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청음기] 쿠르베 에그 & 탄젠트 미니앰프 -하-
청음기 두 번째 입니다.^^
어제까지는 개봉부터 연결, 그리고 첫 곡을 틀었을 때
초보자로서 느꼈던 쿠르베 스피커+탄젠트 미니앰프 조합의
첫인상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스피커와 구별되는 세 가지 특징을 꼽았는데,
공간을 휘감는 기운, 장막을 거둔 듯한 깨끗한 선명함,
그리고 한 곡 안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는 요소들의 존재감 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쿠르베 스피커의 이 세 가지 특징들이
아래에 소개하는 곡들을 청음하는 내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는 것을 일러두고 싶습니다.
청음한 음원들은 모두 시디에서 리핑한 Apple Loseless 포맷, 혹은 벅스뮤직에서 구입한 flac,
그리고 애플뮤직 라이브스트림입니다.
처음엔 유선으로, 나중에는 블루투스로 청음해보았습니다.
예술감상이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이므로
'아 이 사람은 이 곡을 이렇게 들었나보군.'하고
가볍게 스크롤하시면 되겠습니다.^^
콘서트 홀 관객석이 아니라, 지휘자 바로 뒤에 앉아있는 기분이었습니다.
현악기들이 좌우로 감싸는 느낌이었습니다.
예, 저 악기의 위치가 저 정도 거리감으로 들려오더군요
예..하모니카를 저기서 불러주는 느낌이었습니다.^^
수퍼베이스.라는 제목답게 비트가 울릴때마다
사방에서 주먹으로 벽을 쿵쿵 쳐대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천장과 바닥에서도 그랬습니다.
청음하시는 분들중에 단독거주하시는 분이라면
한 번 볼륨을 최대치로 올려놓고 이 곡을 틀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미니앰프를 물린 북셸프 크기의 스피커 한 쌍에서 흘러나오는 사운드라고는
피아노 전주에서 느껴지는 절절함이 바닥에 낮게 깔리면서 올라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쿠르베 에그의 저음과 그 파워를 느껴보고 싶다면
앰프의 볼륨을 최대로 놓고 이 곡을 들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책상위에 놓여있는 두 개의 스피커와 미니앰프가 만들어내는 힘이
다시금 인상적으로 느껴지는 곡이었습니다.
경쾌한 기타소리와 리드보컬의 찰랑찰랑한 음성이 이 정도의 거리감으로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시네드 오코너가 바로 앞에서 무릎꿇고 노래부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여기까지 듣다보니 문득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책상 위에서만 듣기엔 에그의 힘이 넘쳐 흘렀기 때문에
아예 방 공간 전체에서는 어떤 소리를 들려줄 지 궁금해졌습니다.
스피커의 위치를 아래와 같이 바꿔봤습니다.
방과 가구의 배치는 위와 같으며 면적은 폭 3.2m x 전후 5.5m로, 약5평의 공간입니다.
방 전체를 지향해서 스피커를 놓았습니다.
스피커선의 최대치만큼 벌렸는데, 약간은 짧았지만 충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리모컨을 통해 탄젠트 미니앰프를 블루투스 모드로 놓고 페어링을 합니다.
이하는 블루투스로 청음한 곡들입니다.
한정된 방 공간이 위과 같이 확장되었습니다.
곡이 바뀔 때마다 공간의 확장과 변화는 계속되었습니다
방 전체가 요요마의 첼로 울림통 안에 들어와있는 기분이었습니다.
이쯤되니 음악이 아니라 영화에서는
과연 어떤 성능을 발휘할 지 궁금해졌습니다.
백만년만에 먼지쌓인 프로젝터의 전원을 꼽았습니다.
왕년의 명기 프로젝터 산요 Z4입니다
투사앵글이 좀 빗나갔지만 지금 화면이 중요한 게 아니니..^^;;
연결된 소스는 소니BDP를 통한 로보캅 블루레이 타이틀이고
플레이어-앰프간 연결은 옵티칼 단자를 통한 광케이블입니다.
영화 초반 로봇들과 드론이 시가지를 누비는 장면을 들어보았습니다.
앰프볼륨 최대치는 기본입니다.^^
드론이 쒜엑 지나갈때의 굉음, ED209가 철컹거리며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들에서,
에그는 2.1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ㅎㄷㄷ한 사운드를 뿜어주었습니다.
여기서 또 한 번 궁금해졌습니다.
1. 쿠르베 에그를 야마하 av리시버에 연결하면 과연 어떤 소리를 들려줄까.
2. 기존의 5.1채널용 저가북셸프를 하이파이용 디지탈 앰프에 연결하면
av리시버와 연결했을 때에 비해 하이파이적으로 소리가 좋아질까.
