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극장]  드라마 여자의 방(1992)에 잡힌 1990년대 초 상영관 풍경

 
4
  1698
2021-01-18 20:29:11

영화관에서 영화관람하는 장면이 유독 많은 MBC 수목드라마 [여자의 방].

(52부작 1992/11/4~1993/5/6)

극장에서 외화 보는 장면이 드라마 전반에 걸쳐 자주 그려진다. 미혼여자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작품인만큼 여주인공 셋의 부담없는 데이트 코스로 영화관이 활용되고 있다. 주요 인물들은 한 번씩 영화관을 찾는다고 보면 된다.


요새 MBC아카이브 자료로 [여자의 방]을 다시 보고 있는데 1회부터 그려진 상영관 풍경에 단관 시절 어수선했던 관람 환경과 경험들이 떠올랐다. 지금보다 접근성이 떨어졌던만큼 이 당시 영화관은 관람 이전에 체험의 매력이 더 컸던 것 같다. 상영관을 둘러싼 풍경도 다양해서 획일화 된 멀티플렉스에선 느끼기 어려운 극장 그 자체의 설렘이 있었다.


특히 외화의 경우는 세로 자막 때문에 영화 보기 불편했고 크레딧은 기본에 상영회차를 늘릴 요량으로 툭하면 편집을 자행하기 일수라 이 시절 관람 환경은 다시 겪고 싶진 않지만 요즘의 극장들과는 다른 경험이 새겨지는 공간으로써의 특수성이 무척 매력적이었다.


저 시절 상영관마다 지적되곤 했던 낮은 단차의 불편한 좌석, 적응이 쉽지 않았던 세로 자막, 영화관을 상징하던 좌석 덮개와 팝콘 봉투가 공간의 생동감을 일으키며 사료로 묻어있다. 오랜만에 띄어쓰기 무시된 세 줄까지 나있는 세로 자막을 보면서 대사 많은 외화의 경우는 세로 자막 따라가기 버거워 읽다 말았던 단관 시절의 고약했던 영사 방식도 떠올랐다. 극장에서 외화 보기 제일 부담스러웠던 요소가 세로 자막이었다.


1회부터 극 후반까지 드라마 방영 시기에 개봉한 외화 신작의 상영 모습도 흥미롭다. 화제작 [원초적 본능]부터 국내에선 저조했던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웨인즈 월드]도 볼 수 있고 [깊은 밤 깊은 곳에2]의 상영도 보인다.


▼ 1회

[원초적 본능] 관람 풍경. 도입부 섹스 장면에서 여자의 벗은 상체가 순간적으로 잡힌다.

 

 

 

 

▼ 5회

 

 

 

 

극장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이용되지만 사교 공간으로도 쓰인다. 출판사에서 알게 된 이미숙(나경선 역)과 고현정(윤희수 역)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 뒤 영화관으로 이동하여 [깊은 밤 깊은 곳에2]를 관람한다.


▼ 14회

 

 

 

 

 

연인 관계로 발전하기 시작한 배종옥(한영진 역)과 이재룡(황보현 역)은 토요일 데이트 장소로 극장을 선택한다. 두 사람은 마침 개봉한 외화 신작 [웨인즈 월드]를 즐겁게 관람한다. 상영관 좌석을 부감으로 잡은 촬영이 인상적이다. 14회 크레딧에서 장소 협찬에 시네마 천국이 뜬다. 드라마 전반에 걸쳐 나오는 영화관 풍경에서 상영관 내부는 비슷하지만 한 군데 극장에서 찍진 않았나 보다.


▼ 38회

 

 

 

 

 

연하의 음악가 송병준(승주 역)과 데이트를 하는 이미숙. 신작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보는 장면인데 악몽의 세로 자막이 엉성한 띄어쓰기에서 무려 세 줄까지 입혀진다. 이걸 보면서 당시에 어떻게 극장에서 외화를 봤나 싶었다. 아마 자막이 세 줄 나올 때는 읽다 포기했던 것 같다. 하얀색 글자에 음영도 없어서 밝은 장면이나 하얀 배경으로 자막이 깔릴 땐 자막이 보이지도 않았다. 유독 밝은 장면도 많고 하얀 구름 낀 장면도 자주 나온 [섀도우 랜드]를 극장에서 볼 때 자막이 안 보여서 힘들게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여자의 방] 1회, 5회, 14회, 38회에 잡힌 영화는 전부 1992년 개봉작이다. 1회가 1992년 11월 4일 방영했는데 1992년 5월 23일 국내 개봉한 [원초적 본능]을 극장에서 관람하고 있다. [원초적 본능]이 당시 얼마나 인기였고 장기 상영에도 성공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원초적 본능]은 공식집계로 단관 시절 서울 관객 970,180명을 모았고 1992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통털어 흥행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서울 관객 747,238명을 모은 [보디가드])

5
Comments
Updated at 2021-01-18 21:21:42

와...
자막 글씨가 저렇게 컸나요?
자막을 요즘 처럼 여러번에 나눠서 올리지 않아서 읽기도 힘들었죠.
요즘 자막은 예전에 비하면 엄청 좋아졌네요.

2021-01-18 22:33:44

자막하니 생각나는게 성룡의 미라클을 보는데 자막이 녹색이던가 흐릿하게 나와서 영화감상 망쳤던 생각이 나네요

2021-01-19 01:10:48

 그래서 저 당시에만 해도, 영화관 예매할 때 좌측 좌석으로 하라는게 국룰(?)이었죠.

 

2021-01-19 06:03:10

가로자막이 어두운 장면에서 한가운데 너무 밝아서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많죠. 그럴땐 좀 어두운 색이라도 넣어주든지 과거처럼 옆으로 빼든지 자막 부분만 손으로 가리고 볼때가 많습니다.

2021-01-19 09:15:46

 5회에서 뤼미에르 극장이 보이네요

 

예전에  저 극장에서  2층에서  유로파 ( Europa) 를 보고  

3층에 올라갔더니  제일 오른쪽에 보이는  

"가슴에 돋는 칼로 슬픔을 자르고" 를 상영중이거든요

사람이 한명밖에 없었는데   작품도  영 우중충해서 결국 나왓던 기억이 납니다.

 

뤼미에르 극장 은 

그밖에도 좋은 영화를 많이 보앗던  추억 많은 장소로

지금도 기억됩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