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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차단당하지 않는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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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6 16:37:52

저는 디피에만 글을 올립니다. 

디피의 크기를 봤을 때 아마 다른 사이트에도 함께 올리면 훨씬 파급효과가 크겠죠. SNS 이런 데 꾸준히 올리면 실제로 금전적 이익을 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현재는 디피에만 글을 올리고 있고 디피가 현재 게시판 정책을 크게 바꾸지 않는 이상 계속 디피에만 글을 쓸 예정입니다. 

제가 디피에 글을 쓰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차단이 쉽고 그 원리가 균형잡혀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저는 디피 뿐 아니라 어느 야구 사이트에도 같이 글을 올렸었죠. 하지만 2년여전부터 거기는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열혈 야구팬임에도 말이지요. 

 

정확히는 2018년 9월 추석 전후였었어요. 난데없이 황교익 열풍이 몰아쳤지요. 모든 커뮤니티에서 황교익을 일제히 욕했습니다. 너무 일사불란한 그 움직임도 의심스러웠지만 제가 주목한 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마치 합창하듯 외치는 그 논리가 너무 빈약했다는 사실입니다. 

 

기껏해야  황교익이 불고기의 어원이 야끼니꾸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을 가지고 그가 친일파라고 하거나 떡볶이가 영양적으로 유익하지 않다는 주장에 서민들의 소울푸드를 비하한다거나 닭고기는 양념맛으로 먹는다는 주장에 치맥의 즐거움을 모욕한다는 뭐 그런 식이었습니다. 

많은 주장이 개인의 기호에 기반했었는데 이걸 모두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게시판에 거의 도배하다시피 했습니다. 사람의 기호란 그 다양성과 농도가 마치 그라데이션처럼 다양하기 때문에 한 사안에 그렇게 동일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지요. 

 

지금이야 황교익씨가 인터넷 밈화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황교익씨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그정도로 일반화되지는 않았던 때였기 때문에 저는 그런 움직임이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황교익씨의 주장과 그에 대한 반론에 대해, 그리고 그보다 더 넓은 그당시 현상에 대해 글을 썼습니다. 그 글은 지금 거기 게시판 가서 제 닉네임으로 검색하면 그대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저는 지금이나 당시나 글쓰는 사람으로서 황교익씨의 글을 꽤 인상깊게 보고 있었고 그의 주장 역시 나름 설득력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지금 그에 대한 평가는 그때와는 조금 달라졌습니다. 아마 그 시절 언저리에서 그의 글쓰는 자세가 그를 비난하는 대중에 대한 반작용으로 꽤 과격해졌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기조에서 나름 조심스럽고 합리적으로 글을 썼습니다. 

 

그 당시에도 저는 몇번 그 게시판에서 추천1위에 올랐던 적이 있었고 그래서 저를 아시는 분들도 있었고 일단 게시판이 어떤 분위기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글의 반응도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었죠. 하지만 저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악플이 끝없이 달렸습니다. 

 

당시 저는 너무 답답해서 여기 디피에도 거기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하며 링크를 걸었었는데 그 상황을 엿본 디피 회원분들이 제가 얼마나 충격을 받았을지가 걱정된다고 말씀하실 정도였습니다. 기본이 교익이니? 였습니다. 그 다음이 네 다음 교익교 신자였고 그 뒤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저의 글에 찬성동감댓글을 다는 분들도 저와 상황이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도 인격적 비난을 넘어서 욕이 줄을 이었습니다.

 

저는 너무 이상해서 그 이전 황교익에 관한 다른 게시글을 찾아봤습니다. 

그의 닭고기에 관한 같은 주장이 수요미식회에 처음 나왔던  글이 약 1년전쯤 있었지요. 그글 역시 댓글이 수십개 달려있었지만 댓글 분위기는 완전 반대였습니다. 그런 견해도 있을 수 있겠다 사실 이게 맞다 이런 반응이 주류였어요. 

