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VER HEALTH CHECK: OK
1
프라임차한잔
자동
ID/PW 찾기 회원가입

[감상기]  [감상기] 천년여우千年女優

 
14
  2131
Updated at 2021-01-14 22:00:21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이며 일본내 2002년 9월 개봉한 극장판 애니메이션 [천년여우千年女優]는 개인적으로도 깊은 추억을 가진 작품입니다. 근 12년전 개봉한 작품이며 제가 실제로 접한 것은 2004년경이지만 이 작품에 대해 떠올리면 항상 어제 본 것 같고, 또 한편으로 미디어 매체를 통해 다시금 감상하고 난 직후에는 마치 10년, 아니 20년전 부터 계속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지금 여기에 그 감상을 적는 블루레이(이하 BD)를 통해 다시금 본 직후에도 같은 감상이 드는 것은 아마 이 작품이 전하는 영상과 메세지가 그만큼 인상깊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87분의 시간동안, 과거와 현재 그리고 회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보는 사람에게 오직 한 가지 메세지를 전해주는 이야기. 그 메세지, 흡사 광기와도 같은 사랑을 하지만 담담하고 조용하게 그러나 힘있는 영상으로 들려주는 이야기. 천년에 걸친 여배우 후지와라 지요코 여사의 이야기를 그 이야기를 담은 BD와 함께 다시금 해보려 합니다.


1. 디스크 스펙

BD-ROM 듀얼 레이어(50G), 전체용량 37.8G/본편용량 25.0G
영상스펙 1080P24(AVC/ MGVC)/ 화면비 1.85:1/ 비트레이트 31.05Mbps
음성스펙 돌비트루HD(16/96) 일본어 5.1ch & LPCM(16/48) 일본어 2.0ch, 자막 없음

* 오디오 코멘터리: DD(256kb) 일본어 2.0ch



일본내 2014년 2월 21일에 발매된 당 타이틀의 스펙상 최대 특징은 마스터 그레이드 비디오 코딩(이하 MGVC) 적용반이라는 점, 그리고 어드밴스드 업샘플링 테크닉을 적용하여 96khz의 샘플링으로 뽑은 사운드입니다.

특히 MGVC에 대해서는 과거 이를 중점적으로 다룬 게시물(
링크)을 참조해 보시면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으며 당 일본반 BD의 최대 세일즈 포인트이자 소장 포인트로 강조할 수 있는 바도 이 MGVC 적용반이라는 점입니다. 설혹 우리나라 혹은 해외에서 발매가 된다 하더라도 MGVC 적용이 아닌 일반 AVC 수록 디스크로 나올 것이라 관측되는만큼.


2. 서플 외 기타



당 BD는 DVD 시절의 한정판(컬렉션 박스)/ 일반판 구별 없이 한 종류로만 발매되었으며, 디스크 한 장에 본편과 함께 특보 & 극장 예고편 & TV spot을 담고 아울러 DVD 한정판에만 첨부되었던 오디오 코멘터리를 수록했습니다.

개중 영상 특전에 해당하는 특보와 극장 예고편은 본편과 동일하게 뉴 프린트 텔레씨네(원판 필름을 새 필름에 새로이 프린트하여 텔레씨네하는 것) 과정을 거쳐 수록하여 그 가치를 높였으나 아쉽게도 DVD 한정판의 별도 특전 디스크에 수록된 메이킹 영상이 제외. 참고로 정발판 천년여우 DVD는 일본 한정판과 동일하게 별도 특전 디스크가 있으므로 정발판 DVD를 가지고 계신 분이라면 복수 소장하실 필요가 있겠습니다.



