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HD] UHD-BD 리뷰 소개 - 킹콩(2005)
일전에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blu_ray&wr_id=1684648%EC%97%90%EC%84%9C 에서 말씀드린대로, UHD-BD 리뷰를 순차적으로 소개해 드리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물 세 번째 시간인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것은 킹콩. 콩이 아니라 킹콩입니다. 중요하니까 두 번 & 볼드.
'반지의 제왕'으로 헐리우드의 초 사이야인... 아니 초 신성으로 떠오른 피터 잭슨 감독이 그 여세를 몰아 2005년에 내놓은 '킹콩'은 1933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그리고 33년 원판/ 76년 1차 리메이크판에 비해 비평/ 흥행 모두 대성공을 거두면서 피터 잭슨 감독의 입지를 완전히 굳힌 영화. 이 거대 원숭이는 꼬리를 자르면 간단히 퇴치할 수 있는 괴수가 아니므로, 안 보신 분은 한번 꼭 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므로 내용이나 연출에 대한 너스레는 치우고 오직 UBD의 만듦새에 집중합니다.
늘 덧붙이는대로 1. UHD-BD는 소스 다이렉트로 스크린 샷을 뽑을 수 없으며 2. 출력 화면의 사진 촬영은 퀄리티를 올바르게 판단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여지가 있고, 3. 그렇다고 BD의 1920x1080 스크린 샷을 첨부하는 것 역시 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본 소개글에 스크린 샷이나 화면 사진은 첨부되지 않습니다.
(큰 녀석이니까, 자켓 이미지도 그간의 시리즈보다 크게 첨부^^)
- 카탈로그 스펙
UHD-BD 트리플 레이어(100G), 2160/24P(HEVC), 화면비 2.35:1, HDR10
* 극장판(188분)/ 확장판(200분) 동시 수록. 심리스 브런칭 방식으로 추정.
- 영상 퀄리티 평가
블루레이 닷컴 : 4/5
High-Def Digest : 3/5
지인 댁의 깜깜한 동굴 같은 씨어터 룸에서 디스크를 더듬으면서 이 UBD를 처음 걸었을 때, 잠깐 딴 데 보느라 HDR 인식 표시를 못본 전 BD를 잘못 건 줄 알았습니다. 아니, HDR 인식 표시를 봤어도 BD라고 착각했을 것도 같네요. 약간 과장 섞어서, 이 UBD의 화질은 동 타이틀 BD(를 4K 디스플레이에서 업스케일한 결과물)의 화질하고 그냥 딱 봤을 땐 도통 구별이 안 됩니다.
이렇게 된 최대 원인은 이 UBD의 HDR10 휘도가 피크 1000니트/ 평균 96니트(!)라는 데 있는 걸로 보입니다.(BD에 수록되는 SDR 그레이딩의 기준 휘도가 피크 100니트...) 다음으로 35mm 필름의 2K DI를 (BD랑 마찬가지로)UBD에도 그대로 수록했다는 것도 가세. 이러다보니까 이 UBD에서 눈에 띄는 거라곤 광색역의 색 포화감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그 색 포화감도 일부 장면에서나 두드러진다는 게 문제지만, 아무튼 이것에 집중해서 보자면 UBD를 건 것을 눈치챌 수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Hi-def 리뷰어가 지적한 것처럼, 공룡들과 드잡이질을 벌이는 장면에서 배경의 화려한 색감 같은 건 BD에 비해 확실히 때깔이 좋아 보입니다. 뭔가 알 수 없는 마치 고대의 이상한 장소 같은 이 장면 배경들의 골동틱한 느낌이 살아난다든가, CG로 만든 킹콩의 살갗 질감이라든지 고래 등에 낀 새우 신세인 여주인공의 피부 톤이라든지... 이런 것을 눈여겨 보자면 UBD가 된 보람도 없는 것은 아니긴 한데...
문제는 이런 장면들에서조차, 장단점이 혼재한다는 것. 특히 이 UBD의 최대 문제는, 35mm 특유의 백 피크가 날아가버리는 문제(본래 SDR이 담는 휘도가 충분치 못한 탓 & 슈퍼 35mm 필름의 특성)가 UBD에서도 나타나고 이게 BD보다 더 눈에 거슬린다는 것입니다. 이 역시 Hi-def 리뷰어도 조목조목 지적한대로, 이러다보니 명부 디테일이 오히려 BD보다 더 날아가 버린 부분이 산재. 여기에 장점으로 꼽은 광색역과 일부 고명도의 광빨마저 (촬영 카메라가 많다는 핸디까지 더해져)도무지 일관성이 없어서, 오히려 BD의 SDR이 더 화면 일관성이 좋아 보입니다. 더불어 HDR 그레이딩의 고질적 문제인 필름 그레인의 노이즈화까지 끼어드는 몇몇 장면에선 눈쌀을 찌푸리고 싶을 정도고요.
그나마 아주 잘 뜯어보자니, CG가 주가 되는 부분들(특히 주역인 킹콩)의 업스케일에 애를 쓴 구석이 없어보이진 않는데... 일반적인 소비자 기기에서 2K나 그 이하 해상도로 렌더링 된 CG를 업스케일 하면 어딘가 어색한 부분/ 뭉개지는 부분들이 반드시 눈에 띄지만 이 UBD에선 그나마 그게 조금 덜합니다. 근데 그래봐야 어떤 장면에선 또 윤곽선 두께가 일정치 않은 등, 도무지 스케일링 파라메터에서도 일관성이 없어서- 결국 눈에 불을 켜고 봐도 짜증, 대면대면 봐도 짜증 이런 상태.
