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게]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의 가장 큰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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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1 23:38:45
(스포 있습니다)
T2의 재탕? 이해합니다. 다른 식으로 변주했던 속편들이 다 망했으니 가장 잘 나갔던 포맷을 다시 들고 올 수도 있죠. 애초에 T2를 넘겠다는 야심은 없어 보였어요. 충격적인 오프닝? 이것도 이해합니다. 이미 완결된 이야기에서 뭐라도 새로운 걸 뽑으려면 어쩔 수 없으니까요. 진짜 문제는 그러한 오프닝으로 그간의 통념을 깨부숴놓고 정작 결말은 예전 방식을 그대로 따라갔다는 겁니다.
T2에서 겨우 살아남은 존 코너가 그 뒤 미래에서 온 또다른 T-800에게 암살 당한다, 그로 인해 우리가 아는 역사가 전부 뒤바뀌었다, 이제 새로운 미래에서 새로운 터미네이터가 새로운 '존 코너'를 암살하러 온다? 그런데 이 새로운 미래의 지도자를 꼭 지켜야 하나요?
미래의 저항군들이나 맥켄지 데이비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역사가 사라지지 않게끔 그를 지킬 필요가 있겠죠. 그런데 관객 입장에서는? 지난 시리즈에서 끝없이 강조된 '인류의 희망' 존 코너가 죽어버려도 다른 누군가가 저항군을 결성해 이끌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 소개된 이 미래 여성 리더를 살려야 한다는 동기가 전처럼 와닿지 않아요. 어차피 죽으면 또 누군가가 이끌지 않을까요?
전 차라리 '대니'가 '그레이스'를 대신해 Rev-9에게 살해당하는 결말이 났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이 영화의 첫 장면이 자연스럽게 납득돼요. 운명대로 정해진 리더가 아닌 '카일 리스' 역할을 맡은 그레이스가 이번엔 죽지 않고 저항군의 중심이 되어 또 달라진 미래에 대비하는 거죠. '정해진 미래는 없다'는 터미네이터의 메세지에도 더 잘 들어맞고요.
전작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중요인물을 없애버리는 파격을 선보였다면, 결말 역시 그에 걸맞게 새 방향이 제시돼야 합니다. [다크 페이트]의 결말은 그냥 아무 것도 아닌 게 됐어요. 겨우 지키면 뭐해, 끊임없이 미래에서 터미네이터 보내 죽이면 끝인데.
다른 자잘한 문제점도 정말 많은데 이 오프닝과 결말의 괴리가 가장 최악이었네요. 맥켄지 데이비스만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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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광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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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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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도 터미네이터도 남자들 장난감을 빼앗아서 자꾸 여자 아이들에게 주려니 망하는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