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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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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10-21 13:3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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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메가박스에서 넷플릭스 영화가 상영하는 것을 보니 올해도 오스카 시즌이 돌아왔구나 싶다. 메가박스가 작년부터 국내 3사 멀티플렉스 중 유일하게 넷플릭스 영화 상영을 정식으로 허용하면서 단독 경쟁력을 쥐게 됐고 그 덕분에 의도치 않게 오스카 시즌 알리미가 돼주고 있다. 메가박스가 향후에도 멀티플렉스에선 단독으로 넷플릭스 영화를 유치한다면 관객은 매년 이맘때 들어 메가박스 개봉을 통해서 오스카 시즌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코로나 때문에 봄, 여름 다 날려서 매주 영화가 개봉했음에도 괄목할만한 신작이 있었나 싶게 허무하게 지나가고 있는데 메가박스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으로 올해의 넷플릭스 개봉을 시작해서 아무리 할리우드가 전염병으로 죽사발이 됐어도 내년 오스카는 피워나려나 보다 라는 생각이 든다.


실화 각색물인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도 코로나 피해를 입은 작품 중 하나다. 원래는 파라마운트의 하반기 오스카 야심작으로 기획됐으나 코로나 여파로 넷플릭스에 팔려 텔레비전 영화가 됐다. 기대작들이 줄줄이 밀려서 오스카도 빈집된 상황이라 예외적으로 스트리밍 영화도 대폭 허용했다. 상황에 밀려 넷플릭스 영화로 둔갑하게 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보니 졸지에 에미상이 될 처지에 놓인 내년 오스카에서 아론 소킨 정도는 최소 각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며 오스카 노린 파라마운트의 체면을 세워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이번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서도 아론 소킨은 연출이 아닌 각본에서만 기량을 보였다. 각본의 가능성만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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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올해 영화관에서 처음 본 넷플릭스 영화이다. 개봉 소식에 아론 소킨 이름값에 대한 신뢰와 우려가 동시에 들었다. 아론 소킨이 각본가로만 이름을 올리면 기대가 되겠는데 연출로도 이름을 올려서 아론 소킨 고질병인 각본가 욕심으로 연출의 방향성을 잃을까봐서였다.


보니 감독 아론 소킨은 이번에도 작가 아론 소킨의 자아에 눌려 전작 [몰리스 게임]의 전철을 다시 한번 밟은 것 같다. 분명 더 나아갈 수 있는 설정과 구성이었지만 아론 소킨은 [몰리스 게임] 때처럼 본인이 쓴 각본에 너무 욕심을 부렸다. 애초에 각본으로 집필됐음에도 활자로 읽었을 때와 달리 시각화 시켰을 땐 그 매력이 반감되고 만 [카운슬러] 같은 작품처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도 대사에 지나치게 힘을 주다 보니 시각화에선 겉돈다.


대사 폭격의 라디오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갑갑함이 폐쇄공포증을 유발하는 수준이다. 아론 소킨은 오리지널 각본의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다 살린 듯 싶다. 말 많은 법정실화극이긴 하지만 대사의 흐름이 드라마의 균형에 섞여 자연스럽게 전환되는게 아니라 오로지 각본에 씌여진 모든 대사를 한 자도 빼먹지 않고 시간 내 소화하기 위한 의무 부여로써 배우들 입에서 토해지는 식이다. 낭독회 대본 읽기 수업을 듣는것마냥 끊임없이 대사가 나오는데 극보다 대사가 우선이라 정신도 없고 질린다.


