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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킹덤] 배경 설정 오류 혹은 옥의 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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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3-28 11:42:05

 최근에 킹덤을 너무 재미있게 본 디피 눈팅회원입니다.
저는 문화재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시즌2의 궁궐내 '좀비'들이 뛰어다니는 씬에서
굉장한 시각적 쾌감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데 설정오류라고 해야 하나,
킹덤을 보다보니 눈에 띄는게 몇개 있어 올려봅니다.
 
1. 궁궐은 경복궁, 창덕궁?
처음에 중전이 세자와 만나는 곳은 창경궁의 통명전 앞입니다.
왕비의 침전이죠. 나중에 수렴청정을 하는 곳은 창덕궁의 인정전이고요.
그렇다면 배경이 되는 궁은 창덕궁이어야 하는데,
왕의 침전은 경복궁의 강녕전으로 나옵니다.
궁궐 전경씬에서는 광화문앞 육조거리인 듯한데 그것만 보면 경복궁이 또 맞고요.
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경복궁이 조선 개국때 법궁이었고,
창덕궁은 태종때, 창경궁은 성종때 세웠고 동궐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거칠게 분류하면 임란전에는 경복궁이, 임란이후에는
동궐이 법궁으로 사용됩니다.
(두 궁궐은 떨어져 있어요.)
킹덤은 일종의 판타지 사극이라 조선 왕조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중 어느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습니다.
전란, 기근, 세도정치 등 모든 문제가 중첩된 시기를 보여주는데,
공간 설정 문제 역시 그런 차원에서 이해를 해보긴 하는데,
조금 아쉽습니다.
 
2. 여기서부터는 제 직업때문에 보이는 것일수도 있는데,
몰입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즌1에 중전과 조학주가 어느 연못 앞 부채꼴 모양의 정자에서 이야기 나누는 장면이 있지요.
창덕궁 후원의 관람정이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관람정은 정확한 시기는 알 수없지만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에 세운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한대로 킹덤 배경이 특정시기는 아니긴 하지만,
관람정이 있었던 시기는 또 아닌것 같기도 합니다.

3. 왕의 침전인 강녕전 내부에서도 여러 씬이 나오는데요. 세자가 혼자 들어가거나,
중신들이 들어가는 장면에서 실제 강녕전 구조에서는 나올수 없는 공간이 묘사됩니다.
사실 왕의 침전이라고 해도, 현대인 기준으로는 소박한 편이기 때문에
어쩔수 없는 영화적, 아니 드라마적 허용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궁궐 아궁이가 나오는 장면도 발굴되거나 복원되는 실재와는 차이가 있는데요.
같은 차원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 시즌2 상주에서 세자가 조학주의 함정에 걸려 왕이 있는곳에 들어가
밖에서 출입문을 막아버리는 씬이 있는데요.
전통건축에서 건물에 걸리는 창호는 환기와 채광이 주목적입니다.
그래서 주출입구만 나무 하나로 막는다고 갇힌다는 건 과도한 설정입니다.
안 막힌 다른 창호를 부수고 나오는 건 건장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합니다.

5. 시즌2 궁궐 지붕에서 세자가 역병환자들을 상대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씬이 있는데요. 특히 기와지붕을 통째로 '좀비'들과 함께 쓸어버리는.
그런데 여기서 수키와의 모양이 국적불명입니다.
바닥기와와 맞닿는 수키와 바닥이 톱니처럼 생겨 맞물려 있는데,
톱니모양의 수키와는 없습니다.
(사실 이부분은 조금 이상하다 해서 다시 돌려보고 확인했습니다.
극장에서라면 모르고 넘어갔을수도^^)
무엇보다 그 수키와 속에 흙이 없습니다. 그저 세자의 칼질 한번에
우수수 쏟아져버리는데, 기와 무게도 무겁지만, 흙과 합쳐지면
지붕무게가 엄청납니다. 세자가 히어로급인 동시에
지붕 시공자의 부실 시공이 더해진 장면이려나요?
 
드라마 자문을 하신 분들에 비해 시골 현장에서 일하는 제가 
뭐라 할 만한 전문성을 없습니다만, 다른 건 재미로 넘길수 있다고 해도
1번같은 경우는 두고두고 아쉽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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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20-03-28 11:46:06

무슨 직업이시길래....... 궁궐의 구조와 사용처와 기와까지 다아시는건지??? 능력자시네요.....

킹덤은 이 한마디로 정리될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에 좀비가 나온 것 자체가 허무맹랑한 이야기니, 판타지로 보시면 될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

WR
1
2020-03-28 17:28:50

문화재 수리 일을 하는데, 사실 기와 관련된 거 아니면 궁궐갔을 때 나눠주는 리플렛에 다 나오는 이야기랍니다. 기와는 현장 여건에 따라 직접 들고 소운반 할 때도 있어서 잘 알고 있고요. 

10
Updated at 2020-03-28 11:52:14

제가 시대물 배경으로 창작 작업을 해보다 느낀건데요.

고증을 엄격하게 지키면 지킬수록 할수있는 경우의 수는

한정되고 소품은 볼품 없어지며 디자인은 구려지더군요.

게다가 없는거 다 새로 만드려면 그거 다 돈이라서요. 

