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억소환] 서울에서 평양까지, 민중가요 모음
제가 처음으로 대학교에 합격하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을때 기억이 나는데요. 물론 오리엔테이션의 대부분은 선후배가 어울려 "술먹고 죽자"판이었지만, 민중가요를 비롯한 잘 알지 못했던 학생운동의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던 기억이 납니다.(제 모교가 '테러리스트'로 대표되던 곳이라 그런지도요, 그 당시 대학가에 떠도는 말이 있었잖아요. 서울대는 소셜리스트, 연대는 리버럴리스트, 고대는 내셔널리스트 이런거 말입니다)
한반도에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는 추석 연휴입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란 노래 가사가 아직도 기억나는데요. "서울에서 평양까지 택시요금 이만원~"으로 시작하는 부분이 인상깊었죠. 실제 서울-평양간 거리는 200km도 되지 않습니다. 물론 현재 물가를 반영하면 20만원으로도 힘들것 같지만 말이죠.
오늘은 그 시절 열심히 불렀던 민중가요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열곡만 고르려니 힘들었지만, 그 시절이 떠올라서 뭉클하기도 했네요. 혹 리스트에는 없지만 꼭 추가하고 싶은 곡이 있다면 댓글로 소개 부탁드립니다.
광야에서 - 김광석
성대 민중가요 동아리 소리사랑 출신의 문대현씨가 만든 곡입니다.(막걸리를 잔뜩 마시고 30분만에 작곡했다는 후문이 있네요)많은 가수들이 이 곡을 불렀지만, 대학로와 누구보다도 깊은 관련이 있는 김광석이 부른 버전이 제일 어울릴 듯 하여 골랐습니다.
그날이 오면
이 곡은 전태일 열사를 추모하는 곡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박종철 열사가 참으로 좋아하던 곡이었다는군요. 그래서 영상은 1987의 엔딩 장면에 들어있는 버전을 가져왔습니다. 비록 저는 그때 국딩이어서 직접 경험하진 못했지만, 그 현장에 계셨던 분들께는 더욱 뜻깊은 곡이겠네요.
바위처럼
제가 신입생때 이 곡과 율동을 함께 배웠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는 나름 최신곡이었는데(1993년 곡입니다) 지금은 초등학생들까지 이 노래와 율동이 퍼져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꼭 민중가요로써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더 많은 국민들에게 친숙하게 알려진 지금, 이 곡의 생명력이 증명되었다 하겠네요.
사계
실제로 부르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곡이지만, 경쾌한 멜로디와 대비되는 현실을 그대로 묘사한 가사가 충격적이어서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곡입니다. 훗날 댄스그룹 "거북이"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는데요. 당시엔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노찾사와는 같은 무대에 서는 등 노래를 널리 알린 점은 인정받은듯 합니다.
서울에서 평양까지
오늘 이 글을 쓰게 만든 모티브가 된 곡입니다. 1994년에 꽃다지가 먼저 발표했고, 이듬해엔 '개똥벌레'로 잘 알려진 가수 신형원의 6집에 실렸습니다. 그래서 두 버전의 2절 가사가 조금 차이가 있는데요. 아마도 최근 분들은 신형원의 버전으로 알게 된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가사속 택시요금 2만원은 1991년 노래를 작곡한 즈음의 요율이었고, 신형원의 1995년 버전에서는 5만원으로 올라간 물가가 반영되었습니다. 특히 이 곡의 말미에 "아빠의 청춘"의 후렴구를 덧붙여 부르기도 했는데요. 입에 착착 달라붙던 기억이 나네요.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안치환 작사/작곡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요. 사실 노동시인이었던 박영근 시인의 시집에 담긴 "솔아 푸른 솔아"를 개작해서 가사로 썼다고 합니다. 이 곡은 1987년 6월 항쟁 직전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당시 연대 총학회장이었던 우상호씨가 연주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임을 위한 행진곡
아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민중가요가 아닐까 하는데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인 박기순씨와 윤상원씨의 영혼결혼식을 위해 만든 곡입니다. 이명박근혜 9년간 제창에서 합창으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생각을 하니 다시금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군요. 다행히 작년 5.18 기념식부터 제창으로 바뀌었네요. 위 영상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사이에 이 곡을 둘러싸고 일어났던 역사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기에 가져왔습니다.
잠들지 않는 남도
우리 역사의 아픈 비극중 하나인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안치환이 쓴 곡입니다. 각종 4.3 관련 행사에서 널리 불려지는 곡인데요. 2014년에 4.3이 국가 기념일로 지정되었지만, 정작 기념식에서는 다른 노래가 불려져서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대체 503때는 나라가 어찌 돌아간건지...) 올해부터는 공식적으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기로 정해졌다는군요.
철의 노동자
안치환이 계속 등장하는데요. 전설적인 독립영화 "파업전야"의 음악감독이었던 안치환이 만든 곡입니다. 이후 자연스레 노동운동의 현장에서 언제나 들을 수 있는 곡이 되었죠. 저도 신입생 시절 선배들이 부르는 '철의 노동자'를 그 유래도 잘 모르면서 따라했던 기억이 납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김지하의 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곡입니다. 이 곡은 김광석 버전과 안치환이 부른 버전 모두 유명한데요. 오늘은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무반주로 부르는 영상을 가져왔습니다. 특히 노래를 부르신 후에 사람들과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듣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고 말았네요.
먼저 가신 당신이 시민들의 가슴에 심은 씨앗이 가득 피어나,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라는 거대한 꽃으로 만개했습니다. 비록 저 영상에서 "감시! 감시!"를 외치던 보통 사람들도, 이제는 깨어있는 시민으로 거듭났습니다. 당신의 뜻을 고이 이어받은 문재인이라는 인물을 통해, 다시는 매국적폐세력들에게 나라를 빼앗기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뒷 일은 우리에게 맡기고, 부디 그곳에서 영면하시길..
갑자기 추석 연휴에 웬 민중가요냐 하실수도 있겠지만, 고향이 있어도 가지 못해서 항상 눈물로 지새웠을 분들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제 비로소 한겨레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최근의 남북정상회담을 보면서,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끓어오르곤 했던 그 시절을 추억해 보았습니다. 여기까지 들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뜻깊은 명절 연휴 보내시길 진심으로 바랄께요.
글쓰기 |
바위처럼.. 제가 율동 하면.. 옆동네 효성여대 단과대 회장들이 고함을 질렀던..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