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결과보고] DP 분들이 골라주신 저희 집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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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13-07-01 06:57:21
휴, 정말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는 군요. 오늘은 밀린 숙제 혹은 약속을 하나 지키려고 글을 하나 남깁니다. 제가 2011년 8월말 이곳 프차에 질문글을 하나 남겼습니다. 제가 미국에 와서 처음 주택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에 관한 조언을 DP 여러분들에게 듣고 싶어서였습니다. 그 글을 기억하실 분도 계실텐데 ('집 선택 조언 - 드림하우스? 혹은 현실적인 집?' 이라는 글입니다) 내용인즉은 제가 고민하고 있는 집 선택에 대하여 여러분께 여쭙고 싶었고 저의 덧글을 제외하고도 64개 (총 128개) 의 댓글이 달려서 저에게는 참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질문의 내용은 저의 경제적 형편에 맞는 집을 사야하는지 아니면 약간의 무리가 있더라도 제가 정말 살고 싶어하는 집에 살것인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의 선택은 DP 분들의 조언을 받아들여 원래 예산보다 비씨지만 제가 살고 싶어하는 제가 드림하우스로 표현한 집을 골랐습니다.
많은 분께서 댓글로 좋은 의견을 주셨는데 니모삼촌님께서 말씀하신 '드림하우스라는 꿈을 이루실 적정기' 라는 말씀이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제가 늦게 공부를 마치고 나이 50을 몇년 남겨두고서야 비로서 살 집을 구하는 바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살아보겠느냐 하는 심정이 공감이 되어서입니다.
그렇게 집을 구입하고 이사하고 나서 이에 대한 보고를 드리고자 하였으나 여러가지 연유로 미루다가 몇몇분이 댓글로 계속 잊지 않고 언급을 해주셔서 이 기회에 그때 많은 댓글을 주셨던 분들에게 보고를 드리고자 합니다. ^^ 또한 제가 왜 그렇게 이 집에 살고 싶어했는지 그때 자세히 말씀 못 드렸는데 이 기회에 함께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울러 이렇게 얘기 나온 김에 미국의 인구 10만의 소도시에서 단독 주택이란 어떤 것인지에 대하여서도 수박 겉핥기에 불과하지만 함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
일단 허접하게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지만 여러분의 도움을 받아 구입한 집을 공개합니다. 물론 모기지 (Mortgate) 로 대출을 받은거라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2041년까지는 저희 집이 아닌 은행의 소유입니다만 .. ^^ (혹시라도 사진이 안보이시는 분들은 화면을 refresh 해보시기 바랍니다. 구글에서 외부링크로 걸어놓은 사진이라 가끔 안나올 때가 있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그다지 큰 특징이 없는 흔한 주택이지만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실제보다 좋아보일 수 있다는 것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집을 얘기할 때 우선적으로 평수로 얘기를 하는 경우가 흔한데 미국의 경우는 침실의 수와 화장실 수로 집의 규모를 가늠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밖에서 보았을 때에는 집에 딸려있는 차고를 보면 대충 어느 수준의 집인지 짐작이 됩니다. 미국 대도시의 경우가 아닌 제가 사는 소도시에서는 이렇게 차고에 두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집이 지극히 일반적입니다. 한대짜리 차고가 딸린 집이 좀 작다고 평가하며 세대가 들어가는 집부터가 소위 말하는 좋은 집에 들어갑니다. 물론 뉴욕, 시카고, LA 같은 대도시는 제가 사는 인구 10만짜리 소도시와는 집값이 3-4배까지 차이가 나므로 절대로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안됩니다. 