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게] 나홀로 쌍버디, 쌍파 그리고 라베?
제목 보고 무슨 말인가 싶으실텐데요.
제가 올해 한국을 다녀올려고 휴가를 전혀 쓰지 않았는데, 결국 한국행이 취소되면서 남은 휴가를 소진을 하기 위해서 10월초부터 매주 금요일을 쉬면서 주 4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금요일날 아이들 학교에 내려주고 픽업할때까지 6시간 정도 시간이 비는데, 이때를 이용해서 골프를 쳐야지라는 즐거운 상상을 했었는데, 하필이면 휴가를 쓰기 시작한 첫번째 주에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지난 3주동안 골프 연습은 커녕 허리가 아파서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타국에서 아프면 참 서럽습니다.
아픈것도 아픈거지만 허리 아프기 직전 2번의 라운딩에서 한참동안 말썽을 부리던 드라이버샷 슬라이스가 드디어 조금씩 잡히면서 처음으로 80대 타수도 (88타)를 쳐보고, 전장이 긴 골프장에서 91타를 기록해서 드디어 백돌이를 졸업하고 한단계 도약을 하나 싶었던 차라 정말 아쉽더군요.
열심히 스트레칭하고 파스 붙이고 반신욕을 거의 매일 하다보니 이번주에는 많이 좋아져서 집에서 조심해서 스윙을 해보니 불편함은 없더군요. 그래서 오늘 아이들을 내려주고는 집에서 15분 정도 떨어진 골프장으로 직행을 했습니다.
온라인 시스템으로 보니 빈 자리가 없어서 연습이나 해야겠다 싶었는데, 혹시나 해서 클럽 하우스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2명이 취소해서 9시 티타임에 자리가 있다고 해서 초스피드로 계산을 했습니다.
1번티에 가보니 할아버지 4명이서 나가시더군요. 하시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매주 금요일날 이시간에 함께 나간다고 하네요. 계속 농담을 주고 받고 유쾌하게 치시는데 참 보기 좋았습니다. 다들 구력이 있어서 폼은 별로인데도 공은 정말 똑바로 나가더군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스윙폼이 제일 좋은듯 싶습니다. 특히 한국에서 레슨 받고 오신분들). 나중에 보니 맥주 한잔 내기를 한것 같더군요.
그런데 9시가 다 되어도 나머지 2명이 안 나타나네요. 비가 온다고 나머지 2명도 취소를 해서 혼자서 치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너 바로 뒤 타임도 다 캔슬했으니 혼자서 연습도 하면서 여유있게 치라고 하더군요. 치고 싶으면 공 2개로 쳐도 된다고 이야기 해주네요.
세금 포함해서 37.26 달러를 내고 36홀을 치는 셈이여서 횡재다 싶어서 스코어 카드에 얼바인 1/얼바인 2로 표기하고 18홀을 돌았습니다. ^^
몇주만에 연습도 없이 쳐서 또 다시 백돌이가 될거라고 예상을 했는데, 첫번째 홀 드라이버가 심상치 않습니다.
둘다 예쁜 페이드가 걸리면서 거리도 230야드 이상 나갔네요. 평소에는 절반 이상이 엄청난 슬라이스가 나서 옆 홀 페어웨이에서 치거나 나무 아래에서 치거나 공을 못찾아서 타수를 까먹는데, 오늘은 페어웨이를 지키지 못한 경우는 여러차례 있었지만 한번도 황당한 샷이 없었습니다.
아래 사진같이 드라이버 샷 두개가 근처에 나란히 떨어진 홀도 2번이나 있었습니다.
대신에 최근에 꾸준하게 잘 맞던 아이언과 하이브리드가 잘맞을때는 너무 잘맞고 안맞을때는 완전 머리를 때리거나 생크까지 나는등 편차가 너무 심해서 타수를 거기에 대부분 까먹었지만 대신 웨지에도 그분이 오셨습니다. 어프로치샷, 벙커샷, 칩샷까지 웨지로 친 거의 모든 샷이 제가 친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잘 맞더군요.
그러다 보니 얼바인 1과 2가 같은 홀에서 동시에 파를 2번 했고, 무려 쌍버디를 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
참 골프가 희안한게 아래 사진처럼 티샷과 세컨샷 모두 정말 잘 맞아서 둘다 버디가 가능할 정도로 잘 붙인 홀에서는 동시 버디는 커녕, 더 가까이 붙인 얼바인2가 경사도 거의 없는 이 짧은 거리에서 쓰리 펏을 하는 바람에 동시 파도 실패를 했는데요.
동시 버디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오더군요. 330야드 정도 거리는 길지 않지만 양쪽 나무쪽으로 들어가면 타수를 잃어버리고, 티샷이 랜딩하는 위치에 따라서 세컨샷의 난이도가 완전 달리지는 홀인데요.
운좋게 드라이버 샷 2개 모두 좋은 위치에 잘 떨어졌습니다.
100야드 정도 남은 공은 50도 웨지로 쳤는데 완전히 제대로 들어가서 평소에 거의 안걸리는 백스핀까지 걸리면서 거의 1미터 안쪽으로 가깝게 붙길래, 웨지를 바꾸지 않고 85야드 정도 남은 공을 컨드롤 샷 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풀 스윙에 정확히 맞는 바람에 그린을 넘어가 버렸습니다. 방향은 상당히 정확했는데 말이죠.
그래서 쌍버디는 안되나 보나 했는데, 칩샷이 그냥 들어가주네요. 이것도 힘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세게 맞았는데 운좋게도 깃대를 맞고 튕기지 않고 바로 들어가 주는 행운이 따랐습니다.
얼바인 1은 3펏을 한번, 얼바인 2는 세번 하는 바람에 결국 각각 16오버와 20오버를 쳤습니다.
허리가 아프지는 않았지만 신경이 쓰여서 스윙을 작게 하고 컨택을 정확하게 하려고 한게 오히려 더 효과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파71 골프장이라 87타가 되었는데 저번에 파72 골프장에서 16오버 해서 88타가 라베였는데, 87를 라베라고 해도 되나요? ^^
스코어랑 상관없이 가을 분위기가 물씬 나는 날에 구름은 가득 끼었지만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아서 즐거운 4시간이었습니다.
다행히 허리도 아프지 않구요. 담주에도 시간이 되면 나가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혼자서 이렇게 치는 기회가 또 오기는 쉽지 않겠죠. ^^
시애틀의 가을을 느끼시라고 사진 몇장을 추가합니다. 좋은 주말 보내시고 혹시 라운딩 나가시는 분들은 즐거운 라운딩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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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골프칠 맛이 나겠습니다.
가격도 그렇고 카트 안타고 캐디없이 걸어서 칠수 있잖아요.
우리나라는 너무 환경이 안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