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추천 프로그레시브 록 명곡 모음
주말이 돌아왔습니다. 오늘은 약속대로 프로그레시브 록 명곡 모음으로 찾아왔는데요. 최대한 간결한 곡들로 선곡하려 노력했으나, 중간 중간 대곡들이 있음은 감안하고 들어주시기 바랍니다. 밴드 이름의 가나다 순이며 순위는 없습니다.
new trolls: adagio
설명이 필요없는 뉴 트롤즈의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곡입니다. 사실 뉴 트롤즈는 아트록이라는 장르에 가두어놓고 들을수 없는 밴드인데요. 그들은 프로그레시브란 이름에 걸맞게, 항상 이런 저런 시도를 하는데 익숙한 밴드이기 때문이죠.
수많은 내한공연으로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높은 밴드이기도 한데요. 이 곡은 너무 유명해서 다른 곡을 올릴까 했으나, 뉴 트롤즈를 소개하면서 이 곡을 뺀다는 것은 의미가 없다 보기에 골랐습니다. 그리고 길이도 너무나 적절하고 말이죠.
latte e mielle: il calvario
1970년 이탈리아에서 결성된 라떼 에 미엘레의 데뷔앨범에 실린 곡입니다. 3인조라고는 믿을수 없는 웅장한 사운드를 보여주는 이 앨범은, 아트록 애호가뿐만이 아니라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이 곡은 "마태 수난곡" 이란 앨범명에서 알수 있듯이,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예수를 그린 곡입니다.
파이프 오르간까지 동원한 장엄한 사운드는 들을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라이브에서 구현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는데요. 그래서 다음 앨범부터는 좀더 라이브에 적합한 규모의 작법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rush: spirit of the radio
프록메탈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엄지를 치켜드는 드림 씨어터를 아실 텐데요. 그 대단한 드림 씨어터의 대선배격인 러시의 곡입니다. 역시 3인조라고는 믿을수 없는 꽉 찬 사운드를 들려주는데요. 이는 밴드의 중추이자 멀티 플레이어인 게디 리의 다재다능함에 크게 기댄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라이브에서도 스튜디오 앨범의 사운드를 거의 흡사하게 재현해 낸다는 점에서는, 스튜디오와 라이브 버전의 러닝타임까지 일치시킨다는 드림 씨어터의 원조라 할 수 있겠네요.
베이시스트들의 셀럽이자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존경받는 게디 리, 깊이 있는 가사를 제공하며 러시의 두뇌 같은 존재인 드러머 닐 피어트, 밴드의 실험정신을 대변하는 기타리스트 알렉스 라이프슨의 3인조는 지금도 왕성하게 현역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yes: roundabout
에머슨 레이크 & 파머와 비교해도 자웅을 가리기 어려운 슈퍼밴드 예스의 곡입니다. 흔히들 딥 퍼플 2기의 라인업이 최고였다고 하듯, 스티브 하우를 받아들인 예스는 이 당시를 역대 최고의 라인업으로 평가하는데요.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라이브에서도 이들의 연주력은 엄청납니다.
그러나 역시 잦은 멤버 교체로 인해 일관된 음악성을 보여주지 못하며 부침을 거듭했는데요. 80년대 뉴 웨이브풍의 사운드를 접목하면서, 전 세계적인 상업적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빌보드 1위 싱글을 이때 발표하기도 하죠.(owner of a lonely heart) 비록 이제는 모든 창단멤버들이 남아있지 않지만, 2010년대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예스에게는 절로 존경심이 들 정도입니다.
wishbone ash: everybody needs a friend
밴드 이름이 대체 무슨 뜻일까 하며 궁금하실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저도 모르고 있다가 오늘 찾아보고 알게 되었습니다. 새의 가슴뼈 끝부분이 둘로 나뉘어 있는데요. 양쪽을 잡아당겼을때 긴 쪽을 가진 사람의 소원이 이뤄진다는 설화에서 위시본이라는 이름을, 그리고 소원이 이루어지는 미래(wish)와 과거(ash)를 뜻한다 하는군요.
