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20대 일부 남성의 우경화가 과연 페미때문일까
20대가 반민주당 성향이 되어간다는 주장은 최근 3년동안 온라인 상에서 상당히 널리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른 여론조사결과도 꽤 많은 걸로 기억합니다. 최근에도 민주당 지지율의 세대별 비율에서 다른 세대에 비해 낮을 뿐이지 결국 그 세대에서는 민주당 지지율이 1위하고 그랬던 지표도 꽤 많았습니다.
20대의 여론조사시 응답비율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위의 표에서도 20대 남여의 사례수 편차가 상당히 크지요. 20대는 기본적으로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임할 때는 사례가 평균을 대표한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의 적극성을 갖기도 하죠. 무엇보다 적은 사례수는 여론조사 기관에 따라 큰 차이를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아래 여론조사결과가 충격적이라면 그건 전반적인 추세에서 예외적으로 볼 수 있는 근거도 될 것입니다. 조사기관이나 의뢰기관의 의도에 따라 내용이 변질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요. 뭐, 대선때도 안철수가 1위하는 여론조사도 있었잖아요. 추세를 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20대, 특히 남성이 전반적으로 민주당에 호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앞으로 큰 영향력을 갖게 될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왜 그럴까요?
먼저 그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일단 20대 남성이 반민주당이다라고 단순도식화시키는 것을 먼저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건 경상도는 자유당편이다 라고 말하는 것보다 더 위험합니다. 경상도보다 20대 남성이라는 테마는 훨씬 더 지역적, 계층적으로 복잡하니까요. 당장 20대 초반과 후반도 다릅니다. 저는 민주당에 안티적인 20대는 중초반과 전통적 자한당 지지자 집안, 또는 지역의 20대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들은 페미니즘 때문에 민주당 안티가 되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최저임금 향상이나 군복무기간 단축이라는 아이템은 20대 남성이 민주당에 대한 지지로 연결시켜 줘야 하지요. 또는 다른 당의 페미정책에 대해서도 동일한 경향성이 입증되어야 하거나요. 다른 연령과 성은 이런게 어느정도 나타납니다.
하지만 20대 남성은 그게 없죠.
당장 이번에 자한당에 성인지감수성 판결 판사가 입당한 것에 대해서 그들이 자한당 지지를 멈출까요? 그렇게 페미니즘이 결정적이었으니까 그래야 되잖아요.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페미니즘은 이 상황-20대 남성의 보수화-의 책임을 전적으로 민주당의 실정과 무능력으로 돌리려는 여론전략이자 원래 극우화가 되기로 선택한 그들이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선택한 핑계일 뿐이에요. 동시에 일부집단을 전체로 단순도식화 시켜서 정말 그 집단 전체가 자신들을 지지했으면 하는 그들의 희망이 과하게 주입된 결과이기도 하고요.
희망을 현실로 착각했을 때 정치판에서 얼마나 쓰디쓴 결과를 감당해야 할지는 지난 자한당의 역사가 그대로 말하고 있죠. 아무리 그렇다고 믿어봐야 그들이 볼 이익은 원래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이 현상-공동체보다 나의 이익이 더 중요하고 그것을 위해서 차별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세대의 출현-의 중요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책은 외면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만을(실제로 그 피해도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유일한 근거로 문재인 정권 전체를 반대합니다. 그들은 사안보다 정권, 특히 사람 그 자체에 대한 호불호로 모든 정치적 판단을 합니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 논리죠?
그렇습니다. 김정은과 대화한다는 이유로 문재인 정권을 종북으로 규정하는 태극기 부대와 굉장히 비슷합니다. 그리고 태극기 부대에게 김정은과의 대화는 사실 중요한 게 아니죠.
마찬가지로 20대 남성 극우집단에게 페미니즘은 사실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게 정말 그렇게 중요했다면 반페미니즘 집회가 지금쯤 골백번은 더 개최되었겠죠. 그들이 뭉쳐서 사회에 의미있는 집회를 열었던 것은 단 한번입니다. 바로 폭식투쟁이었죠. 이게 중요합니다.
