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PS4 게임 리뷰 -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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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에 중고나라에서 아주 저렴하게 타이틀을 구매했습니다.
출시 1달도 안되어 이렇게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군요.
워낙 논란이 많은 게임이고, 그 논란에 대해서 이야기 하려면 당연히 스포일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래 내용엔 강력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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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접하기 전, 이 게임의 메타 크리틱 전문가 점수와 유저 평가가 극과 극인 것을 확인했습니다. 몇 년 전 영화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가 이랬었지요. 전 이 게임을 무조건 플레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메타 크리틱 85점 정도에 유저 평가도 그에 준하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가 보장된 게임보다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처럼 찬반 양측의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는 게임이 더 흥미가 생기더군요.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저는 이 게임이 메타 크리틱 94점을 받을 만한 게임도 아니고, CD 처형식을 해버릴 만큼 후진 게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이 작품은
(1) 급진적이라고 할 만큼 큰 변화가 있었던,
(2)그리고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좋게 말하자면) 실험적인
(3)그에 못지 않게 가라앉는 감정을 자아내는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성공적이었다고는 말 못하겠습니다. 다만 아주 흥미로운 실패작이 나왔다곤 할 수 있겠네요.
1. 역대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싶은 비주얼과 사운드 디자인
스토리에 있어선 대부분이 불호하시겠지만, 이 게임의 뛰어난 그래픽과 실감나는 사운드는 감히 역대 PS4 게임 중 최고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그간 그래픽이 뛰어났던 게임들로는 <언챠티드 4>, <레드 데드 리뎀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정도를 해봤었는데, 그 작품들보다도 시청각적으로 완전히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1편의 장면이 회상이나 꿈 형식으로 게임에 여러 번 등장하는데, 엄청나게 진일보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게임에서 황폐화된 도시나 자연 경관을 그려내는 것도 멋지지만, 제게 가장 인상깊었던 건 붉은 조명이 비추는 지하 진지 장면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펼쳐지는 엘리-WLF 군-좀비떼의 3파전은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을 정도로 숨막히더군요. 이밖에 1편에는 없었던 언차티드 시리즈스러운 추격전도 굉장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nQajsfV00
또한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아주 좋은 감정 묘사를 보여줍니다. 특히 후반부에서 엘리가 체념할 때의 표정은 감탄이 나왔습니다. 분노/기쁨 같은 감정들에 비해 이런 복합적인 감정은 디지털로 묘사하기 힘들기 마련인데 이 게임에선 그런 표현의 한계를 한참 뛰어넘은 듯 보였네요. 이밖에 총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장면에서 실제로 해당 부품을 직접 조립하고 손질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세심하게 챙긴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예고편에서는 60fps인 것처럼 속였으나 30fps인 점은 살짝 아쉬웠네요. 1편의 리마스터링 버전은 아주 안정적인 60fps를 보여줬기에 더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언차티드 4가 연상되는 안정적이고 부드러운 30fps라서 게임을 플레이 하는 데 문제는 없었습니다.
2. 과도한 PC, 저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한 얘기는 조금 조심스러운데요. 저는 전혀 불편함을 못 느꼈습니다.
(1) 1편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아시안이 갑자기 엄청나게 많이 나와서 조금 신기하긴 했습니다만, 1편에서도 어딘가에서 잘 살고있었겠죠? 미국이니까...
(2) 엘리가 그의 애인과 나누는 키스, 섹스씬들은 전혀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엘리의 섹스씬이 불편한 이유를 굳이 찾자면 하필 그 시간에 조엘이 애비에게 얻어터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오히려 조금 의아했던 것은...
(3) 애비의 섹스씬에서 특히 두드러지는데, 이 게임 속에 등장하는 몇몇 애정씬은 격정적이라는 감정을 뛰어넘어 가학적이고 야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맥락상 불필요한 장면이 갑자기 끼어들게 만들기도 했구요. (이 게임에서의 애정씬은 영화 <아가씨>에서의 애정씬에 비하면 한참 수위가 낮습니다.)
이건 PC의 문제가 아니라, 연출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CG 캐릭터들의 애정씬이라서 그랬던 걸 수도 있겠네요.
물론 이 게임의 PC가 게임의 평가에 + 가 됐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 가 됐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존재한다, 정도의 느낌이었어요.
3. 조엘의 죽음보다는, 주변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
조엘의 죽음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다만 그 시점이 아주 이른 때였고, 이를 그려내는 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성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골프공에 빗대어 이 부분에 크게 분노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저는 문제를 조금 다른 데서 봅니다.
