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잘 모르겠습니다.
우선 저는 눈팅 회원입니다. 주로 블루레이나 영화 소식을 보기 위해 놀러 오지만 요즘은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다들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궁금해 프차 또한 종종 기웃거리고 있는 중이네요.
글의 제목에서도 언급했듯이 저는 직장에서 임대주택 공급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한 공급 라인의 총괄 업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2018년부터 총 8천호가 가까운 임대주택 공급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왔고 지금도 그 업무는 진행중에 있습니다.
때로는 공고 계획을 세우기도 하고 때로는 신청자의 주택 소유 여부나 소득 · 자산 초과 여부를 심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방문해 접수하는 분들의 청약을 돕기도 하며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지요.
물론 그 와중에 들어오는 서면 민원과 방문 민원을 감당하는 일 역시 제 몫입니다.
저는 국토교통부가 아닌 서울시 산하의 공기업에 소속되어 있기 때문에 특히나 더 적은 인원으로 많은 일을 해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쉽게도 이 글은 제가 얼마나 힘든 상황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려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총액인건비니 그로 인한 인력의 수급 문제니 하는 부수적인 잡설은 꺼내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이 부서에 배속되고부터는 저는 꽤나 보람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생각했습니다.
공급 업무에 막 시동을 걸던 그 시점이 마침 내가 한 표를 건넨 문 정부 또한 속도를 더하려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현 정권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동산 정책을 지원사격하고 있다는 묘한 자부심 같은 게 있었거든요. (물론 전체의 규모 측면에서 봤을 땐 제 업무는 티끌에 불과할 겁니다.)
부동산 정책이 어떤 방식으로 굴러가고 또 작동하게 될 지는 감이 잡히지 않았지만 분명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건 득이 되면 됐지 절대 실이 되진 않을 거라는 계산이 섰다는 거지요.
그런데 요즘 잠깐 사이에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보고 있으면 내가 하는 일이 정말 도움이 되긴 하는 걸까? 아니 어쩌면 "임대주택 몇 만호 공급"이라는 정치적 선전 도구의 일부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에 빠지게 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이 없던 요즘, 일에 쳐박혀 있던 고개를 들고 보니 서울의 부동산은 열심히 일하는 일반 노동자가 도저히 꿈꿀 수 없는 먼 곳까지 도망가 있더군요.
제가 다니는 공사는 근무지가 서울에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집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신입사원들을 볼 때면 이런 부동산 폭등 문제를 더욱 절실히 깨닫곤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주택공사를 다니고 있는 대다수의 직원들이 집 문제 때문에 고민에 빠져 있는 상황이거든요.
우리의 급여는 서울에 집을 구입할 수도 그렇다고 임대주택에 신청할 수도 없는 애매한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소득 초과 문제로 대부분의 임대주택은 신청 자격 자체가 없습니다.)
물론 제게도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그저 제 자리에 머물러서 지금 하고 있는 계속 이어갈 뿐이지요.
하지만 방안을 스무 번 넘게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고 악화만 시켰다면, "조타를 쥔 자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 봐야 하는 건 아닐까요.
무조건적인 신뢰가 늘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진 않으니 말이지요.
오늘 사실상 제게는 민원인인 한 할머니가 오셔서 집주인이 올려달라는 전셋값을 감당할 수가 없기에 이번에 신청한 임대주택이 꼭 당첨되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가셨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찾아와 울먹이신다고 해서 그 분에게 임대주택을 당첨시킬 마법을 저는 부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에겐 저런 분들을 도울 방법이나 수단이 아직 남아있다고 봅니다.
여기서 의견을 교류하시는 분들처럼 지식이 두텁지 않아 "무언가를 해야한다'라고 단언할 순 없지만 분명 뭔가 방법이 있기를 그게 마법 같은 수단이기를 절실히 바라게 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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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일시적으로 집값이 오르는 현상은 부동산에 몰려있던 많은 돈들이 갈곳이 없어 점점 벼랑끝으로 몰린 것이라고 봅니다. 정부는 토끼몰이 중인데 토끼를 잡으려는게 아니라 느슨하게 빠져나가라고 틈을 마련해놓고 시간을 주고 있습니다. 정작 부동산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는데, 순진한 사람들이 여론몰이에 이끌려 폭탄돌리기의 마지막 폭탄을 떠안게 되는 것이 걱정입니다. 그 사람들 나중에 결국 정부 욕할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