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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와인] 올해 첫 호사를 부려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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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31 10:08:17

주로 마시는 와인이 스페니시 리호아 그란리제르바이니 템프라니요 포도만 주야장천 맛보는 지라 좋아하는 포도임에도 가끔 감히 식상한 주말이 있습니다 - 이번 주말은 좀 특별하지 않은가 하는 이유를 막 찾죠.

 

카베르네 쇼비뇽(이하 카쇼)는 이 포도를 풀바디로 어디까지 이끌어냈나를 보여주는 와이너리 품격의 대명사격인 포도입니다. 대체로 카쇼 풀바디를 대표와인으로 꼽는 곳이 많습니다. 살짝 힌트성 블렌드로 맛을 꼬아서 상위 또는 차하위 레벨로 선보이는 곳도 있고요. 

 

어쨌든 카쇼는 언제나 환영이지만 하나마나한 이야기지만 좋은 와인은 비쌉니다. 아주 저렴한 카쇼는 이제 마시지 못합니다, 꽤 이름값하는 웬만한 카쇼 또한 못 마십니다.  포도를 따서 여러 과정을 거쳐 병입하여 내놓기까지 어떤 터치가 들어갔는지 마신 다음에 그 '효과'를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비단 카쇼 뿐 아니라 모든 와인이 그렇습니다. 

 

이런 민감성을 가지지 않은 분들은 다양한 카쇼를 부작용 없이 드실 수 있으니 다양한 가격대의 많은 와이너리를 접해보시기 바랍니다. 비단 카쇼만 그런 것은 아닙니다. 와인 산업 전반에 걸쳐 '같은 와인'으로 분류할 수 없을 정도로 와인을 만드는 철학이 제각각입니다.

 

2년 전 여름 어느날 근처의 커다란 섬마을로 배타고 건너가 일주를 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습니다. 화창한 일요일에 보라빛 꽃물결 치는 라벤더 밭에 가서 라벤더 한묶음도 사고(그 한묶음을 직접 잘라 모으는 You pick 이벤트입니다) 그 섬의 로컬마켓에서 샌드위치와 곁들여 커피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수많은 차를 보고 따라서 차를 세우고 이끌려 들어간 와이너리가 생각납니다. 

 

그날이 마침 그 와이너리 파티하는 날이었습니다. 오크통에 수년간 두었던 와인을 병입해서 시장에 내놓는 런칭 파티를 열고 있었어요. 그런 날은 보통 시음상품과 달리 안주거리가 많이 제공됩니다. 

 

와이너리 정원 그늘에서 흘러가는 구름과 멋진 연주가 곁들인 풍경 사이로 뛰어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와인을 홀짝거리는 데 천국같은 분위기였죠. 섬마을 커뮤니티는 독특한 게 은퇴하고 자리잡은 노인층이 대다수 주민이라는 점입니다. 

 

자기들끼리 오케스트라도 하고 연극도 하고 와인도 마시고 어울리는 동네입니다. 우리 말고 모두 아는 사이로 보였는데 대화를 스스럼 없이 하게 되었고 와이너리 주인도 나와서 자기 와인 자랑을 한참 하더라구요. 와인도 맛있었고요. 운전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음 정도만 했지만 결국 집에 와서 사가지고 온 와인을 오픈해서 마셨습니다.

 

뭐 다음날 골 무지 아팠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와인에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경우입니다. 고급 카쇼와인의 풍미를 내기 위해 그 냄새, 맛의 힌트를 줄 수 있는 첨가물 이를테면 오크통 가루 같은 거요. 진한 오크향이 나는 포도주가 저장했던 통이 아니라 그 가루가 들어있었기 때문인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배신감이란.......

 

사설이 길었는데요. 그래서 카쇼는 자주 마시지 않고 검증된 것 아니면 잘 시도조차도 안합니다. 와인의 왕이라고 생각함에도 어쩔 수 없는 학습의 결과입니다. 