한편으로 일본 DVD 한정판에만 첨부되었던 500p 가량의 콘티 & 설정집과 8p 가량의 해설서 등의 호화 읽을거리에는 미치지 못 하겠으나 BD 수록의 묘를 살린 디지털 갤러리를 통해 상영 당시의 프레스 시트, 작품에 대한 간단한 소개,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 FAQ, 주요 캐스트 소개 등이 실려있어 아쉬움을 달래줍니다. 아울러 음성 특전인 오디오 코멘터리는 DVD 한정판에 담겼던 것과 동일하며, 곤 사토시 감독과 미마 마사후미 음향감독, 그리고 주역 후지와라 지요코 역을 맡은 세 성우 오리카사 후미코(10~20대의 지요코)/ 고야마 마미(20~40대)/ 쇼지 미요코(70대) 씨가 모두 참여하여 작품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단지 본편과 마찬가지로 자막은 없습니다.

기타, 디스크 로딩후 바로 본편 재생으로 들어가는 타이틀이므로 탑 메뉴는 본편 재생 종료후 혹은 리모컨을 통해 진입 가능. 챕터 구분은 스탭롤 다이렉트 챕터 포함 21개, 오디오 코멘터리는 영상/ 음성 특전 항목에서 선택 가능. 이외 디스크 외적으로 한가지 덧붙이면 당 BD는 판본 구분은 없으나 초판에 한해 일본내 애니메이션 해설자로 이름이 알려진 히카와 류스케 씨가 당 작품에 대한 해설을 적은 접이식 라이너 노트가 동봉됩니다.


3. 영상 퀄리티



당 작품은 곤 감독이 감독을 맡은 총 네 편의 장편 애니메이션중 두 번째 작품이지만 BD로는 가장 마지막에 발매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덕분에 마스터링과 BD화에 걸쳐 완숙 단계에 이른 현 시점의 테크닉이 모두 투여된 영상과 음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었고, 이런 기대를 품고 감상한 당 BD는 그 기대에 응답해 주었다고 판단됩니다.



35mm 판형으로 제작된 당 작품은 그렇기에 이미 HD화에 따른 퀄리티가 어느정도 보장된 상태였으나 상술한 뉴 프린트 텔레씨네 공정을 거치면서 한층 그 맛을 공고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감탄한 부분은 DVD 당시 제대로 감지하기 어려웠던 암부의 디테일을 완연히 살려냈다는 점이며 이는 당 작품 전체적인 비주얼 퀄리티의 재고에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보다 이 BD의 영상에서 특히 높이 사고 싶은 부분은 바로 '(분명 BD + 디지털 디스플레이임에도)필름 영사기를 통해 보는 느낌'이 난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 BD는 디지털 텔레씨네를 거쳤으며 도트에 따른 해상도화가 완료된 디지털 영상입니다만 그것과 상관없이 화면의 전반적인 색조와 완연히 필름틱한 계조, 그리고 이에 따른 '맛'이 참으로 필름으로 보는 맛에 근접해 있습니다. 이는 MGVC 재생시 더한층 깊은 맛으로 살아나며 당 작품의 텔레씨네 경향은 온전히 이 맛을 재현하는데 역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DVD 당시에도 이 맛을 재현하기 위해 노력은 한 듯 했으나 태생적 한계에 따라 디지털이라고 하기에는 더티하고 아날로그라 하기에는 딱딱한 이도저도 아닌 반거챙이 수준의 영상이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이 영상이야말로 정말 곤 감독이 미디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영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2010년에 작고한 곤 감독이 BD를 통해 나오는 이 영상을 볼 수 있었으면 좋았으련만.



다만 몇 가지 흠, 예를 들면 연식이 있는 애니메이션 작품의 리마스터시 흔히 나타나는 슈토 현상(윤곽선 강조로 인한 부자연스러운 화상 표출. 흔히 적녹색 윤곽선이 더깨 씌워지는 현상)이나, 간혹 감지되는 화면 떨림, 다소 브라이트니스를 높여 수록한 기색이 있는 완전하게 가라앉지 않는 블랙과 필름 특성을 탄 것으로 판단되는 백 피크 날아감 등의 요소는 최근의 디지털 제작&수록 애니에 익숙하신 분께는 마뜩치 않을 것이며 상술한대로 영상의 전반적인 맛도 역시 호불호를 탈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모든 요소를 종합할 때 이 BD의 영상이 어필하는 층은 정해져 있다고 사료됩니다. 하지만 그 층은 또한 이 작품에 커다란 추억을 가진 이들이며 그들에게 바쳐지는 이상 상술한 흠은 이 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 그리 커다란 방해가 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렇기에 별반 특이한 동봉품도 없이 5800엔이나 되는 정가를 가진 이 BD를 아무런 의심없이 소장할 수 있을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4. 음성 퀄리티



