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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오늘 아침 일어났더니 온 세상에 흰똥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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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8 15:07:01

몇해전 심설산행은 한라산이 좋다라는 말을 듣고 도전했을 때

더 이상은 올라가지 못한다는 한라산 관리사무소 직원의 말을 듣고 어리목에서

하산을 할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한라산 심설 산행이 주는 맛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거의 무릎께까지 쌓인 눈을 밟으며 산행을 한다는게 그리 녹록치 못했지만

주르륵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가며 죽을둥 살둥 막상 올라가보니 좋더구만요.....

군생활 생각이 많이 나서 말이죠.....온 세상....하얀똥덩어리...천지삐까리...

전 군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알게되었습니다....야...우리나라도 눈이 참 많이 내려....

 

....곽상병님 눈이 내립니다...

....눈? 그거이 뭔디?.....

 

....눈 말입니다..눈 스노우....

....아~~~사회에서는 저걸 눈이라고 부르냐...? ....

 

...???

...저건 말이야..흰똥이라고 하는거야....다시말해서 하얀똥 복창해봐 하얀똥덩어리

 

하늘에서 선녀님들이 솔솔 뿌려준다는 저 눈이 왜 하얀똥덩어리인지 군생활 하면서

첫눈을 맞던날 알게되었습니다

뭐 궁금하시면 입대해서 알아보시기를 권해드리고요.

 

오르는 산행도 힘들었지만 하산길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산길에 뭔가 커다란 짐승이 후다닥 앞을 스치고 지나가길래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고라니였습니다. 그날의 한라산은 온 사방이 죄다 흰똥... 아니 하얀 눈 뿐이었습니다

 

어승생인지 1100고지인지 잘 기억은 나지 않습니다만 그곳도 눈이 많이 쌓여있더군요.

그당시 우리들의 코스는 영실에서 시작해서 1100고지쪽으로 내려왔던것 같습니다.

그곳은 산행을 하지 않고도 차를 이용해서 쉽게 올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가족단위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눈위을 걸어다니며 마냥 좋아하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천진난만해보였습니다. 여기저기 몰려다니며 사진도 찍고 말이죠.

 

....야..신병...난 말이야 민간인들이 이해가 안돼...왜 하얀똥 밟는것을 미친듯이 좋아하고

막 뛰어댕기잖아... 심지어 저걸 손으로 뭉쳐서 서로에게 던지기까지 해...

넌 그게 이해가 되냐?

...힛힛힛.....저는 먹는것도 봤지 말입니다

 

산등성이부터 산마루 까지라고 표현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산아래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은 하얗게 뒤덮힌 눈위로 햇살이 반사되어

눈이 부실 정도로 멋진 풍광이었습니다

눈이 쌓인 모든 곳들이 정말 고요하고 적막하게 느껴질정도였습니다

오로지 눈을 밟는 소리만이 들리는것 같았습니다.

즐거워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습니다. 그 웃음소리마저 정겨웠습니다.

 

1988년 11월 어느날 강원도 양구군 00고지 GP.

전역을 두어달 남겨두고 거의 마지막 근무를 설때 같이 서던 신병이 말을 걸어왔습니다.

 

...병장님 지금 눈이 내립니다..올해 첫눈이지 말입니다.

...눈?...그거이 뭔디?

 

...눈 말입니다..눈..하늘에서 펄펄 내리는 그 눈.

...아...그걸 사회에서는 눈이라고 부르냐? 저것의 진짜 이름은 흰똥이라고 부르지.

죽음의 흰똥..잘 기억해둬야할 너희들의 적이야...

 

군대는 제게 아주 많은것들을 가르쳐 줬고 또 그렇게 배운 모든것들을 후임들에게

가르쳐줬습니다

 

앞으로 몇년뒤면 군대를 가야할 아들녀석도 눈 내린 한라산에서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엄마랑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런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줘야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야..저건 눈이 아냐.......

하지만 제가 아니더라도 군대에 가게되면 자연스럽게 선임이 가르쳐주겠지요...

지금 보고 있는것의 실체를...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게되면 진짜 그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됩니다. 그만큼 눈과 설경에 대해서 표현을 기가막히게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설국을 생각하다보니 이곳 한라산의 설경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에 비해 결코 손색이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모든게 그가 책속에서 말한 그대로 였기 때문입니다. 고개를 들어 어디를 봐도 보이는건 오로지 눈. 한라산에서 보냈던 그날 하루는 제게 한권의 책과 젊은 시절의 추억을 반추해볼수 있었던

그래서 웬지 가슴 한켠이 뭉클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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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28 15:07:00

베토벤 바이러스가 생각나는 글이군요

ㄸ.ㄷ.ㅇ.ㄹ. 

2021-01-28 15:31:33
2021-01-28 15:08:00

제대하면서 눈 오는 날은 절대 밖에 안나가리라 다짐했는데, 20여년 지난 지금은 눈오면
드라이브 나갑니다.

2021-01-28 15:15:18 (211.*.*.228)

똥으로 오리만들었습니다...

2021-01-28 16:59:38

군입대 전엔 겨울이 좋았지요... 겨울 스포츠..호우~!~~~!!!!!

 

지금은 겨울이 제일 싫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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