 

연초에 코스코에 갔다가 발견한 카쇼 두병을 모두 들고 왔습니다. 비비노 점수가 둘 다 훌륭했기 때문입니다. 보통 4.1이상이면 위에 언급한 부작용 발생위험이 없었습니다. 와인 설명에 세상의 1%이내임을 확인하고(2%만 되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평균가격이 지금 사려는 가격과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사고싶은 욕망이 커집니다. 너무 비싸면 침만 삼키고 돌아오기 일쑤지만요.

 

오랜만에 정통 카베르네 쇼비뇽(이름을 제대로 불러주고 싶네요) 와인을 맛봤습니다. 그럼에도 몇년 두었다가 마시고 싶을 정도로 늦게 열리네요. 열리기까지의 여정도 여러과정의 변화를 보였지만 막 열렸다 싶은데 이미 끝나서 두번째 와인(사진 왼쪽 2016)도 오픈해야 했습니다. 반병만 마시고 다음 날 마셨는데 그때는 오히려 첫번째 병을 넘어서는 포텐을 터트리더군요. 

 

와인을 마시는 정적인 행위도 그 과정에는 다이내믹한 와인과 시음자의 상호교류가 일어납니다. 내적인 와인과의 교류를 함께 마시는 사람과 다시 이야기하면서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와인을 즐기는 최대 장점이 아닐까 합니다. 일단 와인에 대한 느낌을 공감하고 다른 화제로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죠.

 

그러한 공감대의 영역을 디피에 글을 올려서 좀 넓혀가려는 시도로 와인글을 씁니다. 늘 건강한 음주하시기 바랍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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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1-01-22 02:34:39

오. ㅎㅎ 와인 애호가님이시다! 반가워요.

방금 와인 글 하나 쓸까 하다가 그냥 미루려는데 마침 이 글이 올라있네요.

 

며칠 전에 Tourraine 지방 소비뇽을 뜯었는데 뭐 싱거운 듯 하면서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그런데 오늘 슈퍼에 갔더니 마찬가지로 소비뇽인데 독일 Rheinhessen에서 나온 거라고 해서 그냥 사보고 비교하는데...

아니 독일꺼는 잔 아래 바로 설탕 같은 허연게 보이네요. 저번에 피노노아도 그러더니.

뭐라 해야 하나... 독일 것이 뭔가 더 '맛과 향이 강하'고 약간 탄산끼가 있다는 게 저번에 피노노아에서도 그랬는데 이번꺼도 그러니, 이건 제가 우연히 골라온 것들만 그러는지 아니면 전반적으로 독일 와인들이 맛이 (약간 인위적으로) 더 강하고, 탄산끼가 있는건가 싶습니다.

 

 

 여튼 저도 언젠가는 좀 더 가격대 높은 걸 비교해보면서 '비싼 이유'를 느껴보고 싶습니다. ㅎㅎ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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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01-22 02:39:28

세워서 파는 와인을 사가지고 오실 때 당일 드실 요량이면 잘 세워서 가져와 식탁에 세워두세요. 뉘어져 있는 와인은 하루 정도 세워 침전물 가라앉히고 드시면 깨끗한 와인맛을 버리지 않습니다. 막잔 따를때 조금 남겨서 미련없이 버리시면 됩니다. 

 

몸이 허락할 때 다양하게 많이 드세요. 포도별 맛이 구분이 되고 대륙별 맛이 구분이 되려면 많이 마시는 수밖에 없습니다. 몸이 허용하지 않을 때가 되면 가격으로 밖에 보호받지 못합니다. 결코 가격이 와인의 품격을 좌우하지 않습니다. 단지 발견되지 못한 숱한 좋은 와인이 바깥 세상에서 기다립니다. ㅎㅎ

2021-01-22 02:44:03

감사합니다. ㅋㅋㅋ 어후. 솔직히 지난주에 독일 와인 비교한답시고 한 번 쇼하고 나서 갑자기 간님이 수고하시는 게 느껴져서 조금 조심 중입니다.

ㅋㅋㅋ 아, 모험가 정신을 자극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읭... 술 모험가....?!

WR
1
Updated at 2021-01-22 02:50:41

비타민 C 1000mg 매일 1알씩 복용합니다. 파티 초대 받은 날(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기회가 없습니다만)에는 저녁에도 1알 먹고 가긴 합니다. 와인 생활 뿐 아니라 몸 관리에 도움됩니다.

