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퍼시픽 림 - 찐덕이 만들면 이런게 나옵니다
2008년 트랜스포머 개봉을 기억 하시나요? 당시 비쥬얼 쇼크도 충격적이었지만, '거대 로봇이 실사로 움직인다'는 판타지를 충족시킨건 전후무후한 충격이었죠. 비록 2편부터 떡락의 길을 걸었지만 1편은 지금도 누구나 인정하는 작품이고, 전 지금도 개봉 당시 그때의 만족감에 버금갈만한 작품은 거의 못 본거 같네요. 그런데 퍼시픽림을 보면서 오래간만에 비슷한 만족감을 느꼈습니다.
아마 현존 영화업계 감독중 델토로 감독만큼 서브컬쳐 이해도가 높은 감독은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자택을온갖 피규어와 장식품으로 장식할 만큼 이분은 진심이에요. 이런 감독이 누구나의 로망 '거대 로봇'을 영화로 만든다? 좋아 죽죠 아주 그냥. 그리고 그 결과물도 아주 그냥 캬~~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거대 로봇이 도심 한복판에서 로봇에게 펀치를 날리는걸 헐리우드 자본으로 안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퍼시픽 림에서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 '만족 포인트'를 너무나도 잘 짚어주고 있습니다. 클리셰라 해도 될 정도로 정형화된 장면이지만, 가슴속에서 'DO IT NOW!!!'를 외치게 되는 그런 장면들을 너무 잘 짚어주고 있어요. 체인소드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 엘보 펀치를 날리는 장면, 유조선 싸다구를 날리는 장면, 심해에서 카이주를 반갈죽 하는 장면, (전 진짜 이 반으로 갈라서 죽이는 장면이 너무 좋습니다.) 등 예열단계에서 누구나 그 장면을 원하게 만들고 화끈하게 질러주는게 어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좋습니다.
한발 한발 걸을때마다 대지가 진동하고, 펀치 한번에 온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압도적인 파괴력의 펀치, 그리고 마무리는 폭발! 이게 로봇이죠. 이게 로망이지. 거기에 특촬물을 연상시키는 로봇 4인방의 개성까지. 3인조라는 독특한 구성의 중국로봇, 둔탁하지만 강한 병기를 지닌 러시아 로봇, 속도로 승부하는 스트라이커, 그리고 주연 집시 데인저까지. 아쉬운 점이라면 제작비 문제인지 중국,러시아 로봇이 너무 빠른 속도로 별로 보여주지 못하고 퇴장한 점이네요. 특히 러시아 로봇은 화력위주라길래 기대했는데 너무 허망하게 퇴장...
그리고 델토로 감독 이름빨 어디 안가게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비쥬얼들을 보여줍니다. 로봇에만 정신 팔리기 쉬운데 영화 내 요소들도 하나하나 보면 다 덕후들 심금을 자극하는 포인트로 가득 채워져 있어요. 장벽 공사장의 풍경이라던가, 카이쥬 해부 현장이나 폐허가 된 도쿄 등. 카이쥬의 기괴한 디자인은 누가 봐도 델토로 크리쳐의 연장선이고.
다만 아쉽게도 이런 오타쿠 만족 포인트 외의 지점들에선 실망한 부분이 많네요. 드라마는 너무 유치해서 이것도 아동 대상 특촬물 오마쥬했나 싶고, 인물들 감정선도 중간단계 생략한채 너무 널뛰어서 이해하기 힘들고. 후반부의 사건 해결은 맥이 빠질 정도로 쉽게 해결 되고. 그래도 기본은 합니다. 기본도 못하면 트랜스포머5나 고질라 킹오몬 꼴 나는거죠. 이 부분은 역시 델토로 감독의 내공의 힘인거 같네요.
퍼시픽 림은 원래 광기의 산맥 프로젝트가 중단 되자 대체품으로 선택한 프로젝트였다고 합니다. 호빗에 이어서 2연타로 중단크리를 맞게 되자 꽤 피로해진 심신을 이 작품을 만들면서 힐링했다고 하는데, 정말 덕업일치 제대로 하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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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보면 감동 두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