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소파와 유리창이 떨리는 건 부밍 때문이 아닙니다.
밑에 올라온 질문에 댓글을 작성하다가 글이 길어져서 따로 게시물을 작성합니다.
오디오룸에서 소파와 유리창이 떨리는 것을 부밍 떄문이라고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부밍과 창문 떨림은 각각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부밍은 정재파(定在波. Standing Wave)로 인해 발생합니다.
일상에서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달되죠.
오디오 역시 스피커 유닛이 공기를 진동시켜 소리를 재생합니다.
그리고 스피커의 소리가 직접 청취자의 귀에 전달되기도 하지만 벽이나 천장 등에 부딪친 뒤 전달되는 반사음도 많습니다.
이때 벽으로 향하는 입사음과 벽에 반사되어 나온 반사음의 파형이 겹치게 되면 진동 에너지가 커집니다.
진동 에너지가 커진다는 것은 소리의 음압(≒볼륨)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죠
*반대로 입사음과 반사음의 파형이 180도 역상 관계가 되면 진동 에너지가 상쇄되어 줄어들게 됩니다.
글로 읽으면 이해가 어려우실 텐데 아래 그림을 보시죠.
그림에서 보라색 실선은 벽으로 향하는 입사음의 파형이고 빨간색 실선은 벽에 반사되어 돌아온 반사음의 파형입니다.
그리고 검은색 실선은 입사음과 반사음이 서로 간섭을 일으켜 발생하는 정재파를 보여줍니다.
잘 보시면 입사음과 반사음의 파형이 겹치는 지점에선 두 진동의 에너지가 합쳐져서 정재파의 파형이 상,하로 크게 치솟으며 진동 에너지가 커지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 정재파가 발생하면 특정 음역대가 부스트(Boost)되거나 반대로 감쇠되어 음역대별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죠.
소리의 크기(볼륨)는 진동의 폭이 결정합니다.
진동의 파형 그래프에서 마루부터 골까지 수직 거리의 절반이 진동의 폭입니다.
이 진폭이 커질수록 더 볼륨이 큰 소리가 되는 거죠.
따라서 정재파의 파형이 상하로 크게 치솟는다는 건 해당 위치에서 음압(소리의 압력≒볼륨)이 커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즉, 입사음과 반사음의 파형이 겹치는 지점에선 볼륨이 과도하게 커진다는 거죠.
이것을 음향에선 부스트(Boost)라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부밍이라고 이야기하는 듣기 싫은 과도한 저음이 바로 이러한 정재파의 결과물인 거죠.
예를 들어 스피커에서 40Hz와 80Hz, 두 개의 음이 동일한 볼륨으로 재생되고 있다고 가정해 보죠.
이 소리가 벽이나 천장에 반사되지 않고 직접 청취자에게 전달될 때 40Hz와 80Hz 두 개의 음은 동일한 볼륨으로 들립니다.
그런데 소리는 직진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방향으로 확산되어 벽이나 천장 등을 통해 반사됩니다.
소리는 주파수에 따라 확산되는 각도가 다른데 특히 200Hz 이하의 저음은 확산되는 각도가 360도에 달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사방으로 퍼지게 됩니다.
이렇게 사방으로 퍼진 소리는 오디오룸의 벽과 천장, 가구 등등에 부딪쳐서 다양한 반사음을 만들죠.
그리고 이렇게 반사된 소리는 입사음과 영향을 주고 받게 되는데 위 그림의 설명대로 입사음과 반사음의 파형이 동일하게 겹치게 되면 해당 주파수의 소리는 볼륨이 급격하게 커집니다.
소리는 주파수(음의 높낮이)에 따라 한 번 진동할 때 이동하는 거리가 다르기 때문에 어떤 주파수에선 입사음과 반사음의 파형이 겹치지 않다가도 어떤 주파수에선 입사음과 반사음의 파형이 겹치게 됩니다.
공간의 크기와 구조에 따라 정재파가 발생하는 주파수가 달라진다는 거죠.
음악을 들을 때 다른 소리는 모두 조용하게 들리는데 베이스가 연주하는 제일 낮은 E 음이 유독 지나치게 크게 들린다면 '청취자 위치'에서 41Hz의 부밍이 발생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지만 부밍은 방의 모든 위치에서 들리는 게 아닙니다.
'청취자의 위치'가 달라지면 부밍이 들릴 수도, 들리지 않을 수도 있죠.
제가 위에서 정재파를 설명한 그림을 잘 보시면 입사음과 반사음은 움직이고 있지만 빨간색 실선으로 나타낸 정재파는 같은 자리에서만 발생하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같은 자리에서 이동하지 않고 발생하는 게 바로 정재파(定在波. Standing Wave)의 특징이죠.
같은 방 안에서도 정재파가 발생하는 위치는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 자리를 벗어나면 부밍이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커나 청취자의 위치를 변경하면 부밍이 들리지 않거나 부밍이 발생하는 주파수가 달라지게 됩니다.
반면 창문이 떨리거나 소파가 진동하는 것은 부밍과는 다른 개념의 현상입니다.
모든 물체는 구성 물질과 크기, 밀도 등에 따라 고유한 주파수를 갖습니다.
예를 들어 유리잔을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기면 특정한 음이 들리죠.
이때 유리잔을 가볍게 튕기든 세게 튕기든 소리의 크기가 달라질 뿐 거기서 발생하는 소리의 주파수(음의 높낮이)는 동일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DIndVLrg1E
예를 들어 스피커에서 80Hz의 소리를 재생한 뒤 80Hz의 고유 주파수를 가진 물체를 스피커 가까이 가져가면 그 물체는 80Hz의 재생음에 반응해 같이 진동하게 됩니다.
이것을 공명(共鳴)이라고 하죠.
영화나 음악을 감상할 때 유리창이 떨리는 것은 유리창의 고유 진동수와 같은 소리가 스피커에서 재생될 때 유리창이 공명을 일으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앞서 설명한 정재파로 인한 부밍과는 다른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이죠.
정리하자면,
부밍 = 정재파로 인해 특정 주파수의 볼륨이 커지는 현상
오디오룸의 물체가 떨림 = 해당 물체가 가진 고유 진동수와 동일한 주파수의 음이 스피커에서 재생될 때 공명을 일으켜 진동하는 현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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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부밍에 대해 알아가는데 도움이 많이 되었네요. 아직은 어렵지만 천천히 공부해나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