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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  돌비 앳모스를 위한 변명: 이머시브 사운드를 위한 공간과 장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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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2-02-13 20:49:28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40207

예전에 이런 게시물을 적고 나서, 몇 번인가 문의를 받았습니다. 문의들의 핵심을 요약하면 a. 이머시브 오디오의 핵심인 공간감, 이동감, 높이감 = 이 세 가지 중에서, b. 하나나 두 가지는 느껴지는데 부족하거나 or 셋 다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이었고요.

 

질문 핵심이 비슷하니 필자의 답변도 늘 비슷했는데,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룸의 천장을 높이세요.

2. 1이 여의치 않다면 룸 어쿠스틱(물리적으로, 그리고 EQ 소프트로)에 먼저 최대한 신경쓰세요.

3. 시스템 기기 교체는 되도록 1을 먼저 해결한 뒤에 하세요.

 


1.

https://dvdprime.com/g2/bbs/board.php?bo_table=hometheater&wr_id=350032

개중 1에 대해서는 예전에, 위 링크의 게시물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위 게시물에서 앳모스 효과를 느끼기 쉽다고 한 것은 말 그대로의 의미로, 천장이 높으면 공간/ 이동/ 높이감 모두를 보다 손쉽게 살릴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앳모스 공연물을 보면 홀 톤이 더 살아나고/ 같은 이동이라도 지상 서라운드에서 천장 오버헤드로 이동하는, '소위 각도가 달라지는' 소리 이동까지 더 충실하게 느낄 수 있으며/ 믹싱에서 높이를 설정한 소리를 더 높은 곳에서 들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어 [ 기생충 ] 초반 민혁이 노상방뇨 취객에게 '정신 차려, 정신!' 하고 훈계하는 소리는 앳모스 트랙에서 계산된 믹싱 효과 덕분에 그 잔향이 오버헤드 탑 > 오버헤드 리어로 확산되어 가는 느낌이 있는데...

 

a. 천장이 낮으면(필자의 리뷰용 서브 룸 2.5m 혹은 그 이하 기준), 이 소리가 좌석 기준 눈보다 조금 위에서 시작되어 머리 바로 위를 지나 뒤로 가는 느낌

b. 천장이 높으면(필자의 메인 룸 3.5m 기준), 같은 소리가 기택 가족이 사는 반지하의 앉은 자리에서 슬쩍 창문을 올려다 봐야 하는 높이와 각도 즈음에서 시작하여 > 역시 해당 반지하 천장 즈음의 높이를 지나 확산되는 느낌

 

이런 식의 차이를 들려 줍니다.(여기에서 무작정 룸 천장이 높다고 룸 천장 높이만큼 높게 울리는 소리가 아니라, 적절하게 기택 가족이 올려다 본 반지하 창문 위 높이를 구현한 기생충의 사운드 믹싱이 대단하다 < 이런 소리도 쓰고 싶지만, 이건 기생충 리뷰가 아니니 생략하고)

 

개중 a는 이 기생충을 앳모스 불가능 시스템에서 트루HD 7.1ch로 틀었을 때도, 서라운드 스피커의 체급에 따라 천장에도 반사되는 잔향을 통해 꽤 비슷하게 구현되는데 > 이래서 '앳모스는 필요 없어'라는 감상이 나오는 재료가 되기도 합니다. 덤으로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기생충처럼 특히 주로 공간감 구현에 충실한 앳모스 트랙이 종종 부당한 평가를 받는 사유가 되기도 하고요. 쉽게 말해 'HD 사운드로 들어도 비슷하네.' 같은?

