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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일드 "히어로" 시즌2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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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1-12-08 01:14:57

시청율 30프로를 찍은 전설적 히어로 시즌1(2001)의 명성을 뒤로하고 무려 13년만에 방영된 시즌2입니다. 쿠리우 검사는 여전히 젊은 척을 하고 있지만 돌아온 조사이 지부에서는 훨씬 더 젊은 검사도 있어서 그는 조직에서 중간 정도의 연령대로 그려집니다. 그가 2001년에 사랑하던 통신 판매는 인터넷 판매로 바뀌었고 그도 세월의 흐름에 대해 잠시 언급합니다. 아마미야 사무관(마츠 다카코)과는 오래 동안 썸을 타고 있었지만 결국은 헤어진 걸로 나옵니다. 그리고 여름에 촬영이 되어서 그는 더 이상 그의 상징 같았던 누런 패딩을 입지 못합니다.

 

시즌2도 시청율이 꽤 나왔다고 하는데 시즌1에 미치지 못하고 아무래도 재미가 떨어집니다. 아루요(있어요)만을 외치는 아저씨는 계속 나오고 물론 재미있습니다만 조사이지부 소속 과거의 등장인물들 중 사무관 두 명(스에츠쿠, 엔도), 사무관이 된 경비원(이도 슈지), 그리고 조사이 지부장이었다가 차석검사가 된 우시마루가 나오는데, 다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조금 덜 활동적인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엔도 사무관이 옛날 분위기를 살리고 있습니다만 다른 사람들이 받춰주질 못합니다. 그리고 시즌1의 재미의 핵심을 담당하던 한 축이었던 시바야마 검사(아베 히로시)는 등장은 커녕 아예 언급조차 되지 않으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습니다. 그와 불륜을 하던 나카무라 검사도 시즌1에서 무척 재미있었고, 허당스러웠던 에가미 검사도 괜찮았는데, 각각 한 번씩만 특별출연으로 잠시 나오니 무척 아쉽더군요. 그들은 대체하는 타무라, 바바, 우노 검사는 그다지 재미있는 사람들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타무라 검사는 정말 왜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와 바바는 과거에 연인 사이였다는 설정인데, 에피소드도 별 다른 것이 없고 그냥 배경으로만 존재합니다. 뜬금없이 조사이 지부장으로 나오는 고로상(마츠시게 유타카)도 별로 안 웃겨요. 

 

그런데 재미가 떨어지는 더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쿠리우 검사(기무라 타쿠야)의 변화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시즌1에서는 아마미야와 썸을 타는 내용이 재미있었는데, 새 파트너가 된 아사기 사무관(키타가와 게이코)과는 아무런 연애 관계가 없습니다. 아마 그들의 연애가 나왔다면 "아마미야는 어떻게 된거냐!" "둘의 나이 차가 너무 난다!" 등의 반응이 나왔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해는 가는데, 연애를 전혀 안하는 쿠리우라니 좀 별로네요.

 

그리고 무엇보다....쿠리우가 기무라 타쿠야의 2010년대 이후 작품에서 보이는 고질병을 그대로 가진 채 등장하는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여러 작품들에서 기무라는 대체로 괴짜이지만, 겸손하며, 여자들에게 상냥하고, 열심히 노력해서 뭔가(예컨데, 경쟁에서 승리라던가, 예쁜 여자의 호감이라던가)를 쟁취하는 젊은 인물을 연기합니다. 그런데 2010년대부터 그는 나이가 들어보임과 별개로 조금 오만하고, 도덕과 가치에 대해 다른 이들에게 연설하기를 좋아하며, 어떻게 보면 교만하기까지 한 인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이게 각본에 따른 의도적인 것인지, 오랫동안 연예계의 탑스타로 군림하면서 생긴 기무라 배우의 나쁜 연기 습관인지, 아니면 일본 드라마의 질 자체가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 겹쳐서 시즌1에 비해 추리의 양이 줄었다는 생각입니다. 여전히 쿠리우는 발로 뛰면서 수사를 하지만 추리의 과정이 시즌1에 비해 설득력이 떨어지고, 논리적으로 체계적이지 않습니다. 심지어 그의 도덕적 훈화에 감화된 사람들이 스스로 죄를 고백하는 장면도 나오네요. 결국은 매 에피소드가 도덕적 메시지 전달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도덕적 설교를 하는 일본 드라마의 안좋은 점들이 여기서도 나타납니다.