당 BD의 메인 사운드 포맷은 어드밴스드 96k 업샘플링 작업을 거쳐 수록된 16비트/96khz 라는 다소 특이한 스펙의 돌비트루HD 5.1 사운드입니다. 이 기술의 원류는 곧 돌비트루HD 포맷의 원류 기술이기도 한 메리디언사의 독자적인 MLP(메리디언 로슬리스 팩킹) 포맷의 자체 업샘플링 기술의 퍼포먼스를 메리디언사의 시스템이 아닌 일반 AV시스템에서도 유사하게 구현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고안된 것으로 보다 자세한 테크니컬 리포트는 돌비사에서 배포한 공식 자료(링크, 다운로드 PDF/ 영문)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기술을 통해 구현해낸 당 BD의 돌비트루HD 5.1 사운드의 최대 특징은 '뉘앙스의 극대화'입니다. BGM이면 BGM, 상황에 따른 대사와 효과음이면 또한 그 대사와 효과음에 걸쳐 영상과 잘 어울리는 '소리'라는 영상물 사운드의 기본을 잘 지키는 미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BD의 영상이 보여주는 맛과 같은 맥락의, 고풍스럽지만 한편으로 선열한 사운드를 재현하는 맛에 있어서 새로운 경지라고 사료됩니다.



상영 당시의 멀티 채널 메이킹 경향처럼, 리어 채널은 주로 소리 이동의 통로로 사용 & (눈 앞의) 영상에서 나오는 소리(= 프런트 채널)라는 맛에 집중하고 있는 것 또한 같은 맥락으로 디자인된 사운드 리마스터로 해석되며 이에 따라 요즘 극장판 애니의 멀티채널처럼 공간을 모두 감싸고 그 안에 있는 체험보다는 마치 영상을 인터뷰하는 이와 같은 입장을 떠올리게끔 하는 사운드이며 이는 곧 이 영화가 담고 있는 특유의 텔링 기법과도 상통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2채널 스테레오 사운드에서 느낄 수 있는 맛과는 또다른 것은, 리어채널이 비록 무음이라도 마치 '무음의 사운드'를 심은 기분이라 멀티채널 특유의 '리어가 가지는 (정적에 따른) 존재감'이 있다는 점으로 이 경험은 멀티 채널 시스템에서만 느낄 수 있는 또하나의 맛이라 하겠습니다. 따라서 당 타이틀 역시 시스템과 기회가 된다면 반드시 멀티 채널로도 즐겨 보실 것을 권합니다.


5. 총평



'천년에 걸쳐서라도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랑은 광기와도 닮았다.'- 이 작품의 내용과 영상은 이 캐치 프레이즈에 충실하지만 그렇다고 사랑 때문에 물어뜯고 싸우는 모습이 나오는 작품 또한 아닙니다. 이 작품의 영상이 보여주는 것은 한 여성의 치열한 내면이며 또한 그 여성의 삶의 궤적에서 교차했던 어느 팬의 모습입니다.

