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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와인] 와인사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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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2-07 13:11:21

와인을 정확히 언제부터 마셨을까 까마득합니다.

 

촌놈이 신세계백화점 계단 밑 좁게 자리잡은 와인 코너를 신기하게 둘러본 기억이 아마도 90년 언저리(그 이전) 같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납니다만 보졸레 누보부터 해서 프렌치 와인이 정말 저렴하게 판매되었습니다.(쇼핑몰 검색할 때 가격 밑에서 부터 정렬하는 타입입니다.

 


- 말라서 부스러지는 코르크 후벼내고 / 샴페인 못지 않은(아마 핸들링 하면서 흔들었을 것) 기포의 힘으로 코르크와 와인이 집들이 간 집의 거실 천정을 붉게 장식했던 일 / 그 집의 화장실에 그림을 그리게 된 일 (지금 돌이켜 보니 백퍼 부쇼네(상한 와인)였음. )

 

- 소낙비 촤아촤악 쏟아붇는 길을 뚫고 와인 창고 세일 하는 곳에서 듣기만 했던 와인들을 업어와서 본시 두고두고 마시자던 생각과 달리 그 밤에 세병을 내리 마셨던 일(부부합산 엄지척 4개이므로 합의하에 가능한 일이고 10년이 넘은 일이나 아직도 좋은 추억으로 종종 이야기 합니다) - 샹베르탱, 라뚜르, 리쉬부르 등 이었던가 하여튼 그 급이었는데 부부간의 아햡이야 많을 수록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십 몇년 사이에 3번 정도 새벽까지 3-4병을 둘이서 마시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제는 그랬다간 큰일납니다. 조금씩 가느다랗게 오랫동안 즐기고 싶습니다.

 

- 나이 지긋한 초대손님이 있었는데 와인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도 모르고 테이블 와인을 마시게 했던 일(나이 먹고 비슷한 입장이 되다보니 당시 와인은 권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취향이 천차만별하고 소화할 수 있는 범위가 개인차가 심합니다. 하지만 소주문화에 익숙했던 저로서는 돌이켜보니 부끄러운 일이었습니다) - 밑에 내용에서 좋은 와인에 대한 본인의 정의 참조


 추운 날씨와 산중에 폭설이 내려 익스트림 레벨이 아닌 우리 부부는 등산도 산책도 못하는 어중간한 상태에 처했습니다. 해서 금요일 저녁부터 와인을 오픈했었죠. 여러 병을 사두고 마시는 와인인데 병마다 약간의 편차가 있습니다. 그래도 편차의 범위가 좋음과 아주 좋음 사이여서 믿고 쟁여 둔 와인입니다.

한달 정도 유튜브채널의 영향으로 소노마 나파 등지로 외도 했다가 실망하고 다시 우리 취향으로 돌아와서 우리 부부는 의기투합합니다. 이 와인을 더 사놓자고.

 

10년 넘게 주말 마다 1병씩( 최근 들어 둘이서 주 1병, 예전에는 주 1인당 1병 ㅋㅋ) 꾸준히 와인을 마실 수 있었던 것은 1병에 적어도 2시간 이상의 대화의 시간을 갖기 때문입니다. 거스리지 않는 수준의 와인만 있다면 대화를 이끌어 내고 다시 주말에는 그런 시간을 갖기를 기대하게 됩니다. 대화중독이라고 이름 붙이고 싶습니다. ㅎㅎ 좋은 와인메이트는 인생의 축복입니다. 배우자가 아니어도 됩니다만 배우자인 경우는 정말 ㅎㅎ 말을 아낍니다.


 와인도 술이고 잦은 주기로 장기간 마시면 독이 되는 게 술입니다. 여기서 우리 부부는 경험으로 공감하게 되는 좋은 와인의 정의를 하게 됩니다.

- 포도 종류, 도메인, 명성(점수) - 마시다 보면 각도기가 생깁니다. 각자 좋은 게 좋은 거지 싸울 일 없습니다.

- 오픈했을 때 부터 입에 붙는다( 보통 고가일수록 가능합니다)면 좋겠지만 이는 핸들링하기 따라서 와인의 본색을 드러나게도 하고 영원히 오해하게도 만듭니다.