이 각본을 보다 능력있는 감독이 적절한 호흡으로 통제했더라면 아론 소킨의 각본가 명성을 다져 준 [어퓨굿맨] 같은 초기작이나 [소셜 네트워크] 같은 걸작에 견줄만한 완성도를 보장 받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의 연출은 아론 소킨 각본 중 비교적 평작 수준에 그친 [대통령의 연인][찰리 윌슨의 전쟁][스티브 잡스]만도 못하다. 법정 장면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를 중첩시키며 대사로 치고 나가는 각본의 내공은 서툰 연출 속에서 수작 가능성만 내포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연출만 잘 만났으면 아론 소킨의 최고작은 아닐지라도 [어퓨굿맨]에 버금가는 수작이 됐을 가능성이 대사에 발목 잡혀 버린 라디오 드라마 같은 흐름 속에 묻어 있다. 보는 내내 아론 소킨은 연출에는 소질이 없다는 생각만 들었다. [몰리스 게임]과 같은 대본 중심의 연출 때문에 전개 내내 답답, 갑갑, 피로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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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일어난 반전 시위를 둘러싼 약 6개월간의 재판 과정을 재현한 작품이다. 대학생과 히피들이 주도한 반전 시위는 과잉진압으로 순식간에 폭력 시위로 번졌고 시위 앞잡이로 기소된 7명의 운동가들은 부당하게 흐르는 장기간의 재판에서 분노를 표출한다. 다 정부와 짜고 치는 재판에서 운동가들을 궁지에 몰아 넣기 위해 핏대를 세운 독선적인 판사는 [부러진 화살]에 등장하는 판사들 수준으로 보는 이를 환장하게 만든다. 7명의 운동가들 사이에서도 균열이 일어나 그들이 감추고 외면하려 했던 진실에 서서히 다가서며 폭발하지만 결국 그들이 추구한 신념과 양심을 회복하며 사회적 정의 구현을 실현시킨다.


실화 주인공의 인물들이 양심과 신념을 회복하는 과정을 익숙한 화법으로 채색시킨 법정 실화극이다. 실화 자체는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전체 그림은 고전적인 법정물 형식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용을 따라가는데에는 어렵지 않다. 정신없이 쏟아지는 대사들은 지적인 울림을 주기도 하고 52년 전이나 별다를게 없는 공권력의 횡포는 오늘의 시대로 관통하는 힘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기존 법정실화극의 구성을 너무 모범적으로 따르고 있어서 드라마는 평이하고 예상 가능한 회상 장면 교차 구성도 긴장감을 일으키진 못한다. 정의구현을 이루는 후반부 클라이맥스는 너무 주제를 강조해서 감동보단 낯간지럽다.


소재에서 기대하고 예상할 수 있는 시사성은 가지고 있다. 예상했던 것만큼만 보여준다는게 아쉬울 뿐이다. 분명 더 나아갈 수 있는 내용이었는데 연극적 공간에서 대사 중심으로 주제를 강조하다 보니 흐름이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주제 강조의 부담만 안겨주고 있다.


제목에서 풍기듯 7인의 사회운동가가 부당한 현실과 재판 과정에 맞서는 이야기이고 각 배역의 할당도 고르게 분포돼 있다. 배우 구성도 좋다. 그런데도 이 좋은 배우들의 앙상블은 밋밋하다. 앙상블이 마땅히 터져야 할 시점에서 터지지 못하고 각자 배역의 드라마에서 혼자 놀다 끝난다. 아론 소킨 초기작인 [어퓨굿맨]과 유사한 구성으로 전개되는데 [어퓨굿맨]을 아론 소킨이 연출했다면 딱 이런 식의 갑갑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퓨굿맨]이 원래 브로드웨이 연극이어서 법정 장면 구성도 연극적 공간을 염두해두고 구성됐는데 이걸 영화화 하면서 롭 라이너 등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제한된 공간을 각색과 연출력, 연기로 극복해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아론 소킨이 과거 자신의 희곡을 영화로 각색한 [어퓨굿맨]이 자연스러운 시각화를 위해 추려낸 연극적 뼈대를 굳이 다시 추린 다음 새로운 실화 소재를 하나 파서 [어퓨굿맨]이 필요 없어서 버린 연극적 뼈대를 붙여 재구성한 것만 같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을 보면 28년 전 [어퓨굿맨] 제작진이 아론 소킨의 브로드웨이 희곡을 얼마나 매끄럽게 각색했는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 비하면 [어퓨굿맨]이 얼마나 잘 만든 영화였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

 

▲ 메가박스에서 넷플릭스 영화 보면 주는 A3 포스터 -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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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020-10-21 21:44:08

 와..공감합니다. 되게 밍밍한 영화였네요 제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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