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랜 케이블과 네트워크 허브가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
이 논쟁에 참전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쓴 글에 달린 댓글들에 답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없네요. -.-
수없이 반복되었던 논쟁에 똑같은 글을 하나 더 얹을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쓸 글의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또 읽다보면 본인의 경험과 반대되는 내용이라 불쾌함을 느낄 분들도 계실 거고요.
그럼에도 부탁드리고 싶은 것은, 끝까지 읽어주시길 바란다는 겁니다.
랜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에 대해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으시든, 모두에게 생각해볼만한 거리가 있는 글을 쓰려고 하니까요.
그럼 시작해 보죠.
최근 온라인 상에선 랜 케이블(=Ethernet cable)에 따라 음질 차이가 있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음향 관련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모 대학의 영상음향학부 교수는 하이파이 오디오 동호인들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공개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제안하기도 했죠.
랜 케이블이 음질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던 동호인들은 테스트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했고 이 논쟁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드디어 빅 매치(?)가 성사되는구나 싶어서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하지만 이 흥미로운 사건은 정작 당일이 되자 허탈하게 막이 내렸습니다.
블라인드 테스트에 참가하겠다고 호기롭게 신청한 동호인들이 단 한 명도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던 겁니다.
관련해서 유튜브나 오디오 카페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죠.
그런데 저는 조금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먼저 이 논의를 진행하려면 랜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를 긍정하는 분들과 부정하는 분들 양쪽의 주장이 뭔지 들어보는 게 우선이겠죠.
랜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를 부정하는 분들 중 많은 분들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디지털 데이터가 전송 과정에서 랜 케이블 때문에 원본 데이터와 달라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거죠.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메일을 보냈을 때 어떤 랜 케이블을 썼느냐에 따라 '널 사랑해'라고 쓴 내용이 '널 증오해'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와 다름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런 주장을 하는 분들께서 오해하시는 게 있습니다.
랜 케이블에 따라 음질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모두들 디지털 데이터가 전송 과정에서 원본과 달라진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일부 강성(?) 동호인들은 랜 케이블에 따라 데이터 자체의 변형이 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디지털 데이터를 비교하는 프로그램으로 원본과 비교해보면 간단하게 검증 가능합니다.
굳이 논쟁할 거리도 아니죠.
랜 케이블에 따라 음질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 대부분은 랜 케이블로 인해 원본의 디지털 데이터가 바뀌진 않는다는 걸 인정합니다.
다만 랜 케이블을 거치면서 지터(Jitter) 같은 디지털 노이즈가 유입되어 음질이 나빠질 수 있다는 거죠.
차폐 성능이 좋은 랜 케이블을 사용하면 지터 유입을 막아서 음질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겁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지겠지만 랜 케이블의 차이를 논하려면 지터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밖에 없네요.
온라인 상에서 지터에 대해 검색해 보면 굉장히 어려운 내용들이 적혀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일반 애호가들 입장에선 그 개념을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죠.
저는 너무 깊게 파고들어서 이해하기 어려울만한 내용은 과감히 생략하겠습니다.
지터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시간 에러(Timing error)'입니다.
CD에 담긴 오디오 음원의 스펙이 16bit, 44.1kHz라는 이야기는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두 가지 스펙에서 앞쪽의 bit는 음압(볼륨)을 몇 단계까지 표현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고 뒤쪽의 Hz(헤르츠)는 초당 몇 번 샘플링했는지를 의미합니다.
샘플링이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지실 테니 1초에 몇 번 사진을 찍어 기록했는가로 이해하셔도 됩니다.
Hz라는 용어가 다양한 용도에 사용되기 때문에 혼동하기 쉬운데, 여기서 사용된 Hz는 소리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초당 몇 번 샘플링(촬영)했는지를 나타내는 단위로 사용한 겁니다.
CD에 담긴 음원이 44.1kHz의 스펙으로 제작되었다는 것은 1초에 4만 4천 100번 촬영해서 기록했다는 이야기인 거죠.
그리고 아시겠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듣는 소리는 공기의 진동을 통해 전해집니다.
물 속에서라면 물의 진동을 통해서 소리가 전달되겠죠.
이런 소리는 아날로그 파형을 갖는데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위의 그림은 평범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낮은 저음인 20Hz의 소리를 아날로그 파형으로 표현한 겁니다.
20Hz라는 건 초당 20번 진동하는 소리이기 때문에 한 번 진동하기 위해선 0.05초가 필요한 거죠.