- 마지막 한방울까지 여운이 남는 맛을 보여준다(이것도 고가일수록 가능성 올라감)  마리아쥬라고 하는 음식궁합에 따라 진면목을 모르고 마시는 와인도 많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마실때도 맛있으면서 취하지 않고 정신이 맑아지고 기운이 나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숙면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아침에 잠이 깰 때 개운한 느낌을 주는 와인입니다. 지금은 이런 와인만을 소화할 수 있기에 와인 고르기에 최선을 다하거나 이런 경험을 준 와인을 쟁여놓고 마시거나 어느 정도의 점수와 가격대 이상에서 고르거나를 주기적으로 반복합니다.


어차피 가지고 있는 돈으로 나누어 마실 수 있는 와인 병수를 최대한 늘리려면 좋은 와인을 값싸게 구해야 함은 누구나 동의하시겠죠? 세상에 좋은 와인은 많고 그 중에 아직 마셔보지 않은 와인도 많지만 우리는 우리의 대화중독을 길게 가져가려면 결단을 내려야 했습니다. ㅎㅎ

 

먼저 제일 먼저 미국 와인을 빼버립니다. (품질 대비 고가/ 좋은 와인 고가격화/양극화된 품질로 예지력 무력화) 다음이 프렌치를 애니버서리/생일 등의 이벤트를 제외하곤 평소 와인에서 제외 시킵니다.(1년에 좋은 날엔 와인을 서로 선물하듯 챙깁니다, 다른 것은 필요없습니다). 다음은 이태리와인이 이 대열에 동참합니다.(몬탈치노나 키안티 좋아합니다만 수퍼투스칸을 비롯 거품이 많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가 저렴한 예산으로 음주 후 좋은 아침을 보장하는 와인 찾기가 정착한 곳은 스페인입니다.(뉴욕타임즈 기사 참조, 키워드 spain wine gran reserva) 

 

호주, 이태리 쪽을 거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스페인 와인 코너에서 적당한 가격과 Gran Reserva급을 쓸어담아 옵니다. 물론 출혈이 심한 가격대의 와인은 입맛을 다시며 제외합니다. 가격으로만 와인 고른다면 실패할 일이 적어지겠습니다만 그러다간 인생 실패하겠죠.  가늘게 길어야 하는 대원칙을 위배하게 됩니다.  

 

주의: 요즘엔 스페인 그란리제르바라고 해도 2년 이상의 오크통 숙성 원칙을 안 지키고 변칙을 쓰기도 하는 품질이 떨어지는 것도 있습니다.(남미 와인도 그란리제르바는 기준이 제각각임) 결국 선구안은 실패를 거듭하며 길러지는 것입니다. 제 탓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제대로 지킨 것 조차도 별 감흥 없는 와인도 있었습니다. 다만 가격대 품질이 상대적으로 높을 확률이 높았다는 경험이란 이야기입니다.

 

이 와인들을 마시는 도중에 10년에 몇 번 안되는 원나잇쓰리바틀 8시간 이상의 열띤 대화와 음악감상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따봉 

 

주말이되고 저녁에 뭐 먹지 하다가 음식이 정해지고 이 메뉴는 와인안주에 딱이지 않아?를 공감하게 되면 어느 새 코르크를 뽑고 있습니다. ㅎㅎ 와이프는 속이 아파 약을 먹고 있음에도 그 와인 마시면 괜찮겠다 하면서 지정을 했고 저도 동의했습니다. 금요일에 그렇게 마셨고 토요일 아침에 개운했고 해서

 

우린 드라이브를 떠납니다. 등산을 ? 아뇨 로드트립을? 아뇨? 와인 사러! 예스!

이 와인은 은근히 소문히 퍼지는 지 도심부에서부터 재고가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차로 20분 거리 매장에서 재고로 남아있는 몇병을 들고 왔었고 10분 거리 매장의 진열장 뒷쪽에 숨어있었던 6병들이 1박스를 운좋게 사오기도 했는데 로컬에서 재고가 떨어지는 와인이 미리 매집했던 와인사이트 판매가격이 점점 오르거나 실소비자가 모두 사버려서 정말 구할 수 없게 되는 수순이 되겠습니다. 대단한 와인은 아닙니다 단지 우리 부부의 "좋은 와인의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우린 사러 가야합니다. 어디로?

