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푸념] '하면된다' 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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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1-19 22:31:11
긍정주의의 대표격인 말이라고 봅니다.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태도로 임하면 성공한다....
하지만 그저 '했다'고 해서 '되는'게 얼마나 있던가요. 설사 그렇다고해도 그렇게 되는게 얼마나 가치가 있는 일일까요. 이 말의 효용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 시도하지 않으면 확실히 성공할 수 없음. 딱 거기까지의 교훈이죠. 포기하지 않는 그것만으로 무언가를 이루는건 쉽지 않은데 긍정주의에 익숙한 사람들은 마치 성공을 위한 주술적 의미라도 있는것처럼 저 말을 되뇌입니다.
되게 하는건 포기하지 않는 것에 있는게 아니라 실력에 있는 거죠.
실력도 경험도 없는 신입사원, 초심자 등에게는 필요한 미덕일 수 있겠습니다만
어느시점이 되면 '하면된다'는 말은 진취적이며 패기있어 보이지만 실상은 실력없음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실력을 갖추고자 하는 의지조차 없지만 무언가 남들에게 패기 있고 선도적으로 보이고 싶어할때 나름의 효용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리 크지 않은 회사에 이사로 있는데 지위고하, 연령을 막론하고 긍정성이 아닌 긍정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성공지향성이 강할수록 더) 그들에게 저같은 사람은 삐딱하고 부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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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회사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그 개발을 외주업체에 맡긴다고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전산실 팀원들을 모두 호출해서 회의를 하더군요
그 시스템을 쓸 팀원들도 모두 모여있구요..
딱 보니 전산실 사람들 엿먹일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 것이었죠..
전 전산실 개발 2팀의 팀장이었고... 암튼 개발 1팀 팀장은 지 밑에 있다가
뜬금없이 치고 올라 갑자기 팀장이 된 저가 맘에 안든 상태였고..
회사는 전산실 팀원 전체를 엿먹이려고 하고 있는 상태였죠..
외주 개발 담당자가 앞에 앉아서 시스템을 쓸 팀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고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앉아있는데
그 회의를 지켜보던 아니 그 회의를 주제한 낙하산 이사가 뜬금없이
딱 쓰신 글 그대로 외주 업체에 하더군요..
하면 되죠.. 하면 됩니다. 그래서 외주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살짝 뚜껑이 열린게 아니라 확 뚜껑이 열려서
질문 하시라고 하길래 저의 한을 풀었지요..
그게 아마 6개월에 1억 가까이 되는 개발 프로젝트였는데
개발 인원은 몇명이고 개발은 어떻게 할 것이며 필드 테스트와 유지보수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그래서 하면 되는게 실 사용자가 적어도 5개월이 지나기 전에
그 시스템의 레이아웃은 볼 수 있는지 하나하나 따지기 시작했더니
이사가 외주 업체 편을 들길래 열린 뚜껑은 아예 날아가버리고
아니 그렇게 결론이 났으면 전산실 인원은 이 회의에 왜 참석을 시켰으며
참석을 시키려면 개발이 완료되고 유지 보수 관련 업무를 이관할 때나 하믄 되지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처럼 보였으면 일억도 아니고 5천만 우리에게 제대로 투자하면
6개월이 뭐냐 그 전에 다 만들고 필드 테스트도 여기 있는 니네들 입맛에 맞게
해줄께.. 했... 습니다..
진심으로 대놓고 너네들 입맛에 맞게... 라고 아주 씨게...
그러니 절 싫어하던 팀장왈.. 진짜로요? 라면서 깐족거리길래..
응 너 빼고도 된다..
ㅡ,.ㅡ;;;
하면 된다며.. 하면서 수첩 탁 접고 책상 팍 차버리고 나왔습니다..
그 뒤에 어떻게 됐냐고요?
회사에 일터지면 맨날 불려갔습니다... 싸가지는 없지만 할말 한다고..
모든 팀장들이 절 대동하더군요. 지들 대신에 샤우팅 해달라고...
6개월 뒤 정리 해고 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