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정치] 삼국지 얘기할 때마다 항상 나오는 게 누가 나관중의 수혜자이니 피해자이니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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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12 22:20:48
저도 한때 그런 거에 많이 빠졌지만, 생각해보면 되게 무의미한 논쟁이더군요. 나관중이 삼국지연의 지을 때 딱히 누굴 띄워주고 깎아내렸다기보다, 나관중 이전 송나라-원나라 때 잡극(연극)이나 민간전승, 그리고 세설신어같은 책 등에서 이미 삼국지연의 캐릭터가 거의 다 잡혀있었더라고요. 관우의 충정스런 부하 "주창"도 정사에는 없던 가상인물인데, 삼국지연의 이전 송나라 때 민간전승에서 생겨난 캐릭터라네요.(삼국지연의는 원명교체기에 나온 소설) 엄밀히 말하면 나관중은 당대의 전승과 잡극 캐릭터를 집대성하고 자신의 창작을 약간 가미한 군담소설 작가인 셈이죠.
그리고 최근 몇년 동안 삼국지빠들 사이에서는 연의에서 유비가 너프당하고 조조가 버프먹었단 논쟁이 많고, 저도 그걸 주장하곤 했는데요. 근데 이것도 참 무의미한 논쟁인 게, 유비와 조조는 그 당시 대중들이 생각했던 당대의 영웅상&악당상에 맞춰 설정된 거지, 딱히 버프나 너프 먹은 게 아니죠. 당대의 영웅상이 한고조 유방같은 캐릭터여서 유비도 한고조에 투영시켜 캐릭터가 구축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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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적벽대전같은 대형 에피소드는 나관중의 작품이죠 싸움 자체는 당연히 존재했지만 삼국지 안에서 묘사된 적벽대전은 주원장과 진우량의 파양호 대전을 모델로 한 겁니다 당연히 이건 파양호 대전 이후의 인물 즉 나관중의 솜씨죠
더군다나 삼국지 내에 존재하는 캐릭터 중 많은 수가 주원장과 그 주변 인물을 모델로 한 것입니다 이것 역시 원명 교체기 이후에나 성립할 수 있는 요소 즉 나관중의 손길이 닿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