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 공각기동대(1995) 북미판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지휘 하에 제작되어 1995년에 공개된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는, 시로 마사무네 씨의 원작 만화 '공각기동대'의 1편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하여 83분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작품입니다.
25년 전 세기 말에 가까워진 이 무렵에는 사회나 세상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었는데, 이 작품은 '개인'에 대한 정의를 바탕으로 사회나 세상이 나아가는 방향도 덤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만드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적어도 1998년인가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의 전 그렇게 생각했고요. 이 작품의 선열한 데뷔 이후 이노센스, 2.0, SAC나 ARISE 등 많은 공각기동대 파생 애니메이션이 세상에 나왔고 저도 거의 챙겨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고 지금도 종종 다시 보는 건 역시 이 1995년작 극장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입니다.
그렇게 연식과 인기를 겸비한 만큼 다양한 미디어로 나왔던 이 작품이, 마침내 2018년에는 일본에서/ 2020년에는 미국에서 4K UItraHD Blu-ray (이하 UBD)로 등장. 지금 여기서 소개하는 건 2020년에 라이온즈 게이트가 북미 전역에 발매한 UBD입니다.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전체용량 63.3G/본편용량 54.5G, HDR10 & 돌비 비전
영상스펙 2160/24P(HE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59.98Mbps(HDR10) + (DV)
최고 품질 사운드: 돌비 앳모스(일본어) & 동 포맷 영어
자막: 영어, 영어SDH, 스페인어, OFF
2018년에 발매된 일본판이 영상 평균 비트레이트를 무려 90Mbps나 때려 부은 것에 비하면 약소(?)하지만, 이쪽도 헐리우드 평균보단 높은 60M대 + 돌비 비전 레이어 구성이라 빵빵한 편. 후술하듯 실제 출력 결과물에서도 특히 돌비 비전의 존재로 선전합니다.
덧붙이면 자막은 Off가 가능하지만, 자막 Off 세팅에서도 작품 최초에 등장하는 그 유명한 문구(기업의 네트가 별을 뒤덮고~)만은 영어 자막이 딸려 나옵니다. 여기 담긴 게 오리지널이니까 다행이지 2.0이었으면 꽤 깜찍한 기분이었을 듯.
- 서플 사항
수록 서플은 BD에 전부 수록되고, UBD에는 두 가지 영상 특전은 빠졌습니다. 영상 특전의 해상도 스펙은 두 디스크 다 1080p.
- 오디오 코멘터리 (UBD/BD 동시 수록)
- Accessing Section 9 - 25 Years Into the Future (18분 42초, UBD/BD 동시 수록)
- Landscapes & Dreamscapes - The Art and Architecture of Ghost in the Shell (10분 50초, UBD/BD)
- Production Report (27분 4초, BD에만 수록)
- 트레일러 (UBD: 1분 37초 & 1분 49초/ BD: 1분 37초)
- Digital Works (29분 34초, BD)
서플은 전반적으로 무난. 정발 BD에 있었던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인터뷰 영상(48분 분량)이 없는 게 아쉽긴 하지만, 코멘터리를 비롯 본작에 대한 서구권의 시각을 알기에 좋은 자료라는 생각은 듭니다.
- 영상 퀄리티
* 리뷰에 게재하는 UBD 스크린 샷은 모두 HDR10을 피크 휘도 150니트로 톤 맵핑한 결과물입니다.
* 캡처한 UBD 스크린 샷의 색감과 명암은 개개인의 실제 재생 결과물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공각기동대는 2018년 일본 UBD 발매를 위해, 큐텍에서 35mm 원본 포지티브 필름을 5K/16비트 스캔하여 4K 리마스터한 데이터를 작성했습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북미판은 별도로 발표된 바는 없으나, 출력 영상으로 미루어 큐텍의 4K DI를 기반으로 라이온즈 게이트에서 비트레이트 압축 및 HDR/ 돌비 비전 처리만을 거친 것으로 보입니다.