뉴욕 아주 구석의 차고 하나짜리 집이 저희 집의 몇배가 넘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점은 한국도 서울과 그 밖의 소도시의 집값을 비교해 보시면 쉽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사진속의 저희 집은 차를 두대 넣을 수 있는 차고를 가지고 있으므로 평범한 저희 동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형태의 주택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실제로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도 동료 회사원들의 50%정도가 두개짜리 차고가 딸린 집에 30% 정도는 세대짜리 차고가 딸린 집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식으로 돌려 이야기 하면 소도시에 33평짜리 아파트 정도에 사는 것 정도의 규모로 생각하시면 될 듯합니다. 한국에서 보시기에는 커보일 수도 있으나 이제 회사생활 몇년 안한 신참이 30년 대출을 끼고 살만한 집이니 어떤 관점에서는 미국이 그래도 한국보다는 자기 집을 마련하기에 용이하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직장생활 몇년만에 33평짜리 아파트를 대출을 끼고라도 구입은 힘든게 아닐까 싶으니까요 (혹시라도 제가 잘 못 알고 있다면 댓글로 가르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방금 회사원이 사기에 무리가 없는 집이라고 하였으나 지난 질문글에서는 저의 예산을 훨씬 벗어나는 집이라서 망설였다고 하였습니다. 이제 그 차이를 설명할 때입니다. ^^
생애 처음 구입하는 집을 그것도 미국에서 하게 되어 초반에 집 쇼핑을 할 때 어리벙벙 하였습니다. 사실 저는 집에 큰 관심도 없었고 방두개짜리 월세 아파트에 11년간 살다가 단독주택에 다시 월세로 4년 정도를 산게 전부라서 주택에 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습니다. 다만 집을 많이 봐야 고르는 눈이 생긴다고 해서 정말 몇달간 아내와 같이 많은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미국, 특히 제가 사는 지역은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오픈하우스를 하기 때문에 일요일 오후면 이지역 저지역을 돌아다니며 아내와 매매로 나온 집을 보러 다녔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몇달하니 힘들더군요. 그래서 아내에게 일임을 하고 '당신 살고 싶은 집 아무데서나 나는 살게' 라고 얘기를 하고 집 쇼핑에서 빠지려고 하였으나 아내는 그래도 저도 가족의 일원이니 반드시 봐야한다고 고집을 굽히지 않더군요. 심지어 아이들까지 모두 데리고 집 쇼핑을 다녔습니다. ^^ 아내는 특별히 1층에 침실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어했습니다. 미국의 단독주택들은 2층이 매우 일반적이고 1층은 거실이나 패밀리 룸, 다이닝 룸 등의 공동 사용 공간이 주로 있고 침실이나 주거용 방들은 모두 2층에 있는 형태입니다. 그런데 1층에 침실이 있고 단층 규모로 되어 있는 집들이 있는데 이를 Ranch 라고 부르며 오히려 2층집보다 비쌉니다. 집 쇼핑을 다녀보니 랜치는 너무 비싸서 2층 짜리 일반적인 형태로 결심이 굳혀져갈 찰라 부동산 중계사 (real estate agent) 가 예산 보다 비싼 집이지만 아이디어를 얻는 다는 의미에서 집 하나 보지 않을래 하고 제안을 합니다. 사실 자기가 살고 있는 집하고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는 집이며 이 동네에는 이 구조로 단 한집이 있는데 집 디자인 자체를 따로 돈 주고 구입하여 건축한, 2층 집이지만 1층에 침실이 있는 집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조금은 괜찮은 동네에 있는 집이고 예산보다 25% 이상 비싼 집이었기에 살 생각은 없었고 구경이나 하러가자고 해서 그 집을 가서 본 순간 저는 '헉'하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집에 관심도 없던 저도 몰랐던 제가 살고 싶어하는 집이 거기 있었습니다. 이미 서론이 길었기에 바로 사진으로 보여드립니다. 저를 미치게 했던 두가지 요소 중 첫번째 입니다.
두둥~~~~
바로 지하에 홈씨어터가 이미 설치가 완료되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국에서는 지하실이 있는 집을 두개로 나누는데 이처럼 지하에 완전히 거주할 수 있도록 방과 카펫을 모두 갖춘 것을 finished basement 라고 하는데 (그와 반대로 콘크리트 바닥에 보일러 배관이 그대로 보이는 경우 unfinished basement 라고 합니다) 지하실이 거주만 가능하게 꾸며진게 아니라 상당한 수준의 가정극장이 이미 꾸며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DP 에서 소개가 된 그림같은 가정극장을 가진 분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느 집에 살거나 프로젝터 설치와 가정극장 꾸미는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저에게 이 집은 정말 드림이었습니다. ^^ 물론 당시에는 저 사진속의 빨간 저렴한 이케아 국민 리클라이너가 아닌 다른 소파가 있었지만 나머지는 동일합니다. ^^ 사진 몇장 더 추가합니다.
