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길에서 목격한 안타까운 현실 축소판.txt
어제 다른 회사 현관 근처에서 업계 사람과 담소 중에
목격한 이야기입니다.
대화가 길어져서 벌어진 일을 다 보게 되었고요.
근처는 좁은 이면 도로 사거리라 차가 한 대 주정차하면
다른 한 대만 지나갈 수밖에 없는 곳이었죠.
갑자기 건물 담벼락인 사거리 코너에 대형 외제차가
떡하니 사선으로 차를 대는 겁니다.
좁은 도로인데다가 평소 아무도 그 사거리에 차를 대지 않죠.
아니... 생각이 조금만 있다면 절대 그러지 않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난리가 났습니다.
제 눈에 제대로 보이는 사거리의 앞뒤 한 방향에서만
7~8대 정도가 가던 길을 멈추었습니다.
다 보이지 않는 사거리 좌우에서도 그 정도 멈췄나 봅니다.
모두 불법 주정차인 그 대형차 때문이었습니다.
좁은 사거리에서 직진 및 우,좌회전을 서로 할 수 없으니
차끼리 뒤엉켜 저 지경이 된 거죠.
흡사 아비규환 같았습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어난 일이라 더 놀라웠죠.
그 와중에 시간이 조금 길어지니
뒤의 차는 경적을 울려대고
마침내 차 나와서 소리 지르는 운전자도 보였습니다.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원흉(?)인 대형차 운전자였는데
사거리에 그따위로 대놓고 대각선 건물에 들어갔는데
꽤 지나서 나와 저 아비규환을 보면서
천천히 차로 가더군요.
전혀 자기와 상관없는 일인 듯한 행동으로
차에서 뭔가를 꺼내 다시 건물로 갔다가
시간이 조금 더 지나 커피 한 잔을 들고
느긋하게 나오더군요.
여전히 거리는 엉망진창이고 뒤죽박죽인 상황이었고요.
이젠 자기(?)도 나갈 수 없으니
차에 있더군요.
사거리에는 소리치며 당신이 차를 빼야 한다며 싸우는 운전자까지 나왔습니다.
겨우 어떤 운전자 한 분이 차에서 나와
교통경찰처럼 사거리에서 수신호로
차의 통행을 안내하여 조금씩 정리가 되었죠.
차에서 느긋하게 지켜보며 커피를 마시던
원흉(?)은 그제서야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사실 양아치죠.
나로 인해 주변과 남에게 해가 되는 것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소시오패스 수준이고요.
영문도 모르고 뒤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사람
원인 제공자는 다른 이인데 엉뚱하게 서로 핏대 올려가며 싸워야 했던 사람
어찌 보면 모두 피해자일지도 모릅니다.
정작 가해자(?)는
전혀 대미지가 없었습니다.
자기 볼 일 다 보고
이 난리가 나니 차에서 커피 한 잔 즐기기도 하고요.
그러다가 제 갈길을 간 것이죠.
'너희는 싸우든 말던 알아서 해라'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가련다'
와, 남에게 저런 해를 끼치고도
잘도 빠져나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제대로 마주치지 않아 다른 운전자에게 뭐라 소리도 듣지 않았고요.
지금 제가 사는 세상과 현실의 일부가 그대로 녹아있는 듯해서
과정과 결말을 보며 매우 씁쓸했습니다.
오전부터 말이 조금 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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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비슷한 광경 은근 보게되는거보면
이상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 합니다.
왜 그렇게 살까요.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