 

비슷한 작품이 한국에서 나왔다면 완전히 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한국 작가들이라면 죄인들이 죄를 짓게된 과정의 사회적 맥락(예컨데 사채, 도박, 차별, 빈곤 등)에 더 집중한 작품들을 만들어낼지도 모르겠고, 히어로 시리즈에서 추상적으로만 그려지는 정치범들에 대한 특수부의 수사 등도 더 현실 정치의 맥락에 맞추어 묘사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로 등장한 아사기 치카(키타가와 게이코) 사무관도 아마미야 마이코(마츠 다카코)에 비해 별로입니다. 아사기는 설정상 원래 동네 양아치였다가 개과천선을 해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사무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검찰 사무관임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양아치 시절의 버릇이 종종 나온다고 하는데, 그걸 연기하는 키타가와 게이코 배우가 꽤 어색합니다. 주관적 느낌이지만 심지어 외모도 아마미야에 비할 바가 못된다고 생각합니다. 키타가와가 물론 예쁜 배우이긴 하지만 90년대와 200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이라면 거의 누구나 인정했던 전설의 마츠 다카코와 비교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패션도 마찬가지인데, 이게 두 배우를 담당하는 코디의 역량 차이 때문인지 둘의 차이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기에 아마미야가 시즌1에서 입고 나오는 우아한 정장 원피스에 비해 아사기의 옷은 그냥 보수적인 오피스에서 젊은 여직원들이 흔하게 입는 옷 같습니다. 색감도 그렇고 디자인도 그렇고 다 어중간합니다.  

 

아무튼 한국에서 이걸 보신 분들이 많이 있겠냐마는 오랜만에 보니 재미는 있는데, 뭐 참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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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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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8 05:08:17

 일알못인 제가 최근 일드 몰아보면서 본 작품중 하나네요. 원작이 있을거라 추측만 했어요. 히어로 2014로 왓챠에 있어서 봤으니깐요. 결국 끝까지는 못봤네요. 본문에 언급하신것처럼 사건의 배경이나 인물들의 배경을 대충 퉁치고 넘어가는 느낌도 있었고, 취조의 과정중 좀 심하게 오글거리게 하는 도덕적 훈계등이 견디기 힘들더라구요. 키타가와 케이코는 이쁘긴한데...집을 파는 여자를 제가 끝까지 보지 못하게 한....이유가 또 나오더라구요. 세상에 얼굴 표정이 변화없는 그런 배우 오랜만에 봤어요. 

일드 많이 보진 않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일드중 하나인 결혼 못하는 남자의 2019년 버젼을 초반 몇개 보다 포기했는데 (원작은 세번이나 봤는데 ㅠ) 역시 명작은 그냥 둬야 되나 봅니다. 

WR
2021-12-08 09:40:28

얼굴 표정 없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키타가와 게이코가 유치원 아이들하고 놀아주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선 꽤 괜찮았어요. 유일하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돌봄이나 보모 등으로 나오면 잘 할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2021-12-08 09:00:01

혹시나 해서 알려드리는데 히어로 시즌 1도 극장판이 있었던 것처럼

시즌 2도 극장판이 있습니다. 마츠 다카코가 검사가 되서 조사이 지부로 수사협조를 요청하러 찾아옵니다.

역시 재미는 극장판1편보단 좀 떨어지지만 그럭저럭 볼 만합니다.

WR
2021-12-08 09:40:58

봤습니다. 조만간 감상문을 하나 올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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