더 이상한 것은 저의 황교익에 관한 그 글들이 추천 1위에 계속 링크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즉 댓글은 저를 욕하는 악플이 90%인데 추천은 전체 게시글 1위 수백개가 넘었습니다. 뭔가 인지부조화가 일어날 지경이었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지극히 예민한 성격이라(제가 얼마나 예민한지는 나중에 따로 글로 써드릴 예정입니다) 악플 하나에도 두고두고 상처를 받는 그런 성향을 꾹꾹 누르면서(당시 저는 지금보다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악플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봤습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일어날 다양한 상황을 위해서 일일히 캡쳐를 뜨면서요. 

 

어느정도 보자 악플에 어떤 일정한 패턴이 보였습니다. 

무조건 첫댓글부터 최소 다섯개 이상이 연달아 악플입니다(게시판에 24시간 상주하지 않는 이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남의 글에 욕부터 하는 댓글을 보자마자 쓰다니요. 사람이 그게 쉽지 않아요. 게다가 저의 글은 언제나 꽤 깁니다. 읽는데 분명히 시간이 걸리죠). 

중간에 공감댓글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굉장히 긴 악플이 달립니다. 

그리고 그 긴 악플에 또 다섯개 이상의 악플이 다시 달립니다. 

글 전체의 주제의식이나 문체를 보지 않고 단 한줄 단어 하나를 가지고 굉장히 길게 욕을 합니다. 

짧은 댓글은 무조건 글쓴이의 인격 모독입니다. 

특히 자신들이 비난하는 대상과 글쓴이를 동일화하는 댓글이 굉장히 많습니다. 

살벌할 정도로 욕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악플을 달았던 사람이 다시 와서 또 동일한 악플을 또 답니다. 

 

이 정도 되면 글로 하는 집단 구타라고 할수 있지요. 그런 상황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함부로 댓글 못답니다. 그저 추천만 누를 뿐이지요. 당시 저의 호소로 그 게시판을 엿보셨던 디피분들중 많은 분들이 그 게시판이 알바들로 점령당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알바들이 이렇게 많이 이런 일로 동원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정치사안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러나 얼마 시간이 흐른 뒤 제가 썼던 그 게시글에 다시 가보고서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때 그 수많은 악플들이 사라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은 악플들은 충분히 알바가 아니겠구나 수준의 악플들- 그러니까 평소 백종원 씨 팬이라거나 프랜차이즈 치킨집이나 떡볶이집 종사자라거나 뭐 그 정도 말이지요. 하지만 저의 하드에는 그당시 캡쳐했던 그 댓글들이 황교익 관련 댓글이라는 폴더에 잘 모셔져 있습니다. 

 

지금 그 댓글을 다시 보면 그 때에서 지금 또 변한 저의 시각에서 새롭게 보이는 게 있습니다. 그 글에 담긴 문체가 굉장히 정치적이라는 것이지요. 즉 먹거리에 대한 글이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반응과 굉장히 유사합니다. 

먹거리라는 소재는 그렇게 극단적이지 않아요. 그것은 취향과 기호에 관한 소재니까요. 그런데 댓글은 이후 조국전쟁때의 양측 주장의 강도에 비견될만 합니다. 저의 닉네임이 인터넷 글로 갑자기 관심을 받게 된 계기가 조국전쟁이었고 그때부터 인터넷 글에 대한 관점과 안목이 확 열렸기 때문에 지금 그때 상황을 보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그 사태 얼마 뒤 티비에서 극우 기독교인들이 태극기 부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댓글작업을 강의하는 게 나왔습니다. 20명 정도가 한 조가 되고 글쓴이를 공격하고 감정적인 반응으로 보는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고 그중 팀장급들은 주 논리와 긴댓글을 만들고... 이런 내용들이 고스란히 나왔습니다. 그 전에, 그리고 그 후에 댓글알바 조직과 수당, 운영원리들이 속속들이 드러났지만 그들은 여전히 살아남아서 이후 조국전쟁때 아주 존재감을 크게 과시합니다. 