 

집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5병 재고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매장의 스페인 와인 코너를 보니 제가 별로 좋아하지 않은 래티튜드(나름 유명?) 종류가 많고 잘 팔리더군요. 임페리얼은고가격이라 패스하고요 ㅎㅎ. 뿌듯한 마음에 돌아오는길에 검색을 하던 와이프가 차로 40분 거리 매장에 6병이 있다고 해서 다음 주에는 그 곳으로 와인사냥겸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습니다.

 

아마도 그 곳 와인만 사면 적어도 집 주위 1시간 이내에서는 이 와인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ㅎㅎ

가격은 상대적이라 비쌀 수도 안 비쌀 수도 있습니다. 특히 와인이란 게 그렇습니다.

 

이상 커피는 끊어도 와인은 못끊는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님의 서명
인생의 한 부분만이 아니라 전체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서를 해야 하고, 하늘을 바라보아야 하며, 노래하고 춤추고 시를 써야 하고, 고통 받고 이해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인생입니다.
- Krishnamur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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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2020-11-16 04:02:50

 좋은 선택이시네요. 요즘은 남아프리카와 그리스 산 와인들도 괜찮더군요. 맛도 가격도요. 그쪽도 한 번 둘러 보세요.

 

이번 주말도 좋은 시간 보내셨길 바랍니다.

WR
2020-11-16 04:06:09

echowave님도 편안한 주말 되세요. 게시판에 폭풍우가 지나가서 와인이야기를 곁들여서 뭔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와인에 몰입하다가 길을 잃었습니다. 역시 의도있는 글보다는 담백한 이야기가 낫겠다는 생각에 후반부를 없앴(아니 생각이 안나요. 노안처럼 기억도 휘발성화되가고 있습니다)습니다.

WR
Updated at 2020-11-21 00:02:39

..

2
2020-11-16 05:35:25

와인 친구가 제일 중요한 듯 합니다.
셀러에서 놀고 있습니다.

WR
Updated at 2020-11-16 06:00:43

당연한데 간과하기 쉽고 경험 없이는 이심전심 수준으로 공감하기 어려운 이야기죠. 좋은 와인/편안한 시간 가지세요.

2020-11-16 06:08:13

술을 잘 못마시고 와인을 몰라서 이야기에 낄 수가 없네요. 다음에는 안주 이야기 해주세요. 다들 한 잔 하고 있는데 저는 중간에서 눈치보면 안주빨만 세웁니다.^^;

WR
1
Updated at 2020-11-16 06:20:59

탄산수 드시면서 와인 친구 할 수 있긴 합니다. 좋은 와인의 경우 포섭되기도 하고, 와인 마실 입 하나 줄어 우대받기도 해서 안주빨 세워도 너그럽게 봐줍니다. 새로운 주 즐겁게 시작하세요. 추) 저도 소주를 비롯한 독주 계열은 음주불가입니다.

1
2020-11-16 06:20:10

냅 오늘은 늦게 일어나서 시간이 빠듯하네요. 먼저 일어납니다.^^

1
2020-11-16 06:19:52

그래서 저는 아예 와인 매장의 매니저들과 개인적인 친분을 맺어 놓고, 제가 좋아하는 와인들을 수입할 때 미리 6병 또는 12병씩 사서 쟁여 놓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저도 요즘 들어서 프랑스 -> 이탈리아 -> 호주 를 거쳐, 스페인 쪽을 많이 찾게 되더군요.

제가 설정한 가격대에 꽤 좋은 품질의 와인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에서의 와인 가격은 조금 들쭉날쭉한 것 같아요(매니저들이 자의로 40% 내외의 할인을 해 줄 때도 있는 걸 보면요). 

WR
Updated at 2020-11-16 07:25:00

40%면 크네요, 역시 마진이 높군요. 리테일 가격이 미국의 2배 내외인 것을 많이 보긴 했었고 (미국 기준)저가의 경우 와인 평이 무의미한 수준인데 둘마트 도우미 아가씨가 마~악 설명하려 들어 곤란했었습니다.

1
2020-11-16 08:37:45

기본적인 주세가 100프로라서 왠만한 와인 가격은 한국이 미국의 2배가 맞아요.

1
2020-11-16 06:52:15

 와인 좋죠^^  와인회사 다니는 친구덕에 좋은 와인 좋은 친구랑 이주일에 한번정도 마시고 있고  그러다가 와이프랑 같이 마시다가 큰 셀러도 사고 채워놓고 흐뭇해 하고   조금만 더 추워지면 석굴에 샤브리한잔 할 계획도 세우고^^

WR
2020-11-16 07:26:53

와인은 이성적으로 취하는 술이죠. 석굴에 샤블리 좋겠습니다.

