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단상] n번방, 다크웹 - 디지털 시대의 지하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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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3-29 12:40:54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많은 이들의 분노를 자아냈고, 수많은 피해자들을 양산한 범죄입니다.
나무위키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읽다가, 생각이 꼬리를 물고 다크웹에 대해서도 읽게 되었고, [웰컴 투 비디오]라는 사건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웰컴 투 비디오]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운영되던 세계최대의 아동포르노 사이트였다고 합니다.
영아, 유아 및 아동을 성적으로 착취한 형태의 사진과 영상을 유통하던 사이트로 악명이 자자했고,
그 결과 여러 나라들의 수사기관이 합동으로 수사하여 이를 적발하였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인 사실은 이 사이트의 핵심 이용자 4천 여명 중 310명이 검거되었는데 그 중 228명이 한국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20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악명 높은 사이트의 운영자 또한 23세에 불과한 한국인 "손정우"였습니다.
그는 2017년 검거되어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2020년 4월 27일 출소할 예정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건 이 사이트는 평범한 인터넷 웹에서는 찾을 수 없고, 다크웹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는 건데,
다크웹이란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용하는 공개된 온라인세계 (구글, 네이버 등) 와는 달리 일종의 인트라넷처럼 운영되는 또 다른 세계라고 합니다. 저도 IT지식이나 그런건 하나도 없어서,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인터넷이라는 수면 아래, 또 다른 지하세계가 존재하고 그것을 다크웹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본래 지하경제라는 것은, 법의 망을 벗어나 사람과 사람이 개인 대 개인 또는 조직 대 조직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 공적인 서류 없이 거래하는 등의 행위로 이해되는데, 다크웹에서 이루어지는 지하경제는 이제 그런 면대면 거래 없이도, 아주 손쉽게 어마무시한 범죄 생태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 결과 오늘날 마약거래, 아동포르노, 살인청부 등의 거래가 이런 다크웹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편 이들의 주요 교환수단은 [가상화폐]인데, 실시간으로 [환율?]이 널뛰기 하는 화폐가 어떻게 거래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서비스나 상품의 가격을 0.025 비트코인으로 매겼을 때, 순식간에 그 가치가 폭락하거나 폭등할 수 있는데 말이죠.
아무튼 그러한 가상화폐, 사실 영어로는 Cryptocurrency (비밀화폐) 라고 합니다만 말 그대로 "비밀스러운 거래"를 하는 데 최적화된 수단이라고 합니다.
n번방의 경우 다크웹이라기보다는 "텔레그램"이라는 이미 널리 알려진 수단을 통해 이루어진 범죄입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국내 기반 SNS서비스와는 달리 익명성이 보장되고, 서버도 외국에 있어 국내수사기관이 쉽게 접속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세부적인 디테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지만, 아무튼 이러한 매체를 통해서도 사람들이 "불법행위" 아니.."범죄행위"를 쉽게 더욱 은밀히 전개할 수 있고 그 파괴력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 그것이 알고싶다를 시청했는데, 제가 이해하기로 가장 핵심적인 사항은 소위 [박사]라고 불리는 [유통업자]는 개인이 아니라 [조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며, 조주빈은 빙산의 일각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박사방은 24시간 운영되는 채널이었고, 이들이 제공하는 컨텐츠가 구현되려면 (1) 피해자를 협박할 수 있는 기술 (공무원만이 접속가능한 인트라넷에 대한 권한) (2) 가상화폐를 이용한 은밀한 거래시스템의 구축 (3) 24시간 구매자를 이끌어내고 피해자를 협박할 수 있는 행동대장 등이 필요합니다.
조주빈 혼자서 이 모든 것을 구동하기란 불가능하고, 협업체계로 일종의 [Company]를 운영한 것이 진실에 가깝겠지요.
이건 다른 얘기지만, 지난 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방송한 벗방의 진실 관련 에피소드에서도 한 가지 인상적인 점이 있었습니다.
BJ들에게 천문학적인 돈을 쓰는 사람들. 그들이 과연 실존하는 사람들일까?
상식적으로 옷 몇번 벗어주고 웃음을 흘리는 BJ에게 수천만원 또는 몇억을 낭비하는 바보가 존재하리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이것이 일종의 돈세탁 수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표면적으로 BJ에게 가는 천문학적인 돈은 그 BJ가 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BJ를 매개로 하여 [돈세탁]을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미 그런 방송들 또한 일종의 산업생태계가 되어 실제 그 산업 뒤에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은밀하고 더러운 거래가 여럿 존재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온라인 통해서 착취되는 여성들의 경우 진정 그들 스스로 원해서 이런 일을 할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소위 말하는 오피스텔 같은 경우 개인의 '익명성"이 철저히 보장되는 데 반해, 온라인 BJ는 그렇지 못합니다.
오피스텔 같은 경우 쉽게 들어왔다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한다면,
벗방은 들어오는 건 쉬울지 모르나 나가는 건 쉽지 않습니다.
특히 [엔터]라 불리는 업체를 끼고 계약을 하는 것이고 멋모르고 뛰어든 자는 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공적인 세계 뒤에는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지하세계가 존재하는데,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해 그 은밀함과 확장력이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냉전의 붕괴와 세계화로 인해 범죄네트워크의 힘과 침투력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하며, 이 네트워크의 기원과 발전을 설명하는 책이 있었습니다. 영국인 미샤 글레니라는 사람이 지은 [맥마피아]라는 제목의 책입니다. 냉전의 붕괴로 인해 구공산권의 정보기관들의 행동대장들이 실업자가 되었고, 이들은 자신들의 범죄조직이 되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용해 강력한 마피아로 성장, 맥도널드와 같은 프렌차이즈를 만들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네트워크와 가상화폐가 존재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래 정보요원이었던 굵직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20대조차 엄청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뭐랄까, "지구가 정말 평평해졌다"고나 할까요.
한편 왜 하필 한국에서 웰컴투비디오 같은 사건, 나아가 n번방 같은 사건이 기승을 부리게 되었는지 (디지털 얼리어덥터라서 그런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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