 

저는 그때 황교익 댓글사태는 어쩌면 저쪽에 줄을 대려는 신규온라인마케팅 사업자들이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작업을 한 게 아닐까 뭐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 그 사이트 운영자와 그의 운영방식 덕택에 그곳은 제2의 일베로 공인되고 있는 실태지요. 저 역시 그날 이후로 그곳은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저는 차단하는 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저의 프로필에는 저에게 차단된 무수한 닉네임이 있지요. 그 닉네임들을 보는 것은 굉장히 불쾌한 경험입니다. 누군가 저의 개인적인 판단에 그 이름들은 다시 볼 가치가 없다고 낙인이 찍힌 것이고 동시에 저의 글도 그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의 결과니까요(이 생각은 그들이 괜히 저의 글을 보고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배려도 조금 있습니다). 

 

내가 그 닉네임들을 함부로 어떻다 저떻다 낙인찍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부끄럽기까지 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입장만 다를 뿐 그 이름의 대다수 역시 자신의 삶에서 누군가에게 존중과 사랑을 받는 존재일 테고요. 어쩌면 무수히 차단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저의 인격적 미숙을 인증하는 것뿐이라는 것도 스스로 잘 압니다.

 

그래서 나름 차단하는 것도 원칙이 있습니다. 

제일 첫 원칙은 어조입니다. 밑도 끝도 없이 짧은 글로 조롱하는 사람은 차단합니다. 

한번 저의 입장에서 반론이든 해명이든 해줬는데도 똑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사람들도 차단합니다. 

글의 의도와 반대되거나 상관없는 긴 댓글로 댓글란을 훼손하려는 의도가 명백할 경우도 차단합니다(긴 악성댓글은 굉장히 유용한 스킬입니다. 그것은 인터넷글, 온라인 게시판이 스크롤 형태라는 것을 이용한 굉장히 교활한 기술이지요. 이런 댓글들은 기본적으로 내용이 없고 과격합니다. 읽는 사람은 스트레스를 받기 힘들어 빨리 스크롤을 내리지요 그러다 다른 댓글들도 함께 넘기면서 게시판 전체 분위기는 보지 못하고 원글에 뭔가 문제 있고 내가 잘못 생각했구나라는 인상만 받습니다. 저는 이 기술 처음 개발한 사람이 분명 사회심리학 전공자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글은 기본적으로 읽으시는 분들이 생각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반대 의견도 상대적으로 길 수 있다는 것도 감안합니다. 글로 사는 인생을 살기 때문에 충분히 그정도 글은 구별할 줄 압니다. 

무엇보다 글목록에 글이 없는 사람들과 사이트에 가입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격렬한 댓글을 주구장창 써대는 사람들은 차단합니다. 

 

이들을 차단하는 이유는 제가 이들에게서 유용한 정보나 관계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며 심증적으로 이들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가입한지 얼마 안되면 정치적 글을 쓰면 안되는 거냐 라는 식으로 반문을 하는데 어느 사회집단이든 그렇게 행동하면 반드시 외면과 반감을 얻기 마련입니다. 온라인이라고 그게 통용되는 건 절대 아니죠.

 

디피는 커뮤니티중에서는 작은 사이트에 듭니다. 그리고 오래되었고 주 사용자는 3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남성이지요. 여론 주도층중에 많은 분들이 민주당 지지자들이며 나름 자신의 삶에 자부심과 책임감, 무엇보다 전문성을 확보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만큼 저쪽에서 작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들어옵니다. 

그것은 그들의 작업해야 할 커뮤니티에 어쨌든 이름이 올라있기 때문일 테고 동시에 여기를 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실력이라면 다른 커뮤니티(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많은)에서 작업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니까요. 

 

여기 있는 분들이 수는 적어도 꽤 사회에서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큽니다. 일단 한 가정의 가장이자 직장에서는 중견이잖아요. 저는 이게 확연히 알바인게 티가 나는 존재들이 꾸준히 들어오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뭐랄까, 과거 사무실에 다단계나 보험계약하려고 들어와 말거는 초짜 영업사원 보는 느낌이지요. 그런 사람들 글은 티가 확 납니다. 

글에 책임감이 보이지 않아요. 자기가 쓴 글의 책임감, 즉 논리가 없거나 빈약하지요. 