이런 아날로그 소리 파형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려면 샘플링을 해야 하는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사진을 촬영해 기록하는 것으로 비유하겠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는 초당 24번 사진을 찍은 뒤 그것을 연속적으로 재생해서 움직이는 동영상을 만듭니다.
카메라가 배우들의 연기를 초당 24번 촬영하면 각각의 사진들은 정지된 한 순간의 정보를 담게 되는데 이 사진들을 연속적으로 재생하면 우리의 눈은 배우가 움직이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소리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합니다.
소리의 아날로그 파형을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촬영해서 기록한 뒤 그것을 연속적으로 재생하는 것이죠.
다만 소리는 영화에 비해 1초당 훨씬 더 많은 횟수를 촬영해야 자연스러운 아날로그 파형인 것처럼 들리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고음은 20kHz인데 이것은 초당 2만 번 진동하는 소리입니다.
그리고 초당 2만 번 진동하는 소리를 디지털 데이터로 기록하려면 최소한 그 두 배인 초당 4만 번의 샘플링(촬영)이 필요하게 됩니다.
왜 그런지 깊이 들어가면 복잡한 이야기를 해야 되니까 그 부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소리의 아날로그 파형을 초당 44,100번 촬영(기록)한 뒤 그것을 저장한 것이 CD에 담긴 디지털 음원이라는 것만 이해하셔도 이 글의 내용을 파악하기엔 충분하니까요.
그리고 소리를 디지털로 녹음하고 재생하는 과정에서 왜곡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시간 에러가 발생하면 안 된다는 거죠.
44.1kHz는 수치가 너무 크니까 쉬운 설명을 위해 초당 10번 샘플링(촬영)한 데이터가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초당 10번 촬영한다고 했을 때 아무렇게나 불규칙한 간격을 두고 10번 촬영해선 안 되겠죠?
정확히 동일한 간격으로 촬영해야만 나중에 그 데이터를 재생할 때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따라서 초당 10번을 촬영한다면 정확히 0.1초에 한 번씩 촬영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촬영된 기록을 감상하려면 재생하는 기기에서도 정확히 0.1초에 하나씩 재생해야 하죠.
이렇게 정확한 타이밍에 신호를 기록하고 재생하기 위해,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는 장치(ADC=Analog to Digital Converter)와 디지털 데이터를 다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장치(DAC=Digital to Analog Converter)에는 클럭(Clock)이라는 회로가 들어가게 됩니다.
오디오용 클럭은 정확한 타이밍에 데이터를 샘플링(촬영)하고 또 재생하기 위한 시계인 것이죠.
그런데 전자기파 등의 노이즈 성분이 유입되면 이 시계의 타이밍에 오류가 생기게 됩니다.
원본이 초당 10번 샘플링한 데이터라면 0.1초에 한 번씩 데이터를 재생해야 하는데 어떤 사진은 0.08초 간격으로, 어떤 사진은 0.12초 간격으로 재생되는 에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것을 클럭 지터(Clock jitter)라고 합니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 초당 10번의 샘플링을 예로 들었지만 CD의 디지털 음원은 초당 44,100번 샘플링을 한 것이라고 말씀드렸죠?
이 데이터를 원본대로 감상하려면 1초에 44,100번 데이터를 재생하면서 매번 0.000022675736961451초 간격을 정확히 유지해야 합니다.
굉장히 정밀한 시계가 필요한 거죠.
그런데 클럭 지터가 발생하면 이 정밀하고 미세한 시간을 다루는 시계에 오차가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 저장된 데이터를 재생하는 시간 간격이 달라져서 결과적으로 원본의 소리 파형과 다른 파형을 재생하게 되죠.
아래 그림은 그런 클럭 지터가 어떻게 소리의 파형을 왜곡시키는지를 보여줍니다.
맨 아래 초록색으로 표현된 아날로그 파형에서 빨간색 점과 파란색 점이 클럭 지터로 인한 타이밍 에러입니다.
원래 재생되어야 할 타이밍을 벗어나 빠르거나 느리게 재생됨으로 인해 소리의 파형에 왜곡이 생긴 것을 보여주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녹음하고 믹싱하는 스튜디오에선 아날로그 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하는 ADC 장비에 정밀한 클럭이 포함됩니다.
반대로 이렇게 녹음된 디지털 음원을 재생하는 측에서도 정확한 타이밍에 데이터를 재생해야 하므로 하이엔드급 초고가의 DAC는 별도의 초정밀 클럭을 옵션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고요.