 

몸이 연일 음주로 나른한 경우 밀크씨슬 며칠 복용하면 회복에 좋고 일상을 해치지 않습니다. 상복하면 몸이 의존하게 되므로 며칠만 복용하고 멈춥니다. 

 

건강한 음주생활을 위한 팁입니다.^^ 

2021-01-22 03:37:23

아.. 이렇게 사고 싶은 와인 목록은 늘어만 갑니다. ㅎㅎㅎ

코코에 스태그도 들어오는 줄 몰랐네요..

잘 읽었습니다. 에휴, 침 닦아야지..

WR
1
2021-01-22 03:40:57

눈에 띄면 사야 할 인연입니다. 경험으로 따져본 코스코에서 광속으로 매진되는 와인 3종류가 '1.너무 싼, 2.가성비 좋은데 싼, 3.맛있는데 비싸지만 싼' 이렇게 꼽습니다. ㅎㅎ

2021-01-22 07:43:34

ㅎㅎㅎ 정확한 분석입니다

2021-01-22 05:28:25

 왼쪽은 맛을 봐본 녀석인데 오른쪽은 첨 보는 놈이네요.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맛을 봐야겠군요.

 

왼쪽은 파리의 심판 덕에 맛 보자라고 하며 맛을 봤었는데 그 주인공이 아니었던... ㅋ 그래도 맛은 좋더라구요. 나파로 아버지와 여행 갔을 때도 맛있다라며 좋아하셨었네요.

WR
Updated at 2021-01-22 06:02:22

왼쪽 와인 남은 반병 다음 날 마시는 데 전날 분위기 때문에 성급히 마신 반병이 아까운 생각이 들었어요.

보통 명성있는 와인에 별 감흥이 없었다면 미흡한 핸들링 때문인 경우가 많더라구요. 오른쪽 와인은 열리기 전과 후 모두 영웅의 행보 같이 위풍당당했습니다. 2018이라 몇 병 사서 묻어두고 싶었습니다만 참았습니다.

대표적인 이름있는 와인을 맛없게 마셨던 기억나는 게 오퍼스원입니다. 다시 기회가 올지 모르겠어요. 가격이 지금은 체념 수준으로 올라갔네요. ㅎㅎ

2021-01-22 13:59:22

그러셨군요. 전 오퍼스원 와이너리에서 시음 때도 좋았고, 병 따서 마셨을 때도 좋았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에요. 시음은 2018년 땡스기빙 즈음에 와이너리에서 했었습니다. 다시 한번 해보시는게 어떨가 싶습니다. 혹시라도 오리지날이 아닌 오퍼스원 중에 Overture 드셨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말씀 듣고 나니 오른쪽 와인에 급 땡기네요.

WR
2021-01-22 15:17:24

오리지날은 맞는데 와인을 성급히 마셨어요. 서투른 풋사랑 후회하는 격이랄까요,

좋으셨다니 제 말 귀에 담지 마세요.
저희는 마고가 인생와인이었는데 와인자리에서 어떤 분이 마고를 한참 깍아 내리는데 불편했었어요. 와인에 감정이입이 될 수 있단 것도 그때 알았습니다. ㅎㅎ

2021-01-22 15:27:57

마고도 마셔봤지만 인생 와인은 아버지가 생수통에 담아서 한 모금 가져다 주신 샤토 무통 로칠드가 제일 맛있었습니다. 진짜 한모금 조금 넘게 담아오셔서... 양이 적어서 더욱 더 생각나는걸지도 모르죠. 솔직히 물이랑도 섞인 상태라 맛도 정상은 아니었을테지만 새벽에 아들 생각나서 그렇게라도 가져다 주신 아버지 영향도 있지 않았나 싶어요. 그게 벌서 20년도 더 지났네요.

 

사람마다 인생 와인은 다른게 당연하니까요. 전 마고를 마신게 너무 어릴 때라 그런지 큰 감흥없었기에... 고삐리가 맛을 뭘 아나요. 지금 다시 마신다면 느낌이 완전 다를텐데 말이에요.

