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동업을 하면 안되는 이유
20여년 전에 절친한 후배와 동업을 했습니다.
IT회사였고 처음에는 저 포함해서 겨우 세 명으로 시작했습니다.
자본금 5천만원도 선배에게서 빌려 만든 회사였기에 제 월급은 거의 1년 동안 가져 가지 못했지만 후배의 월급은 단 한번도 빠짐없이 지급했습니다.
그리고 사업을 수주하면서 직원들의 수도 늘어나면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더군요.
관급공사를 하려면 보증증권을 끊어야 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은 겁니다.
대표자인 저는 집도 없었고 그렇다고 직원들에게 보증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동업자인 후배가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이 있어서 보증인으로 한번 증권을 끊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 다시 증권을 끊어야 할 일이 있었는데 그 때 막 결혼한 후배는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이제 겨우 회사가 자리를 잡아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마누라가 회사를 그만두라 한다는 겁니다.
저하고 대학시절을 거쳐 근 15년 가까이 함께 해 온 후배인데 그러면 니 생각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뭐 결혼해서 마누라 말을 들어야 되지 않겠냐는 겁니다.
정말 중요한 시기였지만 그러라 했습니다. 마누라와 함께 학원을 운영하겠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주식 반환받고 퇴직금 정산하고 그 친구는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증을 서는 것이 싫고 나중에 혹시 잘되면 대표자만 잘 될거라고 마누라가 말해서 그만두었다고 하더군요. 뭐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시점에 그 친구가 일이 잘 되지 않아서 택시 운전을 하려고 한다는 소릴 들었습니다.
마음이 그렇더군요. 그래서 다시 회사의 재무팀장으로 불렀습니다. 회사에서 두 번째로 연봉을 많이 책정했던 것은 그나마 함께 회사를 시작했던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 친구가 회사를 나가서 동기회 모임을 하면서 제가 월급을 주지 않아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떠들었다는 겁니다. 정말 기가 막히더군요. 해서 불러서 웃으면서 이야기 했습니다. 월급을 단 한번도 안 받은 적이 있느냐구요.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더군요. 다시는 동창들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5년 후에 제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넘기게 되었습니다. 결혼도 앞두고 있었고 어머님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고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직원 승계와 대우 문제도 합의가 다 된 상황이었습니다. 근데 이 친구가 하루는 제게 오더니 회사를 처분한 돈을 자기에게도 좀 달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물었습니다. 회사가 가장 어려울 때에 팽개치고 나갔고 그리고 그 때 분명히 보증관련해서 주식을 가지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다 내놓고 정리한다고 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배당이냐구요.
그랬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더군요. 그리고 제 결혼식 날, 제 집 사람에게 제가 욕심이 많은 좋지 않은 인간이라고 전화를 했다고 하더군요.
사실 대학 후배로 오랫동안 그 친구를 돌봐줬습니다. 그 친구가 감평공부를 할 때 돈을 대주기도 했고 집안 문제가 있을 때 늘 함께 고민하고 심지어 결혼 중매도 제가 했습니다.
정말 배신감이 들더군요. 그 뒤로 그 친구와는 인연을 끊었습니다. 그 친구가 일을 잘못 처리한 덕에 회사를 정리하고 나서도 재판에 회부되어 1년 가까이 법원에 출석한 적도 있었지만 그냥 말을 섞는 것조차 싫어서 외면했습니다.
오늘 새벽에 문득 잠이 달아나 책을 읽다 보니 그 친구가 갑자기 떠오르더군요.
동업 쉽지 않습니다. 인간관계 또한 그렇구요.
그냥 넋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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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업은 다시 안봐도 그만인 사람하고 하는게 맞습니다. 가능하면 동업 안하는게 제일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