먼저 쿠르베 에그를 기존 야마하 av리시버에 연결해서
음악과 영화를 틀어 소리를 살펴봤습니다.
결론을 간단하게 비유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하이파이앰프에서 들었던 쿠르베 에그는
고가의 편안한 무중력 리클라이너 같았습니다.
야마하 av리시버에서 들었던 쿠르베는 마치
최고가의 고성능 마사지 안마의자에 앉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목 뒤부터 어깨 척추 허리 무릎 종아리까지
힘차게 주물러주는듯한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거꾸로 AV용으로 듣던 탄노이 머큐리 m2.5를 탄젠트 미니앰프에 물렸습니다.
야마하 리시버에서 듣던 것보다 더 탁하고 둔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데스크 위에서 쓰던 더 작은 스피커 머큐리 mR을 물려봤습니다.
m2.5보다 더 탁하고 둔한 소리를 들려줬습니다.
노래하는 가수에게 보자기를 씌운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원인으로 추정되는 한가지 이유가 생각 났습니다.
av리시버와 하이파이 앰프는 모두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지만
그 증폭시켜주는 소리의 종류는 전혀 다르다는 거였습니다.
av리시버는 일상의 여러 소리를 다채널로 분리시킨 후
더 선명하게 강조해주는 반면에,
하이파이 앰프는 도레미파솔라시도 음계에 기반한 선율과 리듬을
2채널 속에서 섬세하게 강조해주는 역할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것이 고급의 리클라이너같던 에그가
리시버에서 초강력 안마의자같은 출력을 낸 이유이자,
섬세한 신호를 포착하지 못하는 저가의 스피커에서
둔탁한 소리를 냈던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것은 한정된 자원에서 체험한 개인적인 추정일뿐이며,
100만원대를 넘어서는 중급기 이상의 리시버와
하이파이 앰프에서는 사뭇 다른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개인적으로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이파이 음감용으로 좋은 소리를 원한다면 앰프 이전에
먼저 좋은 스피커를 사야 한다는 것.
그리고 이와 더불어 좋은 사운드란 결국
좋은 스피커와 그것을 받춰줄 앰프의 적절한 매칭이라는 점.
결국 이 결론을 말하고 싶어서 장황한 글을 이어왔습니다.
쿠르베오디오에서 에그+탄젠트 미니앰프를 소개하면서 그 이유로
[매칭이 꽤 좋아서]란 표현을 하셨는데,
그 [매칭]이란 말의 의미를 좀 알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제품끼리의 스펙이나 이론에 기반한 짐작만 가지고서는
스피커-앰프 조합의 소리를 미리 예상할 수는 없다는 것..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막연하게 물어보는 질문들,
'하이파이 입문용으로 어떤 스피커가 좋을까요?'
'이런 스피커엔 어떤 앰프가 좋을까요? '하는 질문들에 대해,
그걸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봤습니다.
(스피커 제조업체, 앰프업체, 일반 소비자, 오디오 지식이 많은 네티즌..?)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스피커를 잘 아는 사람은 일단 그 스피커를 디자인하고 만든 사람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스피커가 가장 좋은 소리를 내기위해 어떤 앰프가 적합한지 가장 잘 알고 있을 사람도 역시 자신이 만든 스피커를 이런저런 앰프에 물려보면서 연구를 한 그 장인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매칭이 꽤 좋은 조합이 제안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 5평 공간을 울려줄 좋은 사운드를 위해 절대적으로
위와 같은 고가의 시스템을 장만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체험기를 마치면서
개인적으로 쿠르베 에그+탄젠트 조합이 좋다고 생각했던 점
세가지만 말하고 싶습니다.
1. 덩치크고 복잡한 내 기존 시스템(오른편)을 가볍게 발라버리는 압도적 퀄리티의 사운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심플하고 깨끗한 구성.
2. 그 심플함이 가져오는 이동의 자유. (한곳에 지긋이 앉아듣지 않는 개인적 성향때문에..^^)
3. 에그가 이정도인데 오른편으로 이동할수록 과연 어떤 차원의 소리가 날지 욕심이 나네요.
(처음에 에그를 듣자마자 구입을 고려했는데, 지금은 그 상위 기종들을 보는 중입니다 -ㅂ-;;)
장황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에 대해 이렇게 길게 리뷰를 써본 건 처음입니다.
암튼 쓰는 내내 재밌었네요.
