칸이다. 저 정도 길이의 사물함이라면 사물함 위는 매일 청소하기 마련인데 거기 올려놓은 열쇠가 용케도 남아 있다.        

 

 

 

 

이하연이 숨겨 놓은 증표를 발견한 민재경. 증표는 비밀리에 이하연의 아버지인 이호를 낳은 순종으로부터 전해진 것이다. 적자가 없었다고 기록된 순종이 후손을 남겼다는 결정적인 증거물이다. 이를 통해 극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2부 시작 29분이 지나서 이하연의 어린 시절이 본격적으로 그려진다. 때는 1965년 속초이다. 이하연의 유년 시절 이야기는 일본에서 이하연을 구호하기 위해 민재경이 타자기로 치는 탄원서의 내용이다.

 

이하연의 누나 복남으로 나오는 오현경. [분노의 왕국]은 1989년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오현경의 초기작으로 오현경은 첫 장면부터 미모를 앞세운 연기 못하는 미스코리아 출신 탈랜트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다. 오현경은 눈덮힌 산에서 장갑도 끼지 않고 낫으로 나무를 자르고 땔감으로 쓸 나무를 이고 어린 남자 아이까지 업는 등 열연을 펼친다. 오현경은 연예계 활동 초기에 이 드라마로 문영남과 인연이 닿으면서 2007년 [조강지처 클럽]으로 연기 활동에 복귀할 수 있었다. 문영남과는 [분노의 왕국]이후 [폴리스]까지 연이어 작업했다.  

 

1990년대 초 한국의 맥컬리 컬킨으로 불리며 사랑받았던 아역 이대원이 이하연의 유년 시절을 연기한다. 이대원은 같은 해 [억새바람]에서 손지창 아역으로 야무진 연기를 펼치면서 인기를 모았다.  

 

 

수줍음이 많고 바보같을 정도로 내성적인 복남 역을 열심히 연기한 오현경. 연기는 평범했지만 장면마다 몸을 사리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 당시 오현경의 연기 활동은 대상화된 미모의 여자 친구 역으로 소모됐던 기존 미스코리아들의 연기 활동과는 조금 다른 양상의 도전 정신과 연기 열정이 돋보였다.  

 

 

 

 

 

복남과 어린 하연의 엄마는 술집 작부 출신으로 억세고 드세고 천박하다. 이제는 나이 들어서 현역으로 뛰진 못하고 색시 한 둘을 갖다 놓고 술장사를 하는 대폿집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는 신세다.  

 

고두심 등장

 

끼니 문제로 엄마가 일하는 술집을 찾은 복남. 보수적이고 조신한 복남은 엄마가 일하는 대폿집 근처를 지나가는 것도 거북하다.  

 

이호의 아내이자 순종의 손주를 낳은 것으로 설정된 귀순. 고두심은 이하연의 유년 시절이 묘사되는 초반부에만 등장하지만 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 작품에서도 역시 잘한다.

 

 

mbc공채탤런트 시절 단역으로 돌려지던 곽진영이 대폿집 색시로 단역 출연한다.  

 

 

복남은 어린 동생을 극진히 보살핀다. 이하연은 1958년생이다. 복남의 친구들은 고등학생이다. 복남과 이하연은 대략 10샬 정도 나이차가 벌어진다. 복남에겐 오빠 백수가 있다. 송승환이 연기한 백수는 20대 초반이다. 순종은 1926년에 사망했다. 순종이 말년에 몰래 아들을 봤다면 그 아들이 성년이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를 삼남매 낳았을 경우 1965년이란 시대 배경 설정은 그런대로 빈 공간을 잘 맞춘 편이다.  

 

이하연의 모친 귀순은 작부 출신이며 남자 없이는 못 사는 유형의 여자다. 남편은 어느날 갑자기 집을 나갔고 아이 셋을 낳은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술과 웃음과 몸을 파는 일 밖에 없다. 퇴물로 전락한지 오래여도 대폿집에는 여전히 그녀를 찾는 남자들이 있다. 남자들이 찾을 때 귀순도 싫지 않은 기색이다.    