아래 사진은 그러한 외장 클럭 제품 중 하나인 에소테릭의 G-02X 모델입니다.
물론 클럭 지터로 인한 왜곡은 CD음원의 경우 0.000022675736961451초 사이에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한두 번의 타이밍 에러가 엄청난 왜곡을 초래한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터가 계속 유입되어 클럭 타이밍이 지속적으로 빨라졌다 느려졌다 하면 전체적인 아날로그 파형에 문제를 일으키게 되죠.
설명이 길었는데 랜 케이블에 따라 음질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은 디지털 데이터가 랜 케이블로 전송되는 과정에서 지터 노이즈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전자기파를 잘 차폐할 수 있는 랜 케이블을 사용하면 지터 노이즈를 줄여서 더 좋은 음질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랜 케이블에 따라 이메일 내용이 달라진다는 거냐고 비아냥거리는 것은 이 논쟁에 어울리는 반론이 될 수 없습니다.
클럭 지터 노이즈는 소리의 아날로그 파형을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하고, 그것을 다시 녹음된 소리 그대로 재생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왜곡이기 때문에 글자나 프로그램의 데이터 전송과는 다른 영역의 문제이니까요.
랜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다른 관점에서 접근해야죠.
현재 음악 시장은 CD와 같은 물리매체를 소장하는 것에서 네트워크 스트리밍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오디오 애호가들의 경우 기존의 CD보다 더 높은 스펙으로 녹음된 고음질 음원을 간단하게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죠.
그런데 이런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 게 있습니다.
서버에 저장된 음원이 스트리밍을 통해 직접 네트워크 플레이어의 DAC칩에 전달되어 곧바로 아날로그 출력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는 거죠.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스트리밍된 데이터는 개인이 소유한 네트워크 플레이어에 임시저장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이나 개인이 소유한 로컬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음원을 플레이하는 것이나 실제론 재생 방식이 똑같다는 거죠.
이것이 랜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와 무슨 연관이 있냐고 생각하실 텐데 하나씩 설명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이 만약 PC 기반의 NAS를 운용하고 계시다면 미디어 서버를 구성해 보세요.
NAS가 없으시다면 이 글 때문에 굳이 NAS를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제 글만 읽고 내용을 이해하셔도 무슨 주장을 하려는지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을 테니까요.
하여간, NAS가 있는 분들은 재미 삼아서라도 한 번 이 기회에 미디어 서버를 구성해 보세요.
Plex나 Jellyfin 같은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간단하게 미디어 서버를 구축할 수 있을 겁니다.
https://jellyfin.org/
그런 다음 미디어 서버를 일반 랜 케이블과 오디오용으로 판매되는 고가의 랜 케이블에 연결했을 때 각각 전송된 데이터를 비교해 보는 겁니다.
물론 랜 케이블에 따른 음질 차이를 인정하는 분들이나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나 양쪽의 데이터는 동일하다는 것에 동의하는 분들이 많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일단 계속 제 설명을 따라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트리밍 재생은 먼저 자신이 소유한 네트워크 플레이어 내부에 데이터가 임시저장됩니다.
따라서 PC를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사용할 경우 웹브라우저의 캐시(Cache) 폴더를 찾아보면 해당 파일을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파일 이름은 원본과 다른, 영어와 숫자가 혼합된 긴 파일이름으로 저장되니까 스트리밍 재생을 한 후 새로 생성된 파일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임시 파일의 확장자를 NAS에 저장해둔 원본 음원 파일과 동일하게(flac 등등) 바꿔주세요.
그런 다음 원본과 일반 랜 케이블을 거쳐 저장된 것, 그리고 오디오용 랜 케이블을 거쳐 저장된 것, 이렇게 3개의 파일 데이터를 비교해 보는 겁니다.
디지털 데이터 비교는 010 editor 프로그램으로 가능합니다.
https://www.sweetscape.com/010editor/
확인해 보시면 저장과정에서 캐시값이 추가된 것을 제외하면 이 3개의 파일들이 완벽하게 동일한 데이터라는 걸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지금부터가 핵심입니다.
1. 랜 케이블에 따라 데이터 자체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하고
2. 네트워크 스트리밍 재생이 원본 음원 파일을 서버에서 로컬 장비로 임시 저장한 다음 재생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셨다면,
3. 데이터 전송 경로에 어떤 랜 케이블을 사용했든 그것이 음질에 영향을 미칠 요소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서버에 저장되어 있는 원본 음원 데이터가 A이고 네트워크 허브와 랜 케이블을 거쳐 랜 케이블 출력 단자로 전송되어 나온 데이터를 B라고 가정해보죠.
