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제7 기병대급 위용, 잠자리
지금은 옆에 공장이 들어서서 훨씬 덜해졌지만, 이전에는 야산이었고 온갖 웅덩이에서 엄청난 모기가 쏟아져나왔죠.
장마가 끝나면 밖에 잠깐도 못 서있을 정도로 모기가 죽기 살기로 달려들었습니다.
오죽하면 텃밭 가꾸거나 잔디정원에서 잡초를 뽑을 때에 아내가 살충제 들고 서 있었죠.
정말 너무 심하다 하는 순간에, 자연이 너무나도 신비롭고 조화로운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냥 어릴 때에 봤던 영화장면 인용입니다.)
서부개척민 마차행렬이 인디언의 공격을 받고 죽어갈 때에 저 멀리에서 마구 달려오던 구원자가 있었죠.
제7 기병대였고 기병대가 오자 마자 인디언이 달아났죠.
자연에도 제7 기병대가 있더군요.
바로 잠자리떼입니다.
갑자기 잠자리떼가 하늘을 덮더니 계절이 바뀐 것처럼 모기가 사라집니다.
밤에는 다시 모기가 나타나지만 그래도 낮에 잠자리가 머리 위를 떠돌 때에는 너무나도 든든하죠.
잠자리 한 마리가 모기를 어마무시하게 잡아먹는다고 합니다.
잠자리는 몸에 비해 크고 둥근 눈을 갖고 있다. 잠자리의 둥근 눈은 사방의 곤충을 감지하며 그 움직임을 폭넓게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잠자리 중 왕잠자리의 최고 속력은 약 시속 100km다. 그야말로 곤충계에선 우사인 볼트를 능가하는 엄청난 속도. 시속 2km인 모기, 시속 15km인 파리는 포르쉐 앞에서 세발자전거 타고 달아나는 거랑 같다.
또한 잠자리의 턱은 크레인처럼 강력하며, 다리는 그물처럼 먹잇감을 움켜쥘 수 있다. 큰 잠자리 같은 경우 턱으로 인간의 피부에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작은 잠자리 역시, 날아다니는 먹이감을 그대로 턱으로 물어 사냥한다.
잠자리는 위와 같은 능력으로 포착한 먹이 중 95% 이상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경이적인 사냥 성공률이다. 바다의 포식자 상어보다 2배, 정글의 왕 사자보다 4배 효과적이다.
잠자리가 높은 확률로 해충들을 잡아내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사실은, 잠자리가 끊임없이 해충을 먹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하루 엄청난 양의 모기를 먹어치운다. 보통 하루 200마리 이상을 잡아먹으며 많게는 1000마리 이상도 거뜬히 먹어치울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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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가 모기를 잡아먹는 것을 나이들어 알게 된 이후에는 잠자리를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어렸을 때 장난으로 잠자리를 잡아서 놀았던 것을 후회했네요.
모기는 진짜 멸종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