이 여성, 후지와라 지요코 여사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은 실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어떤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한편으로 그 여성과 교차한 어느 팬이자 이 작품의 또 한사람의 화자의 모습 또한 이 작품을 보고 감동한 관객들 - 예를 들면 저 - 의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을 본 이들은 후지와라 여사가 끝내 알지 못했던 사실을 종국에는 알게 되지만, 또한 동시에 그 사실과 관계없이 후지와라 여사의 여행길을 마음으로부터 축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이 작품이 과거 현재 회상 환상 현실을 오가며 보여준 이야기가 가진 양면성이자 하나의 메세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BD를 보면서 다시금 깨달은 것은 제가 이 작품을 그토록 깊이 추억하고 있는 것은 이 작품을 만든 이들의 열성을 귀하게 여기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 BD를 수록한 이들 역시 그러한 마음을 품었으리라 짐작할만큼 이 BD는 참으로 잘 만들어진 미디어 타이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무 자막도 없고 별반 특이한 동봉품도 없는 타이틀이지만 오직 작품 본편을 이 시대에 다시금 그 당시의 맛을 담아 재현해내는데 모든 것을 쏟은 이 BD를, 곤 사토시 감독의 작품을 깊이 사랑하는 분이나 이 작품을 추억하는 분 혹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분께 권해 드립니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12
Comments
1
2014-03-08 22:29:52

감상기 잘 읽었습니다.
블루레이보단 못한 화질이지만 디비디라도
다시 감상하고 싶어지는 감상기였습니다.
곤 감독님의 죽음이 많이 안타깝네요...T T

WR
2014-03-09 14:33:44

네, 저도 그렇습니다. 새삼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1
2014-03-08 22:48:01

패키지가 너무 단순해서 조금 아쉽긴하지만
화질은 많이 향상된 거 같아 기쁘네요.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지라 디비디 초회한정판도 사고 싶어요.
그 구성물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WR
2014-03-09 14:34:43

확실히 구성물이 많고 좋기는한데 나름 프리미엄도 붙고 무게도 좀 나가는지라, 허헛.

2014-03-08 23:58:22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천재 감독 곤 사토시...ㅠ
천년여우가 국내 발매 될리 없겠지만.. 이건 자막없는 일본판이라도 사고 싶네요..

WR
2014-03-09 14:35:47

MGVC 적용은 아니라도 정발이라도 되었으면 더 많은 분들께 권해드릴 수 있을텐데 아무 자막도 없이 내놓은 일본판은 확실히 모든 분께 강권하기가 좀 그래서 저어합니다.^^;

2014-03-09 09:09:31

좋은 작품과 좋은 감상기입니다.
고로 추천이죠^^.
정발 되면 좋겠네요. 도쿄 파더와 함께...

WR
2014-03-09 14:36:01

감사하신 말씀입니다. 저도 정발되기를 바랍니다.

2014-03-09 17:24:51

DVD 초회판 박스 사서 그림 한번 보겠다고 드라이질 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BD 받아서 재생 시켜보니 화질이 너무 좋아져서 감탄했던....

WR
2014-03-09 18:03:19

아하하, 네; 드라이질 또해도 좋으니 BD도 그런 센스있는(?) 동봉품이 있었으면 좋았을 듯도요. 물론 업그레이드 된 화질만으로도 충분하긴 합니다만.

2014-03-09 21:10:09

블루레이 나온다는 소식만 듣고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리뷰 잘 읽었습니다.
전 국내 정발판 dvd로 가지고 있는데, 곤 감독님 팬이라기 보다는 음악을 담당한 히라사와 스스무씨 팬이라 처음에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그냥 무작정 ost랑 dvd를 샀던 기억이 있어요. 감독님 본인이 히라사와씨의 엄청난 팬이라 그분의 기존곡의 내용을 베이스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 저도 당시에 덩달아 곤 감독님이 좋아졌었어요.^^ 돌아가시지 않았으면 지금도 두 분이 같이 활발하게 작업하고 계셨을 것 같아 더 아쉽습니다.
잊어버리고 있던 소식 상기시켜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블루레이 구입해야겠네요.

WR
2014-03-10 06:23:21

네, 천년여우의 내용을 리드하는 건 히라사와 씨의 음악이기도 하지요. BD를 통해 그 음악도 한층 더 깊이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쓰기
SERVER HEALTH CHECK: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