 

하지만 이렇게 공간감 구현 쪽에 특화된 앳모스 트랙이라도 일단 감상 공간의 천장이 높아지면 > 앳모스가 아닌 지상 서라운드로 틀었을 때는 아무리 잘해도 천장 모서리 즈음에서나 느껴지던 높이감이 vs 같은 타이틀을 앳모스로 틀었을 때는, 보다 제대로 머리보다 높은 정수리 위에도 사운드가 펼쳐지면서 이른바 사운드 돔을 형성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말하자면 위 예시에서 b는 앳모스 트랙에서만 구현되는 느낌이라는 것이고, 민혁이 훈계보다 훨씬 큰 소리를 천장에서 울리도록 믹싱한 컨텐츠라면 당연히 그 차이도 훨씬 벌어집니다. 예를 들어 구름 위 높이에서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장면에서 앳모스를 틀었을 때 머리 바로 위에 뱅기 날아가는 소리가 있는 느낌 vs 훨씬 높은 곳에서 활강하는 느낌은 그 자체로도 차이가 크고 > 더 나아가 이 비행기가 급격하게 강하할 때, 그 빠르게 달라지는 높이감을 더 쉽게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2.

하지만 당장에 룸 천장을 높일 수 없다면, 룸 어쿠스틱 정비를 통해 노력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룸의 가로세로를 고려하여, 천장 흡음재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되도록 지상 서라운드의 천장 잔향은 줄이고 + 상대적으로 오버헤드의 존재감을 높여 = 보다 확실한 오버헤드 체감을 꾀한다든지 or 혹은 천장에 박아넣는 (특히 조악한)실링 스피커 대신 노출된 온월형 스피커를 쓰고 + AV 앰프의 오버헤드 채널 볼륨은 도리어 낮춰서 = 볼륨상으론 보다 아련하게 더 높은 데서 소리가 들리는 감각을 꾀하면서도, 온월 스피커의 확실한 음성 출력 파워 덕에 실링보다 좋은 천장 장악력을 얻는다든지.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정비는 또 가족들 때문에 못 하겠어요, 라고 하신다면 소프트웨어만으로... 는 좀 곤란합니다. 이유는 아직 룸EQ 프로그램들이, 앳모스 등 이머시브 사운드에 특화된 프리셋이나 조정을 내놓았다는 감이 없어서요. 

 

예를 들어 대표적인 룸EQ 프로그램인 디락 외에도 각 AV 앰프 제조사들이 자사의 기술을 담아 내놓는 독자 룸EQ 프로그램들은 저마다 특색과 조정할 수 있는 범위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꽤 여러 AV 앰프와 거기 딸린 룸EQ 를 리뷰차 두루 써 본 필자가 볼 때도 '이머시브의 확실한 구현이 여의치 않은 공간에서, 앳모스 이머시브를 확실하게 구현시켜 주는' 조정에 특화된 EQ 프로그램은 아쉽지만 적어도 지금까진 없습니다. 실은 필자가 지금껏 써 온 '이머시브 기능을 가진 AV 앰프 리뷰'에서, 그게 뭐든 EQ 기능은 대개 소개만 하고 넘어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기도 했고요.

 

굳이 따진다면 그나마 Y사의 YPAO가 천장 스피커 설치 각도 지정 같이 세세한 배려가 있다든가 자동 EQ 돌린 후 이머시브 효과 재현 면에서 상대적으로 그럴싸한 느낌을 들려주긴 하지만(순수하게 이것만 따지면 오히려 그 디락보다도 나은 감이 있습니다. 물론 EQ 프로그램에서 가장 선호되는 기능인 소위 FR 평탄화 조정 같은 스테레오 특화 개념은 디락이 단연 세세하고 적용 효과도 좋긴 합니다만.), 이것도 오로지 이것만 가지고는 쉽게 말해 2.5m 짜리 천장을 3.5m 짜리 천장으로 바꿔주지는 못합니다. 이게 현재까지의 룸EQ 프로그램들의 한계라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 어떤 EQ only 적용보다도 훌륭한 건 그냥 천장을 뚫어버리는 것이며, 그게 여의치 않으니 한정된 천장 높이에서 물리적인 보정도 최대한 병행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기기(및 거기 딸린 EQ 프로그램)보다는 시청자의 물리적인 배려를 먼저 해주세요.