민주당 정권에선 지속적으로 노인계층에 대한 복지를 확대해 왔음에도 60대 이상 노인들은 친자유당 성향이죠. 오히려 이명박 박근혜때 노인계층에 대한 복지예산은 살벌하게 줄어들었고 인력도 대폭 감축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의 자한당 지지는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과격해 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경남지사였던 홍준표가 노인들을 위해 절대로 필요한 진주도립병원을 폐쇄해도 그 지역 노인들의 자한당 지지율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저는 그들의 고립성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상도나 태극기, 자한당 모두 사회 전반적으로 시대착오적이며 교조적라는 이유로 비난과 조롱을 받고 있죠. 사회와의 단절이 내부의 단결력을 더욱 강화시키고 그걸 위해서 중심의 발언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뭐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는게 그쪽 세계죠. 밖에서 비웃고 조롱할수록 그 세계는 더욱 응집합니다.
지금 20대 남성의 일부도 그렇게 가고 있다고 봅니다.
이들의 10대 시절은 노무현정권이 몰락하고 이명박 박근혜가 세상을 마구 헤집던 시절입니다. 못해먹는 놈이 바보라는게 정의였던 시대였죠. 4대강, 747공약, 창조경제 뭐 이런 게 전부이던 때 교육에서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노무현 정권 말기인 2006년부터 늘어난 외고가 2010년에 정점을 찍었고 이명박 정권 시절에 자사고가 100개 가까이 늘어났죠. 2008년과 2010년 치뤄진 수능은 역사에 남는 불수능이었습니다. 이명박때 영어는 NEAT라고 국가영어능력시험을 수능대신 치네마네 해서 학생들과 학부모 혼란이 극도에 달했었죠(어학원들이 니트로 한몫잡으려고 눈에 불을 켰었죠).
경기도가 2009년에 학원영업을 10시로 제한했지만 다른 지역은 12시 넘어서도 수업했었고요. 모든 학원 중3반이 외고입시반, 자사고 입시반, 그리고 그냥 일반고 예비고1반으로 구성되었고 고등학생들도 교복에 붙은 뱃지와 라인으로 스스로의 계급을 규정했습니다. 즉 노력과 차별이 모두의 정의였던 시절이었죠.
그리고 일베가 있었습니다.
일베는 그당시에 누구도 막을 수 없었죠. 정권 차원에서 키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일베하는 청소년, 특히 남자 청소년이 그들 또래에서 쿨하게 느껴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남자애들은 힘에 대한 동경이 가장 강할 때니까요. 현실의 숨막히는 경쟁과 고통을 뭔가 기존 가치들을 전복시키는 쾌감으로 보상받았습니다.
어른들은 아무도 그들의 그런 현실에 관심이 없었어요.
보수는 장군님들을 찬양하는 애들을 흐뭇하게 바라봤고 진보는 자기 앞길도 가늠하지 못하던 시기였죠. 민주정권의 실패에 좌절했던 학부모들이 공동체 따위는 개나 줘버리고 너 혼자라도 각자도생이 진리라고 애들에게 세뇌했습니다. 그야말로 세기말적인 상황이었어요.
이런 세상에서 애들이 인터넷으로 뭘하든 무슨 상관이겠어요. 공부만 잘하면 되지요.
그 당시 교육부 이름이 교육인적 자원부였습니다. 청소년이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비인간적인 취급을 받았죠. 그래서 그들이 비인간의 소굴인 일베에 빠져들었고 그 정점에서 폭식 투쟁과 어묵조롱도 태연히 벌어지는 게 저에게는 그닥 충격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
만인이 만인과 경쟁하던 그 시절 그들이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힘.
나는 남들과 다르다.
나는 남들보다 뛰어나다.
내가 더 열심히 했다.
그게 바로 차별이었습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그들은 차별을 에너지로 삼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애들이 대학 가서 자기가 나온 특목고 이름이 새겨진 동아리 점퍼를 입고 다닙니다.
계속 차별하고 계급을 나누고 특권을 유지하려는 것. 그게 극우의 본질이죠.
약자는 박멸해야 하는 존재, 없애야 하는 존재.
태극기가 북한을 전쟁으로 흡수해야 한다고 하는 것.
회사 오래다녔다고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는 것을 반대하는 정규직들.
그리고 나보다 낮은 점수로 내가 다니는 학교와 왔다고 수시충, 지균충, 편입충이라며 욕하고 따돌리는 이 모든 현대사회의 병폐들은 그때 우리가 아파트값에 눈이 뒤집혀서 이명박을 뽑은 국민들, 지지도에 도움이 안된다는 이유로 노무현을 탈당시키고 참여정부의 책임을 철저히 회피한 민주당, 그리고 더 이상 생각하기를 포기한 (저를 포함한)민주당 지지자들의 책임일 것입니다.