흔히들 리드기타와 리듬기타로 나뉘는 여타 록밴드와는 달리 2명의 리드기타리스트를 세움으로써 사운드의 앙상블을 추구하는 방향의 음악을 들려주었는데요. 깁슨 플라잉V와 펜더 스트랫의 파격적인 하모니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밴드이기도 합니다.
electronic light orchestra: midnight blue
70말 80초에 큰 인기를 끌었던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ELO입니다. 특히 이 곡은 우리나라에서 더 유명한 곡이기도 한데요. 이 곡의 중심 멜로디를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클래식과 록의 절묘한 퓨젼을 보여주면서 프로그레시브 록 전반에 큰 족적을 남긴 밴드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1979년 앨범 "discovery"는 밴드 역사상 최초로 영국 차트 1위를 차지한 앨범이며, 이 곡이 실려 있습니다. 국내에는 이 곡 외에도 수록곡 <last train to london> 이 큰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camel: rainbow's end
동시대를 풍미했던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밴드 킹 크림슨이나 핑크 플로이드만큼의 음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아름다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던 밴드 캐멀입니다. 전에 <long goodbyes>는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에 못지 않은 서정적인 분위기의 곡을 골랐습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쉽게 잡히지 않는 무지개의 끝이라는 제목인데요, 이미 쥬디 갤런드가 오즈의 마법사에서 불러서 유명해진 <somewhere over the rainbow>라는 시대를 초월한 명곡이 있고, 우리나라에도 제1회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조규찬의 <무지개>라는 곡이 있었죠. 가사를 비교하면서 들어보시는것도 좋을듯 합니다.
klaatu: knee deep in love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 에 등장하는 외계인의 이름에서 가져온 밴드명인 클라투는, 초기에 혹시 비틀즈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받으면서 상업적으로는 짭짤하게 재미를 봤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그들의 곡들을 들어보면 비틀즈와 비슷한 코드 진행과 구성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금에야 다 루머였음이 밝혀지기는 했는데요. 단지 가쉽거리로 넘길 밴드가 아닌것만은 그들의 곡을 들어보시면 잘 알수 있습니다. 저번에 이들의 가장 유명한 곡인 <hope>를 소개했으니 오늘은 다른 곡을 소개해 봅니다.
king crimson: starless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킹 크림슨의 70년대 마지막 앨범인 <red>에 실린 곡입니다. 워낙에 큰 사랑을 받은 에피탑에 살짝 가려진 감이 있지만, 이 곡 역시도 묻히기엔 너무 안타까운 명곡이죠. 로버트 프립이 대놓고 "킹 크림슨은 죽었다" 고 선언하면서 한참 동안이나 이들의 활동은 멈추었지만, 1981년 다시 돌아오게 됩니다.
이들의 라인업은 너무 변화무쌍해서 따로 리스트를 뽑아보지 않고는 멤버 변화를 짚어보기조차 힘든데요. (킹 크림슨을 나가서 성공한 밴드만 해도... ) 다행히 로버트 프립은 00년대까지도 활동을 이어왔고 수많은 작품들을 발표했으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한번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pink floyd: comfortably numb
개인적으로는 <wish you were here>를 더 자주 듣지만, 그들의 곡 중에서 한곡을 꼽으라면 딱 생각나는 곡은 언제나 이 곡입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컨셉 앨범중의 하나로 꼽히는 <더 월>의 수록곡이기도 하며, 데이빗 길모어의 솔로는 제가 생각하는 역대 기타 솔로중에 언제나 열손가락에 꼽는 연주이기도 합니다. 이미 테크닉을 논하는 차원을 넘어선, 위대한 선율로 그려내는 이 곡의 솔로는 들을때마다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끼게 합니다.
깁슨 레스폴하면 떠오르는 바로 떠오르는 솔로 연주가 있듯이, 펜더 스트랫 하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솔로 연주이기도 하죠. 이제 모든 활동을 끝낸 핑플이지만, 적어도 다음세기까지는 이들의 영향력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팝 뮤지션보다 약간 떨어질지 모르지만, 오늘 소개한 뮤지션들은 다들 일가를 이룬 거물 뮤지션들이기에 글도 많이 길어졌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금을 즐겁게 보내셨으면 좋겠네요.