이건 국내 정식 발매 BD와 동일한 일본 발매 BD.(caps-a-holic 제공)
이건 2018년에 발매된 일본 UBD.(caps-a-holic 제공)
이건 라이온즈 게이트가 발매한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
이건 라이온즈 게이트의 UBD. 스샷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일본반 UBD(2018)와 북미반 UBD(2020)는 스캔 및 처리 영역이 완전히 동일합니다. 또한 그레인(및 HDR화 노이즈) 처리 상태가 동일한 디지털 데이터를 가지고, 다이나믹스/ 컬러 후처리만 다르다는 것도 비교적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순서. 먼저 국내 정식 발매 BD와 동일한 일본 발매 BD.(caps-a-holic 제공)
다음은 2018년에 발매된 일본 UBD.(caps-a-holic 제공)
라이온즈 게이트가 발매한 UBD 패키지 내 BD (3840x2160 리사이징)
마지막이 라이온즈 게이트의 UBD. 사실 일본판 UBD 발매 당시에 가장 마뜩찮았던 부분이 일본판 BD까지는 제대로 보존되었던 필름 그레인을 많이 밀어버렸다는 점이었는데, 라이온즈 게이트의 북미반 역시 이 경향을 답습하고 있습니다. HDR 그레이딩에 따른 그레인의 노이즈화를 비교적 손쉽게 처리해버린 셈인데, 그때문에 해상도는 4K로 올라갔지만 필름틱한 질감이 다소 죽고 애매한 디지털'틱'해진 것.
이번엔 비교하기 편하게, 일본/정발판 BD.(caps-a-holic 제공)
이게 라이온즈 게이트의 UBD. UBD쪽이 150니트 맵핑 샷의 한계로 실제 출력 화면(기준은 LG OLED C9)에 비해 색감이 다소 칙칙해졌지만, 전체적인 경향의 차이는 거의 이런 상태라 보면 됩니다. 아울러 북미판 UBD는 일본판 UBD에 비해 비트레이트도 낮아지고 + HDR 휘도 조정에 따라 전체적인 명암 밝기가 다 올라가면서 = 밀어버리고 남은 노이즈들이 종종 뭉치듯 자글거리며 지저분해지는 부분이 언뜻언뜻 드러납니다. 선예도나 미세 디테일은 더 또렷하게 보이지만, 이러한 핸디를 동시에 안은 셈.
2018년에 발매된 일본 UBD.(caps-a-holic 제공)
라이온즈 게이트의 UBD. UBD끼리만 비교하면 전술한대로 북미반은 HDR 휘도가 조정되면서, 일본반보다 특히 암부 디테일이 덜 묻힌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필름 상태에 따라 그림의 투명감이나 선예감이 모두 조금씩 차등이 있긴 하지만, 잘 뽑힌 장면을 기준으로 비교하면 북미반이 좀 더 뽀샤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더불어 북미반의 돌비 비전(이하 DV) 그레이딩은, 잘 뽑힌 장면에선 특히 눈 요기가 되는 편. HDR10 상태에 비해 쨍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살짝 덜한데, 노이즈화 그레인이 좀 덜 뭉치고 덜 끓는 편 + 그림의 무게 중심이 암부 쪽으로 약간 더 낮춰 지면서 전체적인 명암과 컬러의 밸런스감이 꽤 좋게 나옵니다. LG OLED C9 기준으로, DV가 보다 색조의 깔끔함과 종종 나오는 수채화틱한 배경 미술의 터치/ 레이어 분리감 등 모든 면에서 HDR10 상태보다 더 선전하는 그림을 보여줍니다.
그 외에 이 작품은 블루를 다소 섞은 일본 애니메이션 블랙의 전형을 보여주고, 이 경향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감수 아래 UBD에서도 수정 없이 그대로 마스터링 처리되었기 때문에 > 더구나 암부 밝기가 일본반보다도 좀 높은 북미반은 HDR10이든 DV든 블랙이 조금 더 뜨는 건 마찬가지. 굳이 따지면 암부 계조 표현력 면에서 DV 상태가 약간 더 장점이 vs 일부 하이 다이나믹 처리가 제대로 된 광원 대비성(밤의 헤드라이트가 상대적으로 더 쨍하게 보이는 감각)은 HDR10 상태가 더 강렬한데... 화이트 쨍함은 디스플레이 휘도가 받쳐 준다면 일본반이 더 쨍하기 때문에 북미반의 자랑거리라 하긴 좀 애매하긴 하네요.