위의 사진은 측면의 모습입데요, 벽도 예쁘게 꾸며져 있고 조명도 멋지게 들어가 있고 (슬라이드 스위치로 천정과 양 사이드가 나뉘어 조도 조절이 됩니다) 왼쪽 끝에는 각종 AV 장비를 넣어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 극장내의 모든 스피커와 서브우퍼, 프로젝터에 연결되는 케이블들은 벽속에 매립되어 이곳으로 나옵니다. 여기는 '나의 홈시어터' 게시판이 아니므로 장비 설명은 패스합니다. ^^ 간단히 Yamaha 의 7.1 채널 리시버에 8개의 스피커가 연결된 시스템인제 저에게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모든 장비와 프로젝터, 스피커까지 원 집주인에게 그대로 양도받았습니다.
이 사진은 스크린과 프론트 스피커 그리고 센터 스피커인데요, 액자형의 스크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벽에 프로젝션용 백색 페인트를 칠하고 가장자리에 검정색 나무로 프레임을 만들어서 스크린처럼 보이게 만든 것입니다. 화질은 상상이상으로 잘 나옵니다. 하얀 부분만 줄자로 재보니 120인치 정도 되더군요. 특이한 것은 사진에서 잘 보이시는지 모르겠지만 프론트 스피커가 벽쪽에 전용 지지대를 만들어서 중간쯤에 떠있는 형태구요 센터스피커도 마운트를 이용해서 잘 고정되어 있고 모든 케이블링은 벽 속으로 매립되어 깔끔합니다. 프론트 스피커는 Dynalab 사 제품이고 센터 스피커는 백만인의 센터 스피커 Polk Audio 입니다. ^^ 모델요? 여긴 홈시어터 게시판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
프로젝터는 미국에서 젤 인기 좋은 모델의 하나인 Optoma HD20 1080p 모델입니다. 물론 깔끔하게 설치되어 있는데 오른쪽에 붙어있는 요상한 깜장 박스만 제가 설치한 것입니다.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Component 케이블만 매립이 되어 있어서 (컴포넌트는 1080i 까지 지원을 하는 제약이 있습니다. 아마도 케이블 셋탑 박스가 컴포넌트 출력만 있었던 듯 합니다) HDMI 케이블을 매립을 하려다 큰 공사가 되어서 제가 아마존에서 마침 증정받은 필립스사의 무선 HDMI 수신기로 연결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비디오 소스에서 프로젝터로는 무선으로 송수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송수신기가 1080p 에서 24hz 까지만 지원을 하는 탓에 (1080p/60hz 가 안됩니다) 그냥 1080i 나 720p 해상도로 사용중입니다. 1080p 를 지원하는 무선 송수신기가 시장에 있긴 하나 요놈도 상당히 만족스러워 그냥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저녁이면 나홀로 귀요미들을 보며 하루의 피로를 식힙니다 (아내에게 사정해서 산타에게 받은 카라의 Karasia 블루레이입니다 ^^). 한가지 안타까운 것은 저를 제외한 식구 누구도 여기에서 영화를 보는데 관심이 없어서 저 혼자만 사용하고 가끔 대학에 간 아들 녀석이 집에 오면 Playstation 3 로 친구들 불러다 게임하는데만 씁니다. 아니 이렇게 좋은 (제 수준에서) 가정극장이 있는데 왜 영화를 안 보냐구요. ㅠ.ㅠ 이 집 이사오고 지금까지 1년 반이 지났는데 네 가족이 다모여서 영화를 본 적은 단 한번에 불과합니다. 그것도 제가 사정 사정해서... ㅠ.ㅠ
자 그러면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 겨우 가정극장 하나 때문에 드림하우스 어쩌고 한거야? 그것 하나 때문에 그렇게 비싸?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분명 있으실 겁니다. 물론 아닙니다. 제가 위에서 저를 미치게 했던 두가지 요소 중 하나라는 표현을 했습니다. 바로 다른 하나가 저에게 결정타를 먹입니다. 또 사진 갑니다.