1
2018-06-29 23:20:59
미국에서 인기있는 노래와 한국에서 인기있는 노래가 다른 경우는 많지만 그래도 E.L.O의 midnight blue가 아시아에서만 인기가 있었고, 미국에서는 인기없었다는 것을 알고는 좀 놀랐습니다. 실제로 찾아보니 미국에서 나온 E.L.O의 베스트 앨범에 midnight blue는 없더군요. 우리나라에서는 E.L.O의 사실상 유일한 히트곡인데.... 2
2018-06-29 23:27:41
유일한 히트곡이라니 섭한데요.. Don't Bring Me Down, Last Train to London, Mr. Blue Sky, Confusion, Can't Get You Out of My Head 등도 국내 인기곡이에요. King Crimson은 로버트 프립으로 흥해서 로버트 프립으로 망한 너무나도 안타까운 전설입니다. 무려 50년 전에 내놓은 첫 앨범 In the court of crimson king은 Epitaph 말고도 다른 그룹에 미친 명곡이 너무 많습니다만 이후 분열하기 시작합니다.
로버트 프립의 실험정신이 조금만 절제했다면 프로그레시브 락에서는 King Crimson 하나로 정의해도 되었겠죠. 물론 그 이후 내놓은 앨범들도 엄청난 명반입니다만.
재결성 후의 킹 크림슨은 그냥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로버트 프립의 옹고집입니다.
참고로 아래의 첫 앨범 이미지는 국내에서 심의처리되어서 발매되지 못했습니다. 참 황당한 군사정권 시절이었죠. 덕분에 첫 라이센스 앨범은 짬뽕이 된 베스트 앨범 꼴이 되었고 전세계 유일하게 최고의 곡들만 모은 명반이었습니다. 저작권이 없던 시절이라 발매사 마음대로이니까요.
아래는 정식 첫 앨범에 들어가 있는 명곡(문차일드는 일부)들입니다. 21세기 어쩌고 한곡만 빠졌습니다. 데뷔앨범의 멜로트론은 50년이 지난 지금도 감탄 밖에 안나옵니다. 당연히 다른 전설적인 프로그레시브 락 그룹에게도 영감을 주었고요.
https://www.youtube.com/watch?v=x1uXHioZGxc
https://www.youtube.com/watch?v=J_3_czoN4xQ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from FanLsm on Vimeo.
저는 Islands 앨범을 무척 즐기는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킹 크림슨의 분열이 극에 달했을 때이기 때문에 무척 혼란스럽습니다. 대신에 이런 곡은 너무나도 아름답죠.
Updated at 2018-06-30 01:07:33
재결성 이후의 음악도 여유되시면 접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시작부터 분열상태였지만 장르에서 거의 유일하게 현재까지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사실 평가도 초기의 명작들이 넘사벽일 뿐이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스튜디오 앨범 중에서 Thrak이나 Power to believe 추천드립니다. 물론 거의 30년의 간극이 있으니 초기 작품들과는 이질감이 있습니다. 1
2018-06-30 00:23:20
으아 명곡의 향연이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_^ 이번 글에도 제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이 많군요.
Updated at 2018-07-01 19:42:38
오랜만에 마그나카르타와 시티의 암펜스터를 듣네요. ^^ 1
2018-08-12 08:58:14
뒷북이지만 Rush의 광팬으로 그들의 음악과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반갑네요. 좋은 글과 음악 감사 드립니다.저를 그들의 세계로 초대한 Tom Sawyer와 당시 가장 많은 드럼 액스서리로 화려한 연주를 했던 닐피어트의 실력도 한번 들어 제가 러시를 처음 들은것이 러시의 1991년 앨범 "roll the bones"의 동명 타이틀곡이었습니다. 그 전에도 스치듯이 들었겠지만, 러시의 곡인줄은 모르고 들어서 넘어갔는데요. 처음 듣자마자 묘한 이끌림에 예전 곡들을 찾아보니 정말 어마어마하더군요.
그 이후 제가 사는 곳 반경 1키로 이내에 손으로 꼽지 않을까 싶은 러시 팬으로 살아왔습니다. 이 글에 올린 곡은, 러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좀 쉬운 곡으로 인지도를 올리기 위한 나름의 고민끝에 골랐습니다.
장문의 정성 댓글과 오랜만에 들어보는 러시의 곡 고맙습니다. 다시한번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2018-06-30 12:03:55
프로그래시브락의 창시자(?) 인 무디블루스하고, 프로그래시브락 빅밴드인 제네시스하고 EL&P도 있었으면 좋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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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명곡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