그만큼 체험이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2016-09-07 09:47:41
엄청(?) 부담 됩니다. ㅠㅠ
2016-09-07 15:14:42
사실...저도 예약되어있는..ㅜㅜ
2016-09-07 17:38:02
우리는 그냥 적정(?) 수준으로 쓰기로 담합하면 어떨까요? ^ ^;;
2016-09-07 10:15:15
전문 리뷰어로 나서도 될 듯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침이 꼴깍 넘어가네요 8
Updated at 2016-09-07 10:30:47
신이시여! 정말 어마어마한 청음기입니다. 일목요연하고 명료한 그림 설명은 정말 최고네요. 제 디피지수를 다 써서라도 할 수 있다면 추천을 백만 스물 두개 쏴드리고 싶을 정도입니다. 그리고 제 짐작에 zeitung님은 그림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하시는 분 같습니다. 어쩌면 저렇게 표현을 잘 하시는지...
2016-09-07 10:47:26
저도 이번 청음 이벤트 신청해 놨는데 8
2016-09-07 13:07:05
쿠르베 사장님 그냥 글쓰신분에게 스피커 1조 주세요 ~~
2016-09-07 13:24:56
대단합니다 이정도면 절대영업력이네요ㅋㅋ 잘 읽었습니다 추천꽝♥
2016-09-07 17:00:33
쿠르베 안내 책자에 들어갈 만한 후기가 아닐런지...^^;; 3
2016-09-07 17:13:53
애니메이션 제작합시다.
2016-09-07 17:18:48
쿠르베에서 돈을 드려야 되는거 아닌가요? 한니발님 ^^
@한니발님 : 우노 구입하려면 제작기간이 어느정도인가요?
2016-09-07 17:47:47
리뷰 정말 잘 봤습니다..바로 앰트랑 스피커 얼마나 하는지 검색해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리뷰중간에 그림? 삽화?가 장난아닙니다.. 그림만 보면 아..이런 느낌 하고 오는군요 이쪽 일 하시는 분이신가요?
그리고 소개해주신 음악들 일일이 찾아서 들어보고 있습니다. 가지고 계신 곡들중에 추천하시는 곡들 음원들 한번 알려주시면 같이 들어보고 싶습니다. WR
2016-09-07 20:50:08
밥벌어먹고 사는 일 중에 그리는 일도 약간 있습니다. 히히 추천하고 싶은 곡은, 위에는 안 적었지만, The Corrs의 앨범 Forgiven, Not Forgotten 중에서 ‘Toss The Feathers (Instrumental)’란 곡 좋습니다.^^ 간주에서 바이올린과 전기기타, 드럼 등이 어우러진 저역의 협주가 에그를 통해 들으니 정말 좋더군요.^^
2016-09-08 14:50:25
역시 그림재능이 있으신분이었군요.. Corrs도 바로 들어보고 있습니다. What can I do.So young만 알았는데 요런 연주곡도 좋군요. 감사합니다.
2016-09-07 18:16:16
정말 재미있게 잘봤습니다. 들리는 소리를 그림으로 표현해주니까 확 와닿네요.
2016-09-07 18:21:18
대단합니다. 이정도의 후기는 오히려 물건 + 리뷰비용을 받으셔야 할듯합니다. 시각적인 효과를 통한 경험이 정말 엄청나네요.
2016-09-07 19:44:40
쿠르베 에그 리뷰일 뿐만 아니라, 오디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너무 잘 표현하신 것 같아요. 일러스트네이터신가봐요.
2016-09-07 20:48:37
쿠르베에그 + 탄젠트앰프 하면 얼마정도 할까요 당장 사고싶은 심정이네요..
2016-09-08 08:03:02
우와 머리에 쏙쏙 들어오는 후기네요. 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전하고 싶은 내용을 잘 전달하시는 분들 뵈면 정말 부럽네요.
2016-09-08 09:38:01
엄청난 청음기네요. 예약했다가 사정상 취소했는데요.. (부담감에) 안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_- 저는 그저 제가 좋아하는 가요만 노트북에 물려 신나게 들어볼 요량이었는데.. (사실 와이프 귀를 에이징시켜 최종 구입할 목적으로....)
2016-09-08 10:15:29
멋진 청음기와 강력한 뽐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2016-09-08 18:13:18
너무나 감성적이고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2016-09-09 09:18:27
정말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그림 전공하셨나요? 그림을 이렇게 잘 그리시는지? 좋은 스피커 구매욕이 확 오릅니다.
2016-09-09 09:28:52
아~~~ 이제 함부로 후기 올린다고 말 할수 없어졌네요 . . . .
잘 봤습니다. ^^
2016-09-10 10:14:43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2016-09-12 16:44:59
역대급 청음기 잘 봤습니다 ^^
2016-09-17 09:30:20
막귀인 사람에게 구매를 고려해도 좋다는 추천서 같습니다. 좋은글과 그림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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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보는 내내 즐겁게 봤습니다^^ 표현력이 풍부하시네요~에그가 기대되고 다음에 청음기 올리시는 분은 부담되시겠는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