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뻘글] 우리나라에서는 프랑스 저평가가 심한 거 같습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로마멸망 이후 유럽에서 프랑스가 중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습니다.
중세시대 가장 강력한 왕국도 프랑크왕국이었고
삽자군 전쟁도 프랑스인들이 주축이 되어
아랍세계에서 유럽인들을 통틀어서 프랑크인이라고 부르게 되었죠. 아랍인들이 유럽인들을 부르던 명칭이 동아시아까지 건너와 “불랑기포”라는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한편 루이14세 시절 프랑스 언어와 문화가 전유럽을 석권하여 유럽의 귀족들이 프랑스 예절과 언어를 따라하기 바빴습니다. 프로이센의 왕도 러시아 여왕도 귀족들과 프랑스어로 편지를 주고 받았죠.
18세기 계몽주의자들이 활동했던 곳도 프랑스였고, 프랑스혁명은 전유럽에 큰 영향을 끼쳤죠.
물론 이 모든 건 머나먼 과거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프랑스는 2차세계대전 이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일단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며 핵보유국입니다. 그리고 국제기구의 주요직책을 미국과 양분하고 있죠.
오늘날 민간항공기구(IATA)의 수장도 에어프랑스 출신의 프랑스인입니다.
사실 소련의 체제비판적 지식인들도 베를린이나 런던이 아니라 “파리를 한 번이라도 보고 죽는 게 소원”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프랑스 또한 미국처럼 이민자들의 나라입니다.
19세기부터 유럽전역으로부터 이민자가 몰려들었습니다. 이탈리아인, 스페인인, 폴란드인, 러시아인... 이중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는 수십만 단위로 왔습니다. 그리고 20세기 이후에는 알제리와 모로코 그리고 사하라 이남에서부터도 많이 왔죠.
그 결과 오늘날 프랑스인의 4명 중 1명은 이민자이거나 이민자 조부를 두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흡입력(?)”은 독일이 따라하지 못하는 부분이지요. 덕분에 프랑스는 여타 유럽국가와는 다른 일종의 “세계지향적인 정신(?)”이 있습니다.
한편 2차대전의 트라우마가 너무 커서 그런지, 지정학 연구 및 군사분야는 현재 유럽에서 넘버1입니다. 다시는 굴욕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할까...그래서 프랑스 첩보당국, 특수부대 수준은 미국 못지 않다고 하네요.
반대로 독일은 지정학 연구나 군사분야가 세계대전 이후로 거세당한 상황이라 진지한 파워게임에 참여하기에는 여러 제한이 있습니다. 일단 정치권 주류가 그런 게임에 참여하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어요. 거의 병적일 수준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의 영향 때문인지 (일본의 독일빠심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유럽대장 하면 독일을 반사적으로 떠올리는데, 2차대전의 이미지와 경제지상주의적 사고도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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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라기 보다는 반감 아닐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테제베 도입시기 규장각 문서 장난질 부터, 개고기 논쟁 이나 현재 코로나 관련해서 우리나라가 인권을 무시한다는 둥 사실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문화적 우월주의를 은근히 내비치는 국가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