랜 케이블에 따라 음질이 변한다고 믿는 분들은 데이터 전송 과정에서 지터 노이즈가 유입되었을 경우 이 B에 지터 노이즈가 유입된 상태로 네트워크 플레이어가 재생한다고 오해하시는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B는 DAC칩으로 가기 전에 먼저 네트워크 플레이어 내부에 임시 저장된 다음 재생하게 됩니다.
이렇게 임시저장된 파일을 C라고 했을 때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이미 네트워크 허브와 랜 케이블을 거친 결과물인 C 파일을 재생하는 겁니다.
그런데 랜 케이블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 분들이나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는 분들이나 A와 C가 동일한 데이터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 않습니까?
C는 이미 네트워크 허브와 랜 케이블을 거쳐서 네트워크 플레이어 내부에 임시 저장된 파일인데 이 파일을 재생할 때 신호 경로상 이미 지나쳐온 랜 케이블이나 허브가 어떻게 음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습니까?
가능성이 있다면 랜 케이블을 통해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지터 노이즈가 유입되는 걸 의심할 수 있겠죠.
그러나 랜 케이블로 흐르는 전류의 양은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에 CAT6 규격의 일반 랜 케이블로도 충분히 차폐가 가능합니다.
못미더우시면 일반 랜 케이블과 오디오용 랜 케이블 사이에 유의미한 노이즈 유입량의 차이가 있는지 측정해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 있는 거고요.
랜 케이블이나 네트워크 허브와 다르게, 유무선 공유기의 경우 와이파이 신호가 전자기파의 일종이므로 오디오로 유입되어 노이즈로 작용할 가능성이 전혀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조악한 수준의 PC용 스피커라면 모를까 오디오 애호가들이 사용하는 보급형 기기 정도의 수준만 되어도 기본적인 차폐 기능을 내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공유기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노이즈 정도는 오디오 기기에 필수적으로 내장되는 노이즈 필터를 통해 걸러낼 수 있고요.
만약 공유기의 와이파이 신호로 인한 노이즈가 문제되는 환경이라면
1. 전원 접지가 불량하거나
2. 최소한의 차폐마저도 이뤄지지 않은 기기를 사용하거나
3. 수준 미달의 노이즈 필터를 사용한 제품일 겁니다.
이런 문제는 공유기를 바꿔서 해결될 게 아니라 제대로 전원을 접지하고 차폐에 신경써야할 문제죠.
측정기기엔 검출되지 않지만 자신의 귀는 차이를 느꼈다고 확신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 분들은 제가 따로 쓴 아래 링크의 글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36613&series_page=1
위 링크의 글을 읽어보셨다면 측정장비가 검출해내지 못하는 차이를 인간의 귀가 구분해 낼 수 있다는 주장은 판타지에 가까운 이야기라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NAS를 통해 개인이 구축한 미디어 서버와 타이달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르다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다르지 않습니다.
타이달과 연결된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타이달 서버에 저장된 원본 파일을 임시로 저장한 뒤 재생합니다.
하드 디스크나 SDD가 내장되지 않은 네트워크 플레이어도 내부에 메모리가 있습니다.
네트워크 허브나 공유기, 랜 케이블을 거친 최종적인 출력물이 이 메모리에 캐쉬 파일 형태로 임시 저장되죠.
그리고 네트워크 플레이어는 이 임시 저장 파일을 불러들여서 아날로그 신호로 변환하는 겁니다.
이렇게 설명드려도 이론과 데이터가 뭐라고 하든 실제 소리는 다르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어차피 취미로 즐기는 건데 차이를 느낀다는 사람들이 수백만 원짜리 랜 케이블을 사든 말든 무슨 상관이냐는 분들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어떤 사이비 교주가 무안단물로 모든 불치병을 고칠 수 있다고 선전하자 그 효능을 믿고 비싼 헌금을 내가며 그 물을 마시고 교주를 따르는 신도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안단물을 먹고 실제로 불치병이 나았다는 사람들도 나타났죠.
여러분들은 이런 사이비 교주와 신도들의 믿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과학적으로 성분을 검사해서 무안단물은 전혀 치료의 효과가 없으며 심지어 음용수로도 부적합한 수질의 물이라는 것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마 그 사이비 종교에 몸 담고 계신 분이 아니라면 후자의 입장이실 겁니다.
