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퍼온글] 남편이 사직서를 쓰고 왔습니다.txt
보배드림의 병아리가슴털님 글을 퍼옵니다.
https://bobaedream.co.kr/view?code=freeb&No=2665297
울컥했습니다.
아래 글입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녕하세요.
항상 눈팅만 하다가 처음 글을 써봅니다. 그냥 제 하소연이지만, 인생 선배님들이 더 많이 계신 곳에 글을 쓰고 싶었어요.
남편이 오늘 휴가 끝나고 출근했다가 사직서를 쓰고는 오전에 집에 왔어요.
저도 출근했다가 이 소식을 듣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반차를 쓰고 집에 왔습니다.
남편은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고 4개월 후면 딱 근속 10년째입니다. 성격은 약간 내성적이고 인내심이 강해요.
남편과는 같은 직장에서 만났던 터라 남편의 회사에 대해 잘 알고, 특히 남편의 직속상사가 답 없는 종자라는 것을 매우 잘 알고 있어요.
회사 대표의 고향 후배라 낙하산으로 들어왔는데 일 남편에게 모두 떠넘기고 본인은 하루종일 웹툰 보기 +인신모독+엑셀 한글 모두 못하는 컴맹입니다.
이 사람 때문에 부서에 신입이 들어와도 모두 다 그만둬버리고 남편이 모든 일을 혼자 다 하고 있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기에 이직을 해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더 좋은 이직처 채용공고를 보고 제가 남편 자소서를 써서 지원했고 면접에 오라는 통보도 받았어요. 하지만 남편은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사회 생활은 원래 이런 것이라며 끝내 이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오늘 일이 터진 것인데...집에 와보니 남편이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일 그만뒀다고 하소연을 하더라구요. 대부분의 반응이 갈 곳을 정해두고 그만둬야지 결혼도 했는데 어떻게 할거냐는 말이었습니다.
그런 대답을 들으면서 남편 표정은 더욱 어두워지더라구요.
남편이 저에게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잘 했다고, 10년을 그 뭐같은 인간 밑에서 참으며 일한 당신이 대단하다고 존경스럽다고, 그동안 고생했으니 쉬면서 천천히 일자리 알아보라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남편과 비슷한 일을 겪었던 남편 대학 동기가 자기네 동네에서 술 한잔 하자고 하길래, 얼른 다녀오라고 등 떠밀어 보냈습니다. 30만원 계좌로 부쳐주고 맛난거 사먹고 며칠 자고 와도 된다고 했어요.
그렇게 남편을 보내고 나니 눈물이 계속 흐릅니다.
일이야 구하면 되죠. 저도 벌고 있으니 당분간은 제 수입으로 지내도 되구요.
근데 우리 남편이 너무 안쓰러워서 마음이 아파요.
오늘도 그 상사에게서 인격모독을 듣고는 참지 못하고 나왔다는데, 10년 여를 어떤 마음으로 버텼는지...
그리고 혹시나 구직하면서 자존심에 상처 입을 일이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우리 남편의 진가를 알아봐줄 회사가 어딘가엔 꼭 있으리라 믿어요.
제가 너무 주절주절했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편안한 저녁 보내시길 바랍니다.
글쓰기 |
아내분이 천사시네...
저런 아내분 두셨으니 이상한 직장 따위야 관둬도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