그때 청소년들에게 민주주의는 패배자의 것이었고 시대착오적인 것이었어요.
안철수가 미래를 대표하고 문재인이 과거를 상징한다고 언론이 떠들던 시대에서 아이들은 무엇을 꿈꿀까요? 실패한 민주주의자보다 성공한 CEO적 리더를 동경하는 건 당연합니다.
뉴스에서도 학교에서 당시 보수정부에 대해 반대하는 정치적 발언을 하는 교사들이 학생들에 의해 교육청에 신고되었다는 보도가 꽤 있었죠. 지금이야 유행 다 지니가 완전히 망한 혐오사이트에 불과하지만 당시 일베는 조회수 수십만뷰가 비일비재하던 우리나라 최대의 사이트였습니다. 거기에서 만들어진 유행어가 순식간에 청소년 공용어가 되는 건 일도 아니었지요. 거기서 물들었던 10대들이 지금 20대가 된 거예요. 지금 40대, 50대가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기억이 오롯한 것처럼 그들에게 일베는 10대의 추억속에 분명히 한자리를 차지했던 거죠(단지 지금은 일베에 대한 인식이 너무 안좋기 때문에 그 당시 일베를 했었다고 말하는 20대는 당연히 없습니다).
당시 공부를 꽤 잘했던 친구들 중에도 새누리당을 좋아하던 애들이 많았었습니다.
국회에서 주최하는 토론대회에 고등학생 애들이 수시혜택때문에 학교 대표로 많이 나갔는데 그 애들이 의외로 보수쪽 주장을 하는 패널자리를 많이 선택했습니다. 그럴 거라고 생각지 않은 애들이 그러는 걸 보고 어떻게 준비하나 봐준 적이 있었는데 많이 놀랐습니다. 평소 성실하고 공부 열심히 하던 그들의 캐릭터와는 다르게 뭔가 왜곡되고 가정과 상상을 기반으로 확대해석하는 주장이 많았어요. 어디서 이런 걸 찾아왔나 해서 봤더니 전부 일베에서 찾은 근거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일베나 엠팍에서 그들이 사용하는 논거와 용어가 놀랍게도 60대 이상 태극기 부대의 그것과 일치하는 겁니다. 그리고 그 얄팍하고 조작된 세계관 안에서 세상을 보기 때문에 문재인과 민주당이 하는 것은 모두 빨갱이고 포퓰리즘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편한 상황에서 그들이 자라온 거예요.
60대 태극기 부대와 20대 극우 남성(중초반일 겁니다)의 차이는 언어에 있습니다.
태극기 부대의 언어는 굉장히 극단적이고 교조적이죠. 군사독재시절의 언어와 당시 긴 군생활, 그리고 군대와 다를 바 없던 사회분위기를 많이 반영하고 있죠.
하지만 20대 극우 남성의 언어는 조롱과 비아냥, 그리고 단정입니다.
그들은 대화나 토론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를 네편 아니면 내편으로 단정한 뒤 짧은 글로 일방적인 조롱을 하고 끝입니다. 가끔씩 논증을 하겠다고 근거를 갖고 오는 경우도 있는데 많은 경우 어디선가 목적을 가지고 가공된 근거들이 많습니다.
특히 이들과 토론할 때 많이 느낀 건데 침소봉대의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작은 것 하나가 그 주제, 또는 대상 전체를 부정하는 유일한 근거가 되는 경우죠. 그것은 곧 그들이 이성적 사고로 결론에 도달한 게 아니라 인상과 느낌으로 특정 사안이나 집단을 단정한다는 뜻입니다. 즉 정치적, 문화적 사안을 감성적으로 호불호 수준에서 먼저 판단하고 그 근거를 후천적으로 선별 이용합니다. 이때 근거의 객관성은 많이 훼손된 상태지요.
그래서 이들은 치밀한 토론을 잘 못합니다. 다만 같은 주장을 여러명이 동시에 하지요. 극우들의 댓글이 동시에 올라오는 것은 그들이 알바일수도 있지만 이런 속성도 있습니다.