그리고 그 논리를 공격하는 댓글에는 반드시 감정적으로 대응합니다. 그것은 여기에서 오래 활동하셨던 분들이면 그냥 보입니다. 그게 굉장히 우스워요. 사이트는 세월과 함께 늙어갔는데 마케팅 업계는 계속 젊은이들이 한번 해보겠다고 유입되니까 일어나는 현상이에요.

 

물론 정치적으로 올바른 보수분들도 계실 수 있겠죠. 

또 정말 그 세계를 목숨걸고 지키시려는 순수한 지지자들도 있을 수 있어요. 배울 게 있다면 그분들을 차단할 일이 없겠죠. 저는 이전 글에도 몇번 썼던 것처럼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7,80년대 한국의 개발신화에 대해서도 역사적 맥락에서 인정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보수분들 중에서 한국 근대사의 유구한 민주화 투쟁의 역사를 인정하시고 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표하면서 대화를 하시는 분이 있다면 충분히 그분글을 읽고 함께 대화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견을 피력하시는 진보쪽 지지자인 회원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을 저는 솔직히 온라인 상에서 전혀 본적이 없습니다. 즉 합리적인 미통당 지지자들 말이죠. 왜 그럴까요?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특히 수행평가로 논리적인 글을 써야 할 때 반드시 가르쳐 주는 말이 있습니다. 

저의 글에 댓글 다시는 분들 중에 어떻게 하면 이런 글을 쓰냐고 물으시는 분들 많으시죠? 이제 그 비결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라는 단어, 이걸 능숙히 쓸 줄 알아야 한다. 

 

저는 이 기술을 굉장히 중요하게 여깁니다. 제가 많은 분들께 글로 관심을 받는 이유의 근본 원리가 사실은 여기에 있습니다(아, 이거 맛집 소스의 비결을 가르쳐 주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네요). '그러나'를 쓸 줄 알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좋은 글은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그 주장의 강점과 약점을 철저히 알아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은 상대 주장을 논파하기 위해서도 기본 기술이지만 그보다 더 큰 위력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글을 읽는 다수의 독자를 설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의 근본원리와 맞닿아 있는 지점이죠. 

이 지점부터 글의 길고 짧고가 의미없어집니다. 사람들은 공감하기 위해서 글을 읽고 자신의 마음을 공감해 주는 글을 만나면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듭니다. 

 

자칭 보수주의자라는 사람들의 글에는 이게 없어요. '그러나' 라는 단어가 안나옵니다. 있어도 아주 단편적으로 자기 원하는 그 어휘 하나 문장 하나를 반박하는데만 소모적으로 활용할 뿐이에요. 대신 그 부실한 논리의 빈자리를 가정에 근거한 확대해석과 팩트를 가장한 과도한 주관적 희망이 차지하고 있어요.

 

저는 기본적으로 그쪽 사람들의 역사와 주장에 관심이 많아요. 나름 존중하는 자세도 있고 그때 열정적으로 살았던 서민들에 대해 애정이 있습니다. 이래서 제 글이 힘이 있는 거예요. 저는 정반합의 원리를 소중히 여기지요. 제 글에서 그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것은 보신 적이 없을 겁니다. 다만 사라져 가는 현상에 대한 설명은 있을 지라도요. 그것은 자신들이 원하는 과정이니까요.

 

정치적 반대자를 대할 때 우리의 신체는 맹수의 공격을 대하는 원시인과 동일합니다.

즉 다른 사안이 아닌 정치적 의견이 다른 글에 대한 반응은 본능적으로 과격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정치적인 글을 쓸때는 더 조심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 이해를 충분히 장착하고서 써야 합니다. 그런데 저쪽 분들(또는 이쪽의 분들중 어떤 분들도)은 대부분 그렇게 글을 쓰지 않아요. 서로 벽에 대고 소리치면서 왜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욕합니다. 상호간에 스트레스만 남지요. 그러자고 글을 쓰신게 아닐텐데 결과는 항상 그렇게 됩니다.

 

운영자님이 말씀하셨죠. 커뮤니티에 너무 과몰입하지 말라고요.

