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끼] 맛집과 동네이야기(45) 서울 안암동5가 야마토 텐동과 고려대로
고려대학교의 왼쪽을 따라 보문동쪽으로 넘어가는 길인 고려대로변에는 점심시간 무렵부터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줄을 서거나 가게앞 의자에 앉아 웨이팅을 하는 집이 있습니다. 야마토 텐동이라는 집입니다. 텐동은 일본식 튀김(덴뿌라)을 얹은 튀김덮밥이죠.
가게는 좁습니다. 그래서 여럿이 앉는 테이블이 없고 주방이 가운데에 있어 바 형식으로 손님들이 앉아 먹는 구조이죠. 요즘 대학생들의 혼밥문화와도 절묘히 결합된 셈인데 혼밥을 즐겨하는 저로서도 반가운 음식점입니다.
일본음식, 혼밥 모두 좋아하는 저야 당연히 자주가고 싶지만 웨이팅의 부담이 있어 점심시간이 여유있는 날이 아니면 피하게 되는것이 안타깝네요. 아직 해보지는 못했으나 저녁에 혼자 바에 앉아 튀김에 일본맥주나 사케 한잔하고 싶기도 합니다.
점심 먹으러 몇번 가봤는데 갈때마다 더 텐동이 맛있게 느껴집니다. 일본에 온듯한 일본풍의 실내 인테리어가 더 맛을 돋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보통 새우튀김을 얹은 에비 텐동을 먹습니다. 새우튀김 3개에 단호박, 김, 꽈리고추, 가지, 연근 튀김들이 하나씩 얹혀져 있고 일본식 반숙인 온천계란이 들어가 있습니다. 싱거우면 소스를 부어 비벼먹죠.
텐동에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튀김을 쓰지 않는게 원칙이라죠. 일본 튀김인 덴뿌라가 포르투갈 선교사들이 가져다준 사계재일(콰투오르 템포라, Quatuor Tempora) 문화에서 기원했기 때문이죠. 가톨릭에서 매계절 시작일 3일간 육식을 금하고 생선을 먹으며 예수의 희생을 추모하는(사순절과 비슷하네요) 풍습이 16세기 후반에 전파되었거든요. 일본이 큐슈의 나가사키를 창구로 하여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문화를 수입했으니까요.
가게 옆을 지나는 고려대로는 원래 인촌로였습니다. 고려대학교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의 호를 따서 도로 이름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김성수의 친일행각에 대해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죠. 일제강점기에 엄연히 일본을 찬양하고 젊은이들이 학도병으로 참전하도록 독려했으며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고요. 이에 대해 당시 기업인으로서는 어쩔수 없는, 일본에 협력하는 시늉이라도 안할수 없었고 그의 민족자본가이자 교육자로서의 업적을 무시할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때 대통령직속 친일반민족행위자 진상규명위원회가 김성수를 등재시키자 그의 후손들과 가념사업회가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2017년의 대법원 최종판결에서 김성수의 친일행위는 사실로 인정되고 2018년의 국무회의에서 그의 건국공로훈장이 박탈됩니다. 성북구는 주민 여론수렴을거쳐 인촌로의 이름을 고려대로로 바꾸기로 했고 2019년 2월에 성북구청장이 표지판 교체행사도 하게 됩니다.
친일행위의 역사적 규명과 지명변경..한편으로는 그 도로 옆의 일본식 텐동집은 손님들로 북적이고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종업원들은 "이랏샤이마세!"를 외치며 맞아줍니다. 이렇게 한 시대가 끝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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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이러니 하네요. 친일한 사람 이름을 딴 거리에 일본 음식점. 나중에는 이름이 바뀌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