청소년의 경우엔 그런 생각을 수정해주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진심을 가지고 차분히 논리와 근거를 통해 지속적으로 설득을 하면 되는 일이에요. 바로 교육의 영역인 것이죠.
작년 한일 경제전쟁이 시작되었을 때 저는 고3 남학생들을 상당히 많이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있었고 못하는 학생도 있었죠.
하지만 7월 전쟁이 터졌을 때 학생들이 했던 말은 이구동성이었습니다.
우리가 일본을 어떻게 이겨요? 문재앙이 미친 거라니까요!
꽤 충격을 받았지만 그런 일이 최근 10년 넘게 비일비재했기 때문에 저는 차분히 설명을 해줬지요. 대형모니터를 통해서 수업하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구글과 유튜브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교차검증해서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사태의 추이와 연관된 이익단체들, 특히 언론과 자한당, 일본의 역사적 관계와 논리의 모순까지 세세히 보여줬어요.
이후 우리 나라가 잘 대처하는 과정을 그들이 직접 보면서 선생님이 옳았다는 그런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달 뒤에 조국전쟁이 터졌을 때도 상황은 비슷했어요.
하지만 이런 건 10대까지인 것 같아요.
20대 넘으면 수천개의 근거를 들고 와도 생각을 변화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게 지금 극우 유튜브의 댓글에서 보이는 모습이죠. 점점 그들은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20대 극우 남성의 영향력에 대해서 평가절하하는 겁니다. 일단 그들에게 영향을 받는 다른 세대, 다른 계층이 없어요. 단지 비슷한 환경에서 자란 또래들만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파급력이 없는 거예요.
더 나아가 그들이 하나의 정치세력화 되지 못하고 자유당의 새싹취급 당하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현상황에 대한 왜곡되고 빈약한 문제의식이 그들의 발언을 한없이 가치없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안티페미니즘으로 세력을 만들고 싶다면 그만큼 치열한 문제의식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이 문제가 단지 어떤 당에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겁니다) 그들은 그저 현정부에 대한 감정적 반감(실제적 불이익도 아닙니다)을 위해서 페미니즘을 이용할 뿐이니까요. 결국 다른 아이템과 다를 바 없어요. 여자아이스하키, 코인, 조국 표창장, 최근엔 중국마스크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그들 때문에 총선이 망하거나 그런 일은 없어요.
총선이 망한다면 훨씬 더 당면한 과제에서 결정적인 문제 때문이겠죠. 박근혜의 최순실 같은 거 말이에요. 지금은 일본의 후쿠시마 지진 수준으로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재앙이 되면 총선 망할 겁니다. 그게 저쪽의 꿈이죠. 그런 면에서 부천 보건소건이 저쪽에게는 더 효과적일 겁니다.
그렇다고 이들의 존재를 무시해도 될까요?
아닙니다. 그들의 존재는 우리에게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를 제시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총선의 흥망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문제일 것입니다.
바로 교육입니다.
이명박때, 그리고 교학사 역사교과서로 대표되는 박근혜 때에 비해서 우리의 교육은 얼마나 나아졌을까요?
오늘 이제 고등학교 가는 예비고1 학생이 얼리버드 신청해야 하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이번에 배정된 학교에서 그런 걸 한다고 신청받는대요. 그걸 신청하면 7시 20분까지 학교에 등교해야 합니다. 학교에 처음 입학해서 생기부를 채워줄 선생님께 이 공부잘하고 꿈많은 학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것은 자율신청일까요? 강요일까요?
현재 고등학생들은 경기도 학생인권보호조례 덕택에 8시 40분까지 등교하면 됩니다. 그리고 야자도 보충도 안하게 되어 있어요. 하지만 사립들은 7시 20분까지 학교에 오게 하는 경우도 있고 머리도 귀밑 3센티까지만 허용하고 보충과 야자를 11시까지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들이 서울대를 많이 가고 학부모들은 그 학교에 자기 자식이 배정되기를 원하죠. 정시가 확대되는 올해는 더욱 심해졌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학생들에게 남보다 더 행복하기 위해서는 더 노력해야만 한다고 윽박지르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다행인 변화도 많이 있어요.
