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의 말의 무게

1.

오늘 뉴스를 보다가 너무 화가 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들 세명이 참변을 당한 현장을 찾은 대통령의 말.

일순간에 운명을 달리한 피해자들에게, 고통과 비참함의 한 중심에 있는 수재민들에게 건내는 대통령의 말로 적합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어떤 분들은 야간 근무를 하고 주무시고 계셨을수도,

고된 육체노동자 중에는 심신의 고단함을 잊기위해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 못 자는 분들도 있을수 있죠.

용변보러 화장실을 가는 그 간단한 일도 장애인들 중에서는 거의 기어가다시피 한참을 걸려서 가야하는 사람도 있죠.

사람 사는 모습 다 제각각이고 다양한 상황과 사정이 있습니다.

그러니 내 중심으로 생각하면 저런 폭력적인 사고와 말을 하게 되겠죠.

그 사람들은 왜 미리 대피를 못했는가?

대피를 미리 잘 했었어야지.....

그런데 이 말을 듣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더군요.

뭔가 기시감이 느껴졌습니다.

왜 구조를 못 했나?

왜 대피를 미리 못했나?

왜 피해자들과, 현장에서 목숨걸고 일하는 관계자들이 이런 핀잔을 들어야 할까요?

제가 너무 비약하는 것일까요, 너무 예민하게 보는 것일까요.

저는 오늘 대통령의 저 차갑고 건조한 말 한마디에서 너무 화가 나고 원망스럽더군요.

2.

대통령의 말은 한 마디 한마디가 모두 역사입니다.

단어 하나, 뉘앙스, 문장 하나, 표정, 모두가 진중하고 섬세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워낙 말실수가 많다고 하죠.

측근들은 소위 '사고수습조'라는 내부 증언도 있더군요.

실수하고 사고치면 커버해주고 수습해주고 무마해주고. 손발이나 다름없지요.

그러니 내 입맛에 잘 맞고 오랜세월 손발 맞춰온 측근들 아니면 안 쓴다는 그 고집이 십분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과거에는 실수해도 같이 주점가서 밤새 얼큰하게 한잔하고 몇 푼 찔러주면 풀 수 있었겠지만 말이죠.

대통령은 다릅니다. 마이크가 항상 앞에 놓여있고 요즘은 실시간 방송되고 피드백되니까요.

국내 뿐입니까. 요즘은 외신으로도 실시간 전송되고요.

언행 하나 하나 신중하고 사려깊기를 제발 바랍니다.

부디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지는 사람이길 바랍니다.

어쩌겠어요. 국민이 뽑아서 당선된 사람인데.

다만 온실 속 화초같이 자라온 대통령은

지하에 사는 장애인 가족이 들이닥치는 물폭탄에 왜 빨리 대피하지 못했는지는 영원히 알지 못하겠죠.

국가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위안보다는 슬픔을 느껴야하는 현실이 참 비극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