두둥 ~~~
이겁니다. 저를 기절시킨게... ^^ 여러분들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시면 흔히 볼 수 있는 부쓰 테이블 (Booth Table) 입니다. 네, 이게 지하에 있습니다. 저는 이걸 본 순간 정말 넋을 잃었습니다. 전 이렇게 꾸며진 집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거든요. 조명까지 은은하게 설치되어 있는데다가 사진에 보시는 바와 같이 벽에는 전 집주인이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모은 실제 식당들의 메뉴가 걸려있습니다. 이 메뉴 가져가겠다는 것을 사정 사정해서 얻었습니다. 아 저는 정말 이게 너무 너무 맘에 들었습니다. 지금도 가끔씩 여기에 앉아서 이렇게 DP 에 글을 쓰거나 세금보고 같은 서류 작성을 하고 있으면 마치 저만을 위해 열어놓은 24시간 패밀리 레스토랑을 소유한 그런 느낌입니다. 이걸 처음 보고 나서 제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그 후 메아리 치게 되었습니다.
"이 집에서 살고 싶다!!!!!!!!!!"
아내는 예산보다 비싼데다가 서향인 집이라 매우 탐탁치 않아 합니다. 그러나 저는 공원을 끼고 있어 view 가 좋은데다가 집안 자재들도 나쁘지 않은 것을 쓴 집이라 마음에 든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집은 내가 너무 너무 살고 싶다, 나에게 이번에 기회를 한번 주면 다음에는 무조건 당신이 원하는 집에 살겠다라고 그야말로 애걸복걸 하는 동시에 바로 DP 에 글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
결과적으로 새로 만들어진 공원을 끼고 있고 그 이후에 집이 전혀 없이 지평선이 보이는 곳이라 매일 저녁이면 집에서 일몰을 볼 수 있고 오후부터 해질때까지 직접 햇볕이 들어오는 것은 생각보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집에 단열재 처리가 잘되어있어 너무 덥거나 춥지 않아 좋았습니다. 한국분들이 남향을 극도로 선호하는데 미국인들은 그렇지 않아 의아했는데 서향집에 살아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였습니다. 더구나 주차장쪽은 해가 바로 들어 제가 예전에 살던 남향집에 비해서 눈이 빨리 녹는 장점이 있더군요 (남향집에서는 차고 앞에 하루 종일 눈이 안녹고 쌓여있었습니다).
위의 부쓰 테이블로 결정타를 먹고 아래의 사진으로 작은 감동을 하나 더 받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홈빠(Home bar) 입니다. 저는 음주를 즐기지는 않지만 이렇게 걸터 앉아 얘기를 할 수 있는 그것도 조명 처리가 꽤 잘 되어 있는 홈빠는 진짜 휴식공간이 되더군요 (3개의 독립된 조명 처리가 되어 있습니다) 혹시 보이실지 모르겠지만 검정색 냉장고 오른쪽의 자그마한 기계는 이곳 DP 에서 뽐뿌받아 산 팝콘 기계입니다. DP 회원님께서 올린 글을 보고 망설이다가 갑자기 세일을 하는 바람에 아주 파격적인 가격에 구입한 것입니다. 지금은 그 오른쪽에 핫도그 기계까지 갖추어서 제법 뽀대가 납니다 (사진을 예전에 찍어둔 거라서 아쉽게도 핫도그 기계는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지하실이 홈씨어터 부분을 제외한 반대쪽이 이리 생겼습니다. 멀리 제 블루레이와 DVD 를 담아놓은 rack 도 보이구요, 창문으로는 환한 빛이 가득 들어옵니다. 환한 빛????? 제가 지하실이라고 말씀 드렸을텐데요. 환한 빛이 들어올리가.. ^^ 예전 집 주인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직접 꾸몄다고 하는데 실제 열리는 미닫이 문을 만들고 안쪽에 형광등을 여러개 달아놓았습니다. 그래서 마치 저 문 너머에 더 공간이 있는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키는 참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입니다. 저희 집에 오시는 분들은 모두 다 속습니다. ^^ 물론 이 사진을 찍었을 때는 그래도 저 공간이 좀 깨끗했을 때구요, 지금은 이런 저런 장난감들을 들여놓아 좀 지저분해졌습니다. 아래의 사진처럼요. ^^