이게 바로 상호차단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존중과 배려를 기반으로 한 상호이해가 없는 글을 닉네임이라는 익명성 뒤에 가려진 미지의 인격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굳이 읽을 필요는 없어요. 저는 글을 쓸 때 제 자신의 삶을 드러냅니다. 그것은 그만큼 제 글에 스스로 책임지려고 하기때문이지요. 그리고 제 글에 누군가에게 스트레스가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 제가 차단을 당하는 것도 괜찮아요. 어차피 글이란 것은, 특히 정치적 글이란 것은 지지층의 공감대를 강화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지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 또는 묵살하기 위해서 쓰는 게 아닙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요, 절대.

 

글은 단 한줄, 단 한 단어, 아니 단 하나의 문장부호만으로도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나타냅니다.

옳은 글을 쓰는 사람은 내 글이 어떻게 읽힐까 혹시 악플이라면 달리면 어떡하지 라는 공포에 두번 세번 내 글에 흠잡힐 만한 데가 없나 확인한뒤 그래도 내 생각을 드러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유혹을 참지 못해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작성 완료 버튼을 누릅니다. 글을 올린 뒤에도 혹시나 악플이 달리지나 않을까 또 조마조마해서 몇번이고 자신의 게시글에 달린 댓글과 조회수를 확인합니다. 그러다 공감해주는 댓글이라도 하나 받으면 정말 다행이다 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쉽니다(이런 의미에서 이런 순수한 의도로 쓰여진 글에 악플로 달리는 첫댓글은 참 위험한 것이지요. 그것은 커뮤니티 자체를 파괴하는 행동입니다. 중요한 것은 저쪽 알바들의 지령에는 커뮤니티를 점령하지 않으면 파괴시키라는 내용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서민, 대부분의 교양인,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올리는 글이 게시판을 채우고 사이트를 돌아가게 만듭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악플에 희열을 느끼고 게시판이 난장판이 되고 커뮤니티 운영자를 욕하는 마조히스트, 또는 새디스트 변태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 커뮤니티에 들어오고 그래서 커뮤니티가 한글로 공동체라는 이름을 획득합니다. 

 

아,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많이 갔네요. 

이제 슬슬 일해야겠네요. 

그냥 차단얘기가 나와서 차단을 많이 하는 이유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는 듯 하니 조금이나 그런 분들의 생각을 이해하실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해서 글을 남깁니다. 

 

PS. 차한잔이라는 사이트에 관한 글이니 차한잔 카테고리로 올립니다. 다시 봐도 별로 시사적인 내용은 없네요. 관계와 온라인의 글쓰기에 관한 내용입니다.

님의 서명
가시 투성이 삶의 온 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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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
2020-07-16 16:07:35

 어디 싸이트 인지는 대충 알겠네요. 

저도 지금은 눈팅만 하는데 완전 극우 사이트 화 되어 버렸어요

아이디 쪽지로 알려 주시면 글 한 번 읽고 싶네요.

 

6
Updated at 2020-07-16 16:11:23

그러나
그들은 오늘도 악플을 달겁니다
저는 피식 웃으며 차단할테구요...

2020-07-16 16:10:10

저도
..

인터넷은 차한잔만 합니다...

차단은....움 딱 한명있네요...

이유는..그분이....싫다기보다는...

보기가 안쓰러워서......

상호차단은 당연히 없구요....

그래도 디피는 쾌적합니다...

2
2020-07-16 16:12:08

 스크랩 해서 나중에도 계속 읽어볼 만한 글이네요.. 

2
2020-07-16 16:19:09

음 끄덕거리게 하는 글입니다

3
Updated at 2020-07-16 18:57:56

마약상님 글은 읽어보면 후회없는 글입니다.

9
2020-07-16 16:30:18

말씀대로 황교익부터 좀 꼬롬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죠.

 

5
2020-07-16 16:55:45

동감!
구지 어거지로 한사람을 왜구로 몰아가는 느낌이 들더라능...

2020-07-16 20:21:41

그러면 진짜 왜구들 한테는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1
2020-07-16 16:32:03

많은 부분 공감 합니다. 저도 웬만하면 차단 안하는데..차단이 필요한거 같습니다.
서로를 위해서..