 


3.

자, 그럼 드디어 룸의 높이를 높였어! 라고 하면, 이제 공간 체급에 맞게 시스템 기기를 바꿔 봅시다. 

 

여기에서 바꾸는 순서는 1. 스피커, 2. AV 앰프 순입니다. 케이블은? 하시면 (스피커 케이블이든 인터 케이블이든, 기기 배치에 따라 어느 쪽이든)룸이 높아지고 커지면 자연히 케이블 요구 길이가 길어지는 게 생기니까, 그 길어진 케이블에 대해 노이즈 차폐니 게이지니 따지며 적당하게 쓰면 되니까 생략하고요.(필자는 케이블 리뷰를 한 적이 없습니다.)

 

...스피커

일단 스피커에서 플랫이니 음색이니 갬성이니 클라스니 이런 건 취향껏 예산껏 알아서 고르면 됩니다. 다만 중요한 건 뭘 골랐든 a. '모든 채널을, 되도록 오버헤드까지 다 같은 브랜드로 맞춰라.'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면 b. '모든 채널을 다 똑같은 스피커로 맞춰라' 겠습니다.

 

단지 개중 b는 사실 좀 어려운 게, 세상에 앳모스 트랙만 듣고 있을 AV 룸이나 전용 제작 스튜디오 아니면 아무래도 프런트 LR 스테레오 비중이 제일 크고 > 그 다음이 센터 포함 프런트 전체 > 그 다음이 리어 > 그 다음이 리어든 서라운드든 추가 백 채널 > 그 다음에야 오버 헤드... 이런 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산이 무한정이라 프런트에 당당한 100kg짜리 톨보이를 세워놨는데, 그걸 천장 머리 위에도 4덩어리 6덩어리 이렇게 달기는 글쎄요?(그렇다고 막 2층까지 뚫은 공간에서 난간에 스피커를 기울여 세우면 그건 하이트 스피커지 오버헤드 스피커가 아니고.)

vs 

아니면 아예 다 같은 조막만한 북쉘프로 전 채널을 두르면... 이러면 예산과 천장 공사에는 좋겠지만, 프런트 채널에 한정된 소스를 들을 때는 아무래도 불만이 생길 수도 있겠지요. 그 커진 룸을 조막만한 프런트 두 넘 소리로 채우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대안은 마음에 드는 스피커를 골랐다면, 그 브랜드로 전부 통일해서 갖추는 게 좋습니다. 돌이켜 보면 5.1 서라운드가 대두되던 시절에 되도록 프런트 3채널은 동일 브랜드의 거의 비등한 클래스거나 오히려 센터를 한두 급 위의 물건으로 추천하던 것도, 전체적인 소리의 통일감을 위한 것이었고. 앳모스에선 이것이 천장 포함 룸 전체를 덮는 소리로 확장되기 때문에, 더욱 중요합니다. 최소한 드라이버와 제품 설계 및 소리 구상 이론이라도 비슷한 메이커로 통일(자작이라면 이를 염두에 두고 제작)하는 게 좋고.

 

...AV 앰프

자, 그럼 드디어 이제 AV 앰프의 차례. 일반적인 바꿈질의 순서랑 정반대로 이제야 AV 앰프를 논하는 건 필자 취향이 아니라, 실제로 영향을 주는 정도의 순서에 따른 것이고요.

 

이머시브 구현 시에 AV 앰프에서 고려할 점은 스펙상으론 a. 원하는 채널 수, b. 파워(프로세서라면 외부 파워)의 힘, c. 음장 등 기타 기능이고 퀄리티론 d. 기본 DSP를 비롯한 내부 사운드 핸들링이 얼마나 이머시브 사운드의 완벽한 구현에 맞춰져 있는지 이런 요소입니다.

