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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역사] 1537년, 노예제를 금지한 교황칙령(Sublimis De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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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9-26 21:26:40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고, 1521년 에르난 코르테스가 멕시코를 정복한 이래 가톨릭 교회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정복이 정당한지, 원주민의 권리는 무엇인지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의 경우 정복 과정에서 스페인 군인들의 잔혹함과 야만적 행태를 목격하고,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원주민의 권리를 옹호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원주민은 이성을 갖춘 하느님의 창조물로, 스페인인들과 동일한 권리를 누리며 무력으로 복속되어야하는 대상이 아님을 주장했고, 특히 야만적 방식으로 원주민을 대하는 스페인 군인들은 교회법에 의해 파문(Excommunicate)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대로 후안 히네스 데 세풀베다라는 다른 교회 지식인은 원주민들이 인신공양 및 인육섭취 등 자연법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다른 무고한 원주민들이 희생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해서라도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원주민이 성문법과 이성으로 자치를 할 능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의 통치는 필요한 것임을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과는 달리 그 또한 노예제를 옹호하지는 않았습니다). 

 

로마 교황청은 이들의 논쟁을 익히 알고 있었고, 또 바르톨로메 데 라스 카사스 또한 교황청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기 때문에 1537년 교황 바오로 3세는 원주민의 권리 관하여 교황 칙령을 반포하게 되었습니다. 

 

이른바 Sublimis Deus (숭고하신 하느님) 이라 불린 칙령이었습니다. 그 내용 전문을 소개해합니다. 

 

"나 교황 바오로 3세는, 이 서신이 전달되는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우리 주 그리스도와 사도들의 축복을 전하며...

 

숭고하신 하느님께서는 인류를 너무도 사랑하시어, 인간에게 지혜를 부여하여 이들이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선함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고 접근할 수 없는 하느님께 다다를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성경의 말씀대로 인간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영원한 생명과 영원한 기쁨을 맛볼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이를 위해 인간은 자연스레 이러한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누군가가 이러한 믿음을 얻을 수 있는 능력 자체를 결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상상 불가능한 것이다. 진리 그 자체이시며 영원히 틀리지 않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모든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거라." 주님은 예외 없이 모든 이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모두가 신앙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적(enemy), 모든 선에 반대하며 인간을 파멸로 이끄는 자는, 이를 질투하여 구원을 위한 하느님의 가르침을 방해하기 위해 새로운 수단을 개발했다. 그는 그의 부역자들에게 서인도와 남인도, 그리고 우리가 최근에 그 존재를 알게된 다른 민족들이 우리에게 봉사하는 짐승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그들이 가톨릭 신앙을 얻을 수 없다는 생각을 심어주었다. 

 

우리는, 비록 그 영광스러운 자격을 갖추지 않았지만, 우리 주님의 권능을 이 땅에 실현하기 위해서, 그리고 지상의 모든 양떼를 그의 품으로 돌려놓기 위해서 노력한다. 따라서 우리는 원주민들이 진실로 인간이며, 가톨릭 신앙을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그것을 강렬히 바란다고 간주한다. 

 

우리는 이 칙령을 통해, 그리고 이 칙령에 대한 모든 번역문에도 동일한 권위를 부여하면서, 원주민(indians)과 향후 우리 기독교도가 발견할지도 모르는 다른 미지의 원주민들이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음을 선포한다. 그들이 기독교 신앙 밖에 있는 존재라고 하여도 그들의 자유는 박탈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의 재산 또한 침해되지 않아야 하며, 그들은 자유롭게 그리고 정당하게 자유와 재산권을 누려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노예화되지 않아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예가 된다면 이는 무효임을 선포한다. 

 

사도들의 권능에 의하, 우리는 이 칙령 또는 이 칙령에 대한 번역문이 원문과 같은 효력을 지님을 선포하며, 원주민과 그 외에의 민족들이 설교와 선행을 통해 예수 그리스도의 신앙으로 인도되어야 함을 선포한다. 

 

1537년 5월 29일, 재위 3년, 로마에서"

 

이렇게 보았듯이 교황은 명시적으로 노예제를 금지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는 무력에 의한 노예제를 금지하는 것이었고, 이미 아랍상인과 아프리카의 토착왕국들이 "정당하고 합법적으로 거래" 하던 흑인노예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칙령 이후 스페인제국 또한 자체적으로 노예제를 금지하는 법령을 반포하였습니다. 이에 스페인령 아메리카에서는 법적인 의미에서 원주민의 노예화는 금지되었으나, 흑인 노예는 지속 유입이 되었습니다. 한편 개신교로 전향한 영국을 위시한 북유럽 국가들은 애초에 교황의 권위를 부정했기 때문에 교황의 노예금지령은 전혀 씨알도 안먹히는 칙령이었습니다. 

 

훗날 영국의 신학자들과 프랑스의 인문주의자들이 광범위한 캠페인을 벌이면서 흑인노예제도 금지되었는데, 그때까지 무려 250년 가까이 걸렸고, 미국에서는 더욱 오래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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