무엇보다 팔아먹는 상품인데 창작물에서 완벽한 고증 재현은

불가능도 불가능이지만...다른거보다 실효성 문제가 커서

작업자들이 알면서도 접고가는 부분이 많았을거라 봅니다. 

WR
2020-03-28 17:33:40

세피롱님 글 보니 제 글이 혹시 창작자를 폄훼하는 글로 비춰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마인카이제린 댓글 보고 드는 생각인데, 평행 세계와 다른 '우리 세계'의 규칙 정도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문화재수리(주로 목조건물)가 직업이다보니 사실, 킹덤을 보면서

재현된 한양이며, 궁궐 등등에 누구보다 감탄하면서 봤고, 울림이 남아있을 정도입니다.

2020-03-28 12:07:55

오 그랬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WR
2020-03-28 17:33:54

네 감사합니다

1
2020-03-28 12:15:21

아마 기와 문제는 촬영 현실과 출연자 안전 문제라고 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를 비롯해 다른 사극애서 전투화(?) 밑창이 노출된 경우가 종종 지적 받아 왔는데 저 같은 경우는 액션 연기 때 안전 문제라고 생각 했었거든요.

말씀하신 기와 문제도 소재 고정 + 무게 감량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트라는건 결국 가건물인데.. 흙이 아니라 비슷한 소재를 채워 넣더라도 중량이 올라가긴 할테니..

2020-03-28 12:17:08

사극에서 경복궁 창덕궁 문경세트장 마구잡이로 섞어 쓰는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라... 포기하는게 편합니다. 대하사극이 아니라 가상의 배경이니 시대적 고증이 엄정해야 할 필요가 없는 듯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봤어요. 그보다도 저는 한양-상주-동래를 무슨 경부고속도로라도 뚫린 마냥 하룻밤새에 뚝딱 왔다갔다 하는게 너무 거슬리더군요

2020-03-28 12:40:23

안그래도 시즌2 초반에 조학주 잡으러 상주에서 문경새재까지 하룻밤에 달려가는데 

지도에서 거리 찍어보니 49킬로 나오더군요. 국도 도보로도 12시간 걸리던데 ㅎㅎ 

2020-03-28 12:46:13

일본 원작자들도 놀란 한국판 북두신권의 궁전이 '롯데월드'라는 말이 있더군요.

거기에 비하면 조선시대 배경의 궁전이면 되지 않을까요? 

2020-03-28 12:17:16

5. 처단해야해서 일부러 안 나온가죠.

2
Updated at 2020-03-28 12:41:22

작가의 말로는 그냥 양란 후의 조선을 모델로 한 평형세계라고 합니다. 

그래서 경복궁과 창덕궁의 구분이 의미없는 거죠.^^


WR
2020-03-28 17:39:29

네 공감합니다.
임란 이후 '경복궁이 없었다'는 건 '우리세계'의 일이죠.^^

4
2020-03-28 14:20:30

허구의 세계관이므로 작품 내적으로 모순이 없다면 괜찮겠지만요. 그래도 전문지식으로 이렇게 풀어주시니 또 다른 재미가 있네요 ^^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WR
2020-03-28 17:39:46

네 감사합니다.

2020-03-28 14:34:37

어차피 실제 없는 왕에 없는 왕세자
없던 일이니까요
하지만 덕분에 좋은거 알아갑니다

WR
2020-03-28 17:53:37

네 감사합니다

2020-03-28 16:21:15

저는 선조 광해군 효명세자 강화도령철종에 안동김씨 정도 섞어 놓은 느낌이었어요
오히려 다른 두가지가 걸렸는데
후원 연못은 어디인지 모르겠어요. 연못이 너무 커요
또 하나는 왕이 된 꼬마는 도대체 누가 수렴청정했을까요. 이 꼬마 왕은 단종 느낌인데 그럼 황표정사같은 정치를 한 건지...
허나!!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 ㅠㅠ

2020-03-29 00: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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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3-28 16: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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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8 18:40:37

문화재에 대한 지식이 상당하십니다ㅎ

2020-03-29 07:11:34

 대단하십니다. 덕분에 숨어있는 1인치를 본 느낌입니다.

아시고 계시는 정보중에 알려지지않은 내용이 있다면 알려주셨으면

하는 생각이듭니다. 정중히 부탁드려봅니다. 

2020-03-29 19:30:51

 우리가 보는 헐리우드 영화도 고증 차원에서 보면 헛점이 많지만 우리가 잘 모르기때문에 넘어가는 영역들이 많습니다. 우리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아쉬운 디테일들 역시 우리가 너무 많이 알기 때문이죠. 말씀하신 부분들은 분명 설정오류 혹은 옥에 티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현실적인 제작여건을 감안했을 때 '상상속의 조선'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상상속의 궁'이라 가능한 일 정도로 보시면 좋겠습니다.  

2020-08-24 23:07:44

 현실의 궁전을 그대로 옮겨서 정확하게 찍었다면 환타지적인 분위기는 확실히 덜 표현되었겠어요

 드라마를 볼때는 재미에 빠져 분위기만 보다가 이렇게 전문성이 있는 글을 보면 제작 현장을 살짝 엿보는 현실감이 들어 장면 장면들이 더 와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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