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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한잔]  김사인 - 비둘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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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1-23 09:51:45

저 아래에 <굿 라이어>님이 쓰신 "지금은 사라진 기차 문화"글을 읽다보니

이 시가 문득 떠올랐습니다. 

 

 

<비둘기호>      김사인

 

여섯 살이어야 하는 나는 불안해 식은땀이 흘렀지.

도꾸리는 덥고 목은 따갑고

이가 움직이는지 어깻죽지가 가려웠다.

 

검표원들이 오고 아버지는 우겼네.

그들이 화를 내자 아버지는 사정했네.

땟국 섞인 땀을 흘리며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나는 오줌이 찔끔 나왔네.

커다란 여섯살짜리를 사람들은 웃었네.

 

대전역 출찰구 옆에 벌세워졌네.

해는 저물어가고

기찻길 쪽에서 매운바람은 오고

억울한 일을 당한 얼굴로

아버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하소연하는 눈을 보냈네.

섧고 비참해 현기증이 다 났네.

 

아버지가 사무실로 불려간 뒤

아버지가 맞는 상상을 하며

찬 시멘트 벽에 기대어 나는 울었네.

발은 시리고 번화한 도회지 불빛이 더 차가웠네.

 

핼쑥해진 아버지가 내 손을 잡고

어두운 역사를 빠져나갔네.

밤길 오십리를 더 가야 했지.

아버지는 젊은 서른여덟 막내아들 나는 홑 아홉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설 쇠고 올라오던 경부선 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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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래 두 줄이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아버지는 젊은 서른여덟 막내아들 나는 홑 아홉살

 

인생이 그런 것인 줄 그때는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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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Updated at 2022-01-23 10:27:07

시가... 막 아프네요.
안 읽은 척 창을 닫았는데도
계속 욱신거려서 다시 돌아와
또 찔리면서도 들여다보았습니다.

김사인 시인...
앞으로 핵불닭볶음면 피하듯
피해다녀야겠습니다.

조금 더 크면
이런 매워서 눈물나는 시도 품을 수 있는
넉넉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요?

W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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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3 17:05:32

저렇게 아파하고 깨달아가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거겠죠. 

시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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