8
2020-07-16 16:33:23

동의합니다.

민주당 쪽 인플루언서에 대한 공격 중 하나였고 황교익은 거기에 버틸 명성이나 세력이 없어서 무참히 당할 수밖에 없었죠. 

엉뚱한 자들이 백종원의 권위를 이용해서 공격해대는 꼴이라니 참 어처구니 없더라구요.

 

저쪽은 조금이라도 이쪽을 약체화시키기 위해서 총공격하는데 이쪽은 예나 지금이나 참 나이브하구나 느꼈던 건이었습니다.

3
2020-07-16 16:48:28

 저도 그런 측면에서 솔직히 이해가 안가는 발제글/댓글들을 올리는 분들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저는 운영자님께 충성충성하기때문에 알바가 없다고 하시니 기본적으론 모든 분들이 알바가 아니라고 보려고 노력중입니다 )

 

말씀하신 것처럼 보통 자신의 글에 대해서 피드백이 나쁘게 달리면, 인지상정으로 불안감과 초조함에 휩싸이게 되는 것이 보통일지언데, 어떤 반응이 달려도 개의치않고...아니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듯이 발제와 댓글 논쟁을 계속하시는 분들이 분명히 계시지요.

저는 기본적으로 저를 차단하지 않는 분들을 먼저 차단은 하지 않는 주의입니다만(그리고 댓글로 논쟁은 원펀치 이상은 주고받지 않는다는 철칙도 있고요) 차단당했을 경우엔 맞차단은 하고 있네요. 그래서 거의 모든 흐름은 지켜보게 됩니다만 솔직히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고 보여요.

 

정말 안타까운 것은, 제목만 보고, 혹은 첫줄만 읽고 바로 스크롤 좍 내려서 댓글을 다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다는 점이죠. 글을 읽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댓글을 달고 싶어서(어떤 이유에서건) 댓글을 다는 것... 발제자로선 참 힘빠지는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런 댓글로 불타오르는 것을 노리는 발제글 저자(?)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반갑기 그지 없겠지만요...

 

아이디 파는데 돈이 들어서, 누구나 1인 1아이디(그것도 실명을 닉 옆에 달고!)로 발제글로서만 이야기를 할 수 있던 시절이 문득 그리워집니다.

2020-07-16 17:11:18

에잇!
맛집 비결이라뉘...
봐도 모르겠는 저는 글쓰기로는 글렀구먼유...

2020-07-16 17:18:18

 잘 읽었습니다. pc 통신 시절엔 젊은것도 있었지만 주저리 주저리 써갈기기도 잘했는데 갈수록 인터넷에 뭐 적기가 어려워지더군요.

1
2020-07-16 17:35:20
"맛집 비결을 공개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럼 이제 저도 디피 글 맛집이 되어 보겠습니다. "

 

그.러.나 그런 일은 네이버... 

1
2020-07-16 20:12:15
당.연.히.
2
Updated at 2020-07-16 17:43:11

여러 커뮤니티들이 글쓴님이 말씀하신 상황에 처했는데 제대로 대처가 안되다 보니 난장판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악다구니만 늘어가는 글들과 댓글들에 한숨만 나오고 글쓰기를 위축 시키네요. 흐름을 설명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3
Updated at 2020-07-16 17:53:34

이 글에 과연 

시사정치로 옮겨질 지

알바논란으로 신고당할지 아닐지 궁금하네요 

 

마약상님 글은 늘 즐겁게 기다리고 있어요 디피에 오는 가장 큰 이유 입니다.