2020-11-16 07:01:53

와인모임 처음 갔을때가 생각나네요......


아무 생각없....

원샷!!!!..하고 건배했다가.......

완전 썰렁해졌던......


술은 원샷 아닌가요???^^;

Updated at 2020-11-16 07:23:21

와인뿐만 아니라 술은 원샷이 아니죠 ㅎㅎ.
술을 마시는 이유가 뭘까요? 빨리 술취하기 위해서라면 원샷이 좋겠지만 술의 향을 맛보기 위해서, 대화하기 위해서라면 조금씩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야 하는거죠.
그만큼 한국 소주나 맥주가 맛이 없다는 말이기도 하죠. 거주는 가격 가장 싼 동남아 티파오카로 만들어서 숯으로 걸러서 냄새가 없고 향은 감미료로 내죠.
맛이 없으니까 섞어서 마시고 빨리 목안으로 부어넣는거죠.

WR
2020-11-16 07:23:50

와인은 말 없이 One sip입니다.

1
2020-11-16 07:24:08

와인 소개는 항상 좋습니다. 경험 나누심 감사합니다~

WR
2020-11-16 07:28:14

보약은 못 먹고 보약 같은 와인만 취급합니다.^^

2020-11-16 07:29:57

와인 모르는 저는 조용히 배우고 갑니다.
그런데 국내 와인도 괜찮은게 있나요?
나름 유명한 포도산지도 있는데 혹시 추천할만한 국내와인도 있을까요?

WR
2020-11-16 07:33:34

마셔보지 않아서 모르겠네요.

2020-11-16 08:11:08

 와...라뚜르, 리쉬부르.......초반부터 저런걸 마시면 와인에 반하지 않을수 없는거 아닙니까? 

WR
2020-11-16 09:33:57

그렇긴 한데 촛점은 그걸 하룻밤에 다 마셨다는 데 있죠. 황홀했습니다.

WR
Updated at 2020-11-30 11:51:25

그로부터 10년 후 와인 바에서 시음으로 DRC를 포함한 리스트로 마셔봤습니다. 좋은 와인 한병 가격에 5가지 와인을 글라스에 몇모금 부어주는 식이었는데 이런 와인들을 마셔봐야 최상층의 맛이 어떤 지 알 수있고 다른 와인을 판별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라 출혈을 감수했었죠. 저도 돈 있으면 맨날 이런 와인만 마시겠습니다. ㅎㅎ

1
Updated at 2020-11-16 10:34:45

 저에게 와인은 커피와 비슷한 경험을 주었습니다.

 제 입맛에 맞는 것을 찾아먹다가 보니, 모두 달달한 종류만 남게되더군요.

 결국 제가 원했던 것은 와인도 커피도 아닌 당분이었다는 진실을 깨닫게된 1인...

 

 

WR
1
2020-11-16 10:52:51

달달한 와인은 금방 질리지요. 저도 요즘 꿀을 한술씩 퍼먹고 있습니다. 살 찌는 부작용도 있어서 다시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와이프가 머리 나쁘다는데요?!

1
2020-11-16 12:49:25

와인 이야기에 눈이 번쩍하네요. 와인메이트라는 말도 인상적이고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다음엔 스파클링 와인 이야기도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스파클링 와인 좋아하는데 주머니 사정상 까바 브릐만 마시네요. ㅎㅎ

WR
1
2020-11-16 12:57:32

스파클링은 주는 것만 마셔서 잘 모릅니다. 화이트도 거의 안 마시고요. 특별한 날 샴페인 한잔 하는 정도죠. 스페인 여행시 호텔 로비에서 까바 주길래 그때 마셔봤네요.

1
2020-11-16 13:46:05

훌륭하시네요. 박수가 절로 나옵니다.

WR
2020-11-16 14:11:29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2020-11-17 10:53:04

Rioja Ontanon Gran Reserva Tempranillo Graciano 2010 구입 해 보려 찾아 봤는데 온라인 구입 어디서 하는지 찾을 수 없습니다
판매처도 알려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

WR
Updated at 2020-11-17 12:20:23

.

WR
2020-11-17 12:19:57

Rioja, gran reserva인 걸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시도해보세요. 웬만하면 실패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자기만의 콜렉션이 생기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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