뭐 이 글이 제 집들이도 아니고 해서 이렇게 저로 하여금 무리를 하게 하고 DP 분들에게 자문을 구하게끔 한 부분만 소개해 드렸습니다. 1층이나 2층은 뭐 다른 분들 사는 집이나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구입한 집에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제 일년반이 지났으니 신기함이 가실 시간도 되었지만 아직도 주말에는 행여 약속이 있을세라 저 지하실에 콕 박혀서 토/일요일의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내도 주중에 격무에 시달리는 남편에게 주말이면 완벽한 자유를 주는 탓에 (사실 본인이 바빠서도 그렇지만 ^^) 저곳에서 영화도 보고 DP 질도 하고 eBook 으로 한국 책들도 읽고 그렇게 시간을 매주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라면 저의 경제적인 사정과 형편으로는 이러한 집에 산다는 것은 어림도 없겠지요. 아마 외국의 작은 도시에 사는 가장 큰 혜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30년간 갚아 나가야겠지만 다행히 아들이 대학을 간 것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꼬박 꼬박 잘 갚아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짤리지 않고 열심히 회사생활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구요.
지나치게 긴 글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 마지막으로 사진 두장 첨부하는데요, 아래 사진은 대문 앞에 있는 장미나무입니다. 활짝 핀 상태가 아니지만 이게 활짝 피면 정말 예쁩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가지치기도 해줘야 하고 벌레가 들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하고 (생각보다 병충해가 있습니다) 가끔은 비료도 줍니다. 한국에서는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지요. 주말이면 한국에 있을때면 결혼식이나 친지 모임에 바빴던 제가 여기서는 이렇게 장미도 칩니다. ^^
그리고 아래 사진은 집과 붙어 있는 공원에 아내랑 해질녘에 산책을 나갔다가 저희 집을 찍어본 것입니다. 이사 오는 시점에 공원이 조성이 되어서 그야말로 집에서 응접실 문을 열고 나서면 바로 공원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깨끗하게 조성이 되어 있는데다가 공원 탓에 더 이상 주택이 들어서지를 않아 집에서 훤하게 뚤린 지평선을 매일 보고 사는 혜택이 있습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집자랑 글이 될까봐 올리기 매우 조심스러워 망설였던 적도 있었습니다만 그래도 궁금해 하실 분들 대부분이 저희 집에 오시지는 못할 터이기에 꼭 한번은 소개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양평대군님 잘 보셨어요? ^^). 둘째 아이가 대학에 가게 되면 6-7년 후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게 될 것 같습니다만 그때 아마 제일 그리워하게 될 것이 이 집일 것 같습니다. 누구보다도 한국의 주택 사정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처음에 미리 선납으로 내는 돈 (여기서는 down payment 라고 합니다) 이 없어도 신용만 좋으면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지 한국에 가게 되면 그야말로 전셋집을 마련할 목돈도 없는 저이니까요.
고백을 하자면 제가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했던 후배 한명을 제외하고는 직장 동료 누구도 저희 집에 초대를 한 적도 또 이런 것을 갖추고 산다고 얘기를 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훨씬 더 많은 분들이 보실 이곳에는 이렇게 과감히 공개를 하게 되네요. 아무쪼록 고깝지 않게 저와 같은 기쁨으로 너그러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자면 여러분들이 잘 아는 미국의 대도시에서는 이런 집에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아주 작은 우리 동네 이야기입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밀린 숙제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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