하지만 본인이 경험한 사실(?)을 부정하는 '과학적 검증'에 대해서는 불쾌하게 여기며 명백한 측정값과 물리법칙의 영역까지 부정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랜 케이블과 무안단물을 비교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불쾌하게 생각할 분들도 계실 거고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과 신념을 부정당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죠.
고백하자면 저도 오디오를 취미로 하며 얼마 전까지 저만의 경험을 맹신하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부정했던 경우가 많았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와이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제 오디오 시스템에서 진행해본 몇 번의 블라인드 테스트와 그 결과를 믿지 못해 찾아본 관련 자료들을 통해 겨우 인지부조화에서 벗어났죠.
실제 데이터가 전송되는 규격과 전송 과정, 그리고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데이터를 분석해본 객관적인 증거 자료가 어떻든 자신의 경험은 다르다고 주장하는 분들의 심정도 이해합니다.
전혀 다른 소리를 들은 경험이 생생한데 몇줄의 글과 데이터로 그런 자신의 경험을 부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비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자신의 경험에 대한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입니다.
제약회사에서 위약효과를 테스트하면 절반 정도의 사람들은 그냥 옥수수 가루를 뭉쳐놨을뿐인 가짜약을 먹고도 약효를 봤다고 확신합니다.
심리학에서 인지부조화는 굉장히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인간의 특성이고요.
왜 내 경험을 무시하느냐, 이론에만 매달려 경험을 무시하는 게 무슨 과학적이란 거냐고 불만을 토로하는 분들도 계시죠.
그런데 중학교 교과 과정의 기초적인 이해만 있어도 과학의 탐구방법엔 연역법과 귀납법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귀납법=현상을 먼저 발견하고 그 현상의 원리를 파악하는 것
연역법=먼저 원리(이론)를 제시하고 관측과 실험을 통해 그 원리를 증명하는 것
랜 케이블에 따라 음질이 달라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귀납법에 따라 그 현상을 실험과 관측으로 검증하자는 게 과학적인 태도입니다.
그분들의 경험을 무시했으면 검증조차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죠.
오히려 그분들의 경험을 존중하기 위해 그 경험을 직접 공개적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해 보여달라고 하는 겁니다.
당연히 과학은 경험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어떤 과학이 이론으로만 존재하고 실험과 관측을 통한 검증을 거치지 않겠습니까?
수많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의 이론 역시 실험과 관측을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에 그 업적을 인정받은 겁니다.
전에 쓴 글에서도 밝혔지만 저는 경험을 신뢰하지 않습니다.
특히나 인간의 감각 기관은 굉장히 부정확하고 위약효과에 쉽게 속을 정도로 허술하며 대부분 중년 이상의 연배인 DP 회원들은 12kHz 이상의 고음을 잘 듣지도 못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부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는 저 스스로의 경험을 신뢰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후로 많은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가짜약을 먹은 운동선수가 기록이 단축되었다면 가짜약도 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죠.
실제 측정값이 어떻든 수백만 원짜리 랜 케이블을 통해 자신은 음질 상승 효과를 느꼈다면 누가 억지로 만류할 수도 없는 거고요.
결국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 중 어느 쪽을 드실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하지만 음질과 상관없이 화려한 디자인의 뽀대를 위해 거액을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분이거나 통장에 돈이 넘쳐나서 주체할 수 없는 분이라면 모를까, 사기꾼들의 주머니를 불려주는 것을 원치 않는 분이라면 가족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본인의 오디오 시스템에서 랜 케이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시길 권합니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카피 문구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정작 타인의 전문 분야에 대해서 쉽게 인정하지 않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론 가짜 사기꾼들이 스스로 전문가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지만 물리학과 교수 앞에서 양자역학에 대해 가르치려 드는 일반인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음향과 관련해서는 아마추어 오디오 애호가가 음향공학 교수를 듣보잡 취급합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소리에 관해 가장 잘 아는 건 음향공학을 전공하고 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디오 애호가로 내공이 쌓일수록 소스의 중요성을 깨닫는 분들이 많은데 바로 그 소스의 원천인 음원을 만드는 사람들이 바로 음향 전공자들입니다.
또한 오디오 애호가들이 듣고 즐기는 오디오 데이터 규격과 전송 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음향공학과 전기전자 전문가들이고요.
자신의 경험이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여러분이나 저나 이 연배까지 살아오면서 자신의 경험을 고집하는 사람과 자신의 경험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겸허하게 인정하는 사람, 어느 쪽이 더 대단한 사람으로 느껴졌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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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 속이 다 시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