총평하면 북미반 UBD도 나름의 장점이 있고, 특히 DV 출력이 가능한 시스템에선 DV 상태의 전체적인 그림 밸런싱이 좋아서 상당히 그럴싸한 영상이 나옵니다. 특히 일본반 UBD는 HDR10 요구 휘도가 좀 높게 잡혀 있어서 디스플레이를 가리는 것에 비해 북미반은 좀 더 너그럽기도 해서, HDR10 only 시스템이라도 (일본반에 비해 거의 1/4 가격으로)그럴싸한 하이 다이나믹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고요.
대신 전술했듯이 이 작품의 UBD는 일본반부터 필름의 질감이 다소 먹힌 상태에서, 북미반은 그보다 저렴(?)하게 뽑으려 하다보니 그레인 재현성을 좋아하는 유저들에겐 다소 아쉬운 감도 있습니다. 오시이 감독이 OK 한 거니까 그렇다고 치자...고 하셔도 그게... 하여간 이래서 굳이 그 퀄리티에 평점을 매긴다면, DV 기준으로 한 86/ HDR10 기준으론 83점 정도의 UBD라 봅니다.
* 일전에 본 타이틀에 대한 정보를 언급하면서 돌비 비전 재생 상태에서 재생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일단 제가 수령한 제품은 OLED C9 & (어쩐지 재생 문제가 많이 보고되는)소니 X800M2 기준으로 문제 없이 돌비 비전 전체 재생 가능했습니다. 이 문제가 일부 디스크의 불량인지 플레이어나 시스템을 타는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향후 더 많은 재생 예시가 필요할 듯.
- 음성 퀄리티
북미반 공각기동대 UBD의 최대 특징은, 어쩌면 영상보다도 돌비 앳모스(일본어/ 영어 둘 다)가 들어 간 음성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일본 오리지널 릴에서 뽑은 LPCM 2.0ch(일본어) 트랙도 수록하여, 오리지널리티를 선호하는 유저도 만족.
공각기동대는 극장 개봉 당시에도 오리지널 일본어 음성은 스테레오였기 때문에, 이번 북미반 UBD의 앳모스 트랙은 상당히 흥미가 갔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효과면에서 제법 쏠쏠하게 업 믹스를 해놨습니다. 일단 초반 도입부의 헬기 음성 같은 건 오버헤드에 배분하기 최적이다 싶었고 실제로도 그렇게 만들어 놨고요. 분명히 전방 3채널에 집중되는 음성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종종 물 소리/ 바람 소리 등 '저건 분명히 천장 소리다' 싶은 부분은 물론 종종 활발한 이동감까지 동반되는 서라운드 사운드들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덤으로 서브 우퍼 성분이 명확하게 들어가면서, 폭발이나 사격 신에서 보다 강조성을 갖게끔 믹싱 디자인 한 것도 왕도를 잘 따른 기분. 이런 부분들은 오리지널 스테레오에 비해 분명 더 신나고 그럴싸해서, 약간 농담 보태면 새로운 작품을 감상하는 기분도 납니다. 일본 UBD는 돌비 서라운드 플래그를 담았다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 컨테이너가 LPCM 2.0ch(일본어/ 영어 음성 둘 다 마찬가지)라서 특히 이 LFE 성분이 빈약했는데, 북미반 앳모스는 이런 식으로 꽤 주의 깊게 분위기 나게끔 업 믹스 처리를 잘 해놨습니다.