 

술집 손님을 통해 그녀가 흑심을 품고 있었던 연하의 남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귀순 

 

귀순 몰래 딴 여자를 만나다 들통이 난 이는 유퉁 

 

 

 

남자친구의 기집질에 열받은 귀순은 외도 현장을 찾아 쑥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그 시간 복남은 생선을 발라서 팔기도 하고 어린 동생에게 구워서 먹이기도 한다. 맨 손으로 생선 내장을 빼서 손질하는 오현경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열정이 돋보인다.   

 

남자친구 유퉁의 애인을 쥐어 뜯고 집에 돌아와 서러움에 오열하는 귀순 

 

가난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한 자격지심으로 어린 시절 친구를 외면하는 복남  

 

 

 

유퉁을 기다리며 몸단장에 나선 귀순 

 

몇 날 며칠을 기다렸지만 유퉁은 귀순을 보러 오지 않는다. 대신 침체된 그녀 앞에 순종의 적자 이호가 나타난다.

 

 

절로 훌쩍 떠나버렸던 이호의 예고없는 복귀에 멈칫하고 아무 말도 못하는 고두심의 순간적인 멜로 감성이 탁월하다. 알고보니 귀순도 순정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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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똑똑하고 정직해서 무능해진 남편의 복귀가 그래도 반가운 귀순. 자녀들의 동태를 말해준다. 장남 백수는 폭력죄로 수감된 상태다.   

 

변영훈이랑 비슷하게 생긴 아역을 잘 섭외했다. 

 

막내 이하연은 눈이 펑펑 내리는 그날 밤 왕손인 아버지를 처음 본다.

 

 

여기까지 탄원서를 써내려간 1990년의 민재경. 그녀가 이렇게 상세하게 이하연의 어린 시절을 탄원서에 올리는 이유는 일왕 암살의 분명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민재경은 이제는 친해진 주일 한국대사관 직원을 만나러 간다. 그녀 손에 들린 보따리는 감옥에 있는 이하연에게 보낼 한복이다. 이하연이 입고 싶어 할거라며 일본에서 구했다.

 

대사관 직원은 민재경이 쓰는 고물 타자기를 걱정하며 서울에서 오는 인편으로 새 타자기를 구해오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1회에서 도도하기 짝이 없었던 민재경의 모습은 2회부터 온데간데 없다. 김희애 연기는 2회부터 자연스럽다. 거만한 도시 여성으로 나올 때의 김희애는 연기가 과장돼 있지만 평범한 모습으로 자신이 처한 절박한 상황에 고민하고 분개하며 감정적으로 복잡해질 때는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배역이 청승맞아질수록 김희애의 연기력은 효과적으로 발휘된다. 도도한 배역을 연기할 때의 김희애 연기는 부담스럽다.  

 

 

 

고독한 상태로 다시 도쿄를 산책하며 남편의 생사를 걱정하는 민재경의 순애보. 절제된 장면 연출 중 하나로 여운을 남긴다. 2회에선 남편 때문에 마음이 심란한 민재경의 산책 장면이 세 차례 나오는데 세 장면 다 여백있게 처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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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 대사관 직원과 통화를 한 민재경은 대사관 직원에게 한복을 전해주지 못했다는 말과 함께 이하연이 다른 감옥으로 옮겨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보안 유지 때문에 이전시킨 감옥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측이나 대사관측 입장에선 비밀리에 이하연 사건을 진행시킬 목적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민재경을 불러들인게 화근이었던 셈.   

 

그 시각 옮겨진 감옥에서 취조에 시달리는 이하연

 

 

 

 

 

 

 

 

 

 

한국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 취조 장면. 한국인이 연기한 듯한 일본 경찰의 엄청나게 어색한 일본어 실력 

 

 

이하연은 일왕 암살 실패 후 완전히 초연한 상태다. 일본 경찰의 협박에 굴하지 않는 결연한 이하연의 모습에서 끝을 맺는 [분노의 왕국] 제2부. 이상 2회 해설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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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01-24 23:08:28

와. 정말 대단한 글이네요.

안그래도 이따금씩 어린 시절 봤던 '분노의 왕국' 1회가 생각나서 다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정성글로 올려주시니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 편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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