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선수 출신 딸아이와의 1:1 농구 시합 - 승자는 누구?
제가 예전에 DP 를 2년에서 한달 모자르는 기간동안 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제가 가끔 방문하는 다른 커뮤니티에 이런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먼저 저는 미국 중서부의 작은 대학도시에 살고있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큰 아들도 마침 집에 와있고 이제 1학년을 마친 대학생인 딸아이도 방학을 맞아 온가족이 함께 모여서 북적거리며 지내고 있는데요 어제 문득 가족들끼리 잡답을 하다가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농구로 딸 아이와 제가 1-on-1 을 하면 누가 이길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들 녀석이 딸 아이를 놀리다 이야기가 나왔는데...
딸 아이는 160cm 정도의 키에 비해 아주 작은 체구를 가진 겉보기로는 아주 어려보이는 아이지만 농구를 초등학교때부터 고3까지 선수 생활을 했었습니다. 물론 작은 도시의 학교인지라 객관적으로 보기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는 아닌 그냥 동네 학교 선수 정도의 레벨이지만 동료들의 신임을 듬쁙 얻어 연간 MVP 를 두번 받았고 팀에서 연간 3점슛 1위로 트로피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174.5 cm 의 키에 80 킬로 정도 나가는 체구에 농구를 아주 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대학 다니면서 과대표로 농구를 슛팅가드 포지션으로 했었고 간혹 농구를 한 적이 있는데다가 일단 신장과 체격에서의 압도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당연히 키와 체구에서 밀리는 딸아이에게 아무리 선출이라도 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데..
아내도 아들도 딸이 이길거랍니다. 제가 좀 뚱그적거린다나요? 저는 최근에 하프마라톤도 3년간 세번 완주를 했고 일주일에 3-4번은 탁구를 1시간 이상씩 치고 테니스도 한번 나가면 4시간 정도 치는데다가 회사에서는 소프트볼 부동의 2루수로 나름 운동으로 어디가서 중간 이상은 하는 사람인데 가족들은 전원 딸의 손을 듭니다. 딸아이 조차도 제가 얘기 나왔을 때 피식하는 것을 보고 나름 상처까지 받은 모양입니다. 아마도 딸아이는 제가 딸아이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자존심이 상한 모양입니다.
일단 일대일을 하면 리바운드는 제가 대부분 따낼 것이고 레이업도 블락이 가능하고 슛팅도 어느 정도로 바짝 붙어서 수비를 하면서 제가 공격할 때는 압도적인 신장의 우위로 충분히 이길 것 같은데 이렇게 생각하는게 저뿐인 것 같아 슬픕니다. 더구나 어제 저녁에 지인들 모임이 있어 얘기를 꺼냈는데 모인 분들이 제 말을 듣고 저에게 차마 말을 못하는 것을 보니 다들 제가 이긴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구요.
조만간 딸아이와 일대일을 실제로 할 계획이지만 압도적인 피지컬의 우위에 있는 저에게 아무도 승산을 기대하지 않는게 저도 궁금합니다. 저는 제가 충분히 이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딸아이와 경기를 마치고 나면 보고하겠습니다. ^^
P. S. : 미국에서 '선출'이다 하는 것 때문에 현혹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데요, 아래 댓글에도 달았지만 저의 딸아이는 아주 소규모의 학교에서 원하는 학생은 누구나 선수가 될 수 있는 팀 정도에서 뛰었던, 한국의 선출과는 차원이 다른 선출이라는 점 감안해 주세요.
이 글은 생각보다 많은 댓글을 받았고 아무래도 아무리 키가 작아도 선수 출신이 딸아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댓글이 훨씬 더 많았습니다. 어쨌거나 이 제안을 한 것이 2019년 7월 경인데 그 이후에도 좀처럼 이 대결(^^)은 성사가 되지를 않았습니다. 딸아이 입장에서는 이기면 본전이고 지면 망신이라는 것 때문에 하기가 싫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정말 결과가 궁금했기에 몇번 졸랐었지만 결국 최종 결렬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딸 아이는 대학교를 타주에서 다니고 있어서 방학때나 볼 수 있기에 그 후에 다시 이야기를 꺼낼 일도 별로 없었습니다만..
그런데 최근에 역시 다른 타주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들 녀석이 최근에 집에 잠시 온 김에 딸 아이를 슬슬 자극하고 부추겨서 끝내는 대결을 성사시켰습니다 (참고로 아들 녀석은 농구를 꽤나 잘 해서 여기저기 농구 용병으로 많이 불려다니는 편이고 적당히 남을 자극하는 일도 잘 합니다 ^^). 그리고 정식 농구 경기부터 (아들도 초/중/고 농구 선수 출신) 길거리 농구까지 각종 농구 경기를 오래한 탓에 딸 아이와 상의해서 룰도 정했습니다. 다음은 결정된 경기 룰입니다.
1. 반코트로 진행하고 (당연히!) 7점을 먼저 내는 사람이 승리
2. 슛을 쏴서 실패한 경우에는 리바운드 없이 공수가 바뀌어 다시 시작 (이유는 리바운드까지 경쟁하게 되면 서로 지쳐서 길게 못하기 때문)
3. 슛을 쏴서 성공할 경우는 성공한 사람이 다시 공격권을 가짐
4. 아버지(저)는 살살하거나 봐주면서 하기 없기
어렵게 승락한 딸아이의 조건은 단 하나, 사람이 아무도 안오는 시간에 오로지 자기 오빠(제 아들), 저, 자기 자신 세사람만 존재하는 상태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가 다니는 교회의 야외코트에서 사람이 아무도 없는 시간에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 진행된 것이 지난 7월 18일입니다. 그리고 오늘(이곳 시간 7월 26일 월요일) 아들과 아내를 관중으로 하고 드디어 1:1 시합을 하였습니다.
아, 글이 너무 길어지네요. 결과는 60초... 아니 바로 이어지는 글에 계속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깜짝 이벤트로 혹시 댓글로 승부 결과를 점수로 남겨주시는 계시면 정답을 맞춰 주신 분에게(같은 답을 주신 분이 계시면 먼저 맞춰주신 분에게) 제가 귀국하게 될 때 작은 선물을 반드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위에 말씀드렸다시피 7점 내기 승부였고 1골 당 1점입니다).
오랜 숙원 사업을 마쳤더니 매우 개운한 월요일입니다. ^^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P.S. : 현재 딸아이는 161cm 의 키에 이번 가을에 대학 4학년이 됩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 농구를 한 적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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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따님 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