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사용기]AKG N5005 - 귀에 맴도는 휴대용 소형 영화관
LS200is로 처음 성능좋은 이어폰 입문했을 때, 3만원짜리 쓰다 30만원짜리 쓰니 귀가 정화되는 듯한 끝내주는 경험을 했죠. 그러다 이어폰 잊어먹어서 LS300is 샀다 부셔먹고 다시 200is 중고 구해서 쓰는 중인데, 문득 최고급 이어폰은 어느 급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고급귀는 아니지만 막귀는 또 아니라 PC용 스피커도 로지텍 Z906직구해서 수리할 정도였던지라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며칠 전, 운이 좋게 플래그십(?) 이어폰인 AKG N5005의 중고매물을 하나 잡아서 구매했습니다(충동구매...). 다른 뽐뿌대상이었던 밸브 인덱스에 비하면 쌌지만서두 50은 적은 돈이 아닌지라... 이번 달 간식은 끊고 오락은 고전게임으로 버텨야 할 판이 되었네요.
제품은 설명서, 각종 규격의 케이블(3.5, 2.5, 블루투스), 다양한 크기의 폼팁, 비행기용 어댑터, 파우치, 청소도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LS200is조차 딸랑 케이블만 줬는데 이건 좀 색다른 느낌이긴 하더군요.
LS200is 신품 처음 살 때만 해도 그냥 좋다 구리다 이런 것만 알았는데, 이제 귀에 꼽는 것들이 몇 개 있다 보니 비교가 가능해지더군요. 그래서 N5005는 가지고 있는 것들하고 재생능력을 비교해 봤습니다. 비교대상은 시로시타 SW-HP10, 오디오테크니카 ATH-LS200is입니다. SW-HP10은 예전에 국비교육 때 구매했던 건데, 작업용으로 음을 정확히 알려준다(?) 하여 샀습니다. ATH-LS200is는 여성 보컬용으로는 최고라고 다들 추천하는 워낙 유명한 놈이죠.
출시당시 가격대로 치면 SW-HP10은 20만원대, LS200is는 30만원대라 N5005랑은 가격대가 넘사벽이긴 한데, 비교할 만한 다른 넘이 없네요. 다른 플래그십 비교하기에는 가난하니까 애교로 봐주시길...
비교는 아이폰11 pro로 3.5mm유선을 이용해 8:45 Heaven(FLAC)과 킬라킬 23화(블루레이 추출, 320kbps) 일부 사항을 재생하면서 진행했습니다. 고급장비는 아닌지라 정확한 측정은 안 되겠지만 일상에서의 비교 정도는 충분하리라 봅니다. 각 해당 영상 아래에 들으면서 느낀 점을 간략히 적습니다.
첫 번째는 8:45 Heaven, 저음 감상에 대한 간략한 느낌 위주로 적습니다.
SW-HP10 : 묻히는 음색 없이 각 악기를 골고루 표현합니다. 다만 만들어진 목적 자체가 감상용이 아니다보니 저음 고음 표현이 딱 와닿거나 하진 않습니다. 처음 살 때는 단순히 음질 좋네 했는데, 이제 세 개나 구비하다 보니 그 음악선생님 말이 뭔지 알겠네요. 다만 묻히는 음색이 없을 뿐 전체적으로 자극은 별로 없는 심심한 느낌입니다.
ATH-LS200is : 셋 중에서 가장 음량이 높았고 HP10보다 강한 저음표현을 내 주었습니다. 딱히 인상에 남은 건 없네요.
AKG N5005 : 묻히는 음색이 없는 건 SW-HP10하고 같은데, 저음이 워낙 빵빵해서 우퍼소리 듣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울려주는 게 위의 두 개와는 확실히 격이 다른 느낌.
킬라킬 23화에서는 아래 두 부분을 재생했으며, 여기서는 차이점이 명확히 구분되는지라 자세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킬라킬 2기 오프닝, 사용하는 악기들에 대한 각 제품들의 표현력을 확인했습니다.
SW-HP10 : 묻히는 음색없이 정확히 표현하되 밋밋한 특징을 그대로 가져갑니다.
ATH-LS200is : 다른 건 괜찮은데, 저음 소리가 약간 퍼지고 그 때문에 출력이 작은 심벌 소리가 묻힙니다. 주요한 음의 효과는 역시 좋지만 약간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AKG N5005 : LS200is듣다 N5005로 바꾸고 나서 가장 놀란 부분 중 하나가 아까 묻혔다고 한 심벌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거였습니다. 둘 다 음량으로 보면 비슷한데 집중해야 들리는 LS200is와 달리 N5005는 그게 별 생각없이 감상해도 분명히 들리더군요.
세 번째는 킬라킬 23화 - 사천왕 부활, 고음과 저음이 골고루 나와 각 제품의 특징을 명확하게 확인하는 부분입니다.
SW-HP10 : 위와 마찬가지. 묻히는 음색은 확실히 없습니다. 작업용이라는 게 그런 의미였나 봅니다.
ATH-LS200is : N5005 비교차 들은 건데 고음 표현력에 깜짝 놀랐습니다. 고음 표현은 확실히 최상급으로 불릴 만하더군요. 고음을 단순히 선명한 게 아닌 쨍 하는 느낌으로 들려주는 건 N5005보다도 좋습니다(1:01과 1:14~16 지점에서 가장 명확하게 차이납니다). 맨날 듣는데도 몰랐다니...
저음 표현은 그냥 무난한 정도였네요.
AKG N5005 : 이 이어폰의 가장 큰 강점은 1:42 ~ 1:45 의 폭파 지점에서 명확하게 표현됩니다. 나머지 둘은 그냥 같은 음이 연속으로 나는 느낌이었는데, 이 녀석은 귀에서 각 음마다 거리감이 느껴집니다. 이를테면 LS200is는 퍼퍼퍼펑하는 저음이 한 스피커에서 나오는 느낌이면, N5005는 폭발음마다 거리감이 느껴져서 훨씬 듣는 맛이 있습니다. 거기다 울림도 빵빵하니 과장 좀 보태면 그냥 영화관을 귀에 꼽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음 표현만은 LS200is를 따라가진 못합니다. N5005의 고음도 분명 선명하고 좋지만 우월하다는 느낌은 아닙니다.
여러 번 감상해 보니 N5005에 대해서 나름 표현 가능한 결론이 나오더군요.
각 음색을 정확히, 잘 표현하면서도 저음이 특히 우월한 이어폰. 저음빵빵 좋은 음질이니 작은 영화관 같은 스타일이 딱인 이어폰인 거죠. LS200is가 잠깐 고음으로 놀라게 했지만, 전체적 표현력은 역시 N5005가 돈값을 해주네요. 풍부하다는 느낌이 뭔지 제대로 알려줍니다.
예전에는 30만원 이상은 취향차이겠지 하고 여우 신포도처럼 정신승리했는데, 이번에 들어보니 이제 그런 거 못하겠네요...역시 사기만 아니면 돈준만큼 성능도 주는 세상인가 봅니다. 이어폰도 더 좋아졌으니 나중에 아이패드로 넷플릭스나 틀어서 봐야겠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쓰기 |





저도 3만윈대 이어폰에서 시작해서 구입시 150만윈대 W80으로 마감하려 했으나 200만윈대 소니z1r에서 멈춰있습니다. 소리는 100만원대가 넘어가면 진짜 조그만 차이가나는데 그 조금의 차이로 여기까지 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