학생들의 수행평가에 민주주의적 가치나 다양성, 다원화에 관한 리포트나 토론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경기도의 중위권 신도시에 고만고만한 아파트들만 있는 이 지역의 경우 이성교제의 극단적인 상황-임신이나 가출, 성폭행같은-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명박 시기 남학생들 사이에서 바닥에 지우개 떨어뜨리고 줍는 척 하면서 핸드폰으로 여학생들 치마속 몰카를 찍는 그런 짓들이 유행처럼 번지던 때가 있었죠. 어디서 그런 걸 부추겼을까요? 그 사진들이 어디에 올라서 퍼졌는지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더 멀리가면 제가 학교 다니던 군사정권 시절엔 선생님 치마아래로 볼록거울 한번 집어넣지 않으면 남자취급도 못했었죠. 그 당시 고등학생애들이 남녀 같이 바캉스가서 술마시고 별 짓 다하던게 비일비재했었습니다.
지금 남자애들은 그런 이야기를 해주면 기겁합니다. 그건 마치 과거엔 선생님들이 학생 뺨을 줄세워놓고 때렸다고 했을때 반응과 굉장히 비슷해요.
요즘 애들중에는 친구사이에서도 서로 존댓말하는 걸 우정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반에서 폭력적인 싸움을 거의 안해요. 기껏해야 말싸움이죠.
뚜렷하지는 않아도 변하고 있습니다.
상호존중과 개인의 다양성, 공동체의 공존 이런 것들을 그렇게 추상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서히 적용해 나가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그들은 일베라는 말 자체를 싫어해요. 그 안에 있는 가치가 어떤 것인지 알기 때문이죠. 애들이 제일 싫어하는 말이 너 일베하냐 입니다. 그리고 커뮤니티 이런 거 별로 안해요. 페북과 카톡이죠. 그걸로 더욱 사적이고 개인화된 의사소통을 합니다. 그런 공간은 더욱 조심스럽죠.
하지만 여전히 환경이 극단적인 곳은 그런 게 나타납니다.
강남부촌의 학생들이나 재개발지역의 가난한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전반적인 인권의식이 약하고 세상을 차별적으로 판단하며 힘을 동경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어쩌면 이 지역 학생들도 다른 경제적 수준차이가 많이 나는 지역과 인접하게 된다면 비슷한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이죠.
저는 이전에도 말했지만 항상 태극기 부대에 대해서 박멸해야 할 세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자한당 조차 그들에게 어떤 가치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그들을 조롱하고 없애려고 하면 할수록 그들은 배트맨에 맞서는 조커처럼 더욱 생각지 못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강화시킬 겁니다.
극우 20대남성들도 마찬가지겠지요.
저는 지금 극우화된 20대 남성들이 페미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페미는 핑계일 뿐이에요. 그들이 자라날 때 인권과 평등, 민주주의에 대해서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지금 그런 것들에 대해서 건전한 토론으로 임했을 것입니다. 그냥 그들은 그 당시 한국사회의 극우적 배금주의 속에서 인간보다 비인간으로 사는 게 더 정상적으로 보여서 그것을 선택했을 뿐이에요. 그리고 청소년이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은 전적으로 사회와 교육, 그리고 가정의 책임이겠죠.
총선 중요합니다.
제가 이번 총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는 디피분들 대부분이 아실 거예요.
그러나 20대 남성의 극우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어쩌면 총선 못지 않게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그들에 대한 사회 전체의 포용성있고 진지한 이해가 없다면 그들은 제2의 경상도, 또다른 태극기 부대가 되어갈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정치에 있어서 그들의 영향력은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고립된 그들이 앞으로 평생에 걸쳐 보여줄 극단성은 점점 더 심각해 질 것이고 그건 이 나라가 민주주의 사회로 더 성숙해지는데 많은 고민과 숙제를 안겨 줄거라고 봅니다.
PS. 처음부터 용어에 대해서 규정하고 설명했지만 제 글은 20대 남성 전체를 말하지 않습니다. 우경화를 넘어 극우화되고 있는 일부 20대 남성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이자 청소년기 민주적 교육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입니다. 글을 다 안읽고 한줄 비아냥만 남기는 분들을 위해 제목까지 바꿨습니다. 맥락없이 한줄 비아냥만 남기는 분들은 모두 상호차단합니다. 제 게시글에서는 다시 보지 맙시다.
나는 미소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가 피겠구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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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아무리 민주당이 싫어도 자유한국당은 더더욱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