WR
Updated at 2021-01-22 15:37:15

그건 진짜 인생와인인데요, 아버님 심정이 얼마전에 읽은 Wine lover's daughter(https://www.goodreads.com/book/show/33931053-the-wine-lover-s-daughter) 책에 나온 아버지 비슷하셨겠다는 느낌입니다. 두 아들을 와인친구를 만드려고 했으나 실패하고 딸을 와인친구로 만들어 많은 대작의 시간을 가졌는데 아버지 돌아가시고 나서 한참 후에야 아빠의 의도를  깨닫는 딸의 추억담 에세이집입니다.

무똥 로실드 저도 손톱 만큼 시음해 봤습니다. ㅎㅎ 

2021-01-22 16:05:06

저희 아버지는 아들과 딸을 와인친구 만들기는 실패 하셨지만 어머니와 두분이 찰떡 궁합이시라... 

 

 해외 호텔 바텐더에게 몇 년 전에 이런 질문을 들으셨다고 하네요. 보통 이렇게 늦게까지 남녀 둘이서 와인을 마시고 대화하고 시간을 갖는 경우는 불륜일 확율이 높은데 둘은 절대 그렇게 보이지 않아서 실례가 안 된다면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되냐고 들으셨다네요. 부부이고 늘 이렇게 둘이 대작을 한다하니 바텐더가 무척이나 놀랐었다고 2018년 나파 가족 여행 때 저랑 와이프에게 들려주셨네요.

 

두 분이서 각 1병씩 드시는걸 보면 정말 저도 놀랍긴 합니다. 요즘엔 기운이 좀 떨어지셔서 1병 정도 드신다고 하시네요.

WR
2021-01-22 16:23:30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에피소드네요.^^

2021-01-22 07:42:25

주유장천
저는 주야장창 이라고 써왔는데 미묘하게 다르네요

와인이고 커피고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배워야할 것들이 어마무시한데다 몸으로 직접 느껴야하고 다소간의 부작용도 따르다보니 깊게 못들어가겠더군요

그래서 이런 소개글은 간접체험의 느낌이 들어 언제 읽어도 즐겁습니다

WR
Updated at 2021-01-22 07:48:43

저도 후자(주구장창)가 입에 뱄는데 애써 검색해서 수정한 겁니다.^^ 헉 주야장천입니다 ㅠㅠ(급 수정완료!)

2021-01-22 07:48:49

하나 배웠네요 주야장천

2021-01-22 07:54:40

 저도 저 사슴 한마리 가지고 싶은데 기회가 안되네요.

괜히 사슴사는 동네 변두리만 두어병 사고...... 뭐 그래도 좋은 동네니 맛있으려니~ 하고 셀러에 잘 재워뒀습니다.

언제 마셔야 잘마셨다고 동네에 소문이 날지 ㅎㅎㅎ 

WR
2021-01-22 08:08:22

언제건 마실 때 소문 내주세요. 쟁이는 게 쉽지 않아요. 못 마실 만큼 많이 사놓지 않는 담에야 언제 마셨는지 모르게 없어지던데요^^

Updated at 2021-01-22 09:25:01

전 어제 카사로호 마초맨으로....

WR
Updated at 2021-01-22 09:48:01

흥미있는 와인이네요. 알랙산더하고 마초맨하고 눈에 띄면 섭취해봐야겠네요. 그라나슈 계열 포도구나 하고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군요.

2021-01-22 11:12:20

산미가 좀 있습니다.
싫어하시는 분들은 싫어하십니다.

WR
2021-01-22 11:27:12

그라나슈 우리 부부 둘 다 좋아합니다. 카베르네쇼비뇽 보다 경쾌한 바디랄까요. 빈티지 따라 평점이 기복이 있는 것 보니 잘~ 마셔야 본색을 보여줄 것 같습니다.

2021-01-22 14:45:32

 요즘은 방송만 타면 시유등에서 저렴히구할수있는 와인도 못구하더군요

 

WR
2021-01-22 15:29:33

와인 매거진을 한동안 봤었는데 매번 '이게 최고다'가 달라요. 유명한 와인을 공부하며 마시는 건 재미없고요 ㅎㅎ
그냥 필요할 때 가성비 따져 골라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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