이 게임과 1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주변 인물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있습니다. 1편을 예로 들어보면 매 챕터에서 만나게 되는 조연들은 모두에게 나름의 사연이 있고 악당이든 선역이든 그들의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반쯤 망한 세상에서도 각자의 정의가 있고,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게임 전체를 아우르는 주인공은 당연히 조엘과 엘리지만 이 조연들은 각 챕터의 주인공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빌- 헨리, 샘 - 데이빗은 정말 잘 만들어진 캐릭터들이고 입/퇴장하는 방식도 아주 인상적이죠. 단순한 조연을 뛰어넘어 조엘과 엘리에게 큰 영향을 미치며 캐릭터 구축에도 일조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2편은? 그런 거 없습니다. 비단 조엘뿐만 아니라, 모든 캐릭터들의 죽음은 갑작스럽게 소비됩니다. 그냥 주인공 주변을 어물쩡거리다가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비명횡사하고 끝나는 겁니다. 조엘을 제외하곤 죽고나면 스토리상 아무 역할도 하지 못하고 철저히 지워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OO의 친구, OO의 친구의 애인, OO의 애인의 친구 같은 "역할"로서만 존재할 뿐입니다. 오직 엘리의 복수심을 극대화하기 위한 죽음인 것이죠. 시나리오에서 뛰쳐나와 생동감 넘치는 "사람"으로서 존재했던 1편의 조연들에 비해, 2편의 조연들은 그저 작전을 위해 희생되는 장기말에 가깝습니다.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 제가 이 게임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아무리 이번 게임의 테마가 복수, 증오라고 해도 말이죠.
4. 머리로는 이해하겠는데 마음은 움직이지 않는
조엘을 죽인 애비로 게임의 40% 가량을 플레이 해야 하고 심지어는 엘리를 상대로 보스전까지 해야 하는 이 게임의 구성(혹은 스토리)은 분명 용감한 부분이 있습니다. 비록 제가 게임 내공이 많진 않지만 일부 신선하게 느껴지는 측면이 있었어요.
영화나 소설에서 골백번은 다뤘지만 "끊을 수 없는 복수의 사슬" 에 관한 테마를 이렇게 깊게 파고드는 게임은 처음 해보기도 했구요. 1편에서 똑순이처럼 조엘을 따랐던 엘리가 2편에서 분노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많은 감정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몰입을 저해하는 플롯 배치, 애비에게서 1편 조엘의 모습이 연상되게끔 만든 인위적인 설정들은 주제 전달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희생시켜버렸습니다.
두서 없이 주르륵 작성하긴 했는데,
이 점 때문에 게임에 대한 평가를 내리기가 참 쉽지가 않네요.
점수로 매긴다면 10점 만점에 7.5점을 주고 싶습니다~
전 이 게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게임이 걸작이어서는 절대 아니구요. 왜 하나의 게임이 이렇게 혐오와 찬탄을 동시에 받고 있는지, 직접 플레이하고 그 격렬한 토론의 장에 직접 참여하라는 의미에서 말이죠.
*게임과는 별개로, 디렉터 닐 드럭만의 태도는 참 추하기 그지 없다... 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이 게임에 쏟아지는 무자비한 평가들은 조금 부풀려진 게 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의 게임 리뷰 채널들도 거의 한 목소리를 내는 게 조금 의아할 정도구요. 그나마 이 게임에 균형잡힌 평가를 내린 게 GameDO라는 채널인데, 아래 리뷰 한 번 보시길 권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xTs5mS5Y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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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at 2020-07-05 05:50:49
(14.*.*.221)
PC를 문제삼는 사람은 비평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열에 한둘이죠... 그나마도 곁가지로 까는거지 PC가 문제가 아닙니다... 제 글 안 읽으셨죠? 6
2020-07-05 07:45:34
(59.*.*.78)
그냥 본인이 게임하고 느낀 감정을 쓴건데 1
2020-07-05 10:39:43
이미 평가는 끝났다고 생각 합니다 부족한 글 좋게 봐주셨다니 다행입니다. 저도 1편을 3번이나 플레이했을 정도로 나름 팬이라고 할 수 있어서... 이 게임이 조엘을 다루는 방식은 좀 거북했어요.
2020-07-06 11: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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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엔딩을 봤습니다. 배경 그래픽을 볼때마다 사람을 갈아 넣었구나. 거기다 사운드 효과 역시 너무 훌륭합니다 바닷가 옆 건물안을 지날갈때 파도소리는 제 귀에는 완벽하더군요. 1편 많은 사람이 그러하듯이 인생작이였구요. 게임자체도 재미 있었지만 게임을 진행할수록 조엘과 엘리에게 감정적으로 몰입,동화, 부모로서 느끼는 동질감 등등.. 개인적 이전 수많은 게임에서 느낄수 없었던, 마치 인생작 영화를 보고 난 후의 감정의 여운이 남아 있었죠.
이번작에선 엘리파트 까지는 감정 이입하면서 몰입하는데, 갑자기 애비 플레이 그것도 게임의 반을... 엔딩후 복수는 무의미... 내 느낌도 똑같이 게임자체가 무의미 해지네요. 엘린 주케로 게임 엔딩만들고, DLC로 애비 파트를 추가 했으면.. 개인적 상상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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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새벽에 엔딩 봤습니다.
저는 그래픽, 사운드는 물론 스토리, 대사까지 모두 만족했습니다.
조엘에 감정 이입한 분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게임판에서 감히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과감한 시도를 한 점에 대해 높이 평가합니다.
너무 대단한 게임인데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어 상당히 안타깝네요.
감독이 2부는 1부의 여운을 그대로 끌고 가고 트릴로지로 완성되는 마지막 3부에서 이런 시도를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