1
2020-07-16 18:51:17

논지자체는 공감이 가는 글이지만 이 게시판에서는 안타깝게도 이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알바라 칭하고 차단하는 분들을 거의 보지 못했습니다. 그냥 의견이 조금만 달라도 반대편, 적으로 간주하고 알바, 벌레라 칭하며 차단하고 비아냥대는 분들을 너무 많이 봐왔네요. 서로 의견에 차이가 있더라도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논쟁을 해야지, 단순 알바로 치부하며 소통의 기회 자체를 없애버리는 분들을 볼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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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6 19:06:12

 지금이야 진짜 알바가 있다고 해도 티나게 하지는 않겠죠.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알바인지 의심을 하는 이유가 저런 인터넷 커뮤니티 대상 덧글 공작을 처음 막 하기 시작하던때에 오늘의 유머에서 덧글 패턴이 너무 정형화되었었거든요. 오유는 그나마 추천인 아이디와 아이피를 공개하기 때문에, 다중아이디 잡아내기도 용이했었고요. 거지같은 글이 하나 달리면 1분도 안되는 시간에 동일한 순서대로 추천이 붙고 베스트에 올라가는 식으로요 추천인 아이디가 뭉쳐서 다녔죠. 그런 꼴을 보고나서, 실제로 국정원과 십알단, 군 사이버사 덧글 공작 등의 사건등의 유죄 판결을 통해 아 그때 내가 싸웠던 것들이 다 진짜 알바였었구나 하고 확인하게 된거죠. 지금 디피는 운영자가 알바는 없다 라고 공언을 하시는데, 아마 저를 포함한 대다수 회원들은 그에 공감하지 못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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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16 19:13:45

신고할 사람들을 선제적으로 차단했으니 글이 차단될일은 없겠습니다. 굿입니다. ^^

같은이유로 댓글한번 나눈적없는 낯선사람이 갑자기 나를 차단했다면 본인의글을 차단당하지 않기위해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문득드네요.

그동안은 전혀 이유가 짐작이 안갔었거든요.

신고를 하거나 삭제찬성을 하지못하게 하려고 차단할수도 있겠어요.

2020-07-16 21:24:46

항상 멋진 글에 감탄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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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6 21:45:57

좋은 글 쓰시는 마약상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유일하게 구독한분이기도 하죠. 좋은글 계속 부탁드리겠습니다... !

2020-07-16 22:24:17

좋은글 읽고 하루 마무리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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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6 23:15:51

글을 한땀한땀 수 놓듯 쓰시는군요.

읽어 내려가는 데, 글쓴이의 호흡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20-07-16 23:36:26

 감사합니다

2020-07-25 06:01:23

차단하시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네요.

글쓴이의 시간, 에너지, 자원을 보호하려면 차단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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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4 06:24:50

 이들을 차단하는 이유는 제가 이들에게서 유용한 정보나 관계를 얻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없기 때문이며 심증적으로 이들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사이트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가입한지 얼마 안되면 정치적 글을 쓰면 안되는 거냐 라는 식으로 반문을 하는데 어느 사회집단이든 그렇게 행동하면 반드시 외면과 반감을 얻기 마련입니다. 온라인이라고 그게 통용되는 건 절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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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 강하게 공감을 표합니다.

일반적으로 '커뮤니티'라는 곳에 발을 들이면, 우선 처음에는 쉽게 글을 쓰지 못하죠. 아무리 내가 익명성 뒤에 가려져 있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살아가더라도 기본적인 분위기는 파악을 해야 하고, 속된 말로 ㅅ욕을 먹는 걸 즐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대부분 첫글은 인사이던가, 아니면 눈팅하는 커뮤니티 이외에는 도저히 쓸 수 없는 개인적인 (야리꾸리한?) 고민이라던가... 또는 대다수는 가벼운 질문글들이죠.

그런데 시사 정치와 관련된 글을 첫글로, 그것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게 아닌 상당히 강한 자기 주장이나 논리가 결여된 글로 첫글을 쓴다? 이 정도로 인생에서 정치인들의 행보와 국정 운영에 관심이 많으면 애초에 커뮤니티에 글을 쓰지도 않고 다르게 참여를 합니다. 물론 어떠한 캠페인을 진행하려고 '광고 목적'으로 쓰면 모를까, 여기서 언급되는 글들은 그런 게 아니란 건 충분히 이해하시겠죠.

인터넷 댓글 관련해서 저도 머릿속으로 추측하는 내용들이 있는데, 뭔지 딱 잡히지 않던 걸 꽤 정확하게 잡아주신 것 같아서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연히 글을 읽게 됐는데 긴 글임에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역시 시험공부 하다가 읽는 시사 토론이 제일 재밌다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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