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연출 작품 섭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주말에 에일리언1~4와 프로메테우스, 에일리언 커버넌트를 모두 감상했습니다.
1편은 북미판 4K 블루레이로, 2~4편과 프로메테우스는 애플TV로, 커버넌트는 구글 플레이로 감상했습니다.
각 편마다 조금씩 아쉬운 점은 있을지 몰라도 시간들여 감상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리즈였습니다.
뒤쪽으로 갈수록 시리즈 팬에게는 평가가 박하다는데, 저는 이미 여섯 편이 다 나온 시점에서 쭉 감상해서 그런지 작품별로 개성이 느껴져서 모두 재밌었습니다.
1. 1편은 말이 필요 없는 걸작이었습니다. 행성 이륙 이후 제한되는 공간 이상으로 그 턱 막힌 인간관계야말로 폐쇄감, 고립감과 서스펜스의 핵심인데, 우주 탐사라는 특수한 SF적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의 모순으로 인해 회피 불가능한 재해라는 보편성을 갖췄고, 그래서인지 정말 생생하게 몰입됩니다.
인물들에 대한 복선이나 단서가 편집되었다는 감독판으로 감상했는데, 그래서 더 인상이 깊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감상은 지금껏 본 리들리 스콧 감독 작품 중에서도, 에일리언 시리즈 내에서도 최고작이었습니다.
2. 2편은 제가 처음으로 제대로 감상한 카메론 감독 작품이 됩니다. 다른 작품들도 안 본 건 아니지만(안 보기가 더 어렵겠지만) tv방영 등의 형태로 수동적으로 감상했던 거고, 혼자 각잡고 챙겨본 건 처음인데...
1편의 인상이 워낙 강렬한 상태에서 바로 이어서 봐서 그런건지 몰라도 처음에는 감상 포인트를 잘 못 잡겠더군요.
리플리가 1편에서만큼 고립되지도 않았고, 회사 측 빌런도 행동이 뻔하고, 괴물이 절대적이지도 않고, 병사들이 하나 둘 줄어가는 과정이 그리 초조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에일리언 퀸에 대한 암시와, 후반부에 직접 등장하는 장면, 그리고 엔딩까지의 내용 및 연출은 1편 이상의 전율이 느껴졌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긴장감을 주는 1편과 달리, 전반부에 빌드업을 거쳐서 후반부에 긴장감을 집중하고 엔딩에서 확실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느낌이네요.
3. 3편은 줄거리는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졌지만 그 이질성이 맘에 들었습니다. 그동안 인간이니 로봇이니 괴물이니 너무 시달렸고, 전편에서 죽어라 노력한 게 싹 물거품이 되어서 그런지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리플리가 답답하게 혹은 경솔하게 행동하는 부분들이 눈에 띄어서 재밌더군요.
4. 4편은 따져보면 허술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설정과 미스테리 때문에 계속 집중하게 되었습니다. 전개가 이상하더라도 리플리의 정체성에 대한 긴장감과 에일리언 퀸, 뉴본 에일리언과의 관계성에만 집중해도 충분히 봐줄만한 영화였습니다. 사투를 거듭한 끝에는 뒤섞여버렸고, 기이한 형태로 정체성이 형성된 것이 재미있습니다.
5. 프로메테우스는 큰 기대는 하지 않고 봤는데 대단히 재밌었습니다. 익히 알려진 신학적인 긴장감도 흥미롭지만, 탐사에서 한 발 물러서있는 선장님과 부관들을 빼면 주인공 포함 등장인물 전체가 어딘가 정신이 나가있는 게 특히 재밌더라구요ㅋㅋ
그닥 정이 가는 인물이 없으니 죽어나가는 과정 자체는 긴장감이 별로 없는데도, 강렬한 화면과 섬뜩한 범죄극을 중심으로 집중을 유도하고 유지해내죠. 자세히 따지고 보면 4편보다 그리 정교할 것은 없는 전개인데도, 개연성의 흠보다는 얼렁뚱땅 굴러가는 핵심 내용에 훨씬 집중하게 되는 데서 감독의 능력을 실감했습니다.
6. 에일리언 커버넌트는 전편의 장단점을 모두 상당히 답습하고 증폭한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후속편으로서는 충분히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프리퀄이면서도 시퀄이다보니 보는 동안 다음 전개가 상당부분 예측이 되는데도, 가장 무서운 형태로 그 예측이 들어맞아가는 연출이 인상적입니다.
여태 이 유명 시리즈를 한 편도, 곁눈질로도 보지 않았다는 게 스스로도 놀랍지만ㅋㅋㅋ 그 덕분에 재생환경도 감상이력도 보다 준비된 상태에서 볼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상업성이 강한, 긴 시리즈면서도 각 편마다 거장 감독들이 스타일을 관철해내는 것도 괄목할만했구요.
제작중인 프리퀄 후속편도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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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1탄은 정말 걸작이죠. 개인적으로 4탄빼고 다 좋아합니다. 4탄은 저에겐 지루한 상업영화느낌이ㅡ강하더군요. 특히 프랑스 특유의 작품 냄새도 느껴졌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