 

개중 사운드 핸들링의 차이는 예를 들면, 같은 앳모스의 이동감이라 해도 > 지상 스피커와 천장 스피커 사이가 마치 점 조직처럼 a, b 이런 식으로 막 스피커 사이에만 순간 이동 하듯 울리느냐 vs 같은 소리가 선 조직처럼 a - b 이런 식으로 이어지며 그림 그리듯 울리느냐의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좋은 앳모스를 우수하게 구현하는 건 후자지만, 이게 또 전자는 공간이 넓으면 넓을 수록 앳모스 구현에 위화감이 생기고 사운드 돔에 구멍이 나는데 비해 vs 후자는 공간이 좁으면 좁을 수록 보다 룸 어쿠스틱 설계를 철저하게 하지 않을 경우 지상과 천장 소리가 그냥 혼탁하게 섞이기 쉽습니다. 대신 후자는 룸이 좁더라도 공간 밀도감이 더 높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이머시브 사운드의 완벽한 구현을 위해서는 이런 장비를 사고도 오히려 룸 어쿠스틱을 더 만져야 하는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고요.

 

따라서 천장을 높였다면 이제 공간에 맞춰, 거기에 적당한 AV 앰프와 스피커를 찾는 게 이머시브 구현을 위한 화룡점정입니다. 그게 바로 비로소 청자가 룸을 지배하며, 앳모스 사운드를 의도대로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이상으로 되도록 간단하게, 필자가 돌비 앳모스 등 이머시브 사운드를 최대한 잘 구현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다뤄보았습니다.

 

참고로 덧붙이면 여기까지 다 배려해도, 기존의 지상 서라운드에서 앳모스로 가는 게 무슨 2.0ch로 보던 영화를 5.1ch로 처음 들었을 때 수준의 충격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애초에 사운드 돔의 형성은 지상 서라운드 시절부터 이미 추구되던 개념이고, 위에서도 말했듯이 룸 잔향을 적절하게 이용하든가 극장처럼 사이드 스피커만 여러 개 달면 앳모스 아니라도 대충 비슷하게 이룩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간이 좁고 천장이 낮으면 더 그렇고요.

 

하지만 기왕 듣는 앳모스 이머시브, 좀 제대로 의도대로 더 신나게 즐기고 싶다면 > 공간이 받쳐줘야 하고 > 공간이 그에 맞게 넓어지면 > 거기에 기기와 조정과 센스를 뿌려 완성하는 게 앳모스 이머시브라는 요리입니다. 앳모스가 등장한지 어언 8년, 이제 재료는 많이 갖춰졌으니 그걸 얼마나 맛있는 요리로 완성하는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님의 서명
無錢生苦 有錢生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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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2022-02-13 16:22:44

역시 AV의 0순위는 공간이지요.
"장비 업그레이드 그만하시고 집을 업그레이드 하세요." 라는 만고의 진리.

2022-02-13 19:21:49

이사 가야겠습니다 ㅠㅜ

2022-02-13 21:02:17

일단 방음을 고려한 상황을 포함해서 공간이 최고순위죠.

같은 공간이라도 볼륨을 넉넉히 올린것과 소심하게 올린것의 차이가 어마어마하니까요.

사운드바는 재껴놓더라도 같은 타이틀을 같은 시스템에서 들어봐도 볼륨에 따라 감각적으로 굉장히 크게 차이가 느껴집니다.

2022-02-14 10:50:08

데논8500에서 프리-파워로 갈아탈까 스피커를 살까 고민중이었는데 프리-파워는 나중으로 해야겠네요ㅎㅎ 업글 효과가 있으려면 분리형이라서 꽤 많은 비용을 들여야할 것 같은데 가성비가 안나올 것 같구요.. 궁극적으로는 스톰오디오같은 한 방이 좋겠다 싶으니 나중에 한 방으로..ㅋㅋ 한참 고민했는데 글 읽어보고 스피커 업글로 굳혔습니다ㅎㅎ 매번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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