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글] [소울] 내 인생은 이 영화를 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언젠가부터인지 음식맛이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 돈까스를 먹었을 때의 감동.
처음 바나나를 먹었을 때의 놀라움.
회전초밥집에 갔을 때 신세계를 봤던 기억.
첫 데이트의 설렘.
첫 경험의 떨림.
첫 아이를 만났을 때의 경이로움.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을 때의 희열.
진급 했을 때의 기쁨.
이런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너무나도 익숙해져서
뭘 먹었는지 무슨 맛인지
어떤 느낌인지 모르게 되었다.
원래 내 꿈은 만화가였다.
안정적인 직장을 위해 꿈을 버리고 공무원이 됐다.
안정적인 삶을 위해 부동산만 들여다 보고
요즘엔 주식도 공부하고 있다.
돈과 명예를 위해서만 사는 것이 가치있고
나머지는 무의미한 것으로 느껴졌다.
TV를 보고 노는 것 자체가 시간낭비요,
인생의 낭비라 생각됐다.
모든 것이 수익률에만 맞춰지다보니
야구,골프,낚시 이런 것들이 쓸데없이 느껴졌다.
성공을 향해 달려갈수록 허망해졌다.
재산은 늘었지만 기쁨은 줄었다.
1년에 한번 먹던 돈가스는 매일 먹어서
이제는 먹고 싶지도 않다.
바나나는 까매지면 먹지도 않고 버리기도 한다.
회전초밥집도 이제는 별로 맛있지 않다.
와이프를 봐도 설레지 않고
아이를 봐도 경이롭지 않고
장래 걱정부터 하게 된다.
그림은 그리지도 않으면서 언젠가는
만화가가 될거라고 생각하며
출퇴근을 반복한다.
회사에 출근하면 먼저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여유로운 커피가 아닌
하루를 깨우는 각성제가 된지 오래다.
시간은 미친듯이 흘러가고 어제 뭐했는지
어제 먹은 음식은 뭐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퇴근시간에 비로소 홀가분함을 느끼지만
집으로 가는 교통지옥이 기다리고 있다.
집에 와서 유튜브 좀 보다가
아쉬운 마음에 이 밤의 끝을 잡는다.
이러다가 늙어서 요양병원에 있다가 죽겠지.
나는 왜 사는 걸까?
어떻게 사는게 정답일까?
많은 것을 갖게 됐는데 많은 것을 잃은 것 같았다.
내가 잃어버린 게 뭘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부와 명예만을 추구하던 나에게
이 영화는 답을 주었다.
나는 영화를 보고나서 충격에 한동안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잃은 것.
무감각한 내 삶에 떨어진 한방울 청량제.
충격에 눈물이 흘렀고
이제라도 깨우쳐줘서 고마웠다.
너무나 감사한 영화이고
내 삶은 이 영화를 기점으로 나뉠 것 같다.
그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그 어떤 멘토보다 더
소중한 것을 알려주어 감사하다.
너무나 위대한 작품이다.
시민케인보다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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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정도인가요???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