다만 그 소위 '재미있는' 부분들을 제외하면, 어쩔 수 없는 한계들이나 오히려 애매해진 부분도 있는 건 단점. 일단 절대적인 사운드 퀄리티 면에서 보면, 이 앳모스 믹싱이 특별히 오리지널 스테레오의 그것을 상회하는 건 아닙니다. 오리지널 스테레오 사운드에서 투명감이 투미해지는 부분들은 앳모스 트랙도 마찬가지고, 다이나믹스 면에서도 딱히 향상된 맛은 없고요. 때문에 사실은 일본 UBD를 요즘 AVR 등에서 DTS 뉴럴:X 업 믹싱 걸어도, 일부 세심하다 싶은 스튜디오 믹싱 추가 효과나 배분감 외엔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습니다. AVR 액정창에 'DOLBY ATMOS'라고 뜨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대사 처리 퀄리티는 오리지널 릴과 크게 다를 바 없는데, 종종 돌비 앳모스 처리가 되면서 먹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초반 도입부 (약 39초 경)에서 배경 대사 끄트머리에 헬기 음이 겹치는 부분이 있는데, 오리지널 스테레오에선 끝까지 배경 대사가 잘 들리고 + 헬기 음이 좀 빈약하게 따라 나온다면 vs 앳모스 트랙에선 배경 대사 끄트머리가 오버 헤드로 울리는 헬기음에 묻힙니다. 너무 노력하다보니 반드시 이득만 가져온 건 아니었다, 뭐 이런?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자면... 후반 다각전차 교전 신 같은 데서 확실하게 분위기가 더 산다는 점도 있고, 그밖에도 여러모로 '노력했다' 싶은 생각이 드는 구작의 앳모스 믹싱이라 야박하게 평할 생각까진 안 들긴 하네요. 아무튼 오리지널 스테레오 외에 또 다른 선택기가 하나 더 있다는 것만으로도 노력한 건 사실이기도 하니... 한 86점 정도? 는 너끈하다 봅니다.
후속작 이노센스(얘는 일본 UBD에도 DTS:X 믹싱이 수록)나 (개인적으론 여러가지 면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공각 2.0처럼 루카스 필름이 작업한 멋진 사운드를 서라운드 뽕으로 즐길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이 오리지널 공각기동대에서 울리는 카와이 켄지 씨의 단아하지만 신비로운 절제감 있는 사운드를 '적당한' 앳모스 믹싱감으로 즐기는 것도 하나의 맛이라면 맛이겠습니다. 실제로 스코어의 합창 같은 것도 적당히 높이감을 준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주목해서 들어 보시면 꽤 싱기방기한 기분도 드실 듯.
- 첨언
서문에 대충 하고 싶은 말을 다 써서, 정작 막판에 본 작품에 대해 더 이야기 할 거리가 떨어졌는데... 이 작품에 대해서는 수많은 팬분들의 감상과 수많은 평론들이 나와 있으니, 제가 특별히 작품에 대해 이것저것 덧붙일 말은 없다고 봅니다. 애초에 늘 그렇듯이 UBD 퀄리티 평가에 주력하는 리뷰이기도 하니까요.
굳이 덧붙인다면... 개인적으로 공각 2.0에서 제일 실망한 부분은, 인형사의 목소리가 달라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의 몸에 남자(카유미 이에마사 씨)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던 인형사의 상징성이, 2.0에서는 여자(사카키바라 요시코 씨)의 목소리로 바뀌면서 그림에 어울리는 맛은 있어도 속내용은 퇴색되었달지.
경우는 다르지만 사실 이 북미반 UBD 역시, 돌비 비전이니 돌비 앳모스니 끼우면서 뭔가 (내가 98년부터 종종 봤던)오리지널 공각기동대를 뭔가 묘하게 바꾸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기는 합니다. 2018년 발매된 일본반 UBD야 디지털 냄새가 좀 심하게 났어도 일단 포맷 자체는 옛날 모양새였는데 2020년을 맞아 나오는 북미반은 뭔가 술은 그대로인데 부대 자루가 새 것이 되었다보니.
그렇지만 실제로 둘러본 바로는, 북미반 UBD화를 위해 추가로 손을 댄 미국 엔지니어들 역시 이 작품에 대한 리스펙트는 확실했단 생각이 드네요. 본문에 자세히 논했듯이, 북미반 UBD는 (일본에서 작업한 DI 소스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은 있어도)멋진 원작을 25년이 지난 지금 잘 전달하려고 애썼다고 보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달랑 23달러만 내면, 현 아마존 판매가 기준으론 18달러만 내면 이 명작을 보존하는 게 가능한 것이 제일 좋은 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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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공각은 95년 구판이 더 맘에 들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