블닷컴 리뷰어는 그나마 좀 애둘러가며 이리저리 좋은 말을 써서 별 넷은 부여했는데... 제가 볼 땐 이 UBD는 아주 좋게 봐줘도 BD와 장단점이 막상막합니다. 좋아 보이는 일부 장면들에 가산점을 줘야 그렇게 느껴지고요. 하여간 유니버설은 본 시리즈 UBD 같이 21세기 초반 35mm 작품들의 UBD화에 있어 영상에서 계속 약점을 드러내는데, 좀 분발했으면 좋겠습니다. 굳이 덧붙일 필요가 있겠나 싶지만, 이 UBD는 평균 빗렛도 58M에 머무릅니다. 100G 디스크인 이유는 순전히 러닝 타임 때문이었던 모양.
- 음성 퀄리티 평가
블루레이 닷컴 : 5/5
High-Def Digest : 4.5/5
킹콩은 BD 당시 DTS-HD MA의 레퍼런스 타이틀로 꼽혔고, 지금 들어도 특히 중저음의 소위 쪼이는 맛은 따라가는 타이틀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UBD의 DTS:X는 주로 오버헤드 스피커를 이용하는 '신기함'에 집중하리라 생각했는데, 이게 또 이렇지가 않습니다.
킹콩 UBD의 DTS:X 사운드는 딱히 시청자의 머리 위를 자극하지 않는 편입니다. 또한 공간감도 이전 킹콩 BD의 DTS-HD MA(5.1ch)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과 몰입감만큼은 아닙니다. 때문에 객체기반 오디오의 느낌을 잘 전하는 데모로 쓰기는 어렵다고도 보입니다. 이쪽에 집중하면, DTS:X 재현을 슬그머니 그 코어로 제한하여 출력해도(= 이 경우 DTS-HD MA 7.1ch로 전달됨) 잘 모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나마 영상에 비해 음성에선 신세대 포맷의 장점이 더 드러나는 편. 예를 들어 전술한 드잡이질과 그 전후 일련의 시퀀스에서 들려주는 나름 360도틱한 음장감이라든가, 최대 클라이막스인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장면에서 헬기와 교전할 때의 사운드감은 DTS-HD MA 이상의 비산감과 입체감을 들려줍니다. BD 당시에도 훌륭했지만, UBD에선 이 부분에서 (시설만 받쳐주면)진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옥상에서 킹콩의 분투를 구경하는 느낌마저 든달지? (물론 전 엠파이어 스테이트 옥상에 가본 적이 없으니까, 순전히 그만큼 확 날아오르고 펑펑 신나는 임장감이 든단 얘깁니다.^^;)
그리고 잘 들어보면 전체적인 음의 다이나믹스 감이나 투명성도 약간이나마 더 개선된 구석은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것도 시스템이 받쳐줘야 들릴 정도의 미세한 차이긴 한데, 시스템이 받쳐준다면 앞서 논한 장점들도 잘 들릴 테니까요. 결국 감상 편차는 좀 벌어질지 몰라도, DTS:X 구현에 힘쓴 시스템의 소유자라면 적어도 사운드면에선 일감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사운드바 DTS:X... 로는 별 차이 안 나니까(들어본 건 야마하 YSP5600), 제대로 나서지 않을 거라면 그냥 DTS-HD MA가 더 좋다는 점은 덧붙여 둡니다.
- 첨언
킹콩 UBD는 현 UBD 자체, 그리고 UBD 제작국의 한계를 극명히 드러내주는 타이틀입니다. 아날로그 필름 재현성이 BD까지의 SDR보다 더 좋아야 마땅할 HDR10이, 어째서인지 그 장점을 잘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 & 아날로그 필름의 보존 한계에 따른 HDR화의 어려움 등등. 거기다 필름 네거에서 새로 4K 스캐닝조차 하지 않고 2K DI를 그대로 업컨버트만 한 무성의함까지... 하여간 영상면에서 확 차이점을 보여줘야 할 UBD가, BD와 일장일단을 다툰다는 것 자체가 UBD의 현 입지를 킹콩의 울부짖음만큼이나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그래도 음성에 있어선 쳐줄만한 부분도 있지만, 이것도 엥간히 DTS:X를 잘 정비한 시스템이 아닌 한은 글쎄요... 더구나 DTS-HD MA 핸들링 노하우가 쌓일대로 쌓인 것과 달리, DTS:X는 아직도 제작측이나 유저측이나 헤매는 경우가 다반사라 섣불리 시스템 장만을 강권하기도 뭣하고. BD의 사운드가 워낙 레퍼런스급이었단 이유도 있겠으나, 하여간 이 UBD의 DTS:X 사운드도 'BD에 비해 확 나아진 감'을 누구에게나 들려준다곤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일부 '그러려고 발버둥친 신'만 찍어서 재생하면 느껴질려나.
여기에 한국내 정식 발매판도 없는 킹콩 UBD는, 결국 한국내 유저께는 엥간히 호기심 많은 분 아니라면 그냥 밀어두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솔직히 전 이 킹콩을 최근에 나온 콩(: 스컬 아일랜드)보다 더 영화로선 재밌고 좋게 봤기 때문에 지인 댁에서도 킹콩 UBD를 먼저 봤는데... UBD 퀄리티란 점에서만 논한다면 콩의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그 콩: 스컬 아일랜드 UBD에 대한 감상도, 곧 뒤이어 적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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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 리뷰 잘 읽었습니다.
콩 블루레이 출시후 1976년판(스페인판), 2005년판, 콩(2017)
이렇게 세가지 버젼을 연속해서 비교하면서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피터 잭슨의 킹콩이 사운드나 비주얼이나 스토리에서도 과연 압도적이네요.
그래서 